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6. 3. 27. 03:09
 

어떤 탐조인은 갯벌에서 잡는 어패류를 먹지 않는다. 도요새와 물떼새 종류들이 먹는 까닭이다. 갯벌이 점점 매립되거나 오염돼 제 몸무게의 배 이상 먹어야 날아갈 수 있는 철새들이 줄어드는 마당에 자기라도 입에 대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는 지나칠까. 그이 덕분에 도요새가 찾아와야 시를 쓰고 농구를 챙기는 마오리 족들은 아직 봄을 잊지 않았을 것 같다. 그는 낙농제품을 포함한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먹는다.


조류인플루엔자의 백신 타미플루를 독점 생산하는 스위스의 제약회사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는지, 양심에 찔렸는지, 타미플루 제조 권리를 일부 국가에 양도한다. 일면 다행이지만, 타미플루가 확보된다고 조루독감의 위협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철새를 가로막아도 소용없다. 사람에게 전이되는 원인을 찾아 대책을 세워야 근본적이다. 하지만 그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고 그럴 시간도 없다면 우리가 먹는 조류의 사육 현황을 살펴야 한다.


용도 별로 극단적으로 품종개량하면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드는 만큼 동물은 질병에 취약해진다. 그런 조류를 좁은 공간에 밀집시켜 기계적으로 사육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병에 대한 저항성을 회복한다. 그러자니 사육비용 증가하고 소비자 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경쟁에 밀린 군소 축산업자는 당장에 망할지 모른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밀집 사육한 조류와 그 알을 사먹지 않는 것이다. 사위에게 씨암탉 잡아주는 장모가 늘어나면 타미플루 확보에 따르는 국가 비상상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개고기 탐식이 전래문화인양 부추긴 탓일까. 언론에 발각된 이른바 ‘개지옥’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개고기를 합법화해서 다른 고기처럼 위생유통하면 개지옥은 사라질까. 최소 공간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단 기간에 최대로 돈을 벌어야 도태되지 않는 경쟁구조에 개고기까지 포함되면 우리는 개독감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닭, 소, 돼지의 처지가 지옥 속의 개보다 나을 리 없지만, 지금은 고기가 흔한 세상이다. 농사짓지 않는 사람부터 개고기를 피한다면 개지옥은 사라질 것이다.


유전자 조작 사료, 농약,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축산업은 술안주와 식단에 고기가 지나치게 포함되는 한 줄어들지 않는다. 축산업의 경쟁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광우병도 조류독감도 구제역도 아토피와 항생제 내성도 피할 수 없다. 품종을 개량했든, 자연 산이든, 동물의 생명권을 최대로 배려하지 않은 육식은 먹는 사람은 물론 후손이 누려야 할 생태계의 건강도 위협한다. 필요하다면 인간 식문화의 오랜 증거, 즉 어금니에 대한 송곳니의 비율만큼, 식단의 20% 미만이면 충분하다. 이때 육식은 낙농제품과 어패류를 포함한다.


어려서부터 고기를 많이 먹었다면 이젠 대폭 줄이거나 끊어야 좋다. 성인병이 치유된다. 비타민 B12는 우리 연근해에서 잡아 발효시킨 어패류 젓갈로 김치를 담그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저렴한 전통 채식이 다 해결해준다. 식물도 물론 생명이므로, 농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과식하지 않을 수 있는 식단을 마련하면 좋겠다. 다만 내 땅에서 재배한 유기농산물이어야 옳다. 내 몸은 타미플루 같은 약이 아니라 건강한 내 땅에서 보장되므로.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오리가 낳은 유기농산부의 알은 어떻게 하나. 이웃과 나눠먹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겨레21, 200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