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토픽] 왜, 남성들은 중증 COVID-19에 취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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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4.

[바이오토픽] 왜, 남성들은 중증 COVID-19에 취약할까?

 

Infographic: Androgen-mediated COVID-19/ © jaad.org(참고 1)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첫 번째 논문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네 명당 세 명꼴로 남성이다"라고 보고했다. 그 이후 전 세계에서 입수된 데이터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COVID-19으로 인한 중병과 사망에 더 취약하며, 어린이들은 대체로 안전하다"라고 확인했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적 사례를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한 가지 가능한 이유를 지목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안드로겐—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남성호르몬—이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 능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속속 입수되는 수많은 데이터들(예: 전립선암에 걸린 남성들의 COVID-19 예후, 안드로겐이 핵심 유전자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이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수행된 관찰연구의 예비결과는 "남성형 대머리(male pattern baldness)—강력한 안드로겐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를 가진 남성들은 COVID-19 때문에 병원에 실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앞다퉈 "바이러스의 활동을 늦춤으로써 면역계가 반격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미 승인된 약물(안드로겐 효과를 차단하는 약물)을 감염 초기에 투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안드로겐과 'COVID-19의 예후' 간의 관계를 추적하고 있다"라고 전립선암 재단의 하워드 소울 부대표는 말했다. 그는 5월 13일 줌콜(Zoom call)을 이용한 프레젠테이션에서 600명의 과학자와 의사들을 끌어 모았고, 6월 3일 열린 두 번째 화상회의에서는 막 시작된 임상시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 세계에서 입수된 역학 데이터는, 남성의 취약성에 대한 초기 보고서들의 내용을 확증했다. 예컨대 《JAMA》에 실린 논문에서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의 경우, 2월 20일부터 3월 18일 사이에 집중치료시설(ICUs)에 이송된 1,591명의 환자 중 82%가 남자였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JAMA》에 실린 또 한 건의 논문(COVID-19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뉴욕시 환자 5,7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성인 연령대에서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의 사망률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이제 연구자들은 이러한 남성편향(male bias)의 메커니즘을 추적하고 있다. 그 선봉에 선 사람들은 전립선암 연구자들로, 안드로겐에 대해 박식한 사람들이다.


예컨대, 전립선암 연구를 위한 오가노이드(organoid)를 개발한 UCSD의 크리스티나 제이미슨은 한 화상회의에서 '내 연구(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전립선암 연구)를 COVID-19와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은 UCSD의 과학자인 여동생으로부터 받은 한 단어짜리 메시지였다고 한다. 그 메시지에는 "TMPRSS2"라고 적혀 있었다.


그날은 3월 16일이었다. 제이미슨은 메시지를 받은 지 몇 분 내에 관련된 논문을 찾아냈다. 그것은 독일 라이프니츠 영장류연구소의 마르쿠스 호프만과 동료들이 《Cell》에 발표한 논문이었다(참고 2). 그 논문은 전립선 연구 분야를 흥분시켰는데, 그 이유는 "COVID-19를 초래한 SARS-CoV-2가 인간 세포를 감염시킬 때 TMPRSS2에 부분적으로 의존한다"고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TMPRSS2는 막(膜)으로 둘러싸인 효소인데,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절단함으로써, 바이러스로 하여금 숙주세포의 막과 융합하여 세포 내로 침투하게 해 준다.

 

