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

단풍나무 2015. 3. 10. 10:39


문.이과 융합교육 해외사례에 대한 글을 요청받아 한국교육개발원 계간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내용이 실린 교육개발 186호를 보실 수 있습니다.  


1년이 넘어 제 블로그에 올려도 될 것 같아 아래 원문을 올립니다. 


문•이과 구분이 없는 캐나다 교육

1) 문과, 이과를 나눠야 할까?


‘내 아이는 문과형일까 이과형이까?’ 한국에서는 어느 부모나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고 아이가 어릴적에 좀 똘똘해 보인다 하면 ‘의사로 키울까?’, ‘법조인으로 키울까?’ 고민하며 이루기 어려울지도 모르는 막연한 꿈을 꾸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의 능력이나 관심사가 채 무르익거나 알기도 전에 문과냐 이과냐라는 큰 갈림길 앞에 서게 된다. 인문계, 실업계라는 고교의 선택 (문•이과 보다는 대학 진학 여부의 선택이지만…)을 거쳐서 고교 2학년때는 문과인지 이과인지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 앞에서 ‘나는 (또는 내 아이는) 어느쪽으로 뛰어날까?’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사실상 드물다. 나름 잘 안다고 판단했다 해도 나중에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초중고 교육을 통해서 문이과적 소양을 알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고교때 문•이과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기준은 대체로 ‘수학과 과학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다. 문과를 선택하는 이유가 시나 글쓰기의 자질이나 역사, 사회,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라기 보다는 미적분이나 물리, 화학 등을 싫어해서가 더 큰 이유인 것이 현실이 아닐까 한다. 더우기 엄청난 양의 공부 부담 때문에 자신의 느낌을 문학적 또는 논리적 글로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역사를 탐구하기 보다는 연대기를 외우는 쪽이 더 효율적인 한국 교육에서는 문과적인 자질 때문에 문과를 선택하는 경우는 적다고 본다. 오히려 법조인, 경영인, 방송인 등 장래 직업군의 희망에 따라 대학 전공 방향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경우에도 고1때까지는 사실 공식 암기가 더 큰 힘을 발휘하므로 논리력 보다는 암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글쓰기가 일상화되어 있고, 역사는 특정 사건을 탐구 위주로 배우고, 수학과 물리에서 공식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 (즉, 문이과적 소양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캐나다 교육에서도 아이들이 문과쪽인지 이과쪽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내게는 전공을 쉽게 정한 큰아들과 문과에서 이과로 바꾼 작은 아들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고교때 문이과 구분이 없고 대학 입학시에 뭐든지 원하는 전공을 지원할 수 있어 한국 보다는 2년 늦게 갈 길을 선택하지만 이마저도 선택에는 갈등이 따른다. 말 배우기도 늦고 사회성도 약하지만 집중력이 좋고 수학, 물리를 잘하는 큰아들은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여 만족하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당연히 이과형이라고 생각되는 큰아이는 엄마 생일에 ‘엄마를 위한 시’를 제법 그를듯하게 써서 선물을 주기도 한다. 이것이 돈 안들이고 감동적인 선물을 하려는 아이의 꼼수(?)인지, 우리가 그동안 무시하고 개발시키지 않았던 아이의 문학적 능력의 표출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은 아이는 수학, 물리를 형만큼이나 잘 했고 수학쪽 전공으로 가길 원했지만, 학교에서 뮤지컬도 하고, 논쟁 동아리(Debate club) 활동도 할 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좋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우리 부부는 경영대 (Business School) 쪽으로 진학을 권했다. 이과형 능력도 있지만 문과쪽 재능도 많으니 후자로 전공을 추천한 것이다. 다소 갈등이 있었지만 아이를 설득해 York 대학 Schulich School of Business에 입학시켰다. 남들이 다 가길 원하는 좋은 경영대학에 가서는 한두 주가 지나자 학교가, 그리고 배우는 전공이 마음에 안 든단다. 그래서 1년을 마치고 토론토대학 수학과로 옮겨서 지금 2학년에 다니고 있다. 문과 전공에서 이과 전공으로 바꾼 것이다. 아이가 수학과에서 요구하는 12학년(고3)수학을 이수했기 때문에 전공을 바꾸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관심사가 다양하고 진득히 책상에 앉아있지 못하는 아이가 높은 집중력과 끈기있는 학문적 열정이 필요한 수학 분야에서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학원은 경제나 재정 (Financial) 분야로 가길 바라고 있다. 즉, 이과에서 문과로 다시 또 전향(?)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나름 자식에 대해 잘 알고 적성에 맞는 앞길을 안내한다고 자부하는 우리 부부지만 이렇게 왔다 갔다 한다. 다행인 것은 캐나다 교육시스템에서는 문이과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글을 쓰는 필자 자신은 이과형일까 문과형일까? 나는 어려서부터 이과형임을 의심치 않았다. 수학, 과학을 좋아했고 국어나 영어는 취약했으며 시는 읽는 것 조차 따분해하는 인간이다. 당연히 공대를 갔다. 그런데 공학보다는 교실밖에서 접하는 사회과학 서적에 더 흥미가 갔다. 전공이 화학공학이라서 중화학공업과 환경문제 등에 대해 조사를 하여 글도 쓰고 소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엔지니어로 10년간 일하면서도 글쓰기를 많이 하여 사내 기자를 하기도 했다. 캐나다에 16년째 살고 있는 지금 나의 관심은 국민들을 행복하게 살게 해 주는 캐나다의 사회시스템, 즉 조세, 의료, 교육, 인권  제도 등이다. 그중의 하나, 교육 분야를 정리해서 책을 썼고 그 인연으로 지금 이 글도 쓰고 있다. 과연 나는 이과형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나를 알겠는가?


