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20. 3. 16. 15:56


2020311일 오후 246.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9년 전 동일본대지진 희생자에 대한 추모행사를 관저에서 가졌다고 언론이 소개했다. 해마다 대규모로 추모해왔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각료 20여 명과 조촐하게 진행한 추도식에서 희생자에 애석한 마음을 드러낸 일본 총리는 오는 7월에 개최할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부흥하는 피해지역의 모습을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고 전한다.


부흥? 일본은 세계 굴지로 부흥한 국가가 아닌가? 9년 전 걷잡을 수 없는 지진에 이은 강력한 쓰나미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후쿠시마 바닷가의 핵발전소들을 휩쓸었고, 그중 설계수명을 넘긴 4기가 폭발하고 말았다. 지진과 쓰나미가 파괴한 상황에서 그쳤다면 아무리 처참했더라도 벌써 복구하고 남았겠지만 애석하게 지역사회는 물론이고 거대한 예산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도 마음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누구나 두려워하는 방사능 때문이었다.



사진) 2011년 3월 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피난행렬(출처는 인터넷)


9년이 지났지만, 분열하던 핵연료가 부서진 핵발전소 내에 현재 어떤 상태로 방치돼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파괴된 압력용기, 20cm 두께 이상의 강철 보일러 아래 뭉쳐 있을 거라 짐작하는 핵연료는 몇 차례 접근한 최첨단 로봇들을 여지없이 파손했다. 여전히 분열하면서 방출하는 방사선량이 여전히 막대한 탓일 텐데, 아베 총리는 올림픽 개최로 그 일대의 부흥을 꿈꾼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후쿠시마 주민들은 눈물로 호소한다. 방사능이 잠잠해질 때까지 안전을 철저히 관리하며 사람이든 자연이든 들쑤시지 말라고, 부흥 운운하며 방사능 지대에 풍파를 일으키지 말라고.


일단 핵분열이 시작되면 핵연료에 반드시 포함되는 플루토늄은 인류가 만든 최악의 독성물질이다. 플루토늄 1g에서 방출하는 방사능으로 60억 명을 폐암에 들게 만들 정도라고 전문가는 경계한다. 그 플루토늄은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 다시 말해 반감기가 24천 년이다. 그 플루토늄은 부서진 핵발전소 안에 수 톤 이상 존재하고, 폭발 초기 상당한 양이 후쿠시마 앞바다로 흘러들었을 거라 전문가는 짐작한다. 지금도 적지 않게 주변 바다와 지하수로 스며들 거로 추측하는데 부흥을 알리겠다는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식당의 식자재로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산물과 후쿠시마 주변의 농산물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플루토늄만 흘러든 게 아니다. 수십 종류의 방사성 물질을 내놓았고, 지금도 걷잡을 수 없이 나올 텐데, 반감기는 제각각이다. 태평양으로 희석되는 후쿠시마 앞바다만이 아니다. 폭발과 동시에 후쿠시마 일원 반경 30km를 위험지대로 만든 다양한 방사성 물질은 아직도 제거하지 못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이며 사람 거주지역을 겨우 닦았어도 숲이나 지하수는 어쩌지 못했는데, 일본 정부는 먹어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기준치 이하라고 강변하면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구내에 막연히 저장하던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이어진 후쿠시마 앞바다로 방류하겠다고 서두른다. 태평양에 희석되면 더욱 안전해질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아무리 걸러도 남는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이다. 수소는 생명체의 기본 원소다. 삼중수소가 몸에 들어간 생명체는 먹이사슬을 거치며 태평양의 해산물에 농축될 것이다. 물론 다른 방사성 물질도 마찬가지다. 미 정부는 자국 낚시꾼에게 일찌감치 참치를 먹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방류 이후 태평양은 얼마나 오염될까? 일본과 가까운 바다를 공유하는 우리나라가 특히 문제다.


