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2. 2. 8. 08:54

 

56세에 재발된 유방암을 이기지 못하고 1964년 숨진 레이첼 카슨은 2년 전 암으로 몸이 쇠진한 상태에서 농약에 물든 세계에 경종을 울린 침묵의 봄을 펴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50년이 지난 요즘, 농약 사용을 절제한 미국은 새 울음소리로 봄을 열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개구리 소리로 봄을 열 수 있을까. 레이첼 카슨 서거로 잠시 주춤했던 세계의 농약 사용량은 대략 50만 배 늘었다고 한다. 세계 평균의 6배 가까이 농약을 살포한다는 우리나라에 경칩은 다가오는데, 개구리는 올해 제대로 깨어날 것인가.

 

최근 우리의 침묵의 봄을 걱정하는 순수 시민단체, ‘한국 양서류 보전 네트워크에서 3번 째 총회를 열었다. 인천의 수도권 쓰레기매립장 근처에 마련된 국립 생물 자원관에서 총회를 연 그 모임은 3년 동안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양서류를 해마다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총회 자리에서 발표한다. 뜻 있는 정부기관에서 도움의 손길을 다소나마 보내는 덕에 모니터링을 쉬지 않을 수 있어 안도의 숨을 쉬는 한국 양서류 보전 네트워크는 장차 100군데 이상 모니터링 지역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비를 거듭 털어야 하는 현실은 매우 버겁다.

 

지구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산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들이 조금씩 일찍 동면에서 나오지만 들쭉날쭉하다. 어떤 해는 아주 일렀다 어떤 해는 의외로 늦어진다고 모니터링에 나선 한 교사는 발표한다. 예년과 달리 계절이 뒤죽박죽이니 경칩 전후에 나왔던 양서류들이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하긴, 북극해가 얼지 않자 엉뚱하게 그 아래 위도 지방에 혹한이 몰아치는 현상이 작년 겨울에 이어 올해도 되풀이되지 않던가. 늦겨울이 하도 따뜻해 잔뜩 낳았던 알들이 추위가 몰아친 봄에 얼어붙는 일이 드물지 않다. 우리 뿐 아니다. 세계의 양서류들이 기후변화 시대에 수난을 받고 있다.

 

한겨울부터 양서류 모니터링에 나서는 한국 양서류 보전 네트워크 역시 기후변화를 걱정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보다 급히 멈춰야 할 우리 사회의 폐습이 더욱 걱정이다. 알이 얼어붙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일이 우리 사회에 고질화돼 있지 않은가. 알이 모두 얼어붙는 건 아니고, 알맞은 시간에 알을 낳는 양서류도 많으므로 기후변화가 당장 양서류 서식을 위협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알을 품고 있는 양서류, 그 중에 산개구리를 얼음이 뒤덮인 계곡에서 굴삭기로 뒤집어 싹 쓸어잡는 행위는 치명적이다. 한번 뒤집혀진 계곡에서 산개구리는 여러 해 동안 자취를 감춘다.

 

전부터 산간에 사는 주민들은 경칩 전에 산개구리를 잡아 단백질을 보충해왔다. 겨우내 보관했던 양식이 줄어들 즈음, 커다란 동네잔치가 없다면 고기 구경하기 어려웠던 시절, 계곡의 산개구리는 훌륭한 보양식이었을 터. 하지만 산간 마을에도 아스팔트가 이어지는 지금은 가격이 저렴한 고기가 지천이다. 해머와 지렛대와 족대를 사용하는 주민들은 계곡의 일부를 건드리지만 굴삭기를 동원하는 업자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자신과 이웃이 나누자는 게 아니라 식당에 대량으로 납품하려고 계곡의 생태계를 절딴 낸다. 그렇게 납품되는 산개구리는 이른 봄 등산로에 이어지는 식당의 뚝배기에 둥둥 뜰 것이다. 허옇게.

 

양서류는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동물군이다. 먹이사슬을 통해 곤충에서 조류와 포유류로 이어지는 생태계 연결 고리의 역할을 허면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한다. 그 뿐인가. 경작지에서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을 조절해주어 농부에서 더 없이 반가운 존재가 아닌가. 농약으로 황폐해진 농토를 유기농업으로 회복시키던 어떤 농부는 하느님, 개구리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기도했다고 한다. 개구리는 경작지의 곤충을 모두 처리하지 않으며 개체수를 유지하지만 덕분에 사람은 제 먹을 걸 적당히 챙길 수 있다. 곤충을 해충이라며 몽땅 죽이려 들자 개구리가 사라졌고, 개구리가 사라진 농촌에 농약에 내성을 가진 곤충이 더욱 늘어난 현상은 탐욕의 결과다. 탐욕의 결과 농촌엔 농약 중독이, 도시엔 아토피가 늘었다.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 4대강의 생태계를 크게 흔들었다. 그 일원의 양서류의 생태계도 교란되었을 것인데, 모니터링이 크게 중요해졌다. 더욱 늘리겠다는 핵발전소의 주변에도 양서류가 산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핵발전소 인근에 사는 고리도롱뇽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신고리핵발전소도 용량을 늘릴 것이다. 기존 핵발전소 주변의 양서류 뿐 아니라 신규로 예정된 지역의 양서류의 분포 실태를 모니터링하는 게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데, 정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 양서류 보전 네트워크는 몸이 달았지만 개인 비용과 성의만으로 충분한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

 

