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10. 6. 00:47

 

지나친 어획으로 요즘 시장에 나오는 삼치는 알을 낳아본 적 없을 정도로 어려 덩치가 작지만 1980년대 동인천역 주변에서 맛보던 석쇠구이는 제법 컸다. 등뼈 좌우로 갈라 넓게 구운 한 접시면 젊은이 서너 명이 든든하게 먹었다. 남획은 삼치의 자원을 위태롭게 하는데, 전남 나로도 일원에서 잡히는 삼치가 전국으로 퍼진 건 냉동기술 덕분이었다. 한데 그때나 지금이나 입에서 살살 녹는 삼치 회는 나로도 이외에서 쉽사리 맛볼 수 없다. 물밖에 나오자마자 죽는 삼치를 살려 나를 재간이 없기 때문인데, 삼치와 비슷한 참치는 회가 유명하다. 잡자마자 냉동한 참치를 해동하는 기술 덕분이라고 한다.

 

가을은 전어의 계절이다. 구이 냄새는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다나 뭐라나. 요즘 웬만한 횟집에도 전어가 가득 찬 어항을 내놓았다. 연안부두와 월미도는 물론이고 흔히 밴댕이 골목이라고 하는 예술문화회관 주변의 식당가도, 동네의 횟집도 전어를 찾는 손님들이 북적인다. 그런데 선창가에서 떨어진 곳에서 전어 회를 맛본 기억은 그리 오래지 않다. 전어 역시 물 밖에 나오자마자 죽으니 산 채로 나를 수 없는 탓이었다. 한데 지금은 전어 천지다. 어항의 해수에 항생제를 죽지 않을 정도로 넣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뒤집혔을지언정 아가미를 겨우 움직이며 버티는 전어가 꽤 많다.

 

일본에 이어 대만에도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인도의 한 사원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돌아온 기자의 몸에서 검출된 그 박테리아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다는데, 대만의 전문가는 슈퍼박테리아가 가진 내성이 대만의 다른 세균에 복제돼 들어간다면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며 걱정했다고 한다. 면역이 떨어진 환자나 노인에 주로 감염되는 슈퍼박테리아가 일반인을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지만 남아시아를 거쳐 전파되자 대만 보건당국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괜찮을까.

 

지난 달, 일본 동경의 한 대학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9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당시 아연 긴장한 우리 보건당국은 사망자는 아직 없어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면서 내년부터 6가지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감시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없었다니 다행이지만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세상이다. 유럽에도 150명의 사망자가 있었다는데 우린 마냥 안심할 수 있을까. 국내 학술지를 참조한 언론은 어떤 종류의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21명의 환자 중에 4명이 숨진 사실을 찾아냈다. 기력이 쇠진한 중환자실의 환자에서 나타난 일이라지만 20퍼센트가 넘는다는 치사율은 듣는 이를 소름끼치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무리 기역이 약한 환자라 해도 치료를 위해 입원했는데, 병원에 떠도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돼 속수무책으로 사망한다면 환자와 그 유가족은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겠는가. 게다가 요즘 세상은 교통사고나 작업장 사고로 건강하던 뜻하지 않게 장기 입원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사용하는 어떤 항생제에도 끄떡하지 않는 박테리아가 병원에 만연한다는 사실은 시민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의약분업 이후 세계 수위를 다투던 항생제 처방률이 낮아졌다고 당국은 주장하지만 잘 낫는다는 소문이 파다한 병의원은 여전히 항생제가 남용된다는 보도가 사라지지 않는 곳이 아직 우리나라다. 그러니 슈퍼박테리아에 위험할 수밖에 없을 텐데, 전문가는 일부 병의원에서 남용되는 항생제보다 억지로 살리는 활어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눈이 허옇게 변했을지언정 아가미가 움직여야 신선하다고 믿는 풍토를 탓하는 그 전문가는 냉동된 물고기를 잘 녹이면 맛 뿐 아니라 영양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안전하다며 안타까워한다.

 

시방 금치가 되었을지언정 김치를 꾸준히 먹은 덕에 면역이 높아 그런지 우리나라에 사망자가 없다지만, 슈퍼박테리아는 목전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그러므로 항생제 내성을 조심해야 한다. 그를 위해 냉동했던 가을전어를 녹인 뒤 구워 먹거나 선창으로 가서 회를 즐기면 어떨까. 회는 역시 바닷가에서 제 멋과 맛을 줄 테니. (기호일보, 201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