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0. 5. 28. 23:04

 

포스트 코로나19는 뉴노멀이어야 한다?” 언론에 자신을 드러낸 지식인의 말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 전처럼 살아갈 수 없으니, 싫든 좋든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인 모양인데, 아리송하다. 지식인들이 어쭙잖게 사용하는 언어는 시민을 향하지 않는다.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이라면, “뉴노멀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일 텐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우리는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할까?

 

하루 누적 확진자가 50명에서 30명으로, 10명 이하로 내려가며 다소 안심했다. 해외 유입 사례를 제외하고 한두 명에 그치니 숨쉬기 편해질 즈음, “코로나 개나 줘라!”라며 춤추던 클럽에 방문한 용인66확진자가 나오면서 공들인 탑이 무너졌다. 긴 시간의 반창고가 남긴 의료인의 얼굴 흉터, 장갑 벗자 드러난 의료인의 불어터진 손 앞에 미안하기 짝이 없다. 하루 사이에 40명 넘게 늘어난 확진자가 조용히 전파했거나 23차로 전파할 코로나바이러스는 얼마나 될까? 피로감을 이겨내며 견딘 세월, 아득하다.

 

대구의 신천지교회 신자인 ‘31이후, 대구와 경북에서 걷잡기 어려웠던 경험처럼 서울과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황망해진다. 지친 의료진의 눈물겨운 헌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 달 이상 한산했던 시장에서 조심스레 문을 연 상인에게 걸어 잠그라고 권할 수 있을까? 학생과 만날 마음으로 들뜬 전국의 교사들에게 넣어둔 동영상 수업 장비를 꺼내도록 요구할 수 있을까? 초록이 녹색으로 짙어지도록 손잡기를 자제한 연인에게 공원 출입을 제한할 면목이 있을까?

 

사진: 박쥐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개념.

 

마스크 사려는 줄이 이제 없다고 한다. 정해진 요일에 석 장까지 살 수 있지만, 머지않아 필요한 만큼 구할 수 있으리라 언론은 예측하던데, 마스크를 찾기 어려운 국가는 여전히 많다. 만들기 쉽거나 수요가 한정된 물건을 수입에 의존했던 유럽과 미국과 일본이 그렇다. 수출한 물건이 줄었다는 풍문으로 마트마다 화장지 사재기가 극성이던 부자나라들의 사정은 요즘 편안해졌을까? 확진자와 사망자 추세가 가라앉는다는 신호가 나오자 긴장이 풀리는 국가들은 코로나19 진정 이후의 일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출석 수업이 예고되었다. 입시 앞둔 고등학교 3학년부터 2학년과 1학년으로 이어지고 급식 시간을 분리한다는데, 급식 담당자의 노고가 늘겠지만 수당도 늘 거 같지 않다. 용인66번 확진자 때문에 출석 수업이 연기된다면? 급식 농산물을 공급하던 농부들의 고통이 심각해질 텐데, 다행인가? 만발의 준비를 마쳤으니 시행하겠다고 교육당국은 약속했다. 하지만 감염자가 발생하면 동영상 수업으로 되돌리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은 어떤가? 필요한 실습이 아니라면 이번 학기는 인터넷 비대면 수업으로 일관하겠다는데, 학생이나 교수나,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열악한 수업을 고집하느니 차라리 시설 완벽한 온라인 대학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대학가의 식당과 카페들이 잇달아 문을 닫을 텐데, 세계 모든 대학이 온라인으로 개편된다면? 하버드대학교 입학생이 5천만을 헤아릴 거라는 우스개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중국 유학생의 발길이 멈추자 유럽의 손꼽히는 대학마다 비명을 지른다는데, 우리 대학들은 모조리 폐교하는 거 아닐까?

 

감염 초기 젊은이들이 바이러스를 조용히 전파하게 만드는 코로나19는 한 나라의 진정으로 안심할 존재가 아니다. 감염병 담당자는 긴장을 멈출 수 없는데, 철저한 거리 두기가 연장될수록 지쳐가는 사람들은 익숙했던 일상이 더욱 간절해진다. 일상의 관계가 끊어져 생기는 고통만이 아니다. 돈을 벌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빈털터리가 될 위기에 몰린다.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 코로나19 시국을 극복하려고 재난수당을 속속 편성하지만, 언제까지 제공할 수 있으려나.

