노벨상 못타는 한국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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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27.

유행좇는 과학자만 양산…10년내 노벨상 어림없다  

 

◆ 노벨상 못타는 한국 과학 ① ◆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포스트닥터(박사 후 연구과정)로 대사(Metabolism)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K박사. 그는 한국에서 박사과정과 포스트닥터를 밟는 동안 철새마냥 연구주제를 수시로 바꿔야 했다. 지도교수와 함께 여러 정부 부처가 하달(?)하는 과제를 따야 했고, 이에 맞춰 연구를 하다 보니 `전공`과 동떨어진 분야에 손대기 일쑤였다.

한때 열풍이 몰아쳤던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해 천연 신약물질, 당뇨병 기전연구 등 여러 분야를 두루 실험했다. 산림청 과제를 따려고 자생식물 연구에 손을 대기도 했다. 관심을 둔 분야는 당대사ㆍ지방세포대사지만 연구과제가 이와 맞지 않아 늘 연구궤도를 수정해야 했다. 2년 전 미국으로 건너온 K박사는 요즘 연구에 관한 한 행복하다. 그는 "내가 몰두하고 싶은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좋다. 지도교수 멘토링도 큰 힘이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 몸담고 있는 실험실에서는 여러 박사들이 자기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결과를 공유하면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은 유행처럼 연구하는 게 문제다. 장기적 안목과 인내심 있는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북동쪽에 있는 록펠러대학. 이웃한 코넬대 의과대, 슬론캐터링 암센터와 함께 의학ㆍ생명과학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생명과학만 따지면 미국에서 `넘버원`으로 꼽힌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만 무려 23명을 배출했다.

이 대학 랄프 스타인만 박사(68)는 면역학 대가로 유력한 노벨상 후보자다.

그는 항원(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잡는 파수꾼인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를 처음 발견했다. 35년 전 일이다. 무엇보다 수지상세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주위에서 인정을 받기까지는 꼬박 20년 넘게 걸렸다.

스타인만 박사는 "20~30년간 필요한 시간만큼 오랫동안 지원받을 수 있었다는 게 행운이었다. 또 뛰어난 멘토(지도교수)와 똑똑한 학생들이 있었기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미국판 노벨생리의학상이라 불리는 라스커상을 받은 바 있다.

스타인만 박사가 한국에서 연구했다면 어땠을까. 미국에서만큼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아마 연구비를 타기 위해 연구주제를 이리저리 바꾸느라 20년을 버티기 어려웠을 겁니다." 한국 과학자들이 내리는 진단이다. 국내 연구환경은 단기 성과 위주, 유행을 좇는 연구, 대규모 개발형 연구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과학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초과학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과학자들 의견은 정부 측 장밋빛 청사진과 판이했다.

매일경제신문이 한국 젊은과학자 200명(국내외 포스트닥터와 연구교수)을 대상으로 한국 과학계 현실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1.5%가 `10년 내에 한국이 노벨과학상을 탈 가능성이 낮다`(낮다 49%, 매우 낮다 22.5%)고 답했다. 현재와 같은 패러다임으로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들은 `국내 기초과학 수준이 낮고`(47.5%), `과학자들 창의성이 낮다`(60%)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기초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로는 △단기 성과와 트렌드를 중시하는 획일적인 연구(40.8%) △응용연구 위주ㆍ기초지원 부족(27.5%) △관료제 중심ㆍ자율성 침해(16.8%)를 꼽았다.

[뉴욕ㆍ베데스다(미국) = 심시보 기자 / 케임브리지(영국) = 이유진 기자] 기사입력 2011.06.26 18:50:01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404705

 

* 연구주제 오락가락…"이대론 大家 못키워"

과학자가 정부 하청업자로 전락…단기성과 급급 논문 쪼개기도

 

◆ 노벨상 못타는 한국 과학 ① ◆

 

"5년, 10년 안에 우리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희망을 갖고 있죠."(이명박 대통령, 2011년 1월 과학기술인 신년회)

최근 우리나라는 5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과학벨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기초과학 강국의 기치를 내걸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기초과학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그럼에도 현실은 아직 초라하다.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액 가운데 기초과학 투자 비중은 대략 2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응용과 개발 분야에 치우쳐 있는 것이다.