유럽과 비슷한 교육제도를 갖고 있으며 가까운 미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캐나다의 교육제도는 문이과를 나눈 적도 없고 그것을 통합 또는 융합하겠다는 시도도 없다. 그냥 다양한 과목, 전공 들이 학생들 앞에 있어 본인의 취향대로 골라서 배운다. 그러다가 자기에게 안 맞으면 바꾸기도 하고 한두가지 전공을 더 하기도 한다. 시행착오가 허용되는 융통성있는 캐나다의 교육제도를 사례로 소개한다.   


2) 캐나다 고교의 교과목 


캐나다에서 교육은 연방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정책은 주정부에서 시행은 시군 교육청에서 주관한다. 주마다 제도가 약간씩 다른데 이 글에서는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가 있고 가장 큰 도시 (토론토)도 속한 온타리오주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고등학교(4년제, 9학년~12학년)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 최소 30학점 이수(필수 18학점, 선택 12학점 - 과목에서 50점 이하면 학점을 못 받는다.) 

   • 40시간의 지역사회 봉사활동

   • 온타리오 주 작문시험 합격〔10학년(고1)때 보며, 불합격되면 다시 볼 수 있다〕


4년제인 캐나다 고교는 학생들이 과목 교실을 찾아 다니는 이동식 수업을 하며 한학기 과목은 0.5학점, 1년 과목은 1학점인 과목들을 수강해서 4년간 30학점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다. 과목낙제를 하여 4년안에 졸업하지 못하면 고등학교를 1-2년 더 다니면서 부족한 학점을 취득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온타리오주에서는 4년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비율이 80%정도 된다. 학과목들은 진로에 따라 구분되어 있는데 한국처럼 문과 이과의 구분은 없고 종합대(University)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 (Academic) 과목과 전문대 (Community College) 진학이나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실용 (Applied) 과목으로 수준이 나뉘어 있으며 음악, 체육과 같은 공통 (Open)과목들이 있다. 학문과목을 11, 12학년 (고2, 3)에서는 University course라고 부르게 되는데 과목 코드에 U가 붙어 있으며 이 과목들의 성적이 있어야  종합대학에 지원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학과목을 학생이 선택할 수 있지만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 과목들이 60%인 18학점으로 정해져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필수 18학점(Compulsory Credits)은 다음과 같다. 

