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11. 5. 25. 01:37

꾸리찌바 에필로그, 박용남 지음, 서해문집, 2011.

 

 

꾸리찌바. 이제 브라질의 그 도시는 생태도시의 아이콘이 되었다. 1996녹색평론에 간략하게 기고한 박용남이 직접 다녀와 2000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펴냈을 때에 우리 사회는 꾸리찌바에 생소해 했고 도시를 끌어가는 단체장이나 의원들도 시큰둥해 했다. 하지만 생태도시의 가치를 주장하고 실현을 갈망해온 시민단체와 일부 연구자의 적극적인 운동과 소개가 힘을 얻었는지, 우리 사회에서 꾸리찌바는 어느새 일반명사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태 거기까지다.

 

지구 북반구가 한참 추운 겨울마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시의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하도 방문해서 꾸리찌바 시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른 적이 있었다고 어떤 경험자는 전한다. 하필 현란한 리우 카니발이 한창일 때 찾아왔다가 꾸리찌바에서 단 하루 머물며 이것저것 허투루 둘러본 뒤, 후다닥, 삼바 춤으로 북적이는 리우 데 자네이루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게 아닌가. 당시 꾸리찌바의 공무원들은 한국인들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방문 보이콧 움직임까지 일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생태도시 꾸리찌바의 사례는 남의 이야기에서 별 진전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전혀 참고하지 않은 건 아니다. 도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한 서울시의 굴절버스가 꾸리찌바의 사례였고 지금도 잘 이용하고 있는 서울시의 버스 중앙차로제가 그것이다. 도입 초기 교통사고 가능성 때문에 잠시 설왕설래했지만, 큰 사고가 없었고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한데 중앙 버스차로제가 시행되는 도시는 서울시 이외에 아직 없다. 도로 폭이 그리 넓지 않고 버스가 분담하는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예산 마련에 여유가 있는 광역도시마다 자존심처럼 지하철을 선호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2000년에 소개된 꾸리찌바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시민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를 떠나려하지 않고 지하철보다 100분의1 비용으로 가설된 버스전용차선은 요즘도 시민의 교통비를 절감하면서 시간을 단축하고 있을까.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라는 칭호가 붙게 도시를 이끈 당시 시장은 주지사가 되었다는데, 100배 이상 늘어난 도시의 녹지는 지금도 잘 보전되고 있을까. 꾸리찌바 에필로그를 쓴 박용남은 그렇다고 말한다. 지하철의 필요성이 잠시 논의된 적이 있지만 바뀐 시장도 버스전용차로와 자전거도로를 확장하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꿈의 도시 꾸리찌바에서 소개한 여타 혁신 프로그램도 예전과 같다고 한다. 다른 제3세계의 도시처럼 빈부와 온갖 사회문제가 들끓었던 꾸리찌바였지만 벌써 20년 가까이 이른바 녹색정책이 지속되면서 시민사회에 정주의식이 완연이 뿌리내렸다고 말한다.

 

생태도시는 무엇인가. 고질적인 교통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치는 건 물론 아닐 것이다. 꾸리찌바에서 보여준 쓰레기 아닌 쓰레기 프로그램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는 저소득 계층에 유기농산물을 제공하는 정책도 포함될 수 있겠고, 부랑청소년을 동네의 도서관으로 이끄는 등대 도서관 운동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저탄소 사회로 옮겨가게 하는 정책 뿐 아니라 농산물 자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행정도 생태도시에 정착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모름지기 생태도시라면 계층과 학력, 종교와 정파 따위와 관계없이 시민 사이의 배려와 소통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행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도시를 생태도시, 비슷한 말로 녹색도시로 풀이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언제 꾸리찌바처럼 실현해 갈 수 있을까.

 

꾸리찌바만이 아니다. 박용남은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에서 콜롬비아의 보고타를 주목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대중교통으로 자동차 의존도를 크게 줄인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도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그뿐인가. 능동적인 시민들과 더불어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그만큼 태양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적극 발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보다 잘 살든 아니 든, 역사와 문화가 길든 아니든,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시민들을 감동시키는 자치단체는 앞서 나가고 있건만 안타깝게 우리는 여전히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있을 따름이다. 오늘보다 내일,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시민과 그런 시민의 지지를 받는 단체장의 행동이 앞서 빚어낸 결과들은 언제까지 부러움의 대상이어야 하나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 우리가 덮어놓고 칭송했던 두바이 신드롬을 과다한 에너지 없이 잠시도 유지될 수 없는 한낱 바벨탑 같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걸 지적하는 꾸리찌바 에필로그는 인천 송도신도시를 잇는 지하철의 무모함에 혀를 내두른다. 고작 하루 수백 명에 그치는 이용객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대리석을 깔며 매립된 갯벌을 뚫은 또 다른 바벨탑이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찬란한 초고층빌딩에 사무실을 낸 송도신도시의 사업자들은 앞으로 인천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려 할까. 납부하는 전기료 내역을 절대 비밀로 간직하려는 60층 아파트의 주민들은 지구온난화와 석유위기 시대에 역행한다는 세간의 지적에 어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려 들까.

