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7. 3. 30. 11:40


우리 고속도로는 언제나 꽉 막힐까? 그래서 더 만들어야 할까? 아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아니라면 주요 고속도로도 한산한 편이다. 도로를 만들면 마을이 발전할까? 여기서 발전이 무엇인지, 발전으로 누가 무슨 이익을 어떻게 받는 건지, 따지지 말자. 번듯한 도로가 뚫리고 서울이나 대도시로 접근이 빨라지면 마을은 발전하게 되는 건 분명한 걸까?


고속도로 사업자나 도로 개발업자에게 정책결정권을 쥐어주면 도로는 언제나 막히고 새로운 도로는 항상 필요하다. 그래야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우리를 세뇌해왔지만 과연 그랬을까? 도시로 새로 뚫릴수록 마을은 큰 도시에 종속되고 만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마을에 투기꾼들이 몰려들고 땅값은 치솟는다. 그게 발전일까? 고층 아파트가 돋고 대형 상가가 신작로 주변에 들어서면 다정다감하던 이웃은 떠난다. 나도 떠나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고속도로나 일반도로뿐이 아니다. 화력이든 핵이든 전기 생산이 지나치지만 발전소는 계속 지어댄다. 일인당 전기 소비가 일본과 유럽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우리나라, 이런 추세로 추가하면 머지않아 우리 3배 이상 전기를 낭비하는 미국의 생산량을 능가할지 모른다. 발전소 공급을 주요 업무로 하는 정부부서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한, 발전소는 늘어나기만 한다. 지금 남아도 곧 모자랄 거로 세뇌했고, 전기가 모자라면 나라가 금방 망할 걸로 생각하는 우리는 남의 지역의 발전소 설립을 반대하지 않는다.


파이로프로세싱이 뭔가? 그럴싸하다. 정부 고위관료의 적극적으로 성원하는 가운데 유명한 대학교수들이 연구한다며 활짝 웃으니 성공하면 나라가 크게 발전할 것 같은데, 막대한 세금으로 운용되는 그 연구, 정작 세금을 내는 백성은 무슨 말인지 거의 모른다. 세계적 갑부 빌 게이츠가 지지한다는 꿈의 제4세대 원자로, 그거 도입하면 에너지 위기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파이로프로세싱이 그 원자로와 관련 있다고? 그렇다면 뜻을 알든 모르든, 덮어놓고 추진할 일인가?


최근 대전이 발칵 뒤집혔다.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만 방사성 물질에 노출 위험이 있는지 알았는데, 150만 명 이상이 운집하는 대전광역시가 급격히 위험한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위해 사용 후 핵연료가 핵발전소에서 들어왔다는 게 아닌가. 사용 후 핵연료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전기 생산을 위해 사용한 뒤 폐기한 그 연료는 보통 핵발전소 구내의 안전한 공간에 임시 저장한다. 하지만 확실한 안전장치도 없이 대전 시민들 모르는 사이에 옮겼다는 게 아닌가.


지옥의 여신이라는 별칭이 있는 플루토늄을 1% 포함하는 사용 후 핵연료는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기에 불충분할지라도 지극히 치명저긴 방사능을 내놓아 철저히 차폐한 상태에서 보관해야 한다. 피치 못하게 옮겨야 할 경우 검증된 안전장치에 넣고 도난이나 사고를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 그 물질을 연구하는 장소 역시 주위에 방사능이 퍼지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안전장치를 갖추며 시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옳지만 그 일체의 과정이 생략되었다.


담배필터보다 작은 핵연료를 5미터 가까운 지르코늄 합금 관에 차곡차곡 채워놓고 3년 이상 핵분열을 하면 합금 관과 더불어 폐기하는데, 폐기된 핵연료의 반경 1미터 이내에 수초만 노출돼도 사람은 생명을 잃는다. 핵분열이 여전히 왕성한 사용 후 핵연료는 물로 냉각하지 않으면 금방 섭씨 수천도로 상승해 시뻘겋게 녹으며 눌어붙는다. 막대한 방사능을 내뿜으며 합금 관과 운반이나 저장장치를 차례로 뚫고 땅 속으로 파고들어 지하수를 치명적으로 오염시킨다. 폭발 6년이 지난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지금 그렇다. 문제는 그 물질 내에 플루토늄이 있다는 사실이다.


1그램이면 60만 명을 폐암으로 사망하게 만들 정도의 방사능을 내놓는 플루토늄은 반감기24천년이 넘는다. 방사능을 내뿜는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10차례에서 20차례 계속되어야 안전해진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하므로 플루토늄을 통제하지 못하면 사람과 생태계는 100만 년 동안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없는 방사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용 후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식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파이로프로세싱이고, 그 방법으로 추출한 플루토늄을 연료로 가동하는 핵발전소를 흔히 제4세대로 칭한다.


위기의식이 높아진 대전에서 최근 우리보다 먼저 플루토늄 추출을 연구해온 세계적 과학자, 프린스턴대학의 프랭크 반히펠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가졌다. 실패를 반복해 어느 나라나 더는 그 위험천만한 연구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를 강의했는데, 이미 세계가 공유하는 상식이 된 사항이었다. 지금까지 60년 동안 1천 억 달러를 투여했지만 상업화에 실패했고 늘어나는 방사성 물질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는데, 왜 우리나라는 철지난 연구를 은밀히 추진하려는 걸까?


고갈이 염려되는 핵연료의 재활용이라는 명분은 실패로 끝났어도 부정한 유혹은 계속된다. 연구 과정과 이후에 위험이 가중되어도 막대한 돈이 아른거리지 않는가. 연구비로 지불되는 거액은 성공이나 실패와 관계없이 사회로 환원되지 않는다. 관련 연구자와 기업, 그리고 자본이 독점으로 챙길 뿐이다. 실패 확인을 위해 60년 동안 100조 원 이상의 연구비를 소진했지만 그간 신바람이 난 자들은 따로 있었는데, 우리는 얼마의 연구비를 요구할까? 많은 건설업체와 나눈 4대강 사업의 비용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폭발 위험은 낮다고 주장하는 자 누구인가? 핵발전소를 더 만들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사람들 중에 일부가 핵을 통제하는 정부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다수 포진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위험하다. 핵발전소와 안전관리기관이 철저히 분리된 프랑스보다 훨씬 위험한데, 굳이 시민들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명칭을 고집하며 홍보에 몰두하는 사람이 안전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선다.


고속도로가 생태계를 난도질하고 초고층 아파트가 도시를 어지럽히는 이유는 소비자의 이해와 대체로 무관하다. 파이로프로세싱은 누구를 위하는가? 한줌 안 되는 그들의 무한하지만 부정한 이익과 권한을 위해 누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작은책, 20174월호)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