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부모님께

단풍나무 2016. 3. 12. 02:35

토론토에 사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인기 주간지 "우먼파워"에 10회에 걸쳐 게제한 글입니다.  


6. 수능없이 내신 성적으로만 대학가는데 성적 시비가 없지


캐나다에서 대학에 갈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학교 수업에 충실해서 성적을 잘 받는 것이다. 숙제와 발표도 모두 성적에 반영되므로 시험 공부만이 아니라 수업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자기소개서에 쓸 다양한 활동 (Activity)을 해야 한다. 뛰어난 스펙이 좋기는 하겠지만 공부만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장기자랑 경연(Talent Show)과 같은 행사들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내신 성적이다. 


성적은 주로 12학년 성적 (필요과목을 11학년에 이수한 경우는 11학년 성적) 이 대학 입학 전형의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그 전에 공부를 등한시하던 학생들도 11학년부터는 학교 공부에 신경을 쓰게 된다. 성적은 점수가 좋은 6개 과목을 선택해서 제출할 수 있지만 대학에서 영어, 수학 등을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지원하는 학과에 따라 화학, 생물 등을 필수로 요구하기도 하므로 3~4과목은 진로에 맞춰 정해지기도 한다. 성적은 본인이 대학마다 제출 하는 것이 아니라 고교에서 대입 접수시스템에 직접 입력해 주므로 학생은 성적 제출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자신의 점수가 정확하게 입력되어 있는지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필요는 있다.     





내신 성적으로만 대학을 간다면  크게 두가지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첫째는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해 개인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다니는 등의 사교육이 성행할 수 있고, 둘째는 성적 산정의 공정성 시비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내신 성적이 대학입학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그 성적을 높이려고 과외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테지만 중국, 인도, 한국계 이민 사회에서나 쉽게 볼 수 있지 주류 캐나다인들이 학원 보내고 과외 받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나마 다녀도 보충 수업 정도다.  왜 그럴까? 내신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내신 성적을 높여 더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지 않는 첫번째 이유는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지 않아 어느 학교가 더 좋다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어 한번 입학한 대학이 ‘내가 어느정도 똑똑한지를 보여주는 잣대’로 평생을 따라다닌다. 한국은 전공이 무엇이지 보다도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가 더 중요한 사회가 되어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 서열을 누가 정해서 공표하는 것이 아니니 정책이나 제도로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전국적인 등위를 보여주는 수능시험 (예비고사, 학력고사 등)과 같은 표준시험제도를 운영한 결과이다. 캐나다에는 그런 시험과 학과별로 몇점까지 입학했는지 보여주는 커트라인 등이 없어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입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은지  비교할 수 없다. (학교의 계열별 입학생의 내신성적 분포는 공개하므로 다소 비교를 할 수 있어 다음 글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 결과 대학 서열을 정하기 어렵다.  


둘째로는 인생이 대학 입학에서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입시에서의 한판승부가 아니다. 한국에서 소위 일류대학, 인기학과에 진학하는 이유는 결국 좋은 직업, 예를 들면 의사, 변호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사’자가 붙은 안정된 직업을 갖기 위해서이다. 변호사는 치열한 경쟁의 사법시험을 따로 봐야하기 때문에 좀 다르지만 그외의 직업은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절반이상은 이룬 것이나 다름 없으니 학교성적, 수능시험을 잘 봐서 명문대 인기학과에 가기 위해 학원, 과외 등이 성행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아마 이곳에서도 그런 시스템이라면 한국 못잖은 과외열풍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도 자녀가 ‘사’자 직업을 갖기를 원하고 부모의 지원이 이를 가능케 한다면 하고자 하는 부모가 줄을 설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전교수석을 했다고 ‘사’자 직업군에 바로 진입하는 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전문대학원 과정이고 심지어 교사도 4년제 대학 졸업후에 1~2년과정의 교육전문대(Teacher’s College)를 나와야 한다. 


세째로는 인위적으로 내신 성적을 높여 본인의 수준보다 상위권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해 봐야 졸업을 못하고 방황하며 더 큰 낭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아는 부모나 학생들은 무리해서 과외를 하지 않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대학을 간다. 성적을 높이려면 학교 공부만 성실하게 하면 되는데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나온다면 그만큼이 본인의 능력이라 생각하고 눈높이를 거기에 맞추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네째로 내신 성적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면 점수 낮은 과목을 사설고교 (흔히 학 처럼 보이는 건물에 고교 Credit Course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에 가서 다시 듣고 점수 잘 받아 대체해도 된다. 지인의 자녀가 공부를 잘했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가장 중요한 12학년 영어 수업 중 그룹 발표에 참석하지 못했더니 선생님이 0점 처리를 해서 교장선생님을 찾아가서 항의했지만 고쳐지지 않아 그 과목을 Drop 하고 사립학교(학원)에서 점수를 받아 대입 성적으로 제출한 적이 있다. 캐나다에서 대입 재수하는 학생도 가끔 있는데 특정 과목의 부족한 점수를 이렇게 보충해 다음 해에 입학하기도 한다.   


다섯째로는 대학 입학 사정에서 내신만이 아니라 자기소개서와 인기학과 지원때 요구되는 에세이 (논술)등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기 학과에 내신점수가 높은 학생이 떨어지고 낮은 학생이 합격하는 경우는 아주 흔한 일이라 내신이 높다고 입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상의 5가지 이유만으로도 학생, 학부모들이 내신성적 몇 점에 덜 민감하므로 성적시비가 덜 생길 수 밖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 성적의 공정성 시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관식 시험이 많고 성적은  절대평가하기 때문에 시험문제의 난이도와 채점의 엄격함에 따라 같은 실력의 아이들도 다른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일단 아이들은 성적을 받고 나면 대체로 불만이 많고 여러가지 핑계나 선생님의 자질을 거론한다. 우리 아이들도 성적이 안좋은 과목의 선생님이 문제가 있다거나 성적을 공정하지 않게 준다는 불평을 많이 했다. 들어보면 나름 일리있는 주장도 있어서,  “(말은 잘 못하지만…) 그럼 아빠가 학교에 가서 따져 줄까?”하면 질겁을 한다. 우리는 말을 잘 못해서 학교에 가기를 꺼리지만 말잘하는 캐내디언들 중에서 참지 않고 항의하는 부모가 왜 없겠는가? 특히 부모가 변호사인 사람들이 선생님과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도 가끔 있다고 한다. 그럴때면 교육청에서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해 그 소송을 반드시 이겨서 교권을 지킨다고 한다. 시비를 한다고 해도 이길 가능성이 없고 고생만 하게 되는 것이다. 


캐나다는 본래 대학 진학율이 낮고 (대졸이 인구의 절대다수가 아닌 것이 정상사회다) 고교의 수준이나 교장의 업적 평가를 대학 진학율이나 우수대학 입학생 수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대체로 성적을 원칙에 맞춰 짜게 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민자가 증가하며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인기학교/학과로의 경쟁도 높아지는 추세라 고교에서 점수를 예전보다는 후하게 주는 것 같다. 반대로 대학은 몰려드는 학생을 더 많이 받아 입학생 수를 늘리고 점수를 짜게 주어 1, 2학년에서의 탈락자수가 많아지도록 유도한다. 자녀의 학업 능력을 과대 평가했다가 대학에 가서 고생하거나 후회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부모가 자녀의 학업능력 (지능+노력)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눈높이를 갖는 것이 자녀의 진로에는 가장 중요하다.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