특히 창의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등 국가 R&D 패러다임에 큰 문제가 있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이런 문제점을 뜯어고쳐야 국가적 염원인 노벨 과학상 수상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기초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과학벨트를 외국의 우수한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과학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외국 과학자들에게 한국의 연구환경 매력도는 얼마나 될까. 한국의 젊은과학자들에게 물어보니 200명 중 48%는 `낮다`, 33%는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10명 중 8명꼴로 부정적 응답이 나온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펠로 출신인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미국 (과학자)친구들과 연락해보면 오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연구환경도 안 좋고 같이 연구할 (똑똑한)학생들도 없고, 월급도 작은데 누가 오겠느냐"고 했다.

한국이 과학기술 투자를 늘리면서 양적인 성과를 내는 듯해 보여도 국가 과학기술 환경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 획일적 연구에 논문 쪼개기까지

한국 과학자들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있어야 연구 성과 질이 휠씬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실험실 모습.

 

= 한국의 과학 어젠더와 연구방향은 누가 이끌어갈까. 과학자라 해야 정답이겠지만 실제로는 관료들이 좌지우지할 때가 많다. 정부, 혹은 정부와 교감하는 일부 과학자들이 톱다운 형태로 주요 연구주제를 던지면 과학자들은 용역을 받아 일하는 하청업자처럼 과제를 수행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황당한 목표라 해도 위에서 정해지면 다 몰려든다. 연구비를 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나노가 유망하다면 나노 관련 큰 프로젝트가 생기고 많은 과학자들이 전문가인 양 나서게 된다."

한 중견 과학자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미국이나 일본은 소규모지만 본인이 관심 있는 곳에 마음껏 매진할 수 있다. 과학도 유행이 있겠지만, 아무도 안 하는 분야를 혼자 고집스럽게 파고드는 사람이 20~30년 뒤 세계 최고 권위자가 되고 노벨상도 받는다."

실제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 중에는 일본 내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분야를 수십 년 넘게 연구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유행처럼 바뀌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니 교수나 학생 모두 관심 있는 주제를 꾸준히 파기가 쉽지 않고 연구 쏠림현상이 도드라진다. 또 논문 숫자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모험적이고 독창적인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편으로 충분한 논문을 여러 개로 나누는 `논문쪼개기` 같은 일도 벌어진다.

관료 마음대로 연구비가 늘거나 줄기도 하고 간섭도 많다. 연구비 사용에 대한 규정이 비현실적이고 까다롭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다. 교과부 연구비는 식비를 5000원만 인정하고 지식경제부 연구비는 1만원까지 인정한다.

이 때문에 여러 부처에서 연구비를 땄다면 식비는 지경부 비용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또 주말에 나와 일하거나 회의를 해도 회의비로 인정받지 못한다.

◆ 대형 프로젝트 낭비 많아

= 최근 들어 큰돈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다보니 실패는 용납하지 않고 양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사례가 많다. 프런티어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매년 100억원씩 10년간 1000억원을 쏟아부은 이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다 별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현택환 서울대 중견석좌교수는 "정부가 기획과제를 주면 20~30명씩 공동연구자가 `헤쳐모여`식으로 연구팀을 만드는 식이었다. 단순히 관련 교수들이 모인다고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도 아닌 데다, 10명이 넘으면 공동연구도 어렵다. 결국 별 성과 없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과학자들은 응용ㆍ개발연구 중심에서 기초연구로, 대형에서 소규모 연구로, 단기에서 장기 연구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과학기술 연구 평가와 관련해 벤마틴 서섹스대 SPRU(과기정책연구소) 교수는 "정부는 연구성과를 평가하고 연구기금을 지원할 때 눈에 쉽게 띄고, 숫자로 셀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 쉽다. 하지만 논문 수, 이 기술을 이용해 창업한 회사 수 등에 집중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영국 대학교에서 창업을 장려한 적이 있는데, 모두가 회사 세우는 데 열중해 단기간 내 70개였던 학교 창업회사가 200개로 늘긴 했는데 결국 껍데기만 늘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 "단기 연구론 노벨상 불가능"

= "연구비를 따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학문과 창조를 위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학문후속세대양성지원사업`을 지원받았던 젊은 과학자(국내외 포스트닥터와 연구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강조된 내용이다. 이들은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트렌드를 좇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기 성과에 급급한 연구환경을 꼭 바꿔야 할 풍토로 꼽았다.

