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20. 3. 5. 23:01


에코사이드, 마리-모니크 로뱅 지음, 목수정 옮김, 시대의창, 2020.

 

 마리-모니크 로뱅. 10여 년 전, 그이의 책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을 읽으며 전율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파편적으로 기억하는 추악한 기업, 몬산토의 전모를 집요하게 파헤치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로뱅의 책은 독점 이익을 위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자본의 실체를 드러냈고, 읽는 내내 몸서리쳐야 했다. 그 추악한 기업은 지금 없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계 농화학기업 바이엘에 20169월에 팔렸다. 이후 몬산토의 책임은 사라지는 걸까? 분명한 현상은 몬산토를 인수한 이후 바이엘의 주식 가치가 전에 없이 곤두박질한다는 사실이다.


20161015,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몬산토 국제법정이 열렸다. 확실히 역사에 남을 일이지만 몬산토 담당자는 외면했다. 한 달 전 77조 원에 달하는 거금으로 합병된 몬산토는 법인격이 사라졌지만, 국제법정을 연출된 묘기라고 조롱한 몬산토 관계자들은 애초 참석할 의지가 없었다. 바이엘은 제초제 라운드업을 독점 판매한 몬산토가 미국을 비롯해 세계의 농민과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할 거액을 내놓을 용의가 있을까? 마리-모니크 로뱅이 펴낸 에코사이드가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현재까지, 바이엘은 침묵으로 일관할 따름이다.





몬산토 최고경영자는 왜 하필 헤이그 국제법정이 열리기 직전에 막강한 권력을 포기했을까? 말이 국제법정이지, 사실 기업에 구속력이 없는 시민법정이었는데, 몬산토는 한사코 외면했다. 자신에 집중된 손해배상 소송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을까? 헤이그에서 치부가 드러나는 게 두려웠던 걸까? 알 수 없는데, 201411젠장할 성장을 집필 중인 로뱅은 농업 관련 협동조합을 이끄는 두 명의 스위스 농부를 만났다. 그들과 의기투합해 몬산토 국제법정을 구상한 로뱅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만난 희생자들, 책을 펴내며 만난 과학자와 법조인을 연락해 국제법정에 기꺼이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 소식을 몬산토가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젠장할 성장이 우리말로 출간되었는지 궁금하다.


사회정의를 위해 헤이그로 모인 5명의 법조인, 고통을 증언하거나 진실을 밝히려는 24명의 과학자, 증언을 들으려고 모인 청중, 몬산토 국제법정이 열리도록 흔쾌히 기부금을 낸 세계 시민들의 열정은 역사적 성과를 빚었다. 그 과정을 입체적으로 기록한 로뱅의 책, 에코사이드는 법정 기록에 그치지 않았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현장의 내용을 심층적 포괄적으로 담았다. 저자가 감정을 실어 고발한 기록을 일일이 소환할 필요는 없겠다. 우리가 짐작하는 몬산토의 만행은 지역은 물론 시대를 초월했다. 바이엘은 아니 그럴까? 세계로 뻗어가려는 우리 기업은 어떨까?


파죽지세로 확산된 독성물질

제초제는 식물만 죽이는가? 그렇다고 대개의 농화학기업은 답한다. 하지만 식물이 죽은 공간에 곤충은 괜찮고 초식동물은 온전할 것인가? 사람까지 문제가 미치지 않을 수 없건만, 몬산토는 한술 더 떴다. 강아지가 라운드업을 방금 뿌린 잔디밭을 뛰며 뒹굴러도 탈 없이 귀엽기만 하다는 광고를 내세우며 마셔도 문제없다는 태도를 연출한 게 아닌가. 그래서 프랑스 임산부는 글리포세이트라는 킬레이트가 주성분인 라운드업을 텃밭에 뿌렸다. 비선택적이므로 농작물에 묻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했으리라.


비선택적? 쌍떡잎이든 외떡잎이든 모든 식물을 말려죽인다는 의미다. 그래서 상품평이 라운드업(Round up)”이다. 싹 죽인다는 건데, 결국 죽음 행렬이 농작물을 넘어 생태계 전반으로 진행되었지만,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킬레이트? 수도관에 찌든 금속을 추출해 빼내는 데 사용하는 물질이란다. 글리포세이트를 뿌리면 필수영양소의 일종인 망간 같은 금속을 잃은 식물이 모조리 말라죽으니 라인드업이겠지. 몬산토는 글리포세이트가 금방 자연분해돼 사람에게 절대 안전하다고 광고했다. 인부를 고용해야 하는 광활한 농토의 농장주는 편리하다고 칭송했고 그 말을 믿던 임산부는 가족을 행복하게 해줄 텃밭에 사용했다.