 

대구에서 지역통화 한밭레츠10년 넘게 이끌고 있는 박용남은 꾸리찌바 에필로그에서 지역에서 나눔과 보살핌으로 공동체를 실험하고 있는 지역화폐의 가치를 다시 강조한다. 의지와 능력도 있는데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소외되어야 하는 이웃을 서로 보듬어 공동체 안에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 지역을 우정과 환대로 배려하는 공동체로 가꿔야하기 때문이다. ‘지역화폐가 훌륭한 그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면서 자신이 참여하는 한밭레츠에 지금까지 어떤 성과가 있었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 경험담을 소상하게 풀어준다. 중앙이 심사를 해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복지보다 만나면 반가운 이웃과 나누는 삶이 사회 안정에 긍정적이다. 주민의 삶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게 틀림없다. 바로 우리가 찾아 누려야 할 정주의식이다.

 

꾸리찌바 에필로그에서 박용남은 저소득계층이 자급할 수 있도록 작은 자금을 베풀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주목한다. 그 은행의 꿈과 현실적 한계를 짚어보면서 우리나라에 도입된 소액대출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과 분별없이 추구하는 경제성장에 의해 무참하게 농토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식량위기를 지역에서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우리의 도시를 염두에 두고 걱정한다. 한데 우리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이미 알고 있다.

 

도시농업과 자급자족이 대안이요 답이다. 다만 선뜻 실천하지 못할 따름이다. 결국 대안의 실천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현실의 숙제는 거버넌스일 것이다. 다시 말해 시민, 기업,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며 생태도시의 실현을 위해 함께 논의하는 일이다. 모두 알고 있는 정답을 향해 공동체가 팔 걷어붙이는 일이라는 걸 새삼 확인하는 박용남은 책 제목에 에필로그라는 말을 일부러 넣었는지 모른다. 결국 에필로그는 마무리라는 의미가 아닐 터. 다 알고 있는 이론에서 머물 게 아니라 행동이라는 걸 새삼 추동하려는 건지 모른다. 시작이 반이므로 그리 멀지 않다.

 

애정을 갖고 접근하는 시민 중에 자신이 사는 도시의 문제를 모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행동에 옮기기 쉽지 않을 따름인데, 박용남의 꾸리찌바 에필로그는 앞장서고 있는 도시가 있다는 걸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준다. 일단 마음을 먹으면 우리도 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걸 새삼 확인해준다. 그 점에서, 인천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in, 2011.5.31)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0. 3. 29. 10:50

“한낮에 왕이 입을 열어 한밤중이라고 말하면, 현자는 달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 땅의 ‘현자’는 누구인가.

 

1. 생태계를 이어주는 강

 

사람들의 왕래를 어렵게 하는 강은 국가나 지방의 경계를 이루지만 결코 장벽이 아니다. 오랜 역사 속에 형성된 개성의 소통을 가로막지 않는다. 대지에 영양을 제공하는 강은 혈관이다. 상류에서 하류, 왼쪽과 오른쪽, 바닥에서 땅속, 그리고 세월을 이어준다. 덕분에 모래와 자갈밭, 폭포와 깊은 소, 바위 사이에서 휘몰아치는 여울과 수면이 넓은 잔잔한 중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오랜 세월 어우러졌다.

 

강변의 습지에서 초원으로, 초원에서 강둑 너머 키 작은 숲으로 이어지며 강변은 자연스럽게 주변 산록과 연결된다. 산록을 적신 빗물은 커다란 바위를 휘도는 계곡을 지나 소로 모여들고 다시 강의 중류와 부드럽게 이어지다 하류를 거쳐 하구로 빠져나간다. 범람원과 연결된 강물은 주변의 습지와 땅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강물의 높이는 인근 마을 우물의 물 높이에 영향을 주고 논에 물이 배어나오게 한다. 봄가을에 올라오는 어류들은 이듬해 강어귀로 내려간다. 강은 또한 마을의 문화와 역사도 연결한다.

