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9. 8. 31. 22:40

 

냉방병. 에어컨이 일상화되면서 흔해졌다. 칼칼하던 목이 잠기더니 가래가 올라오며 잔기침을 부른다. 뙤약볕을 뚫고 버스에 올라타니 춥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잠시 걸어도 땀에 흠뻑 젖는 옷은 실내에서 어김없는 한기를 안긴다. 염천에도 쉬지 못해 냉방병에 걸렸는데, 어디 좋은 약이 없나?


열대지역의 한적한 어촌이던 싱가포르는 근면한 국가가 되었다. 초대 총리 리콴유는 에어컨을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꼽았다는데, 싱가포르 앞바다의 작은 섬은 사시사철 화력발전소를 맹렬하게 가동해야 한다. 온실가스는 그만큼 늘어나겠지, 우리도 비슷하다. 활짝 열어놓은 서울의 카페거리는 대낮에도 시원하다. 행인을 끌어들이지만 냉방병에서 겨우 벗어난 시민은 나무 그늘에 늘어지고 싶다.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듯, 더울 때는 일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스페인의 시에스타처럼. 집에서 점심 먹고 한두 시간 낮잠에 빠진 뒤 다시 출근하면 미뤄둔 일이 손에 잡히겠지. 요즘 여름은 전에 없이 덥다. 몸이 쉬 지치지만 머리 회전도 둔해지니 프랑스처럼 시원한 곳으로 한동안 피하는 건 상책이다. 그럴수록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는데, 에어컨이 다그친다. 목이 칼칼해진 시민은 심화되는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는다.


얼마 전에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외곽의 지저분한 시내버스 차고지였는데, 고층 아파트단지로 개과천선했다. 한데 모기가 말도 못하게 많다. 어떻게 들어왔을까? 최신 창틀은 들어올 틈을 내주지 않던데. 현관문에서 동시 입장하나? 그때 모기약을 뿌리라고 경비가 권하지만 내키지 않는다. 가렵지 않다면 보시할 용의가 충만하지만 약이 오른다. 열대야에 겨우 잠든 몸을 일으켜 신문지를 둘둘 말아 내려치니 벽지에 붉은 점이 찍힌다.


모기가 따뜻한 포유류의 피를 찾는 건 본성이다. 가려운 것도 자연스럽다. 날카로운 모기의 입을 통해 들어오는 물질에 대한 포유류의 반응이 아닌가. 가려워야 모기 있는 곳을 피할 테고 다가오면 내리치겠지. 사람은 잠시 가려울 뿐이지만 스매싱당한 모기는 목숨을 잃는다. 모기가 사라지면 사람은 열대야의 가려움을 잊을까? 이야기를 잃는 건 아닐까?


이야기 때문에 모기 반기는 사람은 없겠는데, 모기를 아예 없애고 싶은 과학자는 있었다. 교접하는 개체의 생식능력을 제거하도록 열대우림에 분포하는 특정 모기의 유전자를 조작했는데, 가려운 사람들을 배려한 연구는 아니었다. 질병을 매개하므로 박멸을 계획한 것인데, 예상치 않은 사태가 나타났다. 문제의 모기가 사라진 자리를 다른 모기가 채운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특정 모기가 줄어든 지역에 지카바이러스가 늘어나더니 소두증아기가 마을에서 태어나는 게 아닌가. 지카바이러스가 대뇌의 발생을 차단한 것으로 전문가는 추정했다.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가 늘었다고 언론이 전했다. 아프리카에 많은 말라리아, 치료해야 할 질병임에 틀림없는데, 어려서 모기는 뇌염을 옮긴다고 들었다. 주변에 뇌염이나 말라리아 환자를 본 적 없는데, 사람들은 모기를 신경질적으로 기피하고 위생당국은 연막소독을 멈추지 않는다. 알 낳고 살 수 있는 환경이기에 모여든 모기는 억울해할 노릇인데, 모기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았지만 모기의 천적은 통 보이지 않는다. 독성 높이는 소독약에 진저리쳤을까?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수입을 반대하면서 그런 농산물로 만든 사료로 키운 가축의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고기를 피하자 희한하게 모기가 외면하기 시작했다. 남보다 먼저 물리고 압도적으로 가려웠는데, 요즘은 조용히 지나갈 때가 많다. 고기를 끊자 과음이나 과식을 해도 부담감이 오래 남지 않는다. 모기를 부르던 체열이 낮아지면서 건강해진 걸까?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필요 이상이던 체중이 줄어들면서 성인병 징후가 낮아졌고 또래 친구들보다 상비약 종류가 적다는 사실이다.