러시아를 비롯해 몇 국가는 일본 수출품에 방사능이 검출돼 거듭 되돌려 보냈다고 한다. 우리는 후쿠시마에서 폐기된 자동차 타이어를 수입해 시멘트를 생산하는 데 사용했다. 그 사실을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에서 2015년에 고발한 최병성 목사는 당시 멀쩡한 아파트에서 방사능 계측기가 위험을 알렸다고 밝혔다. 한일 무역 갈등 이후 수입이 격감한 일본 맥주는 제조할 때 후쿠시마 주변 논에서 생산한 쌀을 포함했다고 일본 소식통이 전한 적 있다. 이제 피할 수 있어 다행인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해산물과 농산물을 올림픽 출전 선수와 임원에게 대접하겠다 벼르면서 부흥을 홍보한다. 손님에게 독이 든 음식을? 우리는 물론 일본 조상도 격노할 텐데, 우리는 덥석 받아야 하나?


폭발 35년이 되는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어떤가? 반경 30km는 여전히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일본은 어떤가? 폭발 직후 거주를 통제했던 지역을 점점 줄여나간다. 반경 20km 이내로 줄이더니 위험 지역 복판에서 올림픽 성화를 들고 뛰겠다고 자랑한다. 방사능이 일본의 부흥을 보장한다는 겐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일원의 연간 방사능 피폭 기준치를 1m(밀리시버트)에서 20배로 완화했다. 정부가 부흥을 외치면 방사성 물질은 방사능 배출을 느닷없이 줄이는 게 아니다. 위험성이 줄어들지 않았건만 기준치를 완화하며 손님을 초대하려고 든다.


최근 일본 정부는 우리의 투명한 코로나19 감염자 수치를 들먹이며 방문을 가로막았다. 코로나19 창궐에 부적절하게 대응하는 일본의 적반하장은 도쿄올림픽 때문이라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한데 일본을 비롯해 감당하지 못하게 늘어나는 세계 곳곳의 감염자 때문에 도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 탓이라며 방역 전문가들은 아쉬워하지만, 방사능 때문에 도쿄올림픽은 누구라도 마땅히 거부해야 옳다. 바꾼 기준치와 무관하게 후쿠시마의 방사능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므로. (지금여기, 2020316)

 
 
 

자원·에너지

디딤돌 2020. 2. 17. 22:26

 

120만 톤의 물에 수소는 얼마나 있을까? 물리학자라면 바로 알겠지. 그 수소가 방사성 물질이라면 120만 톤의 물은 얼마나 위험할까? 일본은 20113월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일원의 자국 어부들이 극렬하게 반대해도, 부흥을 위해 반드시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벼른다. 정화했으므로 안전하다고 강변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반감기 12년이 넘는 방사성 수소가 대거 포함돼 있다. 다른 물질도 많았지만 대부분 걸러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 근거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내부는 현재 어떤 상태로 파괴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방사능 준위가 하도 높아 9년이 지났어도 측정 장비의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큰 사고가 이어지지 않은 걸 보면, 안전은 관리되는 모양이다.


진도 9.0이 넘는 대지진 이후 전기공급이 끊어진 핵발전소에서, 압력용기라 말하는 핵반응로는 여지없이 파괴되었다. 수백 개 연료봉 안에 차곡차곡 쌓여 핵분열하던 담배 필터 크기의 핵연료들이 반응로 내의 물이 빠져나가자 고온으로 눌어붙으며 연료봉을 태웠다. 타들어가는 지르코늄 연료봉에서 다량의 분출된 수소가 원자로 격납고 안에 고였고, 이내 폭발했다. 지금도 너덜너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에서 4호기의 상태가 그랬다. 눌어붙은 핵연료들은 당시 20가 넘는 강철 반응로를 뚫고 내려갔다. 그 아래 철근 시멘트를 뚫던 중, 황급히 냉각시키려 외부에서 공급한 물에 식으며 멈췄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사용한 우라늄(U) 핵연료는 동위원소 U238 97%U2353% 섞였다. U235의 핵이 중성자와 고속으로 충돌하면 분열하면서 고온의 열을 놓는다. 그 열로 물을 끓여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데, 핵연료에 포함된 U238은 핵분열에 참여하지 않는다. 핵분열 전의 핵연료는 비교적 안전하다. 손으로 잡아도 당장 죽지 않지만 일단 분열을 시작하면 극도로 위험한 상태로 바뀐다. 1미터 근처에 10초 이상 노출되는 노동자는 즉각 사망한다. 그런 물질들이 한꺼번에 들러붙으면 인류가 상상하지 못한 핵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에 도쿄전력은 폭발 9년이 지난 지금도 냉각을 위해 막대한 물을 부어야 하는데, 그 냉각수에 온갖 방사성 물질이 스며들 된다.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냉각수는 눌어붙은 핵연료 더미를 식히는데 여러 차례 재활용한다는데, 더는 거를 수 없는 냉각수는 50톤씩 저장용기에 담아 발전소 구내에 이제까지 보관해왔다. 그리 저장하던 냉각수가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하는 오염수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수소를 제외한 물질은 전부 걸렀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내외의 많은 전문가는 회의적이다. 세슘이 포함되었다는 증거가 거듭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무시하는 태도를 애써 연출한다.