 

하지만, 강변의 자갈과 모래밭이 사라지면 강에 삶을 기대는 생물들은 쉼터는 물론 산란할 장소와 먹이를 찾을 수 없다. 본류와 차단된 지류, 지류를 잃은 본류의 생태계는 보존될 수 없다.

 

2. 4대강 사업과 생태환경의 위기

 

‘4대강 사업’은 뗏목을 타던 고즈넉한 시절로 돌이키는 ‘복원’이 아니다. 복원은 전면적이고 철두철미한 조사와 논의를 거쳐야지 청계천처럼 정책결정자의 의지로 전격 처리할 사항일 수 없다. 지금이라도 사업의 진행 속도를 낮추고 강을 살라지는 목적을 위한 대안들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운하를 의심하게 하는 ‘4대강 사업’

현재 계획된 보에 갑문을 나중에 설치하면 쉽게 운하로 변경될 수 있다. 강바닥을 일정 깊이로 파서 수심을 유지하려는 보 계획은 갑문이 없어도 ‘구간운하’로 볼 수 있으며, 향후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예산을 매몰 처리한다면 운하 전환은 순조로울 수 있다. 갑문만 추가하므로 경제성이 있다고 우길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가 아니고서는 목적이 없는 사업이다.

 

물 확보에 대한 억지 주장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로 국지적 폭우와 예년과 다른 가뭄과 홍수가 빈발할 것으로 예상하는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자원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래서 강바닥을 파낸 뒤 16개의 보를 설치하고 농업용 보를 높이며 작은 댐을 더 짓겠다는 건데, 과학적 타당성이 의심스럽다. 정부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2011년 낙동강은 물이 오히려 0.11억 톤 남고 2016년에 이르러야 0.21억 톤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했건만 왜 낙동강에서 10억 톤의 물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다. 가뭄은 주로 산골, 도서, 연안에서 발생한다. 강바닥을 파고 제방을 높이면 수면이 주변 농경지나 마을보다 높아져 홍수와 침수 피해가 늘어난다. 정부의 ‘수자원 확보’는 운하의 목적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강바닥 준설의 문제

‘4대강 사업’ 예산의 25퍼센트가 들어가는 준설은 5.6억 톤에 달하며 그 중 4.5억 톤은 낙동강에서 파낼 예정이다. 유역 종합 치수와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만큼의 모래와 자갈을 파낼 합리적 근거 없이 홍수방어 목적을 둘러대지만, 이미 낙동강에서 토석을 준설한 물량이 2억 여 톤에 이르고 하상이 최대 9.4미터나 낮아져 홍수 방어 능력이 커졌다. 4.5억 톤이면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200미터가 넘는 폭으로 6미터를 쌓아야 하는데, 준설토 야적 장소, 선별 기준, 처리 방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

 

오니 준설의 문제

정부는 4대강을 ‘죽음의 강’으로 몰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환경부의 환경백서는 4대강이 지속적으로 개선돼 한강은 Ⅰ급수, 낙동강은 안정적으로 Ⅱ급수, 금강과 영산강도 Ⅰ급수 수준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강바닥에 누적돼 쌓인 오염층이다. 2010년 1월 27일과 28일, 가물막이 공사가 밤낮 없이 진행되는 낙동강 유역에서 오니에 포함된 독극물인 비소가 미국의 기준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준설 때문으로 1300만 시민의 식수원을 위협하는 사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오니에 포함된 중금속과 독극물이 준설로 밖으로 나와 강물에 녹을 경우 상수원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수 있다. 6가크롬도 한강과 낙동강에서 미국의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담당자는 강바닥의 표층만 조사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물과 오니를 한꺼번에 흡입 준설해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 오탁방지막을 여러겹 설치했지만 그렇다고 흙탕이 하류로 번지는 현상을 막지 못하고 중금속과 독극물과 독성 미생물은 무방비상태로 흘러간다. 수온이 상승하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준설한 오니를 인근 농경지나 산업단지에 성토하겠다지만, 그럴 경우 오염 피해가 지역에 전가될 것이다.

 

홍수는 지류에서 발생

국가하천은 2007년에 97퍼센트 이상 정비되었고 지방하천은 84퍼센트에 머물고 있다. 홍수 피해는 대부분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발생하므로 홍수 예방을 위해 본류를 개발하려는 정부의 안은 적절하지 않다. 2009년 7월 초, 나라 전체가 홍수를 겪었을 때 국가재난관리센터는 영산강 일부를 제외한 4대강의 본류에서 홍수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했다. 사전 수위 조절로 홍수에 대비하겠다고 정부는 다짐하지만 보는 오히려 홍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치수를 선도하는 국가들은 우리와 달리 하천 낮은 지대에 범람한 강물이 한동안 머무는 ‘홍수터’를 복원한다.

