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부모님께

단풍나무 2016. 3. 6. 12:56



토론토에 사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인기 주간지 "우먼파워"에 10회에 걸쳐 게제한 글입니다.  


5. 캐나다의 특목고 (IB와 AP) 는 왜 교육 과열을 불러오지 않는가? 


학부모들이 제일 관심있어 할 IB(미국 명문대를 지칭하는 Ivy가 아님) AP에 대해 설명할 차례다.  자녀가 8학년까지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좀 더 진취적으로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부모라면  IB AP 프로그램은 꼭 알아 두어야 한다.  캐나다 고교생들이 공부를 안하는 것 같지만 특별 프로그램에 들어가 수준 높은 공부를 하며 밤을 새기도 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 학생들이 실력을 보여주는 때는 대학입학 과정이 아니라 입학후 악명높은 캐나다대학공부를  해나가는 동안이다. 이들의 학업 성취도 (부모들이 잘 모르는..)는 일반 학교 출신 학생들에 비해 훨씬 높다.      


명문 사립학교들이 우수한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것도 이러한 Special Program을 채택한 교과과정 (커리큘럼)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사립고인 어퍼캐나다 컬리지 (Upper Canada College) 와 제주도에 분교를 설립하여 한국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브랭섬홀 (Branksome Hall)  IB Program 을 운영하는 학교다. 토론토 북쪽에 있는 샌엔드류스 컬리지(St. Andrew’s College)와 옥빌(Oakville)에 있는 애플비(Appleby College) AP Program을 운영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공립학교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있어 굳이 사립학교를 가지 않아도 공부만 잘하면 이 좋은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자녀들은 공립학교에서 IB Program을 다녀 졸업했다. 한국에선 국제고에서만 IB Program을 운영한다. (참고, 캐나다에서는 100 여년 전에 고등학교를 컬리지라 부르던 시절이 있어서 전통있는 학교는 이름이 그렇게 되어 있다.)


캐나다 명문고 Upper Canada College (UCC)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이러한 프로그램에서의 성적은 전세계에서 참여하는 학생들  상대 평가이므로 내신으로만 입학하는  캐나다에서는 대학입학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특목고를 가게되면 대입에서 무조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 점이 교육 과열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IB는 유럽에서 만들어졌고 과목 전체와 특별활동까지도 포함하는 학위프로그램이고 AP는 미국 에서 만들어졌으며 과목별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그럼 이 프로그램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5-1. IB?

IB ( International Baccalaureate) Program 1968년에 설립되어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 웹사이트는 www.ibo.org ) 에 의해 운영된다. IB를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국제표준교과과정이라 할 수 있다. IB 3~19세까지 학생들에게Primary Years Program (PYP), Middle Years Program (MYP), Diploma Program (DP) 3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고등학생들을 위한DP 가 핵심이다. 초등, 중등용 IB는 고교 IB의 성공과 인기에 힘입어 각각 1997년과 1994년에 생겼다.  IB2015 3월 현재 전세계 147개국 4,069개 학교 (2년전 책을 쓰며 확인했을때 3,372개 학교였는데 최근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3~19세 학생 약 1백만명이 이상이 배우고 있는 가장 성공적인 고급 교과과정이다.   

IB Diploma Program 16~19세 학생들에 대한 2년 교육과정으로 상위 교육기관(University)에서 국제적으로 받아줄 수 있는 자격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세계 수많은 대학들에서 인정되고 있다. IB로의 입학은 고교 입학시에 지원하여 결정되는데 캐나다에서는 고교가 4년제라서 고교 입학후 9, 10학년 과정을 Pre-IB (예비 IB)라 부르고 11, 12학년 과정을 IB Program이라 한다.  IB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 하나로 가르쳐져야 하고 (그래서 한국에서는 국제학교만 IB Program이 있다)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IB School에 다녀야 하므로 AP와 달리 시험만을 별도로 볼 수 없다. IB 학생들은 반드시 6개 교과목에서의 평가를 완료해야하고 3가지 핵심 필요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IB 학위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이 교과목 시험들에 추가하여 충족시켜야 할 핵심 필요조건들(Core Requirements)은 다음과 같다.


