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7. 8. 17. 13:30


비 내리는 밤에도 기운차게 울던 매미들이 조용해졌다. 가을에도 이따금 울어젖히는 도시의 말매미마저 시들해졌는데, 가을을 재촉하는 이번 비가 그치면 귀뚜라미가 바통을 이울 테지. 형벌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이따금 거리에 나서야 했는데, 올여름에 분홍날개꽃매미를 보지 못했다. 한때 섬뜩할 정도로 거리에 나풀거렸는데 해마다 줄어드는 기세다. 더위가 심해진 게 이유일까? 방제가 철저해진 건 아닐 테니, 천적이 생긴 건 아닐까?


다행인가? 황소개구리에 이어 분홍날개꽃매미도 천적이 생겼다고 한다. 과학자의 체계적 연구로 밝혔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 곤충세계의 대표적 포식자인 사마귀가 잡아먹는다는 소식이다. 일부 텃새들도 붉은색을 번뜩이는 분홍날개꽃매미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거다. 처음 보았을 때 혐오스러웠지만 조심스럽게 먹어보니 참을만했을까? 황소개구리의 커다란 올챙이를 삼키는 가물치와 메기, 왜가리와 백로도 비슷한 심정이었을까? 황소개구리의 생태적 조절이 수달이 늘어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들린다.


황소개구리든 분홍날개꽃매미든, 원래 살던 곳에 천적이 없을 리 없다. 당연히 생태계에서 조절되었지만 엉뚱한 생태계로 들어서면서 혼란스러워졌다. 처음 맞는 생물이기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절되었다는 건데, 요즘 천적이 없다고 걱정하는 선녀벌레도 머지않아 천적이 등장할지 모른다. 배스와 블루길이 그랬던 거처럼. 멀리 보면 많은 지역의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도 다른 생태계에서 들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천적이 등장해 생태계에서 순치되었을 것이다.


분홍날개꽃매미와 같은 외래동물은 그렇게 순치되지만 식물은 어떨까? 그 방면 문외한이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포플러나무와 일본잎갈나무를 도입했을 때 천적이 없으므로 방제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는데, 지금은 매미들이 반기는 기주식물이 되었다. 이맘때 길바닥에 나뒹구는 매미 성체들은 아파트 둔치의 포플러나무와 일본잎갈나무에 알을 낳았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 밤잠 설치는 주민들의 민원이 생기겠지. 틈이 생긴 우리 생태계에 쏙쏙 들어오는 돼지풀과 미국자리공도 방제 일꾼들을 짜증나게 하지만 앞으로 어떨까? 시간이 지나면 순치되는 건 아닐까?


갯끈풀이라. 처음 듣는데, 갯벌에 뿌리를 내리는 외래식물이란다. 영국 원산이라는데, 중국에서 날아왔거나 상선의 평형수에 섞였던 씨앗이 뿌리내렸을지 모른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벼과 식물로 키가 1미터 이상 크고 억세 영국은 잘 엮어 화살의 과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갯끈풀은 왜 중국과 우리 갯벌에 등장했을까? 중국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 선박의 평형수 유출도 마찬가지인데 최근에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뿐이 아닐 텐데, 갯끈풀은 강화 동막과 영종도에서 특히 확산된다고 한다.


갯끈풀이 빼곡하게 밀집되며 퍼지면서 다양한 게와 조개들의 터전이 망가지고 육지화가 촉진된다고 해양학자와 어민들의 걱정이 크다. 갯끈풀이 늘어나면서 갯벌이 황폐화된다지만 사실 갯벌의 생태계와 건강이 크게 교란된 이후 뿌리내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강화 동막은 예전의 생태계를 거의 잃었다. 최근 인천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그 양과 질이 형편없어졌다. 흔전만전했던 물고기들은 전설이 되었다. 수많은 어패류들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갯끈풀을 제거할 천적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5대 갯벌이라는 자랑이 무색하게 곳곳이 거대하게 매립되면서 바닷물의 흐름은 예년과 다르다. 개펄의 양도 크게 줄었다. 해마다 거듭되는 바다모래의 채취만이 아니다. 막대한 개펄을 준설해 매립토로 사용하지 않나. 거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갯벌의 건강에 치명적이었을 터. 바닷가에 자리하고 걷잡을 수 없는 온배수를 내뿜는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는 갯끈풀의 등장과 무관할까? 바다는 연결돼 있는데.


민원을 견딜 수 없었는지 해양환경관리공단은 갯끈풀의 퇴치에 총력 다하겠다고 선언한 모양인데, 갯벌에서 늘어나는 갯끈풀은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뿌리로 확산되는 갯끈풀을 사람의 힘으로 뿌리 채 뽑아내기 불가능하다니 기계가 필요한데, 무거운 농기계는 갯벌에서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손쉽게 제초제? 숱한 경험으로 보아 제초제는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갯끈풀 제거를 위한 기계의 개발은 어려운 걸까?


침묵의 갯벌 암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은 갯끈풀이 늘어나면서 도요새와 물떼새의 먹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생태학자들은 걱정이다. 암살자를 서둘러 처치하려 허둥대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정부에서 마땅히 고려하겠지만 생태적 조절의 가능성을 세심하게 살피며 퇴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영국에 분명히 천적이 있을 것이다. 그 생물을 들여오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국내외 사례가 증명하듯, 생각지 못한 생태계 교란으로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우리 고유 생태계에서 영국의 사례를 살피며 대안을 찾아보자는 거다.


갯끈풀이 뿌리내리기 전의 우리 갯벌 생태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건강하던 갯벌에 분포하는 어떤 생물이 갯끈풀이 뿌리내리는 걸 통제했을까? 그 상관관계를 찾아내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제초제는 뿌리지 않을 거라 믿는데, 생태적인 방법을 찾기 전에 갯끈풀 제거는 전통적인 방법을 권하고 싶다. 당장 힘들더라도 손이나 기계로 뽑아내는 게 생태적 교란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한데 우리 정부는 지금 갯끈풀 제거에 얼마나 절실한 걸까? 예산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까? 호미로 잡을 단계는 지난 듯한데. (인천in, 2017.8.17.)

물리적 방법의 호미 낫 삽 인력의 뽑기 장비 방법의 제거법으로 없애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점점 번져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갯끈풀은 토착화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