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20. 2. 5. 10:53

 

속단할 수 없지만, 지난겨울보다 미세먼지가 덜한 듯하다. 중국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30% 조금 넘게 영향을 미친다고 언론이 양국의 연구를 근거로 보도하던데, 북경의 난방 연료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꿨기 때문일까? 북경 이외 지역까지 난방 연료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을 텐데, 난방 연료만 미세먼지의 원인은 아니다. 내연기관을 가진 화력발전과 자동차가 내놓는 미세먼지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보다 수십 배 용량의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중국은 발전소의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우리만큼 엄격하지 않으리라 짐작하는데, 중국은 우리보다 많은 47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한다고 작년에 백서를 발간하며 밝혔다. 그만큼 화력발전소 가동이 줄었으므로 미세먼지 발생이 줄었을까? 전기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화력발전 가동이 늘었다면 그렇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그만큼 이산화탄소 발생이 줄었으니 지구온난화 속도가 늦춰질까? 역시 확신하기 어렵다. 핵발전소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이 적지만 가동을 멈춘 뒤를 더 생각해보자.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치명적 핵폐기물을 안전 관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무시할 수 없다.


핵발전소의 퇴출을 한사코 문제 삼는 한 언론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결정한 월성핵발전소 1기의 가동 영구중단을 집요하게 비판했다. 가동을 옹호하는 전문가의 주장만 편집해 보도하면서,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발전소를 중단한다며 세계적 추세에 역행했다고 맹렬하게 성토했다. 왜곡한 자료를 근거로 세계추세를 강조했지만, 수긍하기 어려웠다. 가짜뉴스를 창조해 보도하지 않았더라도 언론의 책무를 망각했다. 다음세대 생명보다 기득권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그 언론사의 태도는 후손의 기준으로 볼 때 사회적 흉기에 가까웠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생산과 이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다소 줄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드물게 보이는 전기자동차는 장차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대안으로 떠오를까? 내연기관이 없으므로 배기가스가 거의 없지만 아스팔트와 타이어가 마찰하며 생기는 미세먼지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대도시는 계절과 관계없이 살수차를 자주 운행해야 한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보다 온실가스를 덜 내뿜지만,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게 이끌 정도는 분명히 아니다.



사진: 전기차 충전장치. 내연기관이 없으므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대안이 될까?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는가 이외에도 생각해야 할 문제는 많다. 


인천처럼 거대한 선박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항구도시는 대기오염이 심하다. 정박 중이더라도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막대하고 항구를 오가는 대형트럭이 내놓는 오염물질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럭에 최선의 오염저감장치를 부착하고 정박 중인 선박에 전기를 공급한다면 도시의 오염물질은 크게 줄겠지만 엉뚱한 지역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나 핵폐기물을 내놓을 테니까. 대형트럭을 전기 또는 수소로 움직이게 하면 도시의 대기오염이 다소 진정될까? 하지만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지역의 고통은 늘어날 것이다.


전기차는 얼마나 많은 배터리를 요구할까? 휴대전화와 비교할 수 없을 텐데, 우리나라는 2천만 대의 자동차가 도로를 누빈다. 배터리 생산에 들어가는 희귀금속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까? 희귀금속을 채굴하느라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을까? 생태계는 얼마나 파괴되고 그 생태계에 머물던 생물을 생존을 얼마나 위협받을까? 배터리뿐이 아니다. 한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때 얼마나 많은 쇠가 필요할까? 10억 대 가까운 세계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쇠를 조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제철소가 가동되고 있을까? 그 제철소는 얼마나 많은 전기와 석탄을 사용할까?


포항제철을 위해 경북 영천시 자양면의 영천댐은 오늘도 1억 톤 가까운 물을 가둔다. 그 물이 금호강을 적신다면 문자 그대로 투명한 비단결 물길이 유지될 텐데, 4대강 대형 보로 막힌 현재 낙동강은 끔찍하게 더러워졌다. 자동차의 에너지원을 전기나 수소로 모두 바꾸더라도 운행하는 수가 세계적으로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면 포항제철은 절대 가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낙동강은 되살아나기 어렵다. 어디 낙동강뿐이랴.