·         Extended Essay (EE): 학생들은 4,000자 이내의 독립된 연구논술을 작성해야 한다. 주제는 현재 배우고 있는 학과목 안에서 정해야 하며 여러분야에 걸쳐져 있지 않아야 한다. (EE와 아래 TOK 논술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IB 점수 45점 만점중 최대 3점을 받을 수 있다.)     

·         Theory of Knowledge (TOK): 이것은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인식론을 가르치고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코스다. 100시간의 교육과 IB에서 주어진 10가지 주제 중에서 하나를 골라 1,200 ~ 1,600 자의 논술을 쓰고 외부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며 선택된 주제에 대한 발표를 하면서 내부의 평가도 받아야 한다.

·         Creativity, Action, Service (CAS): CAS는 학생들에게 개인적 성장과 자기 성찰, 지적, 육체적, 창조적 과제들을 습득하고 자신이 사회 공동체내의 책임있는 구성원임을 일깨우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 또는 공동체의 일들 (Service), 체육과 육체적 활동들 (Action), 창조적 활동들 (Creativity)을 통하여 이를 배우게 된다. CAS 활동의 최소 기준은 2년의 학위 프로그램에서 주당 약 3~4시간 정도해야 한다. 학생들이 졸업 조건으로 특별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IB학위를 받고자 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6개 교과목(Subject groups), 즉 아래 기술된 그룹중에 1~5는 꼭 해야 하고 6번째 그룹 또는 그것을 대체 할 수 있는 다른 그룹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IB과목에는 고급 (Higher Level, HL)과 표준 (Standard Level, SL)이 있다. 고급(HL)은 수업시간이 약 240시간이 필요한데 대학교 진학후 학점으로 인정된다. 표준(SL)은 약 180시간이 필요한 표준 과목으로 대학교에서 학점 인정이 안된다. IB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3 ~4 교과목은 반드시 Higher level로 이수해야 한다.


·         Group 1: 언어 1. 모국어에 해당되며 80가지 언어가 있다.

·         Group 2: 2 언어. 캐나다에서는 불어가 기본이다. 

·         Group 3: 개인과 사회, 즉 인문/사회과학 과목이다.

·         Group 4: 실험 과학, 즉 화학, 생물, 물리 그리고 설계 기술.

·         Group 5: 수학과 컴퓨터 과학

·         Group 6: 예술


평가 (Assessment) 는 모든 교과목에 대해서 학교 내부와 외부 평가가 있다. 외부 평가는 매년 5 (남반구는 11)에 전세계에서 동시에 시행되며 IB에서 임명한 독립사정관에 의해 점수가 매겨진다. 내부 평가는 과목마다 다른데, 구술 발표 (언어), 실기 (실험 과학, 예능), 작문 등이 있다. 내부 평가는 각 과목에 주어지는 전체 점수의 20~50%를 차지하며 그 학교 선생님들에 의해 매겨진다. 과목별 점수는 1~7점까지 매겨지는데 (6과목이므로 총42) Extended Essay Theory of Knowledge에서 얻어지는 등급에 따라 최대 3점을 추가로 얻을 수 있어 IBDP의 총 가능 점수는 45점이다. 42점 이상 받으면 미국이나 영국의 최우수 명문 대학들에 입학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IB 성적은 전세계 IB학생들의 상대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IB를 채택한 학교나 지역에 따라 수준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립학교들이 공부를 잘할 것 같지만 우수학생들을 선별 입학시키는 공립학교의 IB도 높은 성적을 낸다. 입학후 졸업 때까지 IB에 남아 학위를 받는 학생수와 그들이 받은 점수 (전세계 상대 평가)등으로 그 학교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필자의 두 아들은 모두 Victoria Park 고교의 IB Program을 이수했는데 자신들의 동기들이 IB학위를 많이 받았고 점수도 높다며 자기 학교가 전세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IB로의 입학은 7~8학년 내신 성적과 선생님 추천서를 기준으로 IB학교내 담당자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고교에서는 자기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을 우선으로 입학시키지만 IB와 같은 Special Program은 멀리 사는 학생도 지원해 입학할 수 있다. Markham 지역의 고교에 있는 IB는 지원자가 많고 경쟁이 치열해 시험을 보기도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IB는 별도의 고교가 아니라 일반 고교내 특별 프로그램이므로 그 고교에 일반 과정에 입학해서 다니다가 성적이 좋아 IB 프로그램으로 옮기기도 한다. 또한 거꾸로 성적이 안좋아 IB를 포기하고 일반과정으로 옮기기도 한다.    

