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9. 3. 13:01

 

태풍 곤파스가 할퀴고 지나간 다음날 또 한바탕 비가 떨어졌다. 삼복더위를 밀어낸 정체전선이 아직도 중부지방을 떠나지 않기 때문인 모양이다. 여름 장마 뒤의 가을장마. 그 전후에 태풍. 사실 이런 구도의 기상은 일찍이 인천에 없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역시 지구온난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다른 해역보다 섭씨 2도 이상 높은 동남아와 제주도 인근 해상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태풍 3개가 한꺼번에 발생한 것도, 그 중 하나인 곤파스가 예년의 이맘때와 달리 일본이 아니라 우리 서해안으로 진로를 바꾼 것도 원인이 거기에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대화재와 식량감산이 밀 수출 금지로 이어지자 아프리카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이때, 더욱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거나 완화시켜야 한다는 다짐은 생존을 위해 절박한 행동이 되어야 한다. 식량의 4분의3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는 사실 아프리카보다 심각할 수밖에 없다. 다국적기업의 씨앗에 종속된 요즘의 지구촌은 재배하는 농작물은 대부분 지구온난화나 기상이변에 취약한 품종이다. 따라서 우리보다 지구온난화에 민감해야 할 국가도 드물 것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수입할 식량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수도권 제1의 곡창지대인 강화는 고려조부터 갯벌을 대규모로 간척한 곳이다. 덕분에 몽골의 내침에도 수십만의 인구가 버틸 수 있었다지만 그건 쌀만 생각한 편협한 계산이다. 갯벌은 육지에서 가장 높은 열량을 생산하는 논보다 10배나 많은 영양분을 베푸는 까닭이다. 육지의 영양물질을 한강을 거쳐 수천 년 동안 내려놓은 강화의 갯벌은 우리 밥상을 지켜온 어패류의 오랜 산란장이고 성장터전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먹고살 수 있었던 것은 고려 때나 지금이나 갯벌에 게 있기 때문이다. 농한기가 없는 갯벌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들어가 풍성하게 먹고 남을 어패류를 맨손으로 채취해 이웃과 나눌 수 있었다.

 

갯벌에 무한히 많은 생명이 깃들 수 있는 원초적 힘은 플랑크톤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10미터가 넘는 강화 일원의 너른 갯벌은 거대한 스펀지다. 고운 개펄 속의 미세한 틈마다 하루에 두 번 밀려왔다 나가는 바닷물이 배어들면 1그램에 10억 마리 이상 분포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광합성에 매달린다. 덕분에 식물성플랑크톤을 먹는 동물성플랑크톤이 수천만 마리 따라 들어오니 수많은 조개와 게들이 몰려들고, 어류와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 수 있었다. 수천 년 이상 맨손으로 어패류를 채취하던 우리 조상은 갯벌의 식물성플랑크톤이 생산해내는 엄청난 산소를 들이마셨고, 조개와 게들이 성장하면서 두툼해지는 탄산칼슘 껍질은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주었다.

 

육상에서 쏟아내는 유기물질을 자연스레 정화하니 인체의 콩팥, 산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니 인체의 허파, 수많은 어패류들이 알을 낳고 자라니 인체의 자궁에 비견될 수 있는 갯벌이 서편에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한 자랑이다. 산소를 공급해줄 뿐 아니라 편서풍에 습기를 띄워보내니 육지는 목마르지 않을 수 있다. 그뿐인가. 넓은 조간대가 파고를 낮춰 태풍이나 해일로 인한 피해를 완충시킨다. 인천과 수도권은 그 덕분에 역사 이래 태풍과 파도로 인한 자연재해가 크지 않았다. 강화 일원의 갯벌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의 중요한 축일 뿐 아니라 생존을 위한 비빌 언덕이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를 돈벌이 기회로 삼으려는 세력이 강화의 갯벌을 파괴하려 든다. 조력발전을 위해 갯벌에 제방을 막아 바닷물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행위가 마치 지구온난화를 대비하려는 신재생에너지 창출이라도 되는 양 시민사회를 호도하고 나선다. 제방 사이의 통로로 바닷물의 흐름을 좁혀 발전터빈을 돌리면 이산화탄소가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누가 감히 갯벌의 순기능을 파괴하는 조력발전이 지구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겐가.

 

강화도 남단과 영종도 북단을 잇는 인천만조력발전은 17킬로미터의 제방을 필요로 하고 강화도에서 교동도, 서검도를 거쳐 석모도까지 잇는 강화조력발전은 8킬로미터가 넘는 제방이 있어야하는데, 그 규모의 제방 안에 들어갈 막대한 모래는 해양생태계의 기반인 갯벌을 준설해 가지고 올 것이다. 제방과 발전시설을 세우기 위해 철근 시멘트를 나르고 붓는 행위에서 대기에 필연적으로 내뱉는 이산화탄소도 무시할 수 없지만, 발전소 가동으로 지구는 더욱 온난화될 것이다. 갯벌의 탄소동화작용, 어패류의 산란과 패각 성장으로 이산화탄소가 흡수되는 순기능은 사라진다. 화력발전과 비교해 상쇄할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단순히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조력발전은 생존의 기반인 갯벌을 당대에 질식시킬 것이다.