   • English(국어) 4학점(학년마다 1학점)

   • French(제2국어, 프랑스어) 1학점(캐나다는 프랑스어가 공용어임)

   • Mathematics(수학) 3학점(11 또는 12학년 과목에서 최소 1학점)

   • Science(과학) 2학점(물리, 화학, 생물 중 두과목 선택)

   • Canadian History(국사) 1학점 

   • Canadian Geography(지리) 1학점

   • Arts(예능) 1학점(미술, 음악, 연극 중 선택)

   • Health and Physical Education(체육) 1학점

   • Civics(사회) 0.5학점

   • Career Studies(직업 공부) 0.5학점

   • 영어, 프랑스어, 외국어, 사회과학, 인문 과목 등에서 추가 1학점

   • 체육, 예능, 비즈니스 등에서 추가 1학점

   • 과학, 기술 교육, 컴퓨터, 협동 과정 등에서 추가 1학점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이렇게 필수 18학점을 채우면 충분하지만 공학, 과학 등의 이과 분야와 상경계열의 학과를 지망할 학생은 선택이지만 필수 처럼 해야 하는 것이 미적분수학 (Calculus, 12학년 수학)이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진로를 이과냐 문과냐로 나눈다면 사실상 딱 한과목 미적분수학 하나를 더 듣느냐 아니냐로 갈린다. 과학은 인문학이나 사회학으로 진학할 학생들을 포함해 모든 학생들이 2가지를 필수로 들어야 한다. 과학 3가지를 필수로 요구하는 몇개의 학과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과학, 공학 계열의 학과들이 과학 두 과목만 필수로 요구하므로 두 과목만 배워도 문제는 없다. 우리 큰아이는 물리, 화학을 배우고 생물은 수강하지 않았으며 작은아이는 과학 3과목을 모두 이수했다.


선택 12학점은 학교마다 다르고 종류도 무척 많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과목들이 있으며 한국어를 포함한 소수민족언어도 포함된다. 이 과목들은 사실상 진로와는 별로 상관없어 학생의 취향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기초, 회계 기초, 재무 기초, 소기업을 위한 회계, 벤처기업 계획, 기업과 IT 응용, 컴퓨터 공학, 기술적 설계, 정보과학, 드라마, ESL, 작문, 리더십 양성, 음식과 영양학, 패션 디자인, 철학 기초, 개인 자원 관리, 지리(여행과 관광), 환경과 자원 관리, 법률 이해, 캐나다와 세계, 20세기 역사, 세계사, 세계 종교들, 수학의 근본, 뮤직밴드, 키보드 음악, 보컬/코러스, 활동 과학, 건강 생활, 배움 전략, 비주얼 아트(Visual Arts), 사진학, 응용 디자인, 60개 소수민족언어 등등.” 


3) 대학 입학 전형에 필요한 과목들 


캐나다에서는 대학입학을 위해 전국적으로 보는 수능시험도 없고 대학교에 가서 보는 입학 시험도 없다. 교교 성적과 자기소개서를 기준으로 입학 사정을 하고 우수 대학에서는 추가로 에세이 (작문)를 제출하도록 한다. 극소수 학과에서 지원자 중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학생들에게 학교에 와서 작문시험을 보도록 하지만 대체로 작문은 해당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 온라인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교 과목에서 문이과가 나누어져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 지원에서도 문이과를 나누지 않는다. 교교 성적은 수강한 과목중 최근 성적(주로 12학년 1학기, 간혹 11학년 2학기) 6과목을 제출한다. 성적이 좋은 과목위주로 지원자가 원하는 대로 제출할 수 있지만 대학에서 학과별로 입학에 필요한 필수과목 2~4가지를 지정한다. 


모든 대학과 학과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12학년 영어 (코드가 ENG4U임, University 진학용 고교 4학년(12학년) 영어라는 의미)이고 전형적인 문과에 해당하는 사회학과, 역사, 정치학과 등에 가려면 영어를 포함한 성적 좋은 6개 과목을 제출하면 된다. 문과 중에서 경제, 경영 분야와 이공계 학과들에서는 12학년 미적분수학 (코드 MCV4U)을 공통적으로 요구한다. 의학/치의학/약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주로 가는 생명과학부(Life Science) 학과들에서는 화학과 생물을 요구하고 물리는 권장 과목으로 제시하며, 공과대학에서는 수학과 함께 물리, 화학 과목 성적을 요구한다. 이렇게 대학의 학과별로 고교 성적을 요구하는 것이 구체화되어 있으므로 고교 11, 12학년때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수강하면 된다. 대체로 미적분수학과 과학 3과목을 모두 이수한 학생들은 어느 학과든지 갈 수 있다. 인문학이나 사회학 등의 학과에서는 지원학생들이 영어 (국어)만 잘하면 고교에서 어떤 과목을 이수했든지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4) 대학에서도 문.이과 구분은 없다. 


