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11. 21. 01:50

 

대부분의 시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수돗물에 불소를 넣겠다는 소문이 인천시 주변에서 새어나온다. 시의회나 시민단체 일부에서 잊을만하면 제기했던 수돗물불소화가 시에서 불거져 나오는 건 시장의 공약이기 때문이라는 풍문이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현 시장이 후보일 때 수돗물불소화 공약을 이야기했는지 모른다. 만일 그걸 알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일 때, 수돗물불소화 공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력했다면 후보는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점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생각해보라. 수돗물에 넣으려는 불소화합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실상을 정확히 알았다면 과연 그 공약이 채택되었겠는가. 만일 그 공약이 선거기간에 공론화되어 유권자 사이에서 토론이 벌어졌다면 어찌 되었겠는가. 불소화합물의 위험성이 만천하에 속속 드러나는데 후보가 공약을 사수했겠는가.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지지율 상승을 간절히 원하는 후보에 어떤 단체가 다가가 은밀히 요구했는지 짐작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방법이 치졸했다. 이제까지 수돗물불소화 제안이 나올 때마다 시민단체 사이에 격렬했던 논의가 벌어졌고, 이어 민주적 공론화를 투명하게 거치면 어느 지역이든 제안된 수돗물불소화는 없었던 일이 되었다. 심지어 수돗물불소화가 행해지던 지역도 논란 이후 속속 포기했다. 그런데 소문의 근원에 있는 인천시 최고위 공직자 중의 한 이는 얼마 전까지 수돗물불소화를 추진해왔던 단체의 대표였다. 그의 독선으로 수돗물불소화가 은밀히 추진되는 거라면, 인천의 민주주의는 시방 독살되는 것이다.

 

불소가 치아를 단단하게 해 충치 발생을 줄인다는 철지난 경험적 사실은 아직 유효한가. 현재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맞벌이 가정 7살 이하 어린이의 충치를 예방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역학조사로 번복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7살 이하 어린이도 양치를 제대로 하면 수돗물불소화는 불필요하다. 당분이 많이 들어간 과자나 사탕을 줄인다면 더욱 불필요하다. 문제는 불소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독극물이고 비소보다 강력한 발암물질이라는 점이다. 1948년 미 펜실베이니아 주 도노라 계곡에 퍼진 제련공장 굴뚝의 불소가 하룻밤 사이에 천여 명의 주민을 사망케 하고 훨씬 많은 이를 암과 질병으로 평생 고통스럽게 한 사례를 잊으면 안 된다.

 

백보 양보하여 불소가 이를 단단하게 한다고 치자. 그 효과는 불소를 마셔서 얻는 게 아니라 이를 스쳐서 생긴다. 농도를 낮추므로 안전하다는 주장 역시 위험하다. 불소 민감성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은가. 면역이 약한 아기는 이도 없는데 불소를 마셔야 한다. 임산부, 노인, 병약자도 그렇다. 게다가 수돗물에 넣겠다는 불소는 더 무섭다. 자연계의 불소화합물도 위험한데 비철금속 제련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인 불소화합물은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므로 몸에 치명적일 뿐 아니라 축적되므로 더욱 위험하다. 치료가 불가능한 골절이 나이 든 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수돗물은 최대한 순수해야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물질이라도 모든 시민이 마셔야 하는 물에 넣으면 안 된다. 수돗물불소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대중을 위한 보건의료인 양 주장하지만, 생각해보라. 민주사회에서 비타민이든 영양제든, 원하는 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한다. 정확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으며 먹을 걸 강요해야 하는가. 더구나 아무리 희석해도 독극물일 따름인 불소를 무차별적으로 마셔야 하는가. 수돗물의 불소가 이런 문제를 일으킨다는 걸 아는 순간 시민들은 이번 소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해보라.

 

불소가 이를 단단하게 해준다는 철지난 경험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몸의 건강이다. 독극물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불소를 넣은 수돗물을 피피티 병에 담아 원하는 가정에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한데 인천시는 왜 피할 수 없는 공포를 시민에게 강요하려 하는가. 논의가 치열할수록 과정이 투명하고 결과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어야 민주사회다. 한데 요사이 인천시 주변에서 들리는 소문은 시민의 건강과 민주주의에 흉흉하기만 하다. (인천신문, 201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