 

국가의 경제적 이익에 봉사하는 듯 과장하는 조력발전 추진 세력은 신재생에너지원 발굴을 위한 노력인 듯 표정을 관리하지만, 그건 발전시설 개발업체의 홍보용일 뿐이다. 조력발전으로 챙기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량’ 만큼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더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숨었을 수 있다. 올해 3월 국회에서 통과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 개정안은 화력발전소 비중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조금이라도 완화하자는 취지다. 발전사업자 돈벌이를 자원하려는 제도일 수 없다. 2012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퍼센트, 2022년까지 10퍼센트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라는 법에 갯벌을 파괴하는 조력발전을 포함시키려는 행태는 손쉬운 돈벌이를 위해 후손의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과 다르지 않다.

 

최근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1950년대 이후 식물성플랑크톤 양이 40퍼센트나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를 그 원인으로 파악하는 논문은 식물성플랑크톤의 감소로 산소 발생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서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주장했다. 나아가 해양생태계가 황폐화될 것으로 덧붙였다. 해마다 1퍼센트 씩 줄어드는 식물성플랑크톤은 농토에서 영양분이 여전히 흘러드는 인도양은 예외하고 주장했는데, 강화에 세계최대의 조력발전을 두 곳이나 세워 갯벌을 파괴하려는 인천 앞바다는 어떤 내일을 예고할까. 생명을 희생양으로 전기를 구해야 옳은가. (리뷰인천, 2010년 가을호)

 
 
 

도시·인천

디딤돌 2009. 12. 19. 01:07

 

저어새들 날아간 송도 11공구 갯벌은 썰렁하다. 작년 가을 겨울철새들이 떼로 죽은 뒤라 그런지 오리도 그리 많지 않다. 악취가 진동하고 공사 중장비들이 밤낮 없이 질주하는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의 작은 인공섬에 둥지를 친 저어새는 한줄기 희망 같았는데, 덕분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의 철새와 습지단체들이 굳이 찾아와 보존을 요구하는 성지가 되었는데, 둥지에서 다음세대를 잘 키워낸 저어새가 따뜻한 나라의 습지로 날아간 뒤 송도 11공구 갯벌은 다시 불안해진 거다. 그래도 내년에 다시 찾겠지. 거기가 고향이므로. 한데, 송도 11공구 갯벌은 저어새가 돌아올 수 있을 만큼 보전될 수 있을까.

 

인천의 오랜 역사이자 문화였던 갯벌은 다 매립돼 시방 송도 11공구에 유일하게 남았다. 갯벌을 보려면 강화나 장봉도 일대로 가야 하는데, 거기도 안전하지 않다. 조력발전으로 휩쓸려 사라지거나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게 훼손될 위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하는 데 그치게 해보자고 마음을 졸였는데, 온실가스를 자연스레 제거해주는 갯벌을 파괴하며 친환경에너지라 칭하니 어처구니없다. 2도 오르면 해수면이 어느 정도 상승하겠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파고가 높아져 송도신도시나 인천공항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아는 최고 정책 담당자는 갯벌은 개발이 아니라 보존대상이란 걸 이해하려나. 내년을 기대해본다.

 

초고층빌딩이 늘어나는 만큼 녹지가 잠식되는 인천의 대기가 다른 지역보다 더 뜨거운 건 상식일 텐데, 대기질도 그리 좋을 리 없다. 인천에 특히 많은 화물자동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인천의 앞바다를 거의 두르며 굴뚝을 솟아올린 화력발전소마다 온배수를 토해내지 않은가. 게다가 남동발전(주)은 영흥도에 발전설비를 당장 2기 추가하겠다고 나섰고 중부발전도 뒤질세라 보령시의 발전설비를 서구 경서동으로 옮기겠단다. 일단 발끈했다지만, 숱한 개발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에 목말라하는 인천시의 처지에서 실제로 막아낼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이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텐데, 인천의 하늘과 바다의 운명이 걱정이다.

 

결국 경인운하는 ‘아라뱃길’이라는 야릇한 이름을 달고 올해 착공되었다. 내년에도 공사는 계속될 테지만 일자리는 정부의 장담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살리기’로 위장된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일 텐데, 경인운하를 이동할 선박에 장차 무엇을 실을 수 있을까. 해양생태계를 바닥에서 훑을 바닷모래? 수도권 생활쓰레기? 물론 호화유람선은 아닐 것이다. 도무지 볼 게 없지 않은가. 그럼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인천시에서 추진하는 ‘검단 장수 간 민자도로’는 어떤가. 착공된다면 장차 책임소재를 따져야 할 사태가 발생할 게 뻔하다. 녹지의 가치를 인식하는 일단의 시의원이 해당 예산을 막아 올해는 위기를 면했지만 내년은 어떨지. 마지막 남은 S자 녹지마저 허무는 범죄행위로 후손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을 설마 자행하지 않겠지. 지방선거가 내년인데.

 

인천의 진산, 계양산은 여전히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백두대간에서 한남정맥으로 이어져 황해를 굽어보던 계양산이 인구 280만을 바라보는 대도시의 마지막 위안으로 남았건만 껌과 초콜릿을 팔아 큰돈을 번 대기업 롯데가 시민 대다수의 요구에 눈을 감은 태도를 아직 버리지 못한다. 합법적 절차를 내세우는 모양이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곧 ‘사회적 기업’, 다시 말해 이윤을 능동적으로 사회에 돌려주는 기업을 주목할 거라고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핵폐기장으로 버림받기 직전에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킨 굴업도에 CJ 산하 C&I는 ‘오션파크’라는 리조트를 조성하려고 한다. 한데 C&I는 롯데와 달리 현재 주민과 환경단체와 미리 논의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진지하게 지켜볼 일이다.

 

내년은 2010년 호랑이띠의 해, 경인년이다. 고단하게 물러난 기축년 소꼴이 되지 않길 호랑이에게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호일보, 200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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