토론토 대학의 입학 안내서를 보면 대학의 학과 (Program)들을 3가지로 구분해 놓고 있다. 


(1) 문리학부 (Faculty of Art & Science, 학부 학생의 73% 차지함)

   •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

   • 인문학 (Humanities) 

   • 생명 과학 (Life Science)

   • 물리와 수리 과학 (Physical and Mathematical Science)

   • 상대 (Commerce)

   • 사회 과학 (Social Science) 


(2) 고교에서 바로 진학할 수 있는 전문직 프로그램 (Direct Entry Professional Faculty Program, 토론토대 학부 학생의 27% 정도)

   • 공학 (Engineering)

   • 음악 (Music)

   • 체육, 건강 교육 (Physical Education & Health)


(3) 대학 학부 과정을 거친 후에 들어 갈 수 있는 전문직 프로그램, 즉 대학원 과정 (Professional Faculty Program Requiring University Preparation) – 주요 전문직 과정에 고교에서 바로 진학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대학입학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 치과 (Dentistry, 4년과정)

   • 교육학(Education, Teachers College라고 함. 1년 과정)   

   • 법학 (Law School, 3년 과정)

   • 의료방사선과학 (Medical Radiation Sciences, 3년 과정)

   • 의료학 (Medicine, Medical School 이라고 함. 4년 과정)

   • 간호학 (Nursing, 2년 과정)

   • 약학 (Pharmacy, 4년 과정)

   • 의사보조 (Physician Assistant, 2년 과정)


위에서 보듯이 학부과정은 공대와 음, 체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문리학부 (Art & Science) 안에 6개의 프로그램 그룹으로 거대한 Pool을 이루고 있다. 6개 그룹안에 29개의 학과와 300가지의 전공 프로그램들이 있다. 각 학과의 교과목들은 특별전공 (Specialist), 전공 (Major), 부전공 (Minor) 3가지 수준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국에서 전공, 부전공 두가지로 나뉘어 있어 Specialist를 ‘전문가’라기 보다는 ‘특별전공’이라 번역한다.)  아래 그림은 학과와 전공별로 입학에 필요한 과목들과 3단계중 어떤 수준의 전공이 가능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신입생 모집 요강의 일부를 복사한 것이다. (Subject required에서 C는 미적분수학, Bio는 생물, Ch 는 화학, Ph는 물리의 약어임)



이 문리학부에서 졸업을 하면서 학위 (Degree, Bachelor of Art 또는 Bachelor of Science)를 받으려면 다음 3가지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다. 

   • 1 Specialist program 이수

   • 2 Major Programs 이수

   • 1 Major Program + 2 Minor Programs 이수  


한마디로 어려운 것 하나를 하든지 덜 어려운 것으로 3개까지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복수 전공 (Double Major)이 자랑거리가 아니라 학위 필수 조건이다.  Specialist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학생 중 일부도 교양 과목으로 다른 분야 과목을 한두 개 듣다가 과목 4개 (4학점)면 충족되는 Minor를 하나 더 하기도 한다. 우리 큰아들의 경우도 Mathematics & Statistics 로 Specialist program을 하면서 Economics를 Minor로 하고 있다. 한국 기준으로 앞의 것은 이과이고 뒤의 것은 사회과학대인 문과에 속한다.   


대학에선 자신이 원해서 전공을 이것 저것 하기도 하지만 실패해서 옮겨다니기도 한다. 우수한 대학일수록 공부가 어렵고 성적을 까다롭게 준다. 토론토 대학에선 1학년에서 약 50%가 한두 과목 수강 취소 (Drop)를 해서 2학년에 못 올라가며 2, 3학년에서도 자기 전공으로 공부를 계속하지 못하고 전공을 바꾸기도 한다. 학생들은 학교 웹사이트에 로그인 해서 “Subject POSt (Program of Study의 약어)” 메뉴에 가면 현재 자신의 전공이 나오고 그곳에서 전공을 추가, 변경, 취소하는 것을 쉽게 신청할 수 있다.  자기가 속한 학과가 사실상 형식적으로 있을뿐 Art & Science의 300여개 프로그램을 이리저리 옮길 수 있다. 학생들에게 문이과 구분이란 전혀 없고 어떤 과목을 수강 신청할 때에는 선행되는 과목을 이수했느냐 안했느냐만이 제약일 뿐이다. 처음부터 시작하는데는 제약이 없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원하는 학과에서 전공, 부전공을 받아 주지 않아서 변경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별로 장벽이 없다. 당연히 인기있는 학과로는 바꾸기가 어렵고 비인기학과로는 바꾸기가 쉽다. 큰아이가 1학년때 경제학을 교양과목으로 이수한 뒤 2학년때 부전공신청을 하였을때 1학년 경제학성적을 보고 허가/불가를 결정하였다.   


