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9. 1. 20. 00:02

 

지금은 인천 경제자유지역이 된 경서동 매립지는 애초 농경지가 엄격한 목적이었다. ‘광주’하면 생각나는 정권이 출범한 이후 연속 이태 흉작이 발생해 민심이 흉흉했고, 다급한 당시 정부가 대규모 갯벌 매립을 당시 굴지의 건설회사에 요구, 현대건설은 서산에, 동아건설은 경서동에 간척을 서두른 것이다.

 

지금도 농사를 짓는 현대건설과 달리 동아건설은 중국과 수교한 국제 여건을 핑계로 개발을 원했고 간척지의 일부를 받아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으로 전용한 정부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 당위성을 내세우며 기업의 약속위반을 막았다. 막대한 개발이익 창출에 실패한 동아건설은 현재 없다. 매립지 개발과 관계없이 경영에 실패했기 때문인데, 이번엔 동아건설로부터 경서동 매립지를 구입한 정부가 개발로 선회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자신의 주장을 뒤집은 납득할만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물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고,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새만금간척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농업기반 조성을 위한 예산으로 강행한 간척사업은 농지 확보가 유일한 목적이라고 정부는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 이후를 대비한 농토라는 주장을 늘어놓으며, 갯벌이 농토보다 실한 식량기반이라는 시민단체의 보전 요구를 묵살했던 정부였지만 지금은 어떤가. 목적이 농지에서 개발로 바꿨으니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사용한 예산의 성격에 위배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사전 검토 없는 화려한 개발 청사진이 요란한데, 성공 가능성은 투명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애드벌룬 같은 사업이 청사진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천문학적 세금 낭비는 물론이고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텐데, 그때 책임지는 이가 나오려나.

 

경제성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시민과 맺은 약속을 외면한 정부는 경인운하를 밀어붙이려 든다. 경제성을 위해 자료를 몇 차례나 편집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회피하는 정부는 경인운하가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처럼 주민들을 현혹한다. 그에 경인운하가 지나가는 인천과 부천시는 한강 르네상스를 기획하는 서울과 더불어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를 뒷받침할만한 실체는 분명치 않다. 자칫 큰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지만 경인운하는 막무가내로 추진될 태세다.

 

시간을 다투는 수출입 화물이 경인운하로 운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작 18킬로미터를 운송하려고 트럭에서 배로, 다시 배에서 트럭으로 환승할 화주는 없을 것이다. 부산이나 중국에서 화물을 실은 선박이 경인운하를 지나 서울 터미널로 직행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바다와 운하를 모두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 파고가 높은 황해를 안전하게 건널 수 없을 뿐 아니라 또한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는 화물은 경서동의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으로 향할 수도권 2000만 시민의 생활쓰레기와 서해안의 바닷모래다. 그런 운하로 누가 수지맞을까.

 

관광자원이 된다는 경인운하에 고일 한강물은 이미 썩었다. 냄새가 진동하는 운하에서 물놀이하는 관광객이 얼마나 될까. 홍수를 예방한다지만 오히려 수해를 일으킬 수 있다. 정부에서 운항하겠다는 5천톤 선박을 위해 운하에는 항시 물이 차있어야 하는데, 서해안이 만수위 때 큰 비가 내리면 어찌 될 것인가. 현재 경인운하 구간에 얼음이 두껍다. 겨울에 사용할 수 없는 운하에 경제성이 있겠는가. 운하 벽면으로 스며나는 지하수는 주변 농경지를 고갈시킬 텐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까.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정책 결정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 점 인정할 수 있지만 사전에 충분히 지적된 사항을 의도적으로 회피한 까닭에 예견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정책 담당자는 의당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정부는 시민의 신뢰를 더는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어떤가. 숱한 교량과 터널에서 보듯, 당초 경제적 성공을 장담했던 대규모 개발 사업이 실패를 거듭했어도 시민들은 책임지는 정부를 볼 수 없었다. 정부 스스로 무너뜨린 신뢰, 경인운하에서 재현되지 않을 것인가. 유권자인 시민은 주목할 것이다. (인천e뉴스, 2009년 1월 22일)