사진: 파괴된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 내의 오염수 저장탱크들.


방사성 수소는 삼중수소로, 반감기가 12.3년이다. 방사능 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이 그렇다. 입자가 매우 작은 삼중수소는 인간이 만든 어떤 장치도 거의 걸러낼 수 없기에 120만 톤 오염수에 막대하게 포함돼 있을 수밖에 없다. 무게가 더 나가는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선량 자체가 낮으므로 안전할까? 태평양에 희석될 테니 무시해도 좋을까? 바다로 방류하길 바라는 일본의 전문가는 그렇게 주장하고 싶겠지만 엄연히 사실과 다르다.


수소는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물체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원소다. 물이 몸의 70%를 구성하지 않던가. 방사능의 위험성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삼중수소 상태로 지극히 일부라도 몸에 들어가 구성요소가 된다면 주변 유전자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암을 일으키거나 다음세대에 돌연변이를 안길 수 있다는 의미다. 삼중수소가 들어간 플랑크톤을 먹은 작은 동물은 그보다 큰 물고기가 먹을 테고, 플랑크톤을 삼킨 물고기는 더 큰 물고기에게 먹힌다. 얼마든지 사람에게 연결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넘어갈 때마다 농축된다. 미국 서부에서 잡히는 참치를 미 당국에서 먹지 말도록 당부하는 이유는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이다. 먹이사슬 거의 마지막인 만큼 방사능이 무시할 수 없게 축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국민의 몸에 조금이라도 들어간 방사성 물질은 치명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데, 후쿠시마 앞바다로 버릴 120만 톤의 오염수는 생태계에 안전할 리 있나?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농산물과 해산물을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단에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전을 강변하지만 미심쩍다. 동서고금을 통해, 손님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그 집에서 가장 안전해야 옳다. 안전을 미심쩍어하는 음식을 굳이 대접하려 한다면 누가 초대에 응하겠는가?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부흥을 이야기한다. 삼중수소는 생태계의 독이다. 자국의 부흥을 위해 손님상에 독을 풀겠다는 겐가?


기준치를 보면 위험하지 않다고? 그럴까? 숱한 자료가 입증하지만, 기준치는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다. 특히 핵 관련 기준치는 관리자의 편의적 수치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선수촌 식당에 진정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공급한다면, 1979년 미국 드리마일과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사고 이후 그랬듯, 세계 각국의 핵 안전 전문가들은 장기간 연구에 들어갈 게 틀림없다. 선수촌 식당에서 밥을 먹은 선수들의 건강 상태의 변화를 눈여겨볼 것이다.


방사성 물질은 부흥과 무관하다. 호흡이나 음식으로 몸에 들어간 방사성 물질은 분노의 원인이겠지. 후쿠시마도 드리마일과 체르노빌의 사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의 명예를 위해 젊음을 바친 선수들이 20208월 이후 다른 젊은이보다 건강에 문제가 더 발생한다면, 덕분이 일본은 부흥하는 걸까? 일본이라는 국가 이미지는 장차 어떻게 변질할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고집한 일본 정치인은 분노의 원흉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까?


오염수를 저장할 장소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구내에 없다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 발전소 구내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합당한 비용을 감당한다면 지하에 얼마든지 저장할 수 있다. 반감기의 10배 기간 동안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마땅히 써야 할 돈을 아끼며 부흥을 앞세우다니 어처구니없는데, 올림픽 참석을 위해 하루하루 굵은 땀을 흘리는 젊은이를 선수촌에 보낼 우리 정부의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여기, 2020.2.17)

 
 
 

자원·에너지

디딤돌 2020. 2. 5. 10:53

 