A과학자는 "우리나라 연구는 너무 트렌드 위주다. 돈이 되는 아이템만 연구한다.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이 절실하다. 지금 방식대로 다양성이 부족한 채 트렌드에 맞춰 가는 단기적 연구만 수행하면 노벨상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B과학자는 "정부사업 특성상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테마를 정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연구사업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여부를 결과에만 두지 말고 연구를 진행한 과정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과학자는 "가장 큰 문제점은 R&D(Research&Development)에서 R는 등한시하고 D만 선호한다는 점이다. 기초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매경ㆍ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공동기획
[심시보 기자 / 이유진 기자 / 이상훈 기자]
http://news.mk.co.kr/v3/view.php?sc=&cm=%B3%EB%BA%A7%BB%F3&year=2011&no=404672&selFlag=&relatedcode=&sID=300

 

 

* 젊은 과학자 키우기 말로만…한국선 보조·잡일 허덕

미국·일본선 연구핵심  

 

◆ 노벨상 못타는 한국 과학 ③ ◆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관절염ㆍ근골격ㆍ피부병 연구소 실험실에서 포스트닥터(박사후 연구원)들이 중간엽줄기세포 추출을 위해 실험동물의 대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NIH>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세계 최대 바이오ㆍ의학 연구기관이다. 암연구소 등 27개 연구소를 두고 있고 박사 학위 연구인력만 4500여 명에 달한다. 이 연구기관의 높은 경쟁력 뒤에는 240명에 달하는 한국 과학자들도 있다. 40명은 PI(Principal Investigatorㆍ연구책임자) 등 정직원이고 200여 명은 포스트닥터(박사 후 연구원)다. 한국의 생명과학 인재들이 미국의 과학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 있는 한국인 연구원들은 "제대로 멘토링(지도)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잡일에 신경 쓰지 않고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 장점"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예컨대 실험에 필요한 실험동물 관리를 위해 연구원들이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 관리를 전담하는 `실험동물 시설`이 따로 있고, 실험을 지원하는 `동물생리실험실`도 있다. 이곳에서 만난 홍창완 박사(포스트닥터)는 "지원시스템 덕에 실험에만 신경 쓸 수 있다"고 말했다.

NIH뿐 아니라 미국의 주요 대학과 연구소에서 포스트닥터들은 연구의 주체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의 한 한국인 포스트닥터는 "한국에서는 박사과정이나 포스트닥터나 차이가 없다. 교수의 지시를 받는 학생일 뿐"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오더를 받지만 미국에서는 멘토링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2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낸 미국 록펠러대학의 박채규 연구교수는 "(우리 대학)연구실은 포스트닥터들이 중심이다. 유명 교수들은 30~40명까지 포스트닥터를 두고 있다"며 "노벨상의 씨앗은 포스트닥터 때 나온다. 이들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서는 신진과학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돋보인다. 기초과학을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대표적 기관이 미 국립과학재단(NSF)이다.

워싱턴DC 근처 알링턴에 자리하고 있는 NSF의 바바라 올즈 박사(교육ㆍ인적자원 담당 부디렉터)는 "연구비를 지원받는 연구팀은 포스트닥터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훈련시킬 것인지 내용을 꼭 넣어야 하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젊은 교수들을 위한 지원도 눈에 띈다. 올즈 박사는 "NSF의 독특한 제도로 `커리어 어워드`가 있는데 이공계 분야 신진 교수(테뉴어 없는 조교수)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5년간 약 5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했다.

`커리어 어워드`의 한 해 예산은 약 2억달러다. NSF는 우수한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5년간 3만달러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1년 예산 약 1억2000만달러)도 운영한다.