겨울에 운하물이 얼지 않게 하려면 온수화 설비까지 해야겠군요. 경인운하는 한반도 대운화의 시발점으로 보고 필히 막아야 하는 사업입니다. 인천시민 뿐 아니라 전국민이 나사서 막아야 합니다.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6. 1. 2. 19:24
 

최악의 과학사기극을 뒤로 2006년이 밝았다. 사기 논문을 쓴 황우석 교수는 아직 진정한 사과를 회피하며 실체도 없는 원천기술 재연을 갈구하지만, 특허 없는 원천기술은 공허한 자기변명이다. 첨단과학의 연구는 혼자 수행하지 않는다. 황우석 교수는 연구보다 정치를 했다. 원천기술이 있다면 황우석 교수보다 그 연구팀이 가지고 있고, 이제까지 나타난 조사결과를 볼 때 특허가 인정될 정도의 줄기세포 생성기술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치명적인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이 누적되면서 나타나는 수많은 질병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 지구에 저질러온 패륜행위에 대한 피치못할 부메랑인데, 반성할 줄 모르는 인류는 더욱 개선된 문명으로 치료하겠다며 오만을 떤다. 수억 년 이어진 유전자를 돈벌이를 위해 교란하고 자궁에 깃들면 태어날 생명을 멋대로 죽이는 생명공학이 그렇고, 계속되는 기상이변에도 그치지 않는 개발행위가 그렇다. 지구온난화를 에어컨으로 극복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막대하게 배출하는 화력발전소와 후손에게 방사선을 내뿜는 핵발전소를 추가하는 모습을 보라.

 

“말랐든 말든 상관없다”는 한 네티즌은 도롱뇽이 멸종하든 말든, 경부고속전철을 그냥 밀어붙이라고 한다. 공동조사 최종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문제없음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공사를 재개한 철도공사는 터널을 뚫어도 한 방울의 물도 마르지 않을 것으로 근거 없이 예단한다. 공사구간에 물이 조금만 줄어도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철도공단은 계곡의 물이 전에 없이 말라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천성산 생명들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지율스님의 단식은 다시 시작돼 어느덧 120여 일, 지율스님의 목숨이 경각이든 아니든, 천성산을 종축으로 뚫어 빨리 부산까지 가고 싶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언어폭력에 화답하는 철도공사는 자신의 약속위반을 언급하지 않은 채 언론에 공사재개의 합리화를 천명하고, 철도공사의 주장만을 왜곡보도하다 항의 받은 기득권 언론은 정정 보도를 은근슬쩍 구석으로 숨기는 비열함을 광고주에 과시한다. 감리단장이 지율스님을 비난하는 인터넷 카페를 은밀히 지원하다 발각되고도 사과조차 거부한다. 파멸로 가는 속도에 충성하며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외면한다.

 

새만금의 공사재개를 허락한 행정법원은 어떤 생명을 옥죌까. 우리 다음 세대를 건강하게 이어가야 할 후손이다. 편서풍 지대 서편 바다에서 수천 년 이어온 갯벌은 육지의 물을 정화해 콩팥이요,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니 자궁이고, 식물성플랑크톤이 산소를 무한히 생성해주니 허파다. 그 덕분에 우리 조상이 살아왔고, 우리에게 이어 내려와 우리도 건강을 유지한다. 새만금 일원에 갯벌이 건강한 덕분에 풍성한 이 땅에 첫 발걸음을 옮긴 조상부터 당대의 우리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온갖 먹을거리를 농한기 없이 베풀어주고 지구온난화를 막아주었다. 이렇듯 갯벌에 삶을 기댄 조상의 문화와 역사가 주저리주저리 열린 갯벌은 후손의 생명을 지켜주는 터전인데, 자본의 한시적인 이익을 위해 질식사시켜도 무방한가. 인혁당으로 몰아 판결 직후 인질을 사형에 처한 역사만이 법정살인이 아니다. 이번 행정고등법원의 판결도 후손의 처지에서 볼 때 법정살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오염된 물, 안심할 수 없는 먹을거리, 악취와 미세먼지로 가득찬 공기는 아토피를 양산한다. 아토피는 값비싼 한약이나 연고제로 해결할 수 없다. 공기정화기와 유기농산물도 한시적이다. 그 혜택은 돈을 지불하는 동안에 한해 나와 내 가족의 좁은 공간에 적용될 따름이다. 근본대책은 천성산에 물이 마르지 않아 도롱뇽과 사람이 어우러질 수 있는 생태계를 복원하고, 정수기 없이 안심할 수 있는 물, 개구리와 뱀과 산새들이 농작물에 붙은 곤충과 공생하는 농촌, 은하수로 덮이는 파란 하늘을 회복하는 일이다. 노동자들이 혹사당하지 않아 작업장사고를 줄이고, 자동차보다 자전거, 자전거보다 보행자가 우선되는 도시 곳곳에 새들과 다람쥐가 흔한 숲이 우거지면 교통사고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질병원인인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과로와 스트레스, 도로의 안전성과 작업장의 민주주의 회복으로 줄기세포가 불필요한 사회로 건강해질 것이다.