글리포세이트는 1950년 스위스 과학자가 발명했지만, 용도를 찾지 못해 사장된 물질이었다. 1964년 금속을 물에 녹여 추출하는 기능을 찾아낸 미국 화학기업이 특허를 냈고 중금속 중독 환자의 치료용으로 판매했다고 로뱅은 내력을 찾아냈다. 이후 공업용 관 세척용으로 판매했지만, 신통치 않았나 보다. 1970년 몬산토 화학자가 제초 기능을 확인했고 살충제 활용 가능성까지 추가해 시장에 라운드업 상품을 내놓았다. 광고가 이어졌고 큰돈을 벌자 몬산토는 농화학기업의 패권을 쥐었다. 세계 곳곳 토양의 미생물부터 죽음의 대열에 들어선 건 이후의 일이었을 테지.


프랑스 귀농인은 음식을 넘길 수 없는 아기를 낳았다. 엄마 젖을 처음 빤 아르헨티나의 신생아는 바로 질식하고 말았다. 식도와 기관지가 분리되지 않은 것이다. 찌개 국물이 기도에 조금만 스쳐도 무섭게 기침을 해대는 게 사람인데, 신생아에게 얼마나 끔찍했을까? 첫 모유를 물린 엄마는 얼마나 놀랐을까? 허겁지겁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신생아의 식도와 기관지를 분리하기에 급급한 의사는 그리 태어난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용하게 살아남은 아기는 거듭된 수술을 견뎠지만, 그만 성대가 훼손되고 말았다.


올겨울 미국에서 근 만 명이 독감으로 목숨을 잃었다는데, 미국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초제로 한두 아기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게 큰 문제인가? 프랑스 하천의 절반이 글리포세이트에 오염되어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고작 한 명? 그런 건가? 민감한 아기의 예외적인 사건을 침소봉대하는 걸까?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피해가 훨씬 컸을 게 틀림없다. 임신 초기, 세포와 기관 분화가 활발한 배아일 때 엄마 몸에 들어가는 화학물질, 세상에 없던 킬레이트 같은 화학물질이라면 극미량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유산이나 사산된 태아에서 기형이 발견되고 배아 상태에서 죽은 사례도 많을 것이다. 초기 배아가 죽었다면 산모가 모를 경우가 많을 게 틀림없다. 정상으로 태어난 듯 보여도 성장이 비정상이거나 부진할 수 있다. 한두 아기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사람에 국한할 수 없다. 미리미리 살펴 병원으로 달려가는 사람과 달리 맥없이 죽어갈 동식물들, 그 때문에 교란되거나 파괴된 생태계는 곳곳에 널렸다.


끝없는 죽음의 연쇄 앞에서

식물에 망간을 제공하면서 질소를 고정하던 박테리아가 흙에서 제거되더니 미네랄을 빼앗긴 식물이 죽어가며 생태계는 균형을 잃었다. 20년 라운드업을 뿌리자 경작지에 40여 질병이 만연하더니 콩이 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농경지 생태계가 파괴되자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가진 잡초 20여 종류가 등장했다. 광고에 익숙한 농업자본은 당연히 라운드업을 더 살포했다. 16년 연구를 바탕으로 독립과학자는 라운드업 사용을 서너 배 늘리자 지렁이가 사라지고 토양이 침식했다고 2012년 보고했다. 콘크리트 가루처럼 흙이 푸석푸석해졌을 게 틀림없다. 끝없이 콩과 옥수수를 재배하는 미국 경작지가 요즘 그 모양이다. 미국은 언제까지 곡물을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을까?


킬레이트로 인한 망간결핍은 가축이라고 피해갈 수 없다. 뼈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소와 돼지가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사산되었다. 태어나도 지나치게 작거나 연골 형성 장애를 앓았으니 공장식 축산이 반길 리 없다. 아르헨티나의 팜파스는 요즘 없다. 드넓었던 방목지는 중국과 유럽으로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마술 종자가 도입된 뒤 갈아엎었다. 유전자조작 콩 일색인 들판은 라운드업 세례를 비행기로 받았고, 축사로 들어간 소들은 유전자조작 사료에 의존했다. 자본은 새로운 농업 질서라 추켜세웠지만 라운드업을 거푸 살포해도 잡초는 기승이었다. 이후 악몽이 전염병처럼 퍼졌다.


신경순환계 퇴행성질환으로 라운드업을 살포하던 조종사의 몸이 기형으로 뒤틀어지면서 죽어간 건 시작에 불과했다. 유산이 증가하더니 어린이 자폐가 늘어나고 천식, 비만은 만연했지만, 애교에 불과했다. 대장암, 간암, 췌장암, 혈액암이 스페인의 10배에 달하는 게 아닌가. 폐렴과 호흡기 질환으로 아이들이 죽어가 라운드업 살포를 제지하자 학교에 협박 전화가 날아들었고 누구의 압력을 받았는지 관계 장관은 피해를 평가절하했다.


