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0. 2. 29. 21:2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미세먼지에 민감한 편이지만 평소 비타민C를 과다 복용해 그런가? 여간해서 감기 걸리지 않는데 예외는 있다. 막내가 전한 감기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보통은 미열에 코가 막히며 며칠 기침이 이어지다 콧물과 가래가 끓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미열이 없고 코도 막히지 않았지만, 목을 간지럽히는 잔기침이 열흘 가까이 반복되면서 하얀 가래가 올라왔다. 중국 방문자와 만난 적도 근육통도 없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 분명했다.


초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매우 높음이 아니라면 호흡 불편하게 만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지만, 요즘은 예의상 챙겨 나간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지하철 역사로 내려가며 마스크를 벗었는데 정작 지하철 안에 마스크 착용한 승객이 많았다. 하필 그때 잔기침이 나왔다. 눈치가 보여 슬그머니 착용했더니 숨 쉴 때마다 마스크가 나풀거린다. 마스크 사재기가 이어지고 가격도 올랐다는데, 이런 풍경은 언제 끝날까? 요즘은 뉴스 보기 버거운 나날이다.


과학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아낸 건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20세기 초였다. 바이러스보다 훨씬 큰 세균도 그 직전에 겨우 알았다. 사람이 몰랐더라도 존재한 미생물 중에 코로나바이러스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때 감염 증상은 없었을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환의 수산시장에서 비롯되었다는 소문인데, 어느 민족이나 전통적으로 먹어왔던 수산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운 종류로 갑자기 변화되었을 거 같지 않은데, 그 시장은 다양한 야생동물도 식자재로 팔았다고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소문처럼 박쥐가 원천이었을까?



사진: 택배 아저씨에 대한 어떤 어린이의 마음. (출처: 페이스북)


아프리카를 비롯해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감염자와 희생자를 낳는 에이즈도 바이러스에 의한다. 한 세대 전, 미국을 중심으로 유명인사들의 죽자 경각심으로 이어졌고 연구가 집중돼 유효한 치료법이 개발되었지만, 혜택은 가난한 지역에 멀기만 하다. 학자들은 아프리카의 망가베이 원숭이를 에이즈 바이러스의 원천으로 의심한다. 그렇다면 망가베이 원숭이들은 면역결핍으로 고통받고 있을까? 아니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로 위기에 몰렸어도 에이즈 바이러스가 그 원숭이의 위험요소가 아닌 건 분명하다.


발굽 있는 동물에 치명적인 구제역도 바이러스 질환이다. 사람에게 어쩌다 나타나는 증상은 가볍고 이내 회복된다는데, 그렇듯 사람과 동물을 모두 감염시키는 질환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하고, 대부분 야생동물을 가축화한 이후 발생했거나 생태계 교란이 원인으로 나중에 밝혀진다.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매개체 종류는 다양한데, 바이러스가 많다. 홍역과 결핵 그리고 천연두는 소에서, 말라리아는 닭과 오리에서, 독감은 돼지와 오리에서 유래했다고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 , 에 썼다.


대부분의 현생 생물은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물의 수많은 유전자가 모여 구성된 유전자를 가진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덩치 큰 생물에 먹힌 작은 생물의 유전자가 소화되지 않고 커다란 생물의 유전자 사이에 끼어들었고 결국 공생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바이러스 감염과 비슷한 데가 있다. 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숙주의 면역력이 높으면 발현이 억제된다.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 유전자 사이에 삽입한 채 기회를 노리던 바이러스는 숙주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무한 복제해 병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다 아예 숙주 유전자의 일부가 되어 진화의 노정을 동행한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공존하는 과거 바이러스를 전문가는 레트로바이러스라고 정의한다.


현생 생물의 레트로바이러스는 대략 5%가 넘을 거로 전문가는 추정한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숙주가 된 생물에 위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생물의 몸에 들어가면 돌변할 수 있다. 돼지 같은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축화와 생태계 파괴는 동물의 레트로바이러스가 사람에 침입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초기 무서운 전염병 창궐로 이어졌다. 홍역과 천연두가 그랬다. 백신과 치료제 등장으로 두려움을 차차 극복했지만, 독감은 다르다. 백신과 치료제가 최신으로 공급되더라도 희생자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올겨울 만 명 가까운 미국인을 사망케 했다는데, 독감 바이러스는 DNA가 아니라 RNA 유전자를 가져, 복제과정에 많은 변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19181차대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애초 위험성이 높지 않았지만 변성되자 세계 인구의 2% 이상 사망케 할 정도였다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코로나바이러스도 RNA 유전자를 가졌다. 1937년 닭에서 발견되었고 이후 개와 돼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위험성이 높지 않아 후속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는데, 올겨울 신종으로 변하자 위험성이 커졌다. 2002년 말부터 이듬해까지 중국을 비롯해 29개국에서 774명의 사망자를 낳은 사스’, 2015년 초여름 36명을 사망하게 해 우리나라를 비상사태로 몰아넣은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다.


RNA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가 많은 변성체를 만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왜 요즘 위험성이 눈에 띄는 걸까? 변성된다고 모두 병원성이 높아지는 건 아닐 것이고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라 해도 모두 급속하게 전파되는 건 아닐 것이다. 중국이나 우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려고 애를 쓰는 지역은 인구가 밀집됐고 이동이 활발할 대도시가 대부분이다. 한결같이 지나친 개발로 주변 생태계가 단순해진 지역이다. 전파를 완충할 수단을 잃은 만큼 독성 높아진 바이러스가 창궐할 조건이 충족되었다. 국가 차원의 강력한 조치로 전파를 차단할 수밖에 없다.


속도와 높이를 자랑하는 아스팔트와 철근콘크리트는 효율성에 기반을 제공하지만, 다양성을 파괴한다. 쏟아지는 빗물을 붙잡지 못하고 폭염에 무방비인 콘크리트 세상은 과다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장비가 없다면 재해를 완충할 수 없다. 콘크리트가 지배하는 회색도시에서 보건당국의 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질병은 빠르게 창궐하지만, 녹지와 습지가 건강한 생태계에서 전파가 쉽지 않다. 다품종 농작물을 유기적으로 생산하는 농촌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점철된 도시보다 생태계가 건강하다. 생태계를 그물코처럼 다채롭게 구성하는 생물들은 한두 가지 외래 생물이 창궐할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펴낸 지구에 대한 의무는 세계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 생산하는 중국의 시멘트를 주목했다. 중국의 1년 생산량을 영국에 붓는다면 영국 땅은 베란다처럼 편평해질 것이라 덧붙였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중국을 생각해보자. 생태적 완충력이 허약해진 중국에서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먹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조류독감의 경우) DNA 바이러스보다 변이가 100만 배 빠르다는 RNA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누가 키웠나?


예단할 수 없지만, 중국의 희생을 딛고 세계의 보건당국은 이번 위기를 극복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끝날까? 전문가들은 티베트 빙하에서 발견된 고대 바이러스들을 주목했다. 온난화로 동토에서 깨어날 준비하는 과거의 바이러스들이 완충력을 잃은 인간 생태계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면 세계 보건당국은 희생자 없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까? 사스와 메르스, 신종 코로나 이후 티베트 바이러스가 대기하는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그리고 출입국 관리보다 근원적인 대책은 무엇일까?(작은책, 2020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