 

고속전철은 서울과 부산 사이를 빠르게 연결한다고 주장한다. 덕분에 조국산하는 발기발기 찢어졌다. 산이 뚫리고 계곡이 막혀 바람도 물도 수많은 생물들도 제 길을 잃어버렸다. 억만년 이어왔던 우리의 삶이 말살됐다. 조상부터 면면히 이어왔던 정신도 속도에 의해 압살됐다. 사람의 삶은 온전할 수 있을까. 다섯 번이나 긴 단식에 들어간 지율스님은 그걸 염려한다. 제 생명을 내놓으며 늦기 전에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거듭 수행에 나선다. 지율스님을 잃으면 천성산 도롱뇽만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다. 우리의 생명도 경각에 달린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도 생태계의 산물이 아니던가.

 

문명이 추구하는 속도는 휴식을 몰아낸다. 부산에 빨리 도착한 대가로 일을 더 해야 하는 사람들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거금이 들어간 고속전철이 망하지 않으려면 승객이 많아야 하고, 비싼 비용을 물은 그 승객들은 더 많은 일에 몰려야 한다. 생태계도, 환경도, 고속전철도, 승객과 역무원도 모두 지친다. 자원은 거덜나고 생명은 경각에 달린다. 그래서 늘어나는 질병은 대부분 치료가 어렵다. 불치병과 난치병은 늘어나는데, 생명공학이 치료해줄까. 아니다. 후손의 생명을 재료로 삼는 생명공학은 사람의 생명을 단축시킨다. 파멸을 향해 빠르게 인도한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1999년은 이미 지나고 21세기도 꽤 지났다. 조상들이 보는 기준에서 지금 우리는 이미 멸종했어야 옳은지 모른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해왔던 조상 덕에 오염된 땅에서 덤으로 병치레하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돌이키기 어렵게 늦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죄 없는 아이들이 생글생글 웃으며 자라나는데 삶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북미원주민들은 7대손의 처지를 먼저 생각한다는데, 자식 키우는 우리는 파멸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스스로 옭아맨 문명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내일의 건강한 환경과 삶을 물려주어야 한다. 선조가 우리에게 그랬듯, 우리도 후손에게. 그 길만이 나를 위한 대안이고, 후손에 대한 반성이다. (환경미디어, 2006년 2월호)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5. 9. 1. 14:12
 

얼마 전, 중국 삼협댐에 가 볼 기회가 있었다. 세계 최대라는 수사에 걸맞은 천문학적 공사비와 세상에 알려진 규모는 그렇다 치자. 5성급 유람선으로 열흘 이상 이어지는 관광코스는 벌써부터 외국인들로 북적이고 1800만 킬로와트 급 수력발전은 가동되고 있었다. 4년 뒤면 3단계 마지막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는 삼협댐, 상류 주택들은 해발 175미터보다 높게 단장해놓았고 계곡을 사이로 높은 현수교들이 삼협의 아름다움을 드문드문 연결하고 있었다.