 

보는 수질 악화의 주범

보가 설치된 4대강은 계단으로 이어지는 호수처럼 흐름이 정체될 것이다. 고이는 물은 쉽게 썩는 건 상식이다. 정부는 수문을 수시로 열 수 있는 ‘가동보’라고 강조하며 수질 악화 전에 물을 뺄 수 있다고 주장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지천을 공격한 국지성호우를 대비해 계단 호수의 물을 황급히 빼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물을 황급히 비우면 하류 보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4대강의 보는 유속을 평균 10배 정도 느리게 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면 갈수기에 더욱 악화될 테니 생활용수 활용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수량이 많으니 오염이 덜 할 것으로 주장하지만 수질이 문제다. 농약과 비료와 충분히 처리되지 않은 축산과 공업 폐수가 늘어난다고 콘크리트로 훼손된 하천에서 정화될 리 없지 않은가. 강정보와 달성보가 설치되는 대구시 성서공단은 지하수위 변화로 심각한 침수가 예상되고 낙동강 하류의 함안보는 지하수위 상승으로 농경지와 가옥 침수가 예상된다. 영산강의 죽산보에 물이 가득 찬다면 나주평야는 침수될 거로 조사되었다.

 

농업용 저수지의 물을 늘릴 근거는 없다

농업용 저수지의 제방을 높일 경우 수몰 면적이 늘어나고 그로인한 환경 피해와 보상 문제가 뒤따른다. 농사철에 사용하는 농업용수와 일 년 내내 이용하는 생활용수는 성격이 다른데, 필요와 공급량을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96개의 농업용 저수지를 높여 2.4억 톤의 물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무모하다. 정작 농업용수가 부족한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은 저수지 높이를 높이려 하지 않고 낙동강의 농업용 저수지 높이를 높이려는 처사는 운하의 물 높이 보전을 위한 저수용량 확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태계의 필연적 악영향

준설은 강 본류에 걷잡기 어려운 흙탕물을 발생하게 만들어 수생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또한 지천에서 급류를 타고 들어오는 낙엽이나 나뭇가지들이 보에 고여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메탄은 수질을 오염시키며 지구온난화를 그만큼 촉진할 것이다. 하천의 모래와 자갈의 준설은 그 환경에서 오래 적응돼 살아오는 생물종들의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교란한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오로지 7월과 8월, 오직 한 계절에 겨우 두 차례 조사한 결과를 종합한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환경영향평가서는 어마어마한 부피를 자랑해 들여다보는 이에게 고역을 안긴다. 한 계절 조사로 플랑크톤과 치자어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오탁방지막으로 식물플랑크톤의 75퍼센트를 거를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해서 기재한 환경영향평가는 신빙성을 상실한다. 환경영향평가는 오탁방지막의 효과를 전혀 검증하지 않았으며 거르지 못할 것으로 예측한 25퍼센트가 하류에 미칠 영향과 그 저감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공사 도중에 영향을 받더라도 공사 후에 보호수와 습지를 복원시킬 수 있다는 환경영향평가의 주장은 섣부르다. 대체서식지에서 한국특산 동물과 희귀동물, 천연기념물을 포함하는 보호대상 동물을 보전하겠다는 주장을 상투적으로 되풀이하지만 대체서식지는 서식지와 다를 뿐더러, 설사 대체서식지에 풀어준 뒤 모니터링 해도 보존은 장담할 수 없다.

 

허황된 어도와 샛강

명확한 목표 어종의 조사 없는 다목적 어도는 실효성이 없다. 흐름이 거의 없는 저수지 사이의 어도는 의미가 없다. 정부는 본류 주변에 샛강을 조성하겠다고 선심 쓰지만 기존 하천을 크게 변형시킨 샛강은 ‘생태하천’이라는 이름과 관계없이 생태계의 보존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 생태계의 역동성은 계산으로 사전에 예측이 가능한 기계동작과 다르다.