사진: 사람의 평균수명이 늘어나지만 그에 비례해 건강수명까지 늘어나는 건 아니다. 환경이 악화되면서 약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어났을 뿐이다. 그런 상황은 건강한 사람에게 약을 팔려는 제약회사를 살찌게 만든다. 


올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대장암 검사 대상이라는 통보가 왔다. 대장내시경을 무료로 시술해준다니 혜택인가? 보험공단은 그리 여길지 모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 진단을 받지 않으면 치료비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가벼운 협박 때문은 아니다. 의과대학병원장 은퇴를 앞둔 어떤 의사가 친구에게 평생 건강진단을 받지 않았다고 실토했다는데. 그이와 다른 이유로 건강진단을 마다한다. 그 병원장은 질병 확인을 지례 겁냈다고 친구에게 너스레떨었다지만, 건강진단에 스민 상업성 때문이다.


정기 강의를 맡긴 학교에서 건강진단 기록을 요구한 적 있다. 제출하지 않으면 부과된다는 벌금을 감당하겠다고 했다니, 학교가 더 많은 벌금을 내야한다고 난감해했다. 하는 수 없이 간단한 건강진단을 선택했다. 마지못해 앉았는데 혈압 측정하던 의료인이 반색을 했다. 기준을 넘었으니 고혈압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면서. 그이에게 다국적기업과 관련된 간략한 역사를 전해야 했다. 고혈압 기준을 높이면서 제약회사의 이윤이 주기적으로 급증한 미국의 사례였다. 우리 기준이 미국보다 높은 이유를 묻자 혈압 측정하던 의료인은 어떤 약을 콕 짚어 권하려다 말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장암 검사는 아니 그럴까?


출근시간이 지나 텔레비전을 커서 공중파나 종합편성 방송을 들어다보라.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장악한 화면은 귀를 쫑긋 세운 주부와 연예인을 상대로 무용담 늘어놓기 바쁠 것이다. 광고가 많은 거로 보아 그 방송의 시청률이 높을 것이고, 그만큼 우리 사회는 병에 대한 상식이 넘친다. 얼마 전 대장암 검사로 용정을 떼어냈다는 선배는 선종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술잔을 기울였는데,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대장암에 걸렸을 거라 믿으며 안도했다. 채식 위주의 밥상을 마주하던 우리 조상에 대장암이 드물었다는 사실은 제약회사가 주목하지 않는다. 그런 방송은 시청자가 많은 시간에 편성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는 건강한 사람에게 약을 파는 걸 모토로 삼는다.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 파는 약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계가 있다. 질병을 예방하는 약을 팔면 수입이 다소 늘어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는 일!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야 한다. 투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거나 비루한 삶을 면할 수 있다고 경고할 질병의 종류를 늘인다면? 제약회사는 양심을 잃은 의사와 더불어 무궁한 수입을 올릴 것이다. 우리는 점점 자신의 몸보다 제약회사의 의도된 신호에 더 긴장한다.

암은 건강검진이 책임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암은 노화가 원인이고 노화는 치매와 마찬가지로 과정이지 질병이 아니다. 노화는 냉방병이나 감기와 다르다. 매개하는 곤충이나 에어컨이 없다, 노화는 나이처럼 드는 것이다. 약으로 치매나 노화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가? 몸이 원하는 자연스런 삶으로 과정을 늦추는 게 바람직하지 않던가. 제약회사가 창조하는 기준보다 타고난 개성을 배려하는 세상이라면 질병은 늘어나지 않는다.


치매가 질병인 세상에서 성장호르몬은 키 작은 어린이를 환자로 등록하려 든다. 여성다움을 모델링하는 산업이 등장하자 “180센티미터 이하의 남성은 루저라는 신화가 떴다. 질병이 그렇게 산업화되었어도 우울할 필요는 없다. 진정한 건강은 자연스러움에 있으므로.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선물하는 자연스러움이다. (작은책, 2019년 9월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도 기분 좋은 출발하시고
활기찬 월요일 되세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보고
아침 인사드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