   

IB점수에는 대입 내신 성적으로 입력될 때 가산점을 주는데 그 기준이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10% 정도 주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IB와 일반 과정의 큰 난이도 차이를 생각할 때 충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IB내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지 못하면 캐나다에 있어서는 대학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IB 점수가 결코 유리하지 않다. 필자의 아들 주장에 의하면 IB에서 수학 50점을 못받아 포기하고 나간 학생들이 일반과정에서 모두 90점이상 최고 점수 가까이 받는다고 한다. 이는 필자의 아들이 다닌 Victoria Park 고교에서 캐나다에서는 드물게 수학을 HL(High Level)로 이수하여 그 격차가 더 많이 나는 것으로 인한 결과다. 


IB학위를 위한 포괄적인 합격점수는 약 80%이다. 학위를 받기 위해 학생들은 최소 24점 또는 6개 과목당 가능점수 7점중 4점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핵심 필요조건인 EE, CAS, TOK를 완료해야 하는데 학과목에서 받은 점수와 관계없이 CAS를 완료하지 않았거나 논술에서 표절을 했을 경우에는 학위를 받을 수 없다. IB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초, 중학교에서 최상위권 학생이지만 약 50% (어떤 학교는 70%)가량이 중간에 포기를 하고 일반 과정으로 옮긴다. 중도 포기의 가장 큰 이유는 내신 성적의 불리함이다. IB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점수의 불리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을 끝까지 하는 이유는 고교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아지는 대학 학업의 어려움을 미리 훈련하기 위함이다. 일반 교과과정에서 최상위권으로 졸업한 학생들도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성적이 낮아 좌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IB 출신 학생들은 대체로 대학에서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5-2 AP?


AP(Advanced Placement) 미국의 대학위원회 (College Board, www.collegeboard.org )의 주관하에 미국과 캐나다의 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대학교 1,2학년 수준의 교과과정과 시험이다. 이 과목들에서 상위 성적을 받으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되므로 대학진학 후에 해당 과목을 수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우수반 배치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의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그 의미를 수용하여 대학과목선이수(AP) 제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AP의 역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2차대전후 포드재단 (포드자동차 설립자인 Henry Ford와 사장이던 그 아들 Edsel Ford에 의해 1936년 설립)은 교육을 연구하는 몇개의 위원회를 기금으로 후원한다. 그 첫번째 연구는 3개의 대입준비학교 (Preperatory  School, 사립고등학교) 3개의 명문 사립대학교 (하바드, 프린스턴, 예일)에 의해 수행되었고General Education in School and College 라는 보고서를 낸다. 1952년에 나온 이 보고서의 내용은 고교의 고학년 학생들에게 대학교 수준의 교과물로 학습을 시키고 시험을 보게 해서 대학 진학후에 학점으로 인정해 줄 것을 제안한 것이었다. 두번째 위원회는 11개 교과목을 개발하여 1952년에 시범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미국 전역의 대학 연합회인 College Board 1955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시작하여 다양한 과목들에 대한 교습법과 교육 지침서를 제공하고 있다.