 

세계 보건당국의 협력으로 효능 있는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널리 보급한다면 비로소 한숨을 돌릴 거라는데,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때까지 재난수당이 이어져 세계 시민들이 코로나19 시국을 견뎌냈다고 하자.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세계로 번진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덕분에 꺾였다고 하자. 이착륙하는 비행기로 국제공항이 예전처럼 혼잡해지고 대형호텔과 크루즈선에 여행자가 가득하며 고속도로마다 자동차로 예전처럼 미어터질까? 공장지대와 대도시의 대기가 다시 시커멓게 오염돼 초미세먼지로 뒤덮일까? 그런 때로 되돌아가야 할까?

 

주택가에 퓨마가 기웃거리고 큰길에 사슴과 코요테가 활보하는 상황은 흥미로울 뿐, 이어지기 어렵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로 대오각성한 사람들이 삶터를 크게 줄이고 조상의 소박했던 생활로 돌아가지 않는 한, 상상하기 어려운데, 어쩌면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탐욕을 버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지 모른다. 점보 비행기가 1분마다 이착륙하는 비행장? 수십만 호텔과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관광지? 수만 명의 박사와 수백만의 대학생을 배출하는 대학교? 끝없이 펼쳐지는 유전자조작 옥수수밭? 구제역과 조류독감 빈발하게 하는 공장식 축산? 탐욕이 이끈 그런 장면, 코로나19 시국 이후에 가당한가?

 

사진: 코로나19가 가지고 온 새로운 일상을 재치 있게 표현한 그림. 하지만 마스크와 손씻기에서 그칠 수 없다. 

 

422일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극복과 절박한 생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한국판 뉴딜을 천명했다. 그를 위해 240조 원의 예산을 동원할 정부는 항공, 해운, 자동차, 조선, 기계, 전력, 통신, 7대 기간산업에 자금난을 덜어주어 고용을 안정시키고, 대리운전 기사 같은 특수고용직의 고용 안정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교역국의 어려움이 깊어지면서 가중되는 금융시장 위기와 소상공인 지원으로 실업을 막겠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57,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토목사업 위주의 경기 부양성 뉴딜과 확연히 구별되는 디지털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혁신을 가속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장관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를 주요 사업으로 내놓았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의 추경이 불가피하다는데, 디지털로 일자리가 확보되나? 한데 환경단체가 생각하는 그린뉴딜’, 다시 말해, “기후변화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같은 친환경 사업에 대규모 투자하여 경제를 살리는 정책은 쏙 빠졌다.

 

지난 4월 말, 19세 이상 16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국민 60% 이상 그린뉴딜을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는 그린뉴딜을 정녕 모르는 걸까? 상식이 부족해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이 소외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지만, 화력이나 핵발전 분야보다 일자리를 월등하게 창출하고 경제성장은 물론 기후위기와 미세먼지를 극복하게 할 그린뉴딜은 유럽과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한 지 오래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린뉴딜이 코로나19 이후의 일상과 관계없다고 본 것일까?

 

벚꽃 개화가 가장 빨랐던 올해는 얼마나 더울까? 심화하는 온난화는 기상이변을 일으키는데, 녹아내리는 티베트 영구동토층에 어떤 바이러스가 잠들어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시키는 인수 공통질병이 많을 거로 전문가는 예상한다. 영구동토층의 바이러스는 한국판 뉴딜로 통제 가능할까? 디지털 기반으로 감시가 편안해질 빅브러더는 코로나19 일상에 지친 시민들을 순식간에 검색해 입맛대로 분리할 수 있겠지.

 

생태적 완충력을 잃자 변화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다. 자급기반 잃은 우리 농업은 코로나19 이후를 걱정하게 하는데, 한국판 뉴딜은 한두 사람의 일탈로 모두를 허탈하게 만든 코로나19의 일상을 염려하지 않는다.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 이후에 바람직해야 할 삶이 무엇인지 안내할 의지가 없다. 생태계와 농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환경단체의 그린뉴딜도 함량부족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한국판 뉴딜?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이 이전보다 안전할 거라 절대 기대할 수 없다. (작은책, 20206월호)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