비행기로 뿌리는 라운드업은 바람에 섞이며 구름을 형성하기도 했다. 경작지를 벗어난 지역으로 떨어진다는 뜻인데, 목화밭으로 퍼진 라운드업은 의학용 거즈와 생리대에 배어들었다. 과일, 채소, 곡물에 스며들자 유럽의 맥주, 미국 어린이의 소변에 심각한 수준으로 검출되었다. 몬산토는 라운드업의 위험을 카페인의 25분의 1, 비타민D500분의 1로 평가하며 수영장에 한 방울 정도의 농도에 불과하다고 얼버무렸지만, 극미량이라도 계속 흡수할 때 발생할 위험성은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


차로 유명한 스리랑카는 라운드업 판매를 국가 차원에서 금지했다. 몬산토와 몬산토 소속 과학자의 압력과 회유가 집요했지만, 정부는 단호했다. 라운드업을 뿌린 차밭과 논에 일했던 농부, 그 지역 우물을 마신 주민의 신장 질환이 심각한 게 아닌가. 제초제로 바꾸거나 유기농으로 전환하면 증상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코나커피 품종을 알리려는 하와이는 어떠했나? 라운드업을 뿌리자 개구리에 문제가 생겼다. 어긋난 자리에 다리가 더 달리자 천적이 와도 어기적거렸고, 개구리를 잡아먹는 파충류와 새들에 연쇄 문제가 발생했을 게 틀림없다. 드물어진 개구리가 놓친 곤충들이 농작물을 마음껏 뜯었을 테고. 사슴의 성기는 후대를 잇지 못할 정도로 위축되었는데, 생태계의 그물코에서 사람인들 온전하겠는가.


기업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명백한 생태학살이다. 식물병리학자는 어렵사리 망간결핍 현상을 파악했지만, 영업비밀이라며 자료제출을 거부한 몬산토는 1981년부터 위험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환경보호청에 몬산토 간부들을 포진시켜 자신의 의도를 관철할 수 있기에 30년 동안 감출 수 있었다. ‘환경보호인디아나연합이라. 언뜻 시민단체 같지만 몬산토가 감싸는 허수아비 단체다. 농업 연구자, 규제 담당 과학자들마저 몬산토의 위력에 굴종했다. 거액의 지원금이 입에 자물쇠를 물린 것이다.


몬산토는 모략도 서슴지 않았다. 2012년 프랑스 캉대학의 질-에릭 세랄리니 교수가 미국 허용량의 40만분의 1 농도에 불과한 글리포세이트를 2년 동안 먹이자 실험용 쥐의 신장과 간이 손상된 실상은 끔찍한 영상으로 인터넷에 떠도는데, 몬산토는 꼭두각시 학자를 동원해 중상모략했다. 대신 정년을 앞둔 독성학자가 비과학적 개념에 기초해 만들어진 임의의 결정일 뿐이라며 몬산토의 한계 허용량을 성토했는데, 20172, 노르웨이 느롬쇠대학 연구자는 자료공개 요구로 몬산토의 고의적 왜곡을 폭로했다. 15년 동안 콩의 한계 허용량을 연구하면서 글리포세이트에 적시지 않았다는 게 아닌가.


24명의 생생한 증언을 청취한 헤이그 몬산토 국제법정은 20161016일 권고의견을 작성했다. 몬산토의 생태학살을 인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이 열리길 기대했다. 몬산토의 추악함을 모르지 않던 우리는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할까? 생태계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은 바이엘이 판매할 글리포세이트에서 그치지 않는다. 치어 뱃속에서 발견되는 마이크로플라스틱과 도쿄올림픽 선수촌 식당에 공급할 후쿠시마 농수산물의 방사성물질도 생태계에 없었다. 그런데도 안전을 강변하는 세력에 맞설 독립과학자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특히 절실하건만.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요즘 같은 농도였다면 일찍이 생태계는 형성될 수 없었을 텐데, 우리는 오늘도 성장을 무턱대고 섬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하는 묵시록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정부와 자본은 언론을 앞세우며 가동 중단된 자동차산업을 걱정할 따름이다. 마리-모니크 로뱅의 에코사이드는 추악했던 몬산토와 치명적인 라운드업만 주목하는 게 아니다. 성장 자체에 치를 떠는데, 인간은 생태학살의 결말을 도무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녹색평론, 20203-4월호)

이책의 서평을 읽어보니 꼭 강추해야할 도서라서 방금 구입했나이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