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5. 10. 29. 18:21


육지와 가까운 섬에 다리 계획이 발표되면 주민들이 환영한다. 섬의 가치가 다양하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농작물과 수산물을 쉽게 반출할 수 있으니 경쟁력이 나아지겠지만 그보다 땅값이 상승할 거라 믿는 마음이 더 클지 모른다. 하지만 잃는 것도 있다. 투기세력의 농간에 집과 땅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무엇보다 돈족한 이웃이 엮어가던 정주의식이 약화된다.


아무래도 물자가 부족한 섬 지방은 농사든 어업이든 이웃이 몸과 마음을 합쳐야 일이 쉬워진다. 집을 지을 때도, 선착장을 수선해야 할 때도 모여 의견을 나누며 그 섬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낼 테고, 그 과정에서 고유의 문화가 빚어질 것이다. 전공학자는 삶의 방식을 문화라고 정의하므로. 섬만이 아니다. 강가에 사는 사람은 산촌 사람과 다른 문화를 갖겠지. 삶의 방식이 다를 테니까. 다리로 육지와 이어지면 전문가들이 온다. 물론 돈이 더 필요하겠지. 그를 위해 땅을 팔아야 할지 모른다.


KTX가 개통된 이후 대구는 문화의 한 축을 잃었다고 한다. 대형서점이 사라지더니 영화관이 손님을 잃고 병원마다 적자로 돌아섰다는데, 대학 형편도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모여들던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KTX의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인데, 사실 대구는 사통오달 도로가 관통한 이후 특유의 문화를 상당히 잃었다. 어쩌면 사투리도 전 같지 않을 거 같다. 어디 대구뿐이랴. 공항이 커지고 활발해지면서 세계가 획일적이 되었다. 화물선이 커지자 음식도 비슷해진다.


화요일이면 승용차 빠져나간 주차장에 들어서는 팔도음식은 이제 식상하다. 이웃 아파트단지에서 목요일에 펼치는 팔도음식과 다를 게 하나 없다. 관광지에 가면 음료수 이외의 목적으로 매점을 기웃거릴 이유가 거의 없다. 천편일률적인 선물은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거의 중국산이다. 관광지마다 특색이 없지 않을 텐데, 실상이 그렇다. 매점을 경영하는 이와 매점을 찾는 이 모두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정주의식이 약하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높은 이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높은 이웃과 친해지는 건 당연하겠지. 지역에 관심이 많은 이가 사는 지방이라면 행정의 참여도가 높을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지역에 관심이 높은 이들의 의견을 경청할 테고, 주민의 참여로 빚어가는 정책은 지역의 문화를 더욱 단단하게 빚으며 참여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인데 그를 위한 시간과 예산이 추가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주민과 정책결정자 사이의 신뢰가 쌓일 것이다.


지리적 특징은 지역마다 다르다. 농산물과 수산물만이 아니다. 역사와 전통이 다르다. 그런 특징이 긍정적으로 펼쳐지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정주의식이 높을 것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 나아가 애정이 싹트면서 이웃 사이의 우정도 높아질 텐데, 정주의식을 높이는 정책이 뒤따를 때 그 지역은 신뢰가 높아질 게 틀림없다. 아파트의 크기와 가격이 만드는 우월의식과 차원이 다르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정주의식이 높은 이는 다른 이가 사는 지역을 매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과 다른 개성을 존중한다.


검단 장수 간 도로가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 다행인데, 인천시는 계획을 거두어들인 게 아니라는 걸 유난히 강조했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게 되는데, 인천시민들은 그 도로가 파괴할 녹지에 관심이 높은 게 분명하다. 다시 추진하더라도 쉽게 수긍할 거 같지 않다. 아무리 뜨내기가 많은 인천이라지만 주민등록을 인천시에 둔 대다수의 시민은 시를 관통하는 S자 녹지축이 건강하기를 반긴다. 빠르게 서울로 출퇴근하려는 무늬만 인천시민을 배려하는 도로에 반감을 가진다. 그만큼 정주의식이 있기 때문이리라.


도로는 정주의식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크게 해칠 수 있는 건 숱한 경험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검단에 주택단지를 조성해놓고 서울에 사는 이들을 불려 들이려는데 들어가는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지 못하지만, 그 때문에 정주의식이 약해진다면 궁극적으로 손실이 크다. 그 점을 십분 이해하는 인천시라면 섣부른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그저 잠만 자러 검단에 오고, 얼른 서울로 가려는 입주자를 찾기보다 녹지축을 보전하며 인천에 깃들려는 시민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신뢰를 쌓을 게 아닌가.


검단 장수 사이를 빠르게 잇는 넓은 도로보다 검단에 살 사람들이 이웃과 다정하게 살며 지역의 지리, 문화,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도로를 살갑게 이어주는 게 어떨까? 텃밭을 일군 주민들이 만나 농산물을 나눌 수 있는 도로는 정주의식에 도움을 준다. 섬을 육지와, 섬과 삼을 잇는 다리도 마찬가지다. 검단은 검단이지 서울이 아니다. 검단에서 살갑게 살 주민을 위한 정책은 서울시와 얼마나 빠르게 잇는가의 여부와 무관하다. 아니 그런가? (인천in, 201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