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20. 9. 12. 23:04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의 저자 최영준은 어린 시절을 인천에서 보낸 분이다. 40대 말 물 맑고 경치가 그만이지만 인적이 드문 홍천강변에 7천 평의 땅을 구입해 강의 없는 주말이면 찾아가 농사를 짓던 저자는 어느새 8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대학교수를 은퇴하고 홍천강변에 주저앉은 그이는 주민이 되었는데, 삶터인 홍천강변은 요즘 예전의 모습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을까? 승용차로 어렵게 드나들던 비포장도로가 번듯하게 포장된 후 땅값이 사정없이 올랐을 텐데,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출간 10년이 지난 요즘도 주경야독을 즐길까?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밭을 일구다 잠시 땀을 식힐 때, 고급 승용차에서 내린 자칭 사업가들이 은근히 다가와 꾀었다는 이야기가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에 나온다. 펜션을 지으면 편안하게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으니 자신들에게 땅을 맡기라고 얼렀다는 건데, 그렇게 땅을 잃고 고향에서 쫓겨난 주민이 당시에 많다고 썼다. 지금은 더하겠지. 땅 투기꾼이거나 투기를 조장하는 무리가 기웃거리면 시골이든 섬이든 금세 망가진다. 물려받은 농토는 겉보기 근사한 펜션단지로 변해 초기 돈벌이가 신통하지만 이내 비슷한 시설과 경쟁하게 되고, 펜션 손님 바라지하다 은행빚 갚지 못하면 고향을 떠나고 만다. 아스팔트 신작로가 없었다면 생기지 않을 일이었는데, 백령도에 공항이 생기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최근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백지화될 위기라 주민들의 실망이 크다는 보도가 나온다. 주민의 숙원인 공항이 무산되면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이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언론은 보도했다. 그럴까? 공항이 없으면 지원사업은 껍데기로 전락할까? 주민에게 중요한 지원사업마저 백지화되었다는 걸까? 아리송하다. 3m 이상 파도를 견딜 2천톤 급 여객선의 도입을 이야기하는데, 여객선 도입은 백령공항 유무와 무관하다. 공항이 생기면 있던 여객선이 철수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 날씨가 궂으면 원활한 통신이 불가능해 학생들 온라인수업이 어렵다는데, 공항이 생기면 원활해지는가?

 

지난 정부는 흑산도와 울릉도, 그리고 백령도에 50인승 소형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의 신설을 약속했다. 약속 전에 주민과 얼마나 충실하게 논의했는지 모르는데, 공항은 삽 뜨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주민은 찬성하지만, 환경단체가 반대하기 때문일까? 사실 대부분 주민은 어떤 공항이 어디에 들어서는지, 지역에 어떤 도움을 어떻게 줄지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공항건설과 관계하는 업자와 공항 개통 이후 투자할 자본의 논리가 횡행할 따름이었다.

 

접근성을 이야기하는데, 어디를 향한 접근성인가? 주민들이 서울까지 한 시간 거리가 되길 바라는 건가? 3파고는 거센 바람이 만들고 그런 바람이 불 때 50인승 비행기는 이착륙하지 못한다. 바다가 잔잔한 날 대도시로 나갈 주민의 주요 목적은 무엇일까? 나이 많은 대다수 주민은 병원을 찾거나 친지를 방문할 텐데, 시간 다툴 일은 아니다. 고액의 탑승비를 감당할 이용객은 관광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을 위해 호텔이나 고급 펜션에 투자할 주민은 거의 없다.

 

울릉도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부두가 파괴되고 연락선이 좌초되었다. 서둘러 복구해야 한다. 하지만 부두 파손이 공항 필요성을 부각하는 건 아니다. 그 정도의 재해라면 바닷가에 건설될 소규모 공항도 견디기 어렵다. 자주 발생하지 않더라도, 큰 병원으로 가야 하는 긴급환자의 수송에 비행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50인승 비행기가 대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기동력이 월등한 헬기도 가능하지 않은가. 서해5도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섬지방에 서울을 한 시간 내 접근할 목적의 공항은 급하지 않다. 헬기 투입 전까지 환자를 안정시킬 수 있고 평소 지역의 진료와 공중보건에 대비할 거점 병원이 훨씬 시급하다.

 

공항이 생겨 관광객이 대폭 늘어나면 주민의 소득도 어느 정도 늘어나겠지만, 홍천강변을 비롯해 경관 좋은 시골에서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은 주민의 편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검토해야 옳지만, 안타깝게 살상은 그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는 어떤지 궁금한데, 원활한 통신을 위한 공공투자는 바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보조금 없다면 어떤 선사도 머뭇거릴 테니, 2천톤 급 여객선의 도입은 주민의 처지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겠지.

 

두무진과 서풍받이를 비롯한 천혜의 경관을 여기저기에 펼치는 서해5도는 비행장 유무와 관계없이 인천의 자부심이다. 통일 이후에도 아름다운 경관이 후손에게 보전되려면 주민들의 삶도 불편하지 않게 보전되도록 살펴야 한다. 그를 위한 열린 논의가 먼저 열리길 바라면서, 주민 섣부르게 호도하며 성급히 추진하는 비행장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천시민과 서해5도 주민이 절실하게 인식하면 좋겠다. (인천in, 202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