캐나다에서는 이렇게 배움과 진로의 선택과 변경이 고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자유롭고 빈번하다. 전공 변경만이 아니라 대학간 전학, 전문대에서 대학으로의 편입, 대학 공부를 포기하고 전문대로 가는 학생들 등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대학도 바꾸면서 전공까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캐나다에 문이과 구분이나 통합 논의란 없다. 캐나다 대학의 특징은 유연성 (Flexibility)이다. 


5) 한국 교육계에 바란다.


‘캐나다 교육 이야기’라는 책을 출판한 계기로 정책 전문지 <교육개발>로 부터 글을 요청받았을 때 교육전문가도 아닌 내가 쓸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망설였었다. 학부모 경험으로 쓰는 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글 쓸 준비를 하며, 문이과 통합에 대한 요즘의 교육계 화두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는 터라 인터넷을 뒤지며 문이과 통합 또는 융합 교육을 지향하는 여러 교육 전문가와 신문 등에 실린 특집 기사들을 읽어 봤다. 여러 글을 읽으며 느낀 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얘들이 죽어나겠군…’ 이다. 


문과생들이 이과적 지식을 갖춰야 하고, 이과생도 문과적 소양을 겸비해야 한다는데, 모든 학생이 그래야 하나? 그것이 가능할까? 세상에 Art & Science의 지식이 고작 학생들이 두루 섭렵할 수 있는 양 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내 지인 중엔 시를 쓰는 공학도도 있고, 과학자 뺨치게 과학 상식이 풍부한 경제인도 있고, 기술의 역사를 꾀는 인문학자도 있다. 그들은 남모르게 융합 교육을 받은 것일까? 이런 정책 추진에 사례로 등장하는 스티브 잡스는 문이과 융합교육 내지는 창조적 교육을 받은 사람인가? 과연 교육으로 창조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까? 세상에 한국처럼 빠르게 발전하고 학생들이 최고로 공부 많이 하는 나라도 미래를 위해 문이과 지식 섭렵을 제도화 해야 할까? 일일히 나열하기 힘들만큼 많은 질문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만족하고 있는 캐나다 교육은 위에 간단히 보여준 것처럼 문이과가 나뉘어 있지도 않고 통합되어 있지도 않다. 난이도가 틀린 과목들이 고등학교에 있고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것을 골라서 수강하고 그에 맞춰 대학에 간다. 대학에서는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 보다는 최소한의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도 진로 변경, 추가가 자유롭다. 능력이 된다면 과학과 문학을 넘나들며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다만 대학의 학력 관리 기준이 높아 한가지를 하기도 벅차다는 것이 문제다. 


Art & Science 지식의 양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규모다. 배우는 양이 많아지면 깊이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캐나다에서는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선택하여 학문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문이과에 관련된 교육개혁은 통합이나 융합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주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외국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이다. 창조적 인재는 가르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도전에 자유를 주고 실패했을 때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에서 자랄 수 있다고 본다.  통합과 융합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융통성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참고문헌: 

    토론토 교육청 고교 교과목 선택 안내서  http://www.tdsb.on.ca/portals/0/HighSchool/docs/Choices-2013-2014.pdf

   • 토론토 대학 Faculty of Art & Science입학안내서  http://www.artsci.utoronto.ca/futurestudents/pdfs-for-events-and-news/AS_Viewbook.pdf

   • 캐나다 교육 이야기,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잘 모르는…, 양철북출판사 

   • 위키피디아에서 토론토대학의 문리학부 설명 http://en.wikipedia.org/wiki/University_of_Toronto_Faculty_of_Arts_and_Science






이과적 지식을 많이 접해지 못해 후회하는 문과인으로서는 캐나다의 교육제도가 더 좋아보이네요. 문.이과 통합...그 때 섣불리 내가 문과형 인간이다 이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