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9. 6. 09:56

 

어느새 시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려워졌지만, 2000년 9월 30일 인천시는 “우리에게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 유산, 갯벌이 있다”로 시작하는 <갯벌보전인천시민헌장>을 호기 있게 선포했다. 하지만 지금, 거금으로 세운 헌장비는 물론이고 그 정신마저 실종된 인천에서 갯벌은 아련한 추억을 지나 전설이 되려고 한다.

 

“다양한 어패류의 서식처로서 생산력이 풍부한 수산 자원의 보고”인 인천의 갯벌은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조의 도래지로서 국제적으로 주목받”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오염을 막아주는 자연이 준 거대한 정화지”이므로 “매립을 비롯한 각종 위협으로부터 갯벌을 보호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건강한 갯벌로 가꿔,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도록 영원히 보전하고자” 한다더니, 약속한 정책개발과 재원마련을 도외시한 인천시는 시민 감시체제나 국내외 단체와 협력은커녕 개발에 여념이 없다. 시방 인천 갯벌의 실상은 어떤가.

 

지구촌에 2천여 마리 남았다는 저어새가 남동산업단지의 유수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1000만 제곱미터에 가까운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남동산업단지는 바다 쪽에 61만 제곱미터의 유수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 유수지 안에 만든 자그마한 인공 섬에 50여 마리가 둥지를 친 것이다. 공사 차량이 밤낮없이 질주하는 송도신도시가 지척일 뿐 아니라 공단 오폐수를 오래 담겼던 관계로 악취가 진동하는 유수지를 오죽하면 찾은 걸까. 인간의 소음과 떼가 덕지덕지해도 재갈매기가 남긴 둥지가 게 있고, 먹이가 풍부한 갯벌이 가까운 곳에 남은 곳이 오로지 거기이기 때문일 게다.

 

송도11공구. 신도시 부지를 위해 매립하려는 마지막 갯벌이다. 갯벌보존시민헌장을 선포한 인천시는 작년 말 베이징을 따돌리고 ‘국제철새사무국(EAAFP)’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고 자랑했음에도 고작 10만여 제곱킬로미터 남은 그 갯벌마저 없애려든다. “철새들이 강화도나 갯벌에서 쉬고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철새들을 위한 많은 행정을 할 수 있어 인천이 철새들의 수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대외에 천명한 만큼 약속대로 “철새 파트너십 사무국 설립으로 국제협력을 통한 이동철새들의 서식지 보전은 물론 우리나라가 철새보전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텐데,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실현하기 위한 의료복합단지, IT융합밸리 등 첨단산업클러스터”를 위해 남은 갯벌의 70퍼센트를 반드시 매립하겠다는 거다.

 

요사이 인천은 신종플루의 공세를 외면하며 세계도시축전에 올인하고 있다. 그 초기 행사인 세계환경포럼에서 인천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상쇄하겠다며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실생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사회적 책임을 통해 해결해 나가자는 국민 참여 실천운동”을 전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 큰소리친 관련 사무국장은 세계도시축전에 탄소중립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녹색성장관’에서 온실가스 저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대내외에 다짐했다.

 

갯벌을 메워 세계 일류도시로 발전하는 인천의 현재에 찬사를 아끼지 않은 대통령이 “인류가 상상하고 바라왔던 최첨단의 도시를 현실에 구현”한다고 축사하고 시장이 “미래도시의 참모습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나아가 국가브랜드 향상에 기여하는 행사”를 약속한 세계도시축전 행사의 내용은 무엇이었던가. 첨단 로봇이 커피를 서비스하고, 소녀와 로봇의 모험과 우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다양한 테디베어 인형이 각국 문화를 소개하는 한편 거액을 들인 홍보대사인 가수 소녀시대와 엠씨몽, 포미닛, 샤이니, 에스지워너비 들이 출연하는 축하무대를 앞세웠다. 인천시가 강조하던 ‘재미와 감동’보다 국적 모를 곡마단과 같은 북적거림이 지배해, 여론 조사 결과, 다시 찾고 싶은 이는 거의 없었다.

 

세계환경포럼 축사에서 탄소의 80퍼센트를 줄여야한다고 역설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갯벌이 초고층빌딩 숲을 꿈꾸는 인천 송도신도시를 부러워했다던데, 과연 세계 일류도시를 지향한다는 현장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나. ‘하늘에서 본 지구’ 사진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세계적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세계도시축전 홍보대사로 임명된 본분을 망각하고 세계환경포럼 연설에서 송도신도시에 환경에 대한 고려를 찾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던데, 정작 시민들은 15만원이 넘는 입장료에 때문에 그들만의 선언 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다. 선언에서 배제된 거다.

 

송도신도시 부지 매립하며 들어간 온실가스는 일단 접자. 대규모 행사장을 휘황찬란하게 마련하는데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었을까. 막대한 에너지 낭비 없이 한 시간도 존립할 수 없는 초고층 건물이 현란하게 배출하는 온실가스, 관광객들이 하루 수만 이상 북적이며 배출하는 온실가스, 행사를 마친 뒤 폐기할 때 발생할 온실가스는 따지지 않아도 될까. 건물 외벽에 태양광패널 몇 장 붙여놓고,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홍보하므로 친환경이라는 식의 선언에 어떠한 절박함도 깃들어 있지 않다.

 

송도신도시 안에는 향후 개발계획을 뿌듯하게 전시하는 ‘갯벌센터’라는 건물이 있다. 영어로 ‘Get Pearl Center’다. 갯벌의 생태적 환경적 가치를 질식시킨 뒤 초고층 빌딩을 돋아 올렸고, 현재 무수히 올리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올릴 송도신도시는 친환경이나 저탄소를 앞세울 자격이 없다. 초고층의 번들거리는 신기루를 탄소중립으로 위장하다니, 허무맹랑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개발 논리를 앞세워 갯벌과 습지 보존을 포기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인천의 환경단체들은 작년 창원의 “람사르총회에서 습지 보전을 약속해놓고 1년도 안 돼 갯벌을 훼손하기로 한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면서 가녀리게 남은 갯벌의 보전을 요구하지만 인천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갯벌을 보전하는 것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송도국제도시의 위상에 맞다”는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의 권고에도 귀를 닫았다.

 

5년 내에 북극의 빙원을 사라지게 만들 지구온난화는 그린란드의 빙하를 급속히 녹이고 있다. 그 실상을 확인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실효성 있는 행동을 세계 정부에 거듭 촉구하지만, 귀를 닫은 우리는 그저 선언으로 생색내려든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7미터 상승한다고 기후학자들은 예측했다. 그러면 세계도시축전 마당은 물론 초고층 숲인 송도신도시도 인천공항과 더불어 바다 속으로 잠길 것이다. 문제는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원이 육지에서 뚝뚝 바다로 빠질 때 발생한다. 그때마다 형성할 거대한 쓰나미와 너울성 파고는 갯벌이 사라진 우리 해안을 휩쓸 가능성이 크다. 영화 <해운대>처럼. 그런데 우리의 정부는 그저 선언할 따름이다. 최첨단으로 개발할 테니, 시민들이나 실천하라고. (작은책, 2009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