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8. 4. 11. 11:07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뉴스 화면이 섬뜩하다. 사막과 같이 바위가 온통 하얗게 변한 바닥에 성게 몇 마리가 흩어졌는데 그 성게마저 먹어치우려고 불가사리가 슬금슬금 다가가는 모습, 당하는 성게야 물론이겠지만 어부들도 고개를 젓고 싶은 끔찍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까지 미역과 다시마로 가득했다고 전하는 담당기자는 쓸쓸한 바다의 무서운 내일을 예고한다.


이른바 ‘백화현상’이다. 바다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갯녹음’이라고 말하는 백화현상이 오면 바다는 사막이 되고 만다. 하얀 바닥에 생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생물이 없으니 어업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뉴스를 보며 당장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무얼 먹고 살지? 바다보다 자신의 먹을거리를 더 걱정하는 우리는 삼면에 바다라서 옛날부터 많은 먹을거리를 바다에서 건져 올렸는데, 쇠고기나 돼지고기로 육식 메뉴를 줄여야할 지 모른다. 하지만 적막해진 바다에 겨우 남은 생물은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섬뜩한 바다를 뉴스로 본 사람들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불가사리는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는 것에 대해 어이없어할지 모른다. 백화현상이 불가사리 때문에 생긴 건 아니지 않은가. 불가사리 때문에 잡히는 게 없어졌다고 믿는 어부들은 그물에 딸려온 불가사리들을 선창가에 쌓아둔다. 불가사리가 말라죽거나 썩으면서 나오는 악취는 회 먹으러 온 손님들을 불쾌하게 만들지만, 백화현상은 불가사리와 큰 관련이 없다. 백화현상이 생기자 눈에 띄었을 따름이다. 백화현상이 더 심해지면 불가사리마저 드물어질 텐데, 사람들은 백화현상 자체보다 불가사리를 혐오한다. 죽일 수 없는 불가살이(不可殺伊)라 그런가.


만화영화로 보는 바다 속은 다채롭고 아름답다. 햇빛이 닿는 바위는 울긋불긋한 산호와 말미잘로 덮였고, 그 사이에서 자태를 과시하던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은 천적이 다가오면 잽싸게 몸을 숨긴다. 잠수부가 등장하는 전문 다큐멘터리는 미역, 다시마, 모자반과 같은 해조류가 우거진 바다에 물고기 떼가 끝도 없이 이동하고, 그 물고기를 노리는 돌고래나 물개가 상어의 공격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 바다는 그처럼 풍요로워야 하는데, 왜 백화현상으로 버림받은 것일까. 학자들은 원인을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육지에서 쏟아지는 오염물질과 전복과 성계의 지나친 양식도 원인의 하나이고, 지구온난화도 빼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사람 때문인 셈이다. 


전복과 성게는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이 잎이 두툼하고 넓은 해조류를 즐겨 먹는다. 그런 해조류는 사람이 씨를 뿌려 재배하지 않는다. 바위에 붙어 무성하게 자란 해조류의 잎을 뜯어 양식장에 넣어준다. 양식장이 커지고 경쟁이 심할수록 필요한 해조류의 양이 늘어날 것이다. 정도가 심하면 바다가 황량해질 수 있다. 전라남도 앞바다의 전복 양식장은 지나치게 빼곡하다. 허가의 대여섯 배나 모여 있을 정도다. 태풍이 몰아치면 주변 해변에는 부서진 양식장 잔해가 쓰레기로 넘치고, 바다 속에는 양식장에서 퍼져나간 전복과 성게가 해조류의 뿌리까지 먹어치울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은 이산화탄소다. 자동차나 공장 굴뚝에서 쏟아져나가는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하면 바다의 온도도 천천히 올라갈 것이다. 커지며 높아진 아파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양이 엄청나다. 그런데 공기와 달리 물의 온도는 쉽게 오르지 않고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켜고 추워도 보일러를 뜨겁게 커는 요즘, 사람들은 계절을 잊었다. 여름이 겨울 같고 겨울이 여름 같다. 에너지의 소비에 비례해 지구는 더욱 더워지고 바다의 수온도 내려갈 줄 모른다. 사람들의 씀씀이가 늘어날수록 지구는 더워지지만 돈벌이가 늘어나고, 비싸서 먹지 못했던 전복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일인 평균 전기 소비량이 많다. 그러니 발전소가 더 크고 많아야 한다. 발전소는 주로 바닷가에 자리 잡는다. 거대한 화물선으로 수입하는 석탄을 내리기 쉽고, 무엇보다 차가운 바닷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는 발전 터빈을 아주 뜨거운 수증기로 돌린다. 터빈을 돌린 수증기는 식혀야 다시 터빈을 돌릴 수 있는데, 그때 차가운 바닷물을 이용한다. 발전소마다 터빈 식혀 뜨거워진 바닷물을 바다로 보내는데 그 양이 막대하다. 바다는 더 따뜻해지고 해조류는 뿌리내리기 어려워진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을 ‘개’라고, 바닷가를 ‘갯가’라고 말한다. 학자들이 말하는 갯녹음은 백화현상으로 해조류가 사라진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육지에서 적당한 민물이 흘러들어야 바다의 건강은 유지된다. 미역이나 다시마, 그리고 모자반도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높게 자라 오른다. 덕분에 아주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바다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왔고 사람도 후손을 먹이며 이어올 수 있었다. 갯녹음은 하얀 생물로 바다가 단순해진 것이다. 색소가 있는 미생물과 공생하기 때문에 산호는 울긋불긋한 색을 발하는데, 색소 없이 석회질을 갖는 미생물만이 가득 퍼져 해조류가 뿌리내릴 수 없게 된 상태를 백화현상으로 학자들은 설명한다.