일본에서도 독립연구를 시작하는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지원제도를 별도로 운영한다. 일본학술진흥회(JSPS)의 `특별연구원제도`는 34세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박사 또는 박사후과정을 마치면 독립된 연구실을 갖는 것이 보통인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다시 교수연구실로 들어가 도제식으로 배워야 하기 때문에 독립을 지원한다는 목적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박사과정 연구자(DC)와 박사후과정 연구자(PD)로 나눠 최대 연 150만엔(약 2000만원)까지 연구비를 지원한다. 매달 생활비(20만~36만2000엔)를 따로 지급해 연구에 전념하도록 한다.

혼조 다스쿠 일본 종합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해 일본 정부는 신진연구자 지원을 위해 500억엔(약 6704억원)의 특별예산을 집행했다"며 "기초연구는 안달하지 않고 끈기 있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은 미미하다. 이는 한국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선정자(2010년) 4704명 중 35세 미만인 과학자 비중은 5.2%(24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 과학자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신진연구지원사업` 전체 선정자 615명 가운데 35세 미만 과학자는 5.0%(27명)에 머물고 있다.

최근 미국 국립연구소에서 국내 대학 교수로 임용된 C교수는 "초임 교수에게 카이스트, 포스텍이 2억5000만원, 서울대가 2억원 정도 지원한다. 다른 학교들은 2000만~3000만원 정도다. 이 정도로는 해오던 연구를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은 여전히 심각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하는 두뇌유출지수(0~10, 0에 가까울수록 두뇌 유출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침)는 2011년 기준 3.68로 조사국가 59개국 중 44위다.

[심시보 기자 / 이유진 기자 / 이상훈 기자]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413423

* `정치 과학자`가 정부과제 독식…젊은 연구원 성장 발목잡아

 

◆ 노벨상 못타는 한국 과학 ④ ◆ 

 

 

"따라잡기에서 벗어나 앞장서려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기초과학은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Slow & Steady)해야 한다. 무심코 사용하는 과학기술(Science & Technology)이라는 단어도 재고하자. 과학과 기술은 다른 분야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초연구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체질개선`이다. 계량적인 잣대와 단기 성과를 재촉하는 마인드로는 어떤 제도와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이준승 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한국 기초과학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기존 생각과 시스템, 정책 등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매일경제신문이 과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개발연구 대신 기초연구 투자 △젊은 과학자 양성 △톱다운 방식ㆍ관료중심 타파 △획일적인 평가 탈피 △정부 연구소 역할 정립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먼저 정부 R&D예산 중 기초 연구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과학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정부 연구지원은 여전히 개발경제시대에 머물러 있다. 경제개발 목적성이 있는 연구지원이 50%가 넘는데 선진국은 평균 20% 정도다. 개발연구 대신 기초연구를 현재(약 20%)보다 2배는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직 교과부 고위 공무원은 "정부가 지금까지 제대로 기초과학을 지원한 적은 사실상 없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특히 관료가 중심이 되는 톱다운 방식의 연구주제 선정은 조급증과 획일적인 연구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과학자는 "보텀업 방식의 개인 소규모 지원 예산이 늘고 있으나 요즘 교과부 관료들이 주제를 정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다시 바뀌고 있다"며 "관료들은 자리에 있을 때 성과를 내야 하므로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또 정량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관료들이 연구과제에 대한 헤게모니를 잡고 있으므로 과학자들은 관료들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또 관료들을 설득하려면 주로 외국 트렌드나 양적인 성과를 내세워야 하므로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연구환경이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젊은 과학자는 "관료와 친하거나 정치적인 일부 과학자들이 연구과제를 선점한다. 심도 있는 연구를 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알박기식으로 연구 분야를 선점해 신진 과학자들의 성장 가능성을 차단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단선적이고 획일적인 평가에서 벗어나야 쭉정이가 아닌 실력 있는 과학자들을 길러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네이처, 사이언스를 유독 높이 평가하는 것도 잘못이다. 이들은 전문학술지라기보다 잡지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에 논문 한 번 내면 엄청나게 인정하고 권위 있는 학술지에 내면 잘 몰라준다. 그러니 과학자들이 기초연구보다 뜰 수 있는 연구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고 했다.

특정 과학저널을 선호하는 한국 과학계 분위기는 과학자들이 자기만의 연구보다 유행과 주목도에 신경을 쓰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미국에서 포스트닥터(박사후 연구자)로 일하는 과학자들은 "NSC(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주요 과학저널에 논문이 실려야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쪽으로 논문을 내려고 신경을 쓴다"고 했다.