(AP Program을 가르치는 At. Andrew's College)


AP는 점차 확산되어 2006년 약 1백만명의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에서 시험에 응시해 2백만 이상의 시험을 볼 만큼 미국과 캐나다 중상위권 고교생들에게 대중적인 프로그램이 되었다. 대부분의 북미 고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고 College Board는 이 교과과정을 수강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하므로서 Home-Schooling (학교에 안다니고 집에서 공부하는 대안학교) 학생들도 AP 학점을 딸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우수한 고교생들이 이 시험을 보고 (당연히 학원과 개인교습이 성행한다) 미국 대학에 직접 지원을 하거나 한국의 대학 입학 과정에서 가산점을 받기도 한다. 캐나다에서 AP과정을 제공하는 학교를 찾으려면 www.ap.ca (apcanada.collegeboard.org 로 연결된다) 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온타리오 주에서 296개 고교에서 AP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AP 교과과정은 계속 추가되어 현재 약 30여개가 넘는  교과과정이 제공되고 있다. AP 웹사이트인 apcentral.collegeboard.com 를 보면 코스들을 볼 수 있다.  


AP시험의 점수는1~5점으로 산정된다. AP과목은 일반 과목보다 어렵기 때문에 시험 점수에는 가산점을 붙여 비교하는데 보통 1점을 붙여 4점 받은 학생이 일반 과목으로는 5, A를 받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가산점을 붙인 후에도 AP의 난이도에 비교하여 볼 때 점수가 주는 유리한 점은 없다. 일반 과목에서 90점이상 받을 수 있는 학생이 AP에서 70점 정도 받는다면 AP가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AP를 대학 입학만을 위해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AP시험을 보는 학생의 2/3 3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역으로 보면 1/3 3점을 못 받아 AP과정을 하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를 얻는다. 자녀들에게 AP과정을 억지로 하라고 할 필요는 없다. 


AP 시험은 매년 5월 약 2주간에 걸쳐서 여러과목들에 대해 한 번 치뤄지고 시험 결과는 7월에 발표된다. AP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경우에는 학교의 AP 코디네이터가 각종 수속을 도와주기 때문에 시험 접수가 간단하다. AP 강좌를 수강하지 않은 경우에도 AP시험을 볼 수 있는데, AP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 다니거나 홈스쿨에서 공부한 학생의 경우는 31일 이전에 AP Service에 연락하여 자신에게 가까운 지역에 있는 AP 코디네이터를 찾아서 3 15일 전에 연락을 하면 어디서 시험을 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AP가 선호되는 것은 입학사정관에게 잘보기기 위해서다. 미국 대학에 캐나다 혹은 호주에서 학생이 지원할 때 물리 내신을 90점 받았다면 그 학생이 속한 지역이나 학교의 수준과 교과서를 정확히 모르는 가운데 그 점수를 우수하게 평가할 수 없다. 그렇지만 AP물리를 5점 받았다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5점 만점을 받기 쉬운 것이 아니므로 학생의 능력을 잘 판단하여 AP를 선택하여야 한다.      


AP가 앞에 설명한 IB와 크게 다른 점은 과목별로 선택할 수 있는 수강 및 시험이라는 것이다. IB는 과목 수강이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를 이수하여야 하는 Diploma (졸업 학위) 과정이다. 따라서 AP는 언어쪽 또는 수리쪽 한 쪽으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학생에게 좋다.  IB AP의 장점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에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이 있다. 그렇지만 우수학생에게 실제로는 이것이 큰 장점은 아닐 수 있다. 대학에서 학점 인정이라는 것은 과목이수. 대학 졸업의 조건인 20학점중 한학점으로 인정이 되어 수강 과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높은 성적을 받고자 하는 학생은 그 과목을 다시 듣고 A학점을 받아 평점 (GPA, Grade Point Average)를 높이기도 한다.


AP IB는 대학 수준의 어려운 교과과정이므로 무조건 욕심내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반 과정이 너무 쉬워 좀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야 한다. 캐나다의 공부는 하면된다!”가 통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암기와 문제풀이 훈련을 통해 웬만한 학생들도 노력과 개인교습 등을 통해 높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주관식과 논술, 발표 등으로 평가 받는 캐나다에서는 자녀들에게 무조건 노력을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본인의 능력과 의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5-3 캐나다의 특목고(정확히는 특목반)은 왜 교육과열을 불러오지 않는가?