삼협댐 건설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파견한 홍보과 직원의 자부심 넘치는 설명을 뒤로 갑문을 4번 3시간여 지나며 유람선은 상류로 올라섰고, 깊고 웅장한 협곡을 광대하게 흐르는 황토색 물결을 거스르며 잠시 엉뚱한 생각에 잠겼다. 만일, 저 삼협댐이 무너진다면? 부정부패로 얼룩졌다는 소문 때문이 아니다. 철근 시멘트 콘크리트의 수명을 따지니 그렇다는 것이다. 장강이 싣고 오는 막대한 토사가 150미터 이상 불어날 물줄기와 함께 수명이 다 된 댐의 일부라도 밀어낸다면? 방정을 넘어 벼락 맞을 소리일지 모르지만, 철근 콘크리트의 수명은 장강의 역사와 문화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다.


지구의 물 중 사람이 마실 지표수는 그리 많지 않다. 물이 부족해 전쟁이 발발할 위험성이 세계에서 8번째로 높다는 우리나라는 폐공 처리가 부실하여 지하수 오염이 심각하다. 다도해국립공원에 속하는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의 자취를 팔아 수입을 올리지만 자칫 문화자산을 수몰시킬 뻔했다. 보길도보다 인구가 월등히 많은 이웃 노화도에서 보길도의 상수용 댐을 3배 이상 증축시켜달라고 민원을 띄웠고, 표를 의식하는 정부가 화답했기 때문이다. 고향을 지키려는 한 시인이 33일을 단식하지 않았다면 윤선도 자취는 수몰되었을 것이다.


마실 물이 없는데 댐을 만들지 않으면 안 돼! 토목전문가들은 그렇게 말한다. 댐 없으면 물을 마시지 못하나. 그렇다면 우리 조상은 목말라 죽었나. 인구가 집중되고 지표수가 오염되고 물 사용량이 전과 같지 않은 요즘 댐은 필연이라고 주장하는데, 반드시 댐이어야 할까. 지하수를 더 깊게 뚫자는 뜻이 아니다. 더 깊은 지하수, 더 큰 댐이 아닌 대안도 있다. 보길도의 검토위원회에서 만난 상수도 전공자는 어려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과도하게 끌어올리다 그만 바닷물이 침투해 못쓰게 된 지하수를 담수화하는 방안과 더불어 개선된 빗물 재활용 제안한다. 하지만 노화도 사람들은 누구 말에 세뇌되었는지 남의 섬에 강제로라도 댐을 높이자며 고집한다.


보길도를 찾는 관광객이 주로 머무는 노화도는 물 사용량이 많다. 물이 부족해 관광객이 외면하지 않길 바라지만, 윤선도 흔적이 잠겨도 관광객은 줄어들 것이다. 농촌도 개발되면서 도시 이상 물을 사용하리라 예상하지만 치장과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농촌에서 그런 예는 아직까지 없었다. 누수만 잡아도 댐 증축이 불필요하다고 한 전문가가 계산했어도 요지부동이던 측이 왠지 조용해졌다. 댐보다 공사비가 큰 관로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보길도의 댐은 과연 상수용인가, 아니면 업자용인가.


금호강이 타들어가도 수로를 변경하지 않는 영천댐이 있는 한, 포항제철은 신일본제철처럼 수돗물을 재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포항제철처럼 큰 제철소가 필요할까. 세계 조선업계를 평정한 국가이므로, 미국의 슈퍼 301조를 극복한 수출용이므로, 수만의 종업원은 물론 관련 산업까지 합해 수백만 가구 이상의 시민들을 먹여살리는 국가기간산업이므로, 당연히 가동되어야 할까. 고철을 수입해와 전기와 석유를 펑펑 쓰며 철강을 만들면 전 세계의 자동차와 선박이 움직인다지만, 점점 늘어나는 자동차와 선박은 오대양 육대주를 꼭 누벼야 하나.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고는 석유 채취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더 많은 위기 시대를 점친다. 독도에 아열대 어류가 자리잡은 가운데 지구온난화는 한반도에서 그 정도가 심하다는데, 도시에서 태어나는 어린이의 80퍼센트 정도에서 아토피 증세가 나타난다. 선박과 자동차가 온갖 물건들을 싣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빈 결과다. 인구증가 핑계로 대량생산한 다국적기업의 농산물이 농약에 찌들어 식탁에 올라오고, 살충제와 제초제가 세계 곳곳의 땅을 죽인다. 미생물이 사라져 산성화된 표토는 빗물에 휩쓸려 강물을 오염시키고, 공장에 부지를 내준 강은 직선화되어 온갖 쓰레기를 어패류의 산란장에 내려놓는다. 경쟁을 위해 양식장과 목장과 농장은 항생제 흥건한 식품을 식품매장에 나몰라라 넘기는데 아토피를 막을 수 있나.


