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11. 29. 16:46

 

2008년 10월 제10차 람사총회, 다시 말해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총회가 열린 경남 창원의 우포늪은 용늪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람사습지이고 1973년 전까지 천연기념물이었다. 일제가 1933년 지정했으나 철새가 줄어들었다며 취소했다 천연기념물로 다시 등극될 찰라, 초대받지 않는 손님 때문에 난감해진 모양이다.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고니 같은 겨울철새가 답지할 순간, ‘늪너구리’가 출몰한다는 게 아닌가.

 

늪너구리? 너구리가 늪에 적응해 나타나는 건 아니다. 남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일원에 분포하는 뉴트리아를 우리말로 그리 부르는 모양인데, 사실 너구리와 많이 다르다. 흙탕물과 같은 연갈색의 통통한 몸은 50센티미터 이상 자라지만 기다란 앞니를 드려낸 머리는 영락없이 쥐를 떠올리게 하는 뉴트리아는 40센티미터까지 자라는 꼬리가 쥐처럼 가늘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런가. ‘뉴트리아쥐’라고 칭하는 이도 있다.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지만 일단 물에 들어가면 발가락 사이의 물갈퀴로 제 세상을 만끽한다.

 

어쩌다 모습을 드러내던 뉴트리아가 어느새 우포늪 전역에서 활개를 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황소개구리나 배스가 퍼져나간 시나리오와 비슷할 것이다. 사육으로 한 밑천 잡으려다 시들해지자 관리가 소홀해졌고, 그러자 몇 마리가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급격히 퍼져나간 거다. 1985년 프랑스에서 모피와 고기를 위해 100여 마리 수입해 경상남도 일원에서 사육한지 이제 25년. 수명 10년인 뉴트리아는 천적이 없는 늪에서 마음껏 증식, 그 주변의 습지를 거의 잠식했다. 머지않아 금강과 한강으로 세력을 넓힐 태센데, 아직 거긴 춥다.

 

우리 생태계에 없었으므로 첫인상이 호감가지 않아도 장점이 한두 가지 아니라고 했다. 습지의 척추동물답게 털이 치밀하고 고와 모피의 길이 좋을 뿐 아니라 적은 기름기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고기가 부드러우며 쫄깃쫄깃하다니 일석이조다. 면역이 강해 질병이 거의 없고 아무 사료도 잘 먹으며 마구 자라는 늪의 수초를 거뜬히 먹어치우는 뉴트리아는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아도 1년에 두세 차례, 한 배에 서너 마리 이상 새끼들을 낳아 잘 자란다는 게 아닌가. 그러니 축산 실패로 시름에 잠긴 이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육장에 악취가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배설물은 양질의 비료가 되어 수초와 벼 생산에 도움이 된다니 들여놓기만 하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을 게다.

 

광고는 언제나 한쪽 면만 조명할 따름이라는 건 대개 나중에 안다. 2000년 무렵 8천 마리 이상 증식된 뉴트리아는 모피와 고기가 아무리 좋아도 남미나 유럽과 같은 각광을 받지 못했다. 혐오스런 모습 때문에 모피와 고기마저 외면된 건데, 물고기의 산란장인 수초를 마구 뜯어먹을 뿐 아니라 우포늪의 멸종위기종인 가시연을 뜯다 철새의 다리를 물고 잠수, 질식시킨 뒤 게걸스레 먹어치워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게다가 인근의 밭으로 들어가 감자요 당근을 거덜내더니 급기야 논으로 들어가 벼마저 훑어내는 게 아닌가.

 

제 몸무게의 4분의1을 하루에 먹어치우는 뉴트리아에 대응하는 천적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악어가 없는 우리나라에 있는 수달은 맑은 하천을 떠나려 들지 않는다. 물수리는 태화강에서 숭어 잡는데 여념이 없고 참매는 늪까지 염탐하지 않는다. 뉴트리아는 늪을 외면하는 삵이나 오소리마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영하로 치닫는 겨울 추위만이 두려웠을 테지만 호수 가장자리에 20미터 이상의 굴을 파면서 극복했다. 한겨울에도 따뜻하면 굴에서 나와 철새를 물어뜯으니 우포늪 관계자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우포늪만이 아니다. 밀양시도 부산시도 포상금을 걸고 포획에 나섰다. 민원에 호응한 환경부가 2009년 6월 유해조수로 지정했으니 뉴트리아가 눈에 잘 띄는 계절을 맞아 대대적인 퇴치 작전에 돌입한 것인데, 효과는 높지 않다. 그런 사정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찌감치 수입해 사육하다 모피산업이 시들해지자 숲으로 내버린 미국에서 뉴트리아가 루이지애나 늪지대에 퍼지며 수중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기에 이른 것이다. 꼬리 하나에 5달러를 내걸었지만 실패했고, 소시지와 버거 같은 메뉴를 개발해 식용을 위한 사냥을 유도했지만 워낙 뛰어난 번식력 때문에 소용없었다고 한다.

 

남부 미국보다 쌀쌀하고 늪도 넓지 않지만 앞으로 미국 이상 퍼질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로 호수의 얼음이 겨울에도 오래 지속되지 않으니 우리 겨울에 완전히 적응하면 4대강 사업으로 대구 언저리까지 호수로 이어질 낙동강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민원이 유발되었듯, 낙동강 주변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겨울딸기를 축내며 봄을 기다릴 것이다. 걱정은 거기에서 멈출 리 없다. 거대한 호수의 제방에 복잡한 굴을 길게 파놓을 테니 집중호우에 제방 붕괴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가장 하류인 함안의 한 호수에 벌써 사고가 벌어졌다. 집중호우로 빗물이 순식간에 모여들자 뉴트리아가 파놓은 굴 때문에 약해진 제방이 붕괴되었다.

 

수초가 사라진 겨울철에 늪을 유영하다 포수의 총탄에 쓰러지는 동료를 보면 주로 야행성인 뉴트리아는 낮에 얼씬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총도 소용없어진다는 건데, 앞서 경험한 다른 나라처럼 주어진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뉴트리아가 우리 땅에 퍼진 이상, 발본색원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동면까지 알게 된다면 남은 방법은 거의 없어질 터. 불고기나 로스구이로 유혹하는 방법도 그리 효과가 없을 것이다. 고기나 가죽의 인기가 높아지면 사육농가가 늘어나겠다.

 

퇴치한다는 건 결국 죽여 없애자는 뜻인데, 들어올 때 그리 애지중지하더니 이제와 죽이겠다니. 뉴트리아는 억울할 텐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자연에서 퇴치할 수 없다면 황소개구리나 배스처럼 어쩔 수없이 최소 범위에서 공존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뉴트리아가 퍼져나갈 환경 조건을 최대한 억제시키고, 우리 자연에서 나타나는 천적이 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텐데, 대구를 내륙항으로 만들려는 4대강 사업은 고유 생태계를 더욱 처참하게 교란하기만 한다. (전원생활, 2011년 1월호)

감사히 담아갈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