 

3. 강을 위한 개발의 원칙

 

4대강 사업의 속도 조절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내용 중에서 동의할만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의 개발 속도를 검토하면서 조절하며 시행하자고 제안할 수 있겠다. 준비 안 된 사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와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정부가 밀실에서 6개월 만에 급보한 예산 22.2조 원은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4대강 사업’은 수정되어야 한다. 훨씬 규모가 작은 개발도 그렇게 허술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사업 내용을 꼭꼭 숨기는 정부는 16개의 보 건설, 5.6억 톤의 강바닥 준설, 낙동강 배수갑문 증설 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개월의 설계로 3년 내에 마칠 예정이라는데, 설계만 2년이 걸릴 규모의 사업을 전문가의 정밀 검토 없이 밀어붙인다면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므로, 대안으로 ‘3단계 속도 조절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업은 1단계로 시행하고, 과학적으로 일정 부분 그 타당성이 인정된 사업이지만 지역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업은 2단계로 시행하며, 아직 과학적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업은 3단계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2단계 사업의 일부는 여전히 공학적 검토가 남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위해 거버넌스를 먼저 구축할 필요가 있다. 3단계 사업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기 위한 전제가 되는 과학적 검토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사업이 가져올 환경파괴를 비롯해 사업의 근거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른 대안으로 4대강 중 대표 하천을 먼저 선별해 정부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면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도출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다음 나머지 하천으로 사업을 넓히는 단계별 개발 방안을 제시한다. 그 1단계는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영산강이나 금강이 될 수 있다. 2단계는 진행되는 사업을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모니터링 하며 문제점을 찾아낸 뒤 대안을 충실하게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모니터링은 과학은 물론이고 인문과 사회적 측면의 접근, 법과 윤리적 판단을 종합해 실시해야 하고 결과의 분석과 대안 모색은 이해 당사자들의 민주적인 합의로 합리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를 바탕으로 3단계, 나머지 구간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

 

4. 4대강을 살리기 위한 실천방안

 

유황 보전의 중요성

‘유황(flow regime)’이다. 하천의 유지수량을 따지는 게 아니라 유량과 유속과 수위를 비롯한 계절에 따르는 강의 변화 일체를 보전해야 한다. 여름철에 강우가 60퍼센트 이상 집중되는 우리나라 강의 특징을 보전하는 일이다. 홍수가 밀고 가는 토사와 영양염류를 삼각주에 내려놓아야 농산물의 양과 품질이 보장될 뿐 아니라 그에 적응된 숱한 생물종들을 다채롭게 보전될 수 있다. 사람도 그에 밀접하게 연계되었기에 건강하게 살아왔다. 댐을 더 만들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기존 댐을 적극 활용해 자연스런 유황을 모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거버넌스의 시대

흐름이 단절된 강이 복원된 사례도 있다. 댐을 아예 헐어낸 경우도 없지 않지만 유황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많았다. 막대한 물을 홍수처럼 방류해 강의 고수위를 주기적으로 확보하면서 넓었던 범람원을 다시 적시는 일이다, 독일의 라인 강처럼 일부를 헐어 범람원을 어느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 보와 강변의 둑을 헐어낸 독일 뮌헨의 이자 강은 도시 구간의 유역을 배 이상 넓혀 범람원을 다시 제공하자 마을을 덮치던 봄철의 홍수가 범람원을 적시면서 드물어지고 시민들의 레크리에이션과 휴식공간은 그만큼 넓어졌다.

 

미국의 많은 강을 댐들이 겹겹이 가로막게 된 데 육군공병대의 권력이 한몫을 했기 때문이었다. 거버넌스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강을 성공적으로 복원하고자 한다면 거버넌스가 제몫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우리의 정부처럼 금권을 무기로, 과거 우리의 독재정권처럼 공권력을 무기로 댐을 강제로 지었듯, 유황 복원이나 댐 제거 역시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상대를 존중하면서 길고 고된 시간을 참고 인내해야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도 여러 차례 들어서 잘 안다. 이제 자식 키우는 우리가 그 거버넌스를 실천할 순간이 왔다.

 

강의 개성이 배려되면서 아름다움이 보전될 때,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재난은 우리에게 멀었을 것이다. 조상은 강과 범람원을 한계 내에서 이용하며 문화와 역사를 이어왔지 함부로 강을 틀어막거나 범람원을 개발하지 않았다. 유황이 보존되었던 거다. “4대강 살리기”로 위장된 운하사업 예산이 다수당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다. 마음이 초조하지만, 한반도의 강은 내일을 향해 흐른다. 생명을 이어지도록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았다.

(2010.3.4, ‘불교계 4대강 사업 심포지엄’ 생태분과 발제원고 요약)

강은 산을 뚫지 못하고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한다. 백두대간의 원리(산자분수령)라고 합니다. 사람은 자연스레 강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마을(洞)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강을 경계로 행정구역을 나눈 것은 조선조에 와서 본격화 되었다고 합니다. 일종의 통치 전략인 셈이지요.
행복하세여 ~~~ ♡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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