오늘의 생태계를 내일까지 보전해야 하는 책임을 성찰하는 정부라면 대학과 소속 연구기관의 연구원을 독려해고 지원하면서 모니터링에 적극 나서야 옳다. 준비가 부족하다면, 자신의 알량한 비용을 염출하며 앞장서는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데 현실은 답답하다. 생태계의 중요한 자원인 양서류를 보호하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보호대상종이었던 맹꽁이를 해제하겠다고 벼른다. 양서류가 사라진 땅에 아무리 높은 건물을 최첨단으로 지어도 그 안에 사는 사람은 건강할 수 없을 텐데. (지금여기, 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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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2005. 3. 23. 01:43
 

기상관측 이래 최대로 쌓인 눈이 빠르게 녹으며 봄이 성큼 다가왔다. 파도처럼 찾아드는 꽃샘추위가 점차 누그러지면서 남녘에선 매화가 만발하고 산기슭에는 복수초와 바람꽃들이 잔설 틈에서 봄을 알린다. 고마운 일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석유값 나 몰라라 하는 난방은 지율스님 살리자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내복을 껴입지 않아도 좋을 만큼 실내를 데웠고, 덕분에 굴뚝들은 부지런히 이산화탄소를 쏟아냈건만 계절은 민망하게도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나무 심기 좋은 청명이 온다. 천성산에는 도롱뇽들이 여전히 알을 낳았고 청주 원흥이방죽에는 두꺼비들이 모여들었다. 위기의 순간에도 자연의 생명들은 봄을 늘 그렇게 맞이하고 있다. 한 인터넷 게시판은 살얼음 낀 계곡에 머리 내민 북방산개구리를 보여주며 방구석에 처박힌 네티즌들에게 봄을 전하는데, 천마산이 지척인 마석의 허름한 식당은 요즘도 ‘내 고장의 명물, 개구리탕’이라 써붙인 골판지로 뜨내기를 유혹하고 있을까. 천성산의 도롱뇽과 원흥이방죽의 두꺼비들은 이번 봄을 얼마나 만끽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신문은 농촌에 마을경사가 벌어졌다고 보도한다. 마지막 새댁이 도회지로 떠난 이후 끊어진 아기 울음소리를 17년 만에 듣는다며 활짝 웃는 노인들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신문을 읽으며 덩달아 기뻐할 기분은 들지 않았다. 시골만이 아니다. 도시는 아기 울음소리와 절연되었다. 힘주라는 의사의 성화 끝에 세상에 나온 아기는 기진맥진한 엄마와 대면하자마자 격리돼 분유에 길들여지고, 산바라지 해줄 친지를 찾을 길 없는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에 아기를 맡기는 까닭이다. 일손이 딸리는 어떤 산후조리원은 갓난아기 손에 분유통을 들렸던 모양인데, 한 아기가 그만 질식돼 죽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봄이 와도 새가 울지 않는 풍경을 음울하게 전했다. 그런데, 레이첼 카슨 서거 30년, 미국의 한 유력지는 봄이 와도 새가 운다고 고마워한다. 레이첼 카슨이 틀렸다는 지적이 아니었다. 일찍이 레이첼 카슨의 경고가 없었다면 미국의 봄은 침묵으로 왔겠으나 농약 살포를 자제한 결과 자연의 생명 소리와 함께 찾아온다며 레이첼 카슨을 기리는 특집이었다. 『침묵의 봄』이 세상에 나온 직후 잠시 위축됐던 미국의 농약회사들은 망했을까. 아니다. 40년이 지난 매출고는 50만배 늘었고 농약은 이제 미국 이외 나라의 농토를 지배한다.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우리의 각급학교는 수업을 하지 않는다. 때를 맞춰 녹지가 절대 부족한 도시의 아이들은 부모 손잡고 산으로 들로 나갈 것이다. 주변에 녹지가 30퍼센트 이하일 때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때문이라고 조경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유럽 도시들은 하늘을 덮을 듯 나무가 우거진 녹지를 도심 곳곳에 조성하고, 그 나라 고속도로는 휴일이면 한산하다. 토요 휴무를 맞아 우리의 많은 시민단체들은 자연을 찾는 가족행사를 기획하는데, 농촌으로 가는 생태기행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유리창 넘어 눈에 들어오는 녹지! 하지만 차창을 함부로 열면 곤란하다. 농약냄새가 코 점막을 사정없이 자극할 테니까.


아기 울음소리가 끊어진 농촌은 봄이 와도 적막하다. 단위면적당 농약 살포량이 세계최대인 국가답게 개구리도 새도 감히 울지 못한다. 레이첼 카슨의 의도와 달리 우리가 적막강산으로 버림받은 것이다. 자본주의가 지휘하는 산업사회는 다양한 농작물을 나누던 공동체를 돈으로 오염시키며 해체했고, 고령사회로 치닫는 농촌은 남보다 많은 돈을 빨리 벌기 위해 농약 없이 재배가 불가능한 소품종 환금작물로 도배했는데, 적막강산의 인식론적 종말은 어떤 모습일까.


80퍼센트에 달하는 초등학생들에게 항생제 내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농약에 절은 농작물, 항생제 범벅인 양식 어패류와 육류와 낙농제품, 이들을 가공한 패스트푸드를 입에 달고 자란 탓이라고 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전에 없이 급증하는 아토피는 무엇을 웅변하는가. 봄을 아직 봄다울 때,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올 때, 정신 차리라는 경고가 아니겠는가. (요즘세상, 2005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