© Markus Hoffmann

제이미슨과 다른 전립선암 연구자들은 그 효소에 익숙해 있었다. 왜냐하면 전립선암 환자의 약 절반에서, TMPRSS2의 변이로 인해 (세포증식을 과도하게 촉진하는) 종양유전자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전립선에서, TMPRSS2는 남성호르몬이 안드로겐 수용체에 결합할 때 생성된다. "연구를 하다 보면, 당신은 광대한 가능성의 바다에 닻을 던지려고 노력하게 된다"라고 제이미슨은 말했다. "TMPRSS2가 바이러스의 세포내 침입을 돕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무심코 던진 닻이 해저에 닿았다고 느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전립선의 경우와 달리, 연구자들은 안드로겐이 폐—SARS-CoV-2 감염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TMPRSS2를 통제한다는 사실을 확립하지 못했었다. 생쥐와 인간의 폐조직 및 세포 연구에서는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Cell》의 논문이 발표된 후, 스위스이탈리아 대학교(Università della Svizzera italiana)의 분자종양학과장 안드레아 알리몬티는 42,000여 명의 전립선암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안드로겐의 관련성을 강화했다. 그는 《Annals of Onc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3), "안드로겐 박탈요법제(ADT: androgen-deprivation therapy)—테스토스테론의 수준을 낮추는 약물—를 투여받은 전립선암 환자가 COVID-19에 걸릴 확률은 'ADT를 투여받지 않은 환자'의 1/4이다"라고 보고했다. 또한 ADT를 투여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 건의 (미출판) 후향적 연구(etrospective study)에서, 연령과 다른 의학적 상태를 보정한 결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전립선암 환자 58명 중에서, ADT를 투여받은 22명은 병원에 입원하거나 산소보충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마운트 사이나이 이칸 의대의 윌리엄 오(전립선암 전문의/과학자)는 말했다. "우리의 결론은 '안드로겐 신호전달이 중증 COVID-19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안드로겐 박탈이 그 위험을 제한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두 건의 소규모 연구에서는 "병원에 입원한 COVID-19 환자들 중에는 남성형 대머리(male pattern baldness)를 가진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보고했다. 남성형 대머리는 고수준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dihydrotestosterone)과 관련되어 있는데, DHT는 두피에서 발견되는 테스토스테론의 핵심 대사체다. 지난 3월 발표된 논문에서는, COVID-19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41명의 스페인 남성중에서 71%가 남성형 대머리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했다(백인 남성의 남성형 대머리 비율은 31~53%다). 지난 5월 발표된 두 번째 논문에서는, 마드리드의 3개 병원에 입원한 122명의 남성 중에서 79%가 남성형 대머리를 갖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UCSF의 파라나크 파타히(줄기세포생물학)는 더 많은 정황증거들을 제시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UK 바이오뱅크에서 입수한 수백 명의 남성 환자들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활성화된 혈중 안드로겐'과 'COVID-19의 중증도(severity)' 사이에서 강력한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서는 그런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은 증거들은 이미 '가능한 치료법'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UCLA에서 전립선암 연구를 지휘하는 매튜 레티그는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LA·시애틀·뉴욕시에 COVID-19로 입원한 200명의 재향군인들을 대상으로 안드로겐 억제제인 데가렐릭스(degarelix)의 효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시험군에 속한 환자들은 데가렐릭스를 한 번 주입받게 되는데, 이것은 3일 내에 테스토스테론의 수준을 사실상 0(zero)으로 만든다. 그렇게 되면—최소한 전립선에서—TMPRSS2 유전자의 발현이 거의 0으로 감소하게 된다. "부작용으로는 안면홍조와 여성형 유방증이 있는데, 이는 수술적 거세(surgical castration)의 경우와 마찬가지다"라고 레티그는 말했다.


그러나 전립선암의 경우와 달리, 데가렐릭스 주입은 한 달에 한 번씩 실시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1회 용량만 주입하므로, 일시적인 효과만을 알 수 있다"라고 레티그는 말했다. 그의 바람은, 4~5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환자의 기계호흡 필요성을 없애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머지않아 미국과 유럽에서는 많은 임상시험들이 수행된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전립선암 연구자 캐서린 마셜은 COVID-19으로 진단받은 지 3일 이내인 입원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오래되고 저렴한 안드로겐 수용체 차단제인) 비칼루타미드(bicalutamide)의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비칼루타미드가 효과를 발휘한다면, 바이러스 부하를 감소시킴으로써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가 초기에 비칼루타미드를 투여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녀는 임상시험에 여성을 포함시켰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여성들도—남성들보다는 적지만—안드로겐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에스트로겐은 급성 폐손상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비칼루타미드는 안드로겐 활성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에스트로겐 수준을 상승시킨다). 마셜은 잇따라 수행되는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많은 임상시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수행될 경우 최선의 치료법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 나는 팀플레이의 장점을 믿는다."


항안드로겐 요법의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하는 것은, 파타히가 제기한 연구실기반 증거(lab-based evidence)다. 그녀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물들을 심장세포 속에 투입하고, 어떤 것이 (SARS-CoV-2의 필수적인 수용체인) ACE2를 감소시키는지를 알아냈다(참고 4). 그 결과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와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가 선정되었는데, 이 두 가지 약물은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전환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약물이다. 피나스테리드는 FDA의 승인을 받은 남성형 탈모 치료제이며, 두타스테리드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다. 또한 두타스테리드는 건강한 사람의 폐포세포(alveolar cell)에서 ACE2 수준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드로겐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가설이 어디까지나 가설이므로 임상시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하지만, 낙관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모든 증거들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을 보니 매우 만족스럽다"라고 파타히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jaad.org/article/S0190-9622(20)30608-3/pdf
2.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92867420302294
3. https://doi.org/10.1016/j.annonc.2020.04.479
4.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0.05.12.091082v2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20/06/why-coronavirus-hits-men-harder-sex-hormones-offer-clues


바이오토픽 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의학약학 양병찬 (2020-06-04)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178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