석유는 심해의 메탄으로 대신할 수 없다. 채굴 에너지가 더 많다. 핵? 핵은 현 수준으로 소비해도 60년을 버티지 못한다. 고속증식로로 60배 연장하는 안은 워낙 위험해 속속 포기하고 있다. 핵폐기물에 의한 치명적인 오염과 핵에너지 수명연장을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핵융합이 실용화된다면? 현 과학은 내일의 과학이 볼 때 허술하다. 과거에 찬란했다던 과학처럼.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풍조는 전기만 과소비하지 않으려 할 텐데, 이미 미국인 평균처럼 살려면 6개가 더 필요한 지구는 버틸 수 있을까.


삼협댐 완공으로 수운이 길어지면 물류비 절약은 물론 관광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장강의 물을 지하수로로 북경에 공급하면 수천 년 갈증이 해결되고 공장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양자강 범람이 국지성호우로 연결되는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철갑상어를 비롯하여 100종이 넘는 어류는 장강을 오갈 수 있을까. 중국 당국은 그런 하찮은데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삼협댐이 무너지면? 앞으로 적어도 백년 이후의 상상일 테지만,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비용만이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재앙과 패닉 현상은 중국은 물론 삽시간에 세계로 퍼질 것이다. 1995년 고베 지진이 세계 자본 시장에 충격 주었듯이.


물 문제는 댐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적어도 공급자 편의로 대책을 세울 수 없다. 무너지면 더 짓고 고장나면 고치며 해결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댐이라는 편익에 익숙해진 이후 댐이 사라지면, 댐에 길든 사회는 걷잡기 어렵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모자라면 발전소 더 짓는 식으로 공급하면 머지않아 아토피보가 악화될 사태가 파급될 것이다. 아토피를 약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잠시 가능하겠지만 원인이 남아있는데 불가능할 것이다. 아토피보다 악화된 질병이 만연될 공산이 크다. 원인이 제거되지 않았는데 생명공학으로 불치병과 난치병을 치료할 수 없다. 땅이 오염되었는데 유전자조작 농산물로 인구와 기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돈이 매개하므로 식량이 남아돌아도 배고픈 것이다. 쇠고기의 절반을 먹어치우는 미국에도 3천만 이상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다.


구취가 심한 까닭이 간 때문이라면 가그린으로 코 큰 바이어를 오래 속일 수 없다. 의사는 근본적으로 간을 치료하자고 권유할 것이다. 그런데, 간은 왜 병에 걸렸을까. 술 때문이라면 술을 끊거나 줄여야 한다. 술은 왜 마시나. 연이은 바이어 상담과 접대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면 일을 줄이거나 업종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근본적이다. 전기와 석유를 지금보다 적게 소비하면서 즐거울 수 있다면 위기상황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물도 마찬가지다. 의식주도 교육도 의료도 심지어 밥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속삭이는 광고에 속아 더 큰 공급 체계를 받아들인다면 문제를 잠시 잊을 수 있지만 더욱 큰 고통을 내일로 떠넘기게 된다.


식량증산곡선이 내려가고, 어획고가 줄어드는 현상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징후들이 시방 개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폐쇄된 지구 생태계에 살고 있다. 1만 년 전 경작을 시작해 자신의 환경을 교란시킨 인간은 진화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과 합일했다. 500년 전 화석연료를 채굴하면서 교란시킨 환경은 자연에 없던 핵과 플라스틱이 나오면서 치명적으로 오염되었다. 이제 남은 자원은 후손의 생명이다. 애드벌룬이 그럴싸한 생명공학은 어떤 내일을 구상할까. 지금도 숫한 부메랑들이 휙휙 거리며 감당할 수 없이 다가오는데, 개발 이외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과거보다 터무니없이 짧은 내일을 물려줄 수는 없다. (경희대학원보, 2005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