한겨울에 잎이 자라기 시작하는 해조류는 이른 여름에 커졌다가 한창 바닷물이 뜨거울 때 녹아 사라진다. 그때 먹이 찾는 성게와 불가사리가 쉽게 눈에 띄지만 백화현상이 온 건 아니다. 그런데 바다가 더워지면 그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기간도 늘어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해조류가 사라져 수온이 더욱 높아지면서 백화현상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퍼지는 것이다. 해조류가 울창했던 바다에 성게와 불가사리만이 더러 보이는 이유가 대개 그렇다. 그래서 어부들은 불안해지고 텔레비전은 섬뜩한 뉴스 화면을 보여주게 된 것인데, 성계를 즐겨 먹는 우리는 불가사리만 탓한다.


백화현상의 원인으로 오해하는 그 불가사리는 우리나라에 살던 종류가 아니다. 바닥이 뾰족한 화물선은 바닷물을 담아 중심을 잡고, 화물을 내리면서 그 물도 버린다. 그 과정에서 캄차카 일원의 아무르불가사리가 따라와 우리 바다에 정착했다. 한 지역에 오래 살면 천적이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 바다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이렇다 할 천적이 없다. 그래서 연분홍색 발을 펼치는 아무르불가사리는 어민들이 뿌려놓은 양식 성게와 전복을 축내며 무섭게 늘어난다. 어부들은 분노하지만 불가사리로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는 섭씨 0.7도 더워졌는데 우리 바다의 온도는 그보다 더 따뜻해졌다. 동해수산연구소의 학자는 지난 40년 동안 강원 동해안의 겨울철 평균 수온이 2도 정도 높아졌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일본의 산업도 확대되었지만 중국의 산업화는 우리 바다가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급속히 커졌다. 얼마 전, 우리 남해안에서 더운 바다의 참치가 떼로 잡혔는데,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더워진 바다에서 참치마저 떠날지 모른다. 제주도에서 발견되던 백화현상이 남해안에서 서해안과 동해안으로 퍼지자 식탁에 올라오던 해조류와 물고기들이 드물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못 보던 해파리가 늘어난다. 더운 바다의 해파리가 화물선을 타고 들어왔을 텐데 어느덧 우리바다에 익숙해진 것이다. 넙치와 우럭 양식장 주변을 맴돌거나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는 해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쇄기를 무수히 숨긴다. 건드리면 따갑다. 따가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크게 고생할 수도 있다. 쐐기에 독이 있는 종류도 있다. 양식장에는 해파리의 먹이가 많다. 빠른 많은 물고기로 큰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 사료를 듬뿍 뿌릴 때 양식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료를 해파리가 먹는다. 양식 물고기의 배설물도 먹이가 되니 못 보던 해파리는 더욱 늘어난다. 어부들도 해파리를 싫어한다. 크고 무거워 그물을 올릴 때 힘겹지만 그만큼 물고기가 덜 잡힌다. 그물에 걸린 해파리를 끌어내려다 쏘일 테고, 바다에 버리면 다시 살아난다.


바다 바닥의 아무르불가사리, 물속의 못 보던 해파리는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보내는 게 틀림없는데, 최근 동해안에 성게가 늘어 말썽이라고 한다. 수출을 위해 뿌린 양식용 성게가 해조류를 마구 먹자 백화현상이 확산되고, 그래서 물고기가 줄어들자 어부들의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성게를 양식하다 수출이 막히자 방치하고, 성게의 천적인 돌돔과 같은 물고기를 너무 잡아들이자 나타난 부메랑 현상이다.


정부는 1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해조류를 붙인 밧줄이나 콘크리트 인공어초를 바다에 넣어 해조류 숲을 늘이겠다고 한다. 선창가에 버리는 불가사리를 비료로 가공하거나 약품으로 개발하는 찾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말린 해파리를 비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한다고 한다. 여러 대안 중의 하나일 텐데, 중요한 게 빠졌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계속 녹아내리거나, 육지에서 나무를 많이 베어내어 흘러드는 강물이 부족해지면 질소와 인과 같은 영양성분이 줄어든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백화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바다의 영양성분을 늘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조류를 아무리 넣어도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는 한, 백화현상을 막지 못할 것이다. 경쟁적으로 양식을 확대하자 불가사리와 해파리가 늘어났다. 어민은 큰 손해를 입고 소비자는 식탁의 메뉴를 잃었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해조류가 햇볕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수온이 오르자 백화현상이 퍼지고, 바다의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던가. 이제 성게와 전복이 해조류를 충분히 먹어도, 아무르불가사리가 성게를 축내도, 우리 바다의 생태계가 풍요로울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거다. 바다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사람도 부메랑을 피할 수 있다.


그를 위해 욕심을 반성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북미 원주민은 7세대 이후를 생각하며 행동한다는데, 더욱 심해지는 지구온난화는 그때까지 우리를 기다려 줄 것 같지 않다. 서둘러야 하지만 그에 앞서, 섬뜩한 경고를 보낸 불가사리에게 고마워할 필요가 있다. 불가사리마저 사라진 바다에서 후손은 결코 건강할 수 없을 테니. (뉴스메이커, 2008년 4월 22일, ‘지구의 날’ 특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