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6. 12. 5. 00:38


2000년 인천시는 ‘갯벌보호시민헌장’(이후 헌장)을 선포했다. 저어새, 노랑부리백로와 같은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조의 도래지로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인천의 갯벌은 다양한 어패류의 서식처로서 생산력이 풍부한 수산 자원의 보고라는 점,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 유산이라는 점을 명시하는 헌장은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오염을 막아주는 자연이 준 거대한 정화장치인 갯벌”을 매립을 비롯한 각종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건강한 갯벌로 가꿔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도록 영원히 보전하자고 다짐한다.


그 실천을 위해 인천시는 시민에게 약속했다. 갯벌을 자연 상태로 보전하고 훼손된 갯벌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갯벌 생태조사를 실시하여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갯벌을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고, 관리갯벌 보전을 위해 정책을 개발하여 관련 재원을 조성하며,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교육을 전개하여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지역 주민의 참여를 높이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를 위해 갯벌생태계 보호를 위한 시민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외 단체와 협력할 것을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 후 6년이 지난 지금, 인천의 갯벌은 어떤 상태인가. 헌장의 정신은 지켜지는가.


헌장 제정 이후 강화도 갯벌 일부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 일대의 갯벌을 제방으로 막아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인천시에서 흘러나온다. 사실이라면 정부에서 보호하려고 지정한 갯벌을 인천시에서 앞장서 파괴하겠다는 의지와 다르지 않다. 막대한 밀물을 제방 안으로 받아 발전하고, 물이 썰 때 다시 발전하는 조력발전소가 건설된다면 강화에 겨우 남은 인천의 갯벌은 명실상부하게 사라질 것이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인천의 갯벌은 누가 오염시키거나 파괴했나. 갯벌에 맨발로 들어가는 시민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터. 갯벌 자체를 없애버리는 시나 정부의 매립과 비교할 수 없다. 기업도 정부 허가가 없다면 매립이 불가능하다. 진정 갯벌의 보호를 위했다면 인천시는 ‘시민헌장’보다 ‘정부헌장’을 먼저 제정해야 옳았을 것이다. 겨우 시민들의 맨발 출입을 제지하려는 헌장이라면 없애 버리는 편이 차라리 나을 성 싶다.


최근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은 송도11공구 매립이 타당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천시가 연세대학교와 학교부지로 협약 맺은 그 지역은 송도지역에 남은 유일한 자연갯벌이며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한 다수의 국제적인 희귀조류와 천연기념물이 분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매립을 위해 사업지구 바깥에서 준설토를 유입할 경우 해양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들어 매립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인데, 연구원은 “매립 면허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 분할에 대한 협약을 맺는 등, 사업 진행의 행정 절차마저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고 언론은 전한다.


때를 같이 하여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은 전문기관의 용역결과를 인정하고 송도국제도시 건설이라는 미명아래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송도갯벌을 매립하는 역사적인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경제성 위주의 구태의연한 단순평가를 벗어나 지속가능발전지표에 의거해 재평가한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은 “갯벌을 보전하는 것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송도국제도시의 위상에 맞다.” 하면서 송도11공구의 보전을 권고했다.


갯벌의 생태나 문화적 가치는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다. 인천에서 갯벌은 심미적 가치는 물론 경제적 가치 또한 무궁무진하다. 2000년 인천시는 그 점을 중시하여 헌장을 제정했을 것이다. 이미 매립한 송도신도시의 면적도 지나치게 넓다. 다음 세대 인천시민의 행복과 자부심을 위해 이제 남은 갯벌이라도 보전해야 옳다. 한시적 욕심을 위해 후손의 자연을 다 허물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러므로 헌장은 유효해야 한다. (인천신문, 2006년 12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