한국 교육에 3불정책이라는 것이 있다. 대학 입시와 공교육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 정책으로 기여 입학제’, ‘본고사’, ‘고교 등급제 (우열반 또는 학교)’ 3가지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 정책의 근간 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정책이 된지 오래다. 특목고, 외국어고와 자사고가 이미 명문고가 되어 버렸고 어려운 수시 논술이 또한 본고사와 다를 바 없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교육정책을 바람직하게 하고 싶었으나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할지 모른다. 표면적으로는 평준화를 내세우고 우리의 정책은 이렇게 좋다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약육강식의 정글주의를 지원한다.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금지 정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교에 실용반, 학문반, 특목반을 만들어 놓고 자유롭게 선택을 하도록 한다. 중학교 성적이 낮은 학생이 고교 진학시에 특목반에 들어 갈 수는 없지만 그 학생도 일반 학급으로 진학해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나중에 특목반으로 옮길 수 있으므로 모든 학생들에게 원칙적으로 선택의 자유가 주어져 있다. 언제든지 능력에 따라 옮길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그런 우열반이 나뉘어져 있어도 불평이 없다. 이런 우열을 나누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각 고등학교들은 우수하니 나쁘니 하는 평들이 있지만 사실상 평준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준이 비슷하다.


캐나다에서 학생들이 특정 학교나 특목반에 몰리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본인의 능력에 맞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고 잘 해내는 학생들에게도 대학 진학에 유리함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학 진학을 위해 전체 학생이 똑같이 보는 표준시험제도 (한국의 수학능력평가시험)가 없어 특목반 학생들이 더 뛰어남을 보여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그런 시험이 있으면 이곳 학부모들도 자녀가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하기 위해 우수 학교, 우수반으로 자녀를 보내기 위해 혈안이 되고 사교육에 목을 맬 것이다. 거꾸로 한국에서 80년도에 군사독재정권이 어느 날 갑자기 본고사를 폐지하고 과외금지 조치를 내렸던 것처럼 어느 날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내신 성적만으로 대학 입학 선발을 한다고 발표하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 보자. 아마도 특목고에선 자퇴 러쉬가 벌어지고 대치동 학원가는 쑥대밭이 될 것이다. 그런 상상을 해 보면 교육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물론 한국에서는 내신 성적 시비와 내신을 위한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므로 단순하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 정책적으로 강제하려 하지만 실패의 결과를 낳았고, 캐나다는 자연스럽게 유도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 한국이 평준화 정책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평가체계의 획일화다. 전국표준시험은 평준화를 깨는 가장 큰 유인책이 되고 만다. 전국적 표준시험에서 높은 등수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사교육에 적극적임은 물론이고 잘난 자신들의 자녀를 위해 수준 높은 고교를 만들라고 교육계에 요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의 과잉 교육열을 비난만 하거나, 스스로의 원칙을 깨고 등급이 다른 학교를 만든 사람들은 정책입안자의 자격이 없다. 교육열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현상이다. 캐나다 학부모들도 자식들을 잘 키우려는 똑같은 바램을 가지고 있다.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메뉴와 우열이 있어 학생 수준에 맞춰 다르게 교육을 하지만 어떤 선택도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이 평준화를 유도하는 힘이다.  


한국에서 자녀를 더 잘 키우려는 부모의 욕구에 맞춰 영재고,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 등을 유지하려면 수능시험을 폐지해야 한다. 수능과 같은 전국표준시험이 없고 대학을 100% 고교 내신 성적으로 입학하게 되면(물론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학교들이 훨씬 더 본래의 목적대로 영재를 만들고 과학적 재능을 키워내고 외국어에 우수한 학생들을 길러낼 수가 있다. 가능하면 별도의 학교 대신에 캐나다처럼 모든 일반 고등학교 안에 영재반, 과학반, 외국어반 등을 만들어 훌륭한 자녀를 키우려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좋다. 그런 교육이 일반학교 안에 있어야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이나 진학계획에 따라  특목반과 일반 학급을 서로 자유롭게 옮겨다닐 수 있어서 좋다. 고등학교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 대학이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려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를 고등학교에서 혹사시키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경쟁을 완화하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학부모들은 자녀가 어느 대학/학과로 가는 것이 크게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인지를 현명하게 판단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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