많은 정부 관계자는 수소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인식하는 모양인데 그들의 짧은 시각이 무척 아쉽다. 수소에서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의 발생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거기에서 그친다면 공직자는 무책임하다. 수소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천연가스를 재료로 추출하는 방법이 우선 제안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크고 무시할 수 없는 오염물질도 발생한다. 수소를 생산하는 지역은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고 국가의 에너지는 그만큼 낭비된다. 물을 전기분해하겠다는 아둔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낭비된다. 열역학법칙에 예외는 없다. 수소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사라진다.


가동 중단된 월성핵발전소 1기를 제외하고 24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지 않는 우리나라는 생산한 전기의 3분의 1 이상을 버릴 때가 많다. 필요 이상 생산하기 때문인데,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한다면 전기자동차의 에너지는 충분히 확보될까? 그럴지 모르지만, 그를 위해 대도시 밖의 화력발전소마다 막대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거침없이 분출하겠지. 지구는 걷잡을 수 없이 더워지면서 호주와 그 이외 지역에서 거대한 산불이 거듭 발생하겠지. 핵발전소마다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핵폐기물을 지역에 마구 쏟아내겠지. 세계 450개 핵발전소 중에 하나라도 폭발한다면? 소비자 감시가 거의 없는 중국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에 종말이 강요될 것이다.


지나친 상상인가? 제발 그러길 바라면서, 전기차가 기후변화 대안이라는 상상을 포기하길 촉구한다. 냉장고의 에너지효율이 높아졌어도 전기요금이 줄지 않았다. 냉장고 용량이 전에 없이 커진 까닭이다. 에어컨도 비슷하다. 효율이 높아지자 웬만한 가정의 필수품이 되었다. 혼수품으로 등극한 에어컨은 여름을 춥게 만들었고 개도 걸리지 않는다던 여름감기가 유행이 되었다. 전기차가 대세로 바꿔도 심화하는 지구온난화는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가 거의 필요 없는 세상이라면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겠다. 쉽지 않겠지. 자동차가 불필요한 세상을 당장 실현하기 어려워도 상상은 가능하다. 집과 직장 사이의 거리가 짧으면 자동차가 지금보다 덜 필요하다. 터전에서 먹을거리를 자급할 수 있다면 자동차를 꽤 줄일 수 있다. 일본의 경제사상가 우치하시 가츠토는 “FEC 자급권을 제창했다. 식품과 에너지, 그리고 돌봄을 지역에서 자급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동조합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우치하시 가츠토의 희망이 현실화한다면 자동차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게 틀림없다.


월성핵발전소는 전기차의 대책과 무관하다. 소변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검출되어도 도시인의 전기차를 위해 월성 주민들은 꾹 참아야 할까? 전기차 대안인 양 편집해 보도한 언론은 핵 관련 자본의 기득권을 옹호하며 사회적 흉기의 역할을 자처했다. 온실가스가 계속 심화한다면 초대형 산불은 우리나라를 예외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생태계가 괴멸된 이후, 전기차도 언론사도 소용없는데, 그 언론 참 흉포했다. (작은책, 2020.2월호)

소장님의 글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되짚어보는 것은 필요하고 마땅하다 여깁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불필요한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전기차가 대안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적어도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 가운데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기차 관련해서 소장님께서 펼치신 여러 부정적인 상황들..아스팔트와 타이어 사이의 마찰에 따른 미세먼지 발생..그래서 살수차가 필요한건지..잘 모르겠네요. 수소 연료를 뽑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 오염 물질 발생도 글만 봐서는 공감이 안됩니다. 그냥 '안돼'를 위한 논리 전개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냥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제 생각이 너무 짧아서 일까요?
간단하게 제 생각으로 답할게요. 수소는 거의 아니고, 전기는 대안이기보다 징검다리 쯤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타이어와 아스팔트 사이의 마찰로 나오는 미세먼지는 생각보다 많아요. 대부분 도로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니 바로 씻어내는 게 최선이지요. 살수차 운행을 늘려야 합니다. 물론 그 근거는 관련 기관에 가지고 있을 겁니다. 수소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야기하는데, 그 부분은 제 블로그 어디에 써 놓은 게 있으니 살펴봐주시길 권합니다. 제 책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에 요약해놓았구요. 확실한 건, 저는 부정을 위한 부정적 논의를 부정합니다. 안된다는 주장으로 어떤 지지를 받겠습니까? 후손의 기준으로 생각해보고 제 논지를 근거를 기반으로 강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