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0. 10. 15. 23:13

 

요즘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보이면 큰일 난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되뇌며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학생에게 달달 외게 만든 군사정권은 달랐다. “공해라는 말에 발끈했고 그 여파는 군사정권이 힘을 잃어가던 시절까지 이어졌다. ‘공해추방연합이라는 단체는 그 훈풍을 타고 탄생했다.

 

독일에서 공부한 1970년대 젊은 교수는 공장 굴뚝의 시커먼 연기를 예찬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크게 혼났다. 아픈 경험을 한참 뒤 이야기하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인격을 파탄시키는 고문을 모멸적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떤 공장도 감히 연기를 내뿜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제성장은 목숨처럼 섬긴다. 다른 나라와 달리 코로나19 창궐에도 경제성장을 멈추지 않았다며 자부심을 높인다.

 

공과대학이 있는 대학에 환경공학과가 없는 경우는 드문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환경 전문가를 배출했을까? 수질, 대기, 소음ㆍ진동, 그리고 폐기물 처리 기술을 배우고 관련 기사 자격증을 획득한 젊은이들이 산업계와 관련 공직에서 활동을 시작했겠지만, 30년 넘게 사회에 나온 환경 전문가들은 우리와 세계의 환경을 얼마나 개선했을까? 마음이 그다지 편치 못하다. 초미세먼지와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전에 없이 늘었고 기후위기는 인류와 생태계의 파국을 예고한다.

 

사진: 2019년 8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며 국립공원위원회가 있는 서울역 건너 대우빌딩 앞에서 농성하는 박그림 선생, 그리고 글쓴이.박그림 선생은 결론이 나는 기간 내내 모기 뜯겨가며 장기간 주야농성했지만 박병상은 고작 두 시간 동참하며 지지의견을 표현했다.

 

환경공학은 허용기준치를 충족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환경공학자들이 여러모로 연구해 마련하는 허용기준치는 인류와 생태계의 안위보다 기득권의 눈치를 살핀다. 경제 여건에 따라 바뀌는 기준치는 압력에 유난히 약하다. 수많은 기준치 중, 수치를 만족시킨 둘 이상의 요인이 충돌할 때 어떤 변고가 생길지, 알아내려 나서지 않는다.

 

딱히 생태운동이라는 분야는 없지만, 생태적 삶이나 생태적 사고를 추구하는 활동가는 기준치 따위에 관심이 없다. 기준치라는 명백한 정답보다 다양한 시각과 행동을 배려하며 상황에 맞는 대안을 찾는 과정에 동의한다.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지는 생태계가 그렇듯, 생태운동가는 전국 1등이나 승승장구하는 자가 부럽지 않다. 개성에 맞는 행복을 성원하며 실수에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기준을 독점해 이권을 탐하는 기득권은 배출되는 쓰레기 처리를 외부에 떠넘긴다. 그런 행태를 감시하는 환경운동은 중요하지만, 기득권은 환경운동을 무시하거나 귀찮아한다. 생태운동가는 독선적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름을 존중하며 결정해야 할 일이 생기면 공동체 안에서 허심탄회하게 의논하길 즐긴다.

 

기득권이 경계하던 공해추방운동은 시민사회의 환경운동으로 거듭났다. 의미가 여전한 환경운동도 코로나19 이후에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독선이 이끈 재난에 완충력을 높일 생태운동은 어떨까? (갯벌과물떼새, 2020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