속단할 수 없지만, 지난겨울보다 미세먼지가 덜한 듯하다. 중국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30% 조금 넘게 영향을 미친다고 언론이 양국의 연구를 근거로 보도하던데, 북경의 난방 연료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꿨기 때문일까? 북경 이외 지역까지 난방 연료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을 텐데, 난방 연료만 미세먼지의 원인은 아니다. 내연기관을 가진 화력발전과 자동차가 내놓는 미세먼지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보다 수십 배 용량의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중국은 발전소의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우리만큼 엄격하지 않으리라 짐작하는데, 중국은 우리보다 많은 47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한다고 작년에 백서를 발간하며 밝혔다. 그만큼 화력발전소 가동이 줄었으므로 미세먼지 발생이 줄었을까? 전기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화력발전 가동이 늘었다면 그렇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그만큼 이산화탄소 발생이 줄었으니 지구온난화 속도가 늦춰질까? 역시 확신하기 어렵다. 핵발전소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이 적지만 가동을 멈춘 뒤를 더 생각해보자.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치명적 핵폐기물을 안전 관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무시할 수 없다.


핵발전소의 퇴출을 한사코 문제 삼는 한 언론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결정한 월성핵발전소 1기의 가동 영구중단을 집요하게 비판했다. 가동을 옹호하는 전문가의 주장만 편집해 보도하면서,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발전소를 중단한다며 세계적 추세에 역행했다고 맹렬하게 성토했다. 왜곡한 자료를 근거로 세계추세를 강조했지만, 수긍하기 어려웠다. 가짜뉴스를 창조해 보도하지 않았더라도 언론의 책무를 망각했다. 다음세대 생명보다 기득권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그 언론사의 태도는 후손의 기준으로 볼 때 사회적 흉기에 가까웠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생산과 이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도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다소 줄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드물게 보이는 전기자동차는 장차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대안으로 떠오를까? 내연기관이 없으므로 배기가스가 거의 없지만 아스팔트와 타이어가 마찰하며 생기는 미세먼지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대도시는 계절과 관계없이 살수차를 자주 운행해야 한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보다 온실가스를 덜 내뿜지만,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게 이끌 정도는 분명히 아니다.



사진: 전기차 충전장치. 내연기관이 없으므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대안이 될까?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는가 이외에도 생각해야 할 문제는 많다. 


인천처럼 거대한 선박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항구도시는 대기오염이 심하다. 정박 중이더라도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막대하고 항구를 오가는 대형트럭이 내놓는 오염물질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럭에 최선의 오염저감장치를 부착하고 정박 중인 선박에 전기를 공급한다면 도시의 오염물질은 크게 줄겠지만 엉뚱한 지역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나 핵폐기물을 내놓을 테니까. 대형트럭을 전기 또는 수소로 움직이게 하면 도시의 대기오염이 다소 진정될까? 하지만 전기와 수소를 생산하는 지역의 고통은 늘어날 것이다.


전기차는 얼마나 많은 배터리를 요구할까? 휴대전화와 비교할 수 없을 텐데, 우리나라는 2천만 대의 자동차가 도로를 누빈다. 배터리 생산에 들어가는 희귀금속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까? 희귀금속을 채굴하느라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을까? 생태계는 얼마나 파괴되고 그 생태계에 머물던 생물을 생존을 얼마나 위협받을까? 배터리뿐이 아니다. 한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때 얼마나 많은 쇠가 필요할까? 10억 대 가까운 세계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쇠를 조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제철소가 가동되고 있을까? 그 제철소는 얼마나 많은 전기와 석탄을 사용할까?


포항제철을 위해 경북 영천시 자양면의 영천댐은 오늘도 1억 톤 가까운 물을 가둔다. 그 물이 금호강을 적신다면 문자 그대로 투명한 비단결 물길이 유지될 텐데, 4대강 대형 보로 막힌 현재 낙동강은 끔찍하게 더러워졌다. 자동차의 에너지원을 전기나 수소로 모두 바꾸더라도 운행하는 수가 세계적으로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면 포항제철은 절대 가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낙동강은 되살아나기 어렵다. 어디 낙동강뿐이랴.


