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부모님께

단풍나무 2016. 3. 5. 11:12


토론토에 사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인기 주간지 "우먼파워"에 10회에 걸쳐 게제한 글입니다.  


4. 우열반(?) 있는  캐나다 교육, 평등교육 포기했나?

 

한국에서는 명문고 입시과열로 인한 중학생의 과중한 학습부담을 줄이고 지역간 고등학교 수준의 차이를 완화하기 위해1974년에 고교평준화정책 (추첨을 통한 학교배정)이 시작되었다. 대입수능 성적의 상위 50위를 특목고가 싹쓸이 하고 있고 자사고까지 만들어 일반고를 쑥대밭으로 만든 지금도 믿어지지는 않지만 그 정책은 변함없이 시행중이다.


당연히 학교내 우열반 설치도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 교교에는 ‘수박반’(수능대박반), ‘진실반’(진짜실력반), ‘심화반’(조기진급반), ‘명품반’, ‘특별반’ 등등 우수반의 다른 이름들이 있다. 교육청은 우열반에 대해 “학생을 성적의 잣대로 나눠 비교육적”이라며 금지하지만, 고교들은 “어쩔 수 없는 수준별 맞춤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우열반 운영에 대해 “교육 평등권 침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지만 “차이를 인정한 개인별 교육”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


캐나다에서는 그런 우열반(한국식 기준으로 볼때)이 모든 고등학교에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있다. 더구나 특목반도 있다. 그런데 우반, 특목반으로 가겠다고 기를 쓰고 과외나 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별로 없고, 그것을 위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엄마들도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캐나다는 자원이 풍부해 먹고 살만해서 교육열이 낮아서일까? 캐나다 사람들의 교육열이 낮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다. 토론토만 해도 인구의 약 60% 20년내에 이민온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의 잘난 부모들보다 자식하나 바라보고 이역만리에 이민와서 고생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교육열이 낮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여기 사는 다른 민족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자식들 바라보며 산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캐나다 고등학교에는 과목들이 Academic course (학문반), Applied Course (실용반), 그리고 Optional subject (선택과목- 공통과목)로 나누어져 있다. (9, 10학년에서 이렇고 11, 12학년에서는 University 과목과 College 과목, 공통과목 등으로 이름이 바뀐다) 대학진학시에 대학 (University)에서 Academic 과목의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Applied 과목만 수강한 학생은 University에 갈 수 없고 College에만 갈 수 있다. 여기서는 한국 고교처럼 학급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처럼 과목을 선택해서 각자 수업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새학년이 시작되면 학생들이 과목과 학급을 선택하고 중간에 바꿀 수도 있다.  





'우열반을 만들어 놓고 각자 맘대로 선택하게 한다?'... 이해가 안되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에게 물었다.


"학급이 그렇게 나뉘어져 있으면 모든 학생들이 우반 (Academic)으로 가려고 하지 않니?"

그랬더니 대뜸, "왜요?"라는 것이다.


약간 당황해 하면서...나는 "열반 (Applied)에 가면 쪽팔리잖아..."

그랬더니, "왜요?"란다.


'아니, 이런 상식이 안 통하는 놈을 봤나?' 생각하면서 캐나다에서 자란 아이에게 어떻게 "그 상식"을 설명할 지가 고민되기 시작했다

"공부 못하는 반에 있으면 창피하고, Academic에 있으면 똑똑한 친구들도 많고 폼도 나고 좋잖아...이래나 저래나 대학은 안 갈건데 뭐..." 라며 좀 더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이유를 댓다.


"공부 못하는 게 왜 창피한데요?, 공부 못하는 학생이 Academic 반에 가면 점수도 잘 못받고 그러다가 졸업도 못하는데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녜요?" 하는 것이었다.


'점수를 잘 못받는다...' 그럼 평가를 따로 한다는 이야기군. 그럼 이야기가 좀 되지... 한국에서는 우수반에 들어가 꼬랑지를 해도 열반에 있는 것 보다는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데


평가가 문제다. 캐나다에서는 학문반과 실용반이 교과서도 다르고 같은 시험을 보지 않는다. 다만 9학년때 EQAO Test10학년때 작문 시험을 같이 보지만 시험 목적이 학생간 비교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성적을 학생 번호로만 알려주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점수를 비교해 보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학문을 계속하기 원치 않는 실용반의 교과와 시험이 쉽지만 그들을 학문을 계속하겠다는 학생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학문반과 실용반은 가는 길이 다른 것이지 실력차이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에 가야 자식 잘 키우는 것으로 보는 우리식 사고에서는 대학(University)을 갈 수 없는 실용반에 가는 학생을 그냥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생각하겠지만 캐나다에서는 그것이 선입견일 뿐이다. 대체로 공부가 적성에 안맞는 학생들이 실용반을 거쳐 전문대로 가겠지만 그 학생들은 사실 어중간한 실력으로 대학가는 학생들보다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좋은 대학에서는 공부가 어렵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못 받는다. 성적이 안좋으면 졸업후 취직도 잘 안되고 취직을 위해 다시 전문대로 가는 사람도 많다. (확인은 못했지만 전문대 입학생의 30%가 대졸자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그걸 잘 아는 고등학생들 중에는 영리하지만 공부에 뜻이 없다고 일찌감치 방향을 전문대로 정하고 즐겁게 사는 학생들도 꽤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전문대를 거쳐 갖게되는 직업들 중에는 고소득 직종도 많다. 그들을 한국처럼 전문대생이라고 깔볼 수 있을까?


캐나다는 이렇게 학업의 길을 계속 갈 사람과 적당히 배워 취직하겠다는 사람에게 다른 교과과정을 제공한다. 그런데 핵심 교육철학은 “Equity”. 이것을 똑같이 가르친다는 의미로 교육평등권이라고 해석한다면 앞뒤가 안맞는 혼란에 빠진다. 온타리오주 교육부에서 발간한 교육 정책 자료에는 Equity를 주석까지 달아 힘주어 강조한다. 그것은 똑같이 대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여 선택의 기회를 동일하게 준다는 의미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고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 Equity 철학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한국 현황에서 교육부의 평준화정책과는 반대로 우열반을 편성한 고교 현장에서 주장하는 “차이를 인정한 개인별 교육”이 바른 교육관이다. 그러나 이 경우 수준별로 달리 가르쳤으므로 시험을 똑같이 보면 안된다. 한국에서는 모든 학생이 종국에 가서 수능시험으로 똑같이 평가 받으므로 우열을 나누어 가르치는 것은 공정치 못한 교육이 된다. 전국표준의 대입시험이 있는한 공립학교에서 맞춤교육을 하는 것은 나쁜 짓이 되는 것이다. 수능을 없애든지, 맞춤교육을 하지 말든지, 교육과 시험에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다르게 교육했으면 평가도 별도로 해야 공평한 것이다.


캐나다에서 고교과정에 진로를 나누고, 대입을 위한 표준시험제도(수능)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평등한 권리를 존중해 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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