김도연 위원장은 "사안과 분야마다 차이를 두는 평가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또 젊은 과학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되 무조건 평등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포스트닥터와 조교수 등 젊은 과학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추후 노벨과학상을 받는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서울대로 영입된 한 교수는 "연구를 지원해줄 포스트닥터를 뽑고 대학원생을 훈련시켜야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데, 이에 필요한 자금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 솔직히 미국 환경이 부럽다"고 토로했다. 정우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젊은 과학자들의 (직업적)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신진 과학자를 위한 연구비가 늘고는 있지만 신분에 대한 불안감이 무척 크다. 예컨대 정부출연연구소는 거의 비정규직만 뽑고 있다. 장학금 몇 푼 준다고 의대 갈 사람이 이공계로 오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준승 원장은 "해외로 유출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국내 연구환경과 처우를 적극 개선해 유출된 인재의 순환과 외국인 연구자의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과학벨트를 조성해 기초과학연구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계획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 과학자는 "독립성이 보장 안 되고 낙하산식 인사를 한다면 잘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떤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하는데 어느 지역에 연구소 몇 개를 설치한다는 등 지역개발식 연구소 설립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과학벨트에 들어설 기초과학연구원도 연구단 숫자를 따지기 전에 연구 방향부터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 매일경제ㆍ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공동 기획

[심시보 기자 / 이상훈 기자]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430510

 

* 한국과학 `글로벌 네트워크` 절실하다

최근 10년간 노벨상 공동수상 비율 90%
해외 과학자와 교류·협력 대폭 확대해야

 

◆ 노벨상 못타는 한국 과학 ④ ◆

 

 

"해외 교류는 `두뇌유출(brain drain)이 아닙니다. 연구자 개개인이 그 국가에 `학문적인 다리(intellectual bridge)`를 놓는 것이죠."(벤 마틴 영국 서섹스대학교 과기정책연구소 교수)

외국 과학자들은 "한국이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한국 과학자와 해외 과학자 간 교류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국제 공동연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가속기를 통해 우주 탄생 환경을 재현하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등 대형장비 활용도가 높아진 데다 생명과학과 나노 등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융복합 연구가 많아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2인 이상이 노벨과학상을 공동 수상한 비율은 78.9%였다. 2000년 이후 공동수상 비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스테판 노르막 스웨덴 왕립아카데미(KVA) 사무총장은 "해외 교류를 늘리려면 스웨덴의 박사후과정이나 펠로 연구자가 한국에 머물고, 한국 연구자가 스웨덴에 머무는 젊은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다음 세대가 더 자연스럽게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과 스웨덴은 기금을 마련해 양국 연구자가 연구성과를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왕립한림원이 2000년 이후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으나 연구 동향을 소개하는 수준이며 구체적인 교류 프로그램은 없다.

일본학술진흥회(JSPS)는 해외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자를 유치하고 국제 공동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박사과정이나 박사후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2주짜리 단기교류과정부터 1~2년짜리 장기교류과정, 노벨상 수상자를 초빙하는 과정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다부치 헬가 JSPS 국제협력프로그램 과장은 "문화적 차이가 큰 영미권 유럽 연구자들이 해외연구를 꺼리지 않도록 하려면 단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만들면 향후 일본 연구자들이 해당 기관을 방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JSPS는 단기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서의 연구에 관심을 보인 외국인 연구자들에게 2~10개월간의 펠로십 연구를 제안하고, 최종적으로 2년 이상 머물며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9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 연구자는 5778명에 이른다.

해외 연구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덕수 한국연구재단 스웨덴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스웨덴에 중국 출신 연구자들이 이끄는 실험실이 많아졌고, 교수들이 중국 학생을 유치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박사후 연구자 지원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구자 간 교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한국 과학에 대한 홍보를 함께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벨재단의 한국인 고문인 한영우 박사는 "일본에서는 스웨덴 대사관에 과학관을 두고 일본 과학의 최신 업적을 알리고, 대중 대상 과학전시회도 열어 일본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며 "훌륭한 연구성과를 낸 한국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연구 업적을 알리는 홍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ㆍ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공동 기획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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