많은 정부 관계자는 수소연료를 청정에너지로 인식하는 모양인데 그들의 짧은 시각이 무척 아쉽다. 수소에서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의 발생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거기에서 그친다면 공직자는 무책임하다. 수소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천연가스를 재료로 추출하는 방법이 우선 제안되지만, 그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크고 무시할 수 없는 오염물질도 발생한다. 수소를 생산하는 지역은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고 국가의 에너지는 그만큼 낭비된다. 물을 전기분해하겠다는 아둔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낭비된다. 열역학법칙에 예외는 없다. 수소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사라진다.


가동 중단된 월성핵발전소 1기를 제외하고 24기의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지 않는 우리나라는 생산한 전기의 3분의 1 이상을 버릴 때가 많다. 필요 이상 생산하기 때문인데,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한다면 전기자동차의 에너지는 충분히 확보될까? 그럴지 모르지만, 그를 위해 대도시 밖의 화력발전소마다 막대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거침없이 분출하겠지. 지구는 걷잡을 수 없이 더워지면서 호주와 그 이외 지역에서 거대한 산불이 거듭 발생하겠지. 핵발전소마다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핵폐기물을 지역에 마구 쏟아내겠지. 세계 450개 핵발전소 중에 하나라도 폭발한다면? 소비자 감시가 거의 없는 중국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나라에 종말이 강요될 것이다.


지나친 상상인가? 제발 그러길 바라면서, 전기차가 기후변화 대안이라는 상상을 포기하길 촉구한다. 냉장고의 에너지효율이 높아졌어도 전기요금이 줄지 않았다. 냉장고 용량이 전에 없이 커진 까닭이다. 에어컨도 비슷하다. 효율이 높아지자 웬만한 가정의 필수품이 되었다. 혼수품으로 등극한 에어컨은 여름을 춥게 만들었고 개도 걸리지 않는다던 여름감기가 유행이 되었다. 전기차가 대세로 바꿔도 심화하는 지구온난화는 조금도 누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가 거의 필요 없는 세상이라면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겠다. 쉽지 않겠지. 자동차가 불필요한 세상을 당장 실현하기 어려워도 상상은 가능하다. 집과 직장 사이의 거리가 짧으면 자동차가 지금보다 덜 필요하다. 터전에서 먹을거리를 자급할 수 있다면 자동차를 꽤 줄일 수 있다. 일본의 경제사상가 우치하시 가츠토는 “FEC 자급권을 제창했다. 식품과 에너지, 그리고 돌봄을 지역에서 자급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동조합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우치하시 가츠토의 희망이 현실화한다면 자동차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게 틀림없다.


월성핵발전소는 전기차의 대책과 무관하다. 소변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검출되어도 도시인의 전기차를 위해 월성 주민들은 꾹 참아야 할까? 전기차 대안인 양 편집해 보도한 언론은 핵 관련 자본의 기득권을 옹호하며 사회적 흉기의 역할을 자처했다. 온실가스가 계속 심화한다면 초대형 산불은 우리나라를 예외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생태계가 괴멸된 이후, 전기차도 언론사도 소용없는데, 그 언론 참 흉포했다. (작은책, 2020.2월호)

소장님의 글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되짚어보는 것은 필요하고 마땅하다 여깁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불필요한 세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전기차가 대안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적어도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 가운데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기차 관련해서 소장님께서 펼치신 여러 부정적인 상황들..아스팔트와 타이어 사이의 마찰에 따른 미세먼지 발생..그래서 살수차가 필요한건지..잘 모르겠네요. 수소 연료를 뽑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 오염 물질 발생도 글만 봐서는 공감이 안됩니다. 그냥 '안돼'를 위한 논리 전개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냥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제 생각이 너무 짧아서 일까요?
간단하게 제 생각으로 답할게요. 수소는 거의 아니고, 전기는 대안이기보다 징검다리 쯤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타이어와 아스팔트 사이의 마찰로 나오는 미세먼지는 생각보다 많아요. 대부분 도로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니 바로 씻어내는 게 최선이지요. 살수차 운행을 늘려야 합니다. 물론 그 근거는 관련 기관에 가지고 있을 겁니다. 수소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야기하는데, 그 부분은 제 블로그 어디에 써 놓은 게 있으니 살펴봐주시길 권합니다. 제 책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에 요약해놓았구요. 확실한 건, 저는 부정을 위한 부정적 논의를 부정합니다. 안된다는 주장으로 어떤 지지를 받겠습니까? 후손의 기준으로 생각해보고 제 논지를 근거를 기반으로 강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