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5. 7. 24. 10:46


인천은 대도시다. 강화와 옹진군이 포함되니 서울보다 넓다. 300만을 바라보는 인구는 2030년까지 350만을 돌파할 것으로 ‘2030 인천도시기본계획은 예상한다. 현재 대구보다 많은 인구는 15년 이내에 부산보다 커지리라. 그런데 언론은 서울과 부산 다음에 대구, 광주, 대전을 열거한다. 그게 자존심을 자극한다고 생각하는 인천시민도 있다.


현 인천시민 중 인천에 거주하므로 자존심이 생기는 이 얼마나 될까? 2030년까지 늘어나는 50만 중에 인천시에 주민등록을 옮겨 기뻐할 이 얼마나 될까? 인천의 오랜 문화와 역사였던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갯벌 1400만 평을 매립했고 그를 위해 여러 섬이 사라졌지만 정부는 여전히 인천공학으로 부르길 거부한다. “서울인천공항이라 고집한다. 문학산 한 허리를 제거하고 들어선 야구장의 이름이 생뚱맞게 행복드림구장으로 바꿨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을 물었다는 소식 듣지 못했다.


‘2030 인천도시기본계획은 논란이 많아 수면 아래 놓았던 검단-장수간 도로를 다시 꺼내 시민단체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검단 일원의 신도시에 입주했거나 입주할 주민들이 서울 강남으로 빠르게 연결할 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들리지만 분명히 인천인 그 지역에 사는 시민이 왜 강남으로 빠르게 오고가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은 생략되었다. 강남에 직장이 있거나 연고가 있는 이를 왜 검단 일원의 신도시에 입주시켜야 하는지 납득할 이유도 제시하지 않았다.


시민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녹지다운 녹지가 턱없이 부족한 곳이 인천이다. 인천공항과 항만, 거대한 화력발전소와 크고 작은 공단에서 내뿜는 오염물질로 하늘이 뿌연 인천은 한 평의 녹지도 아쉽다. 그런데 검단-장수간 도로는 인천의 한 가닥 희망이자 마지막 남은 자연녹지인 ‘S자 녹지를 꼬치 꿰듯 자르거나 뚫고 지나가야 한단다. 새 주택단지에 서울사람들을 불러들이고자 인천의 자존심을 짓밟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2009년 논란을 일으킨 검단-장수간 도로는 인천의 남북을 관통하는 계양산, 철마산, 원적산, 만월산, 광학산, 거마산의 녹지를 17개의 교량과 8개의 터널로 훼손하는 계획이었다. 인천의 ‘S자 녹지축을 구성하는 그 산들은 산을 중심으로 오랜 마을을 이루며 오순도순 살던 지역이지만 도로 개설에 앞서 지역주민과 충분한 의견을 나누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계획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았다면 녹지를 중심으로 살던 인천시민의 삶은 뿌리를 잃게 될 텐데, ‘2030 인천도시기본계획은 앞으로 녹지축 주변의 시민과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미 세계의 숱한 도시에서 누차 확인한 사실이지만, 도로나 주차장이나, 늘리면 늘릴수록 수요는 다 커진다. 요즘 신도시를 조성하거나 재개발을 계획하는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자동차 수요를 줄이려 노력한다. 학교와 관공서의 배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생필품이나 농산물을 지역에서 구입하도록 배려하고 일자리도 지역에서 창출하게 유도한다. 편리한 대중교통을 미리 확보하는 까닭에 개인 승용차는 불편해진다. 그뿐인가. 가까운 곳에 농장과 텃밭을 조성하면서 주민들의 관계가 살가워지면서 정주성은 높아진다. 에너지와 자원의 절약을 모색할 수 있는 이른바 컴팩시티의 전형을 만들어낸다.


개발 여력이 넓은 검단 일원은 밀집된 거주공간으로 입주자 모으는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역이다. 건설업자의 돈벌이에 충성하는 주거단지의 집합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이의 정주성을 먼저 고려하는 마을을 조성할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고층 또는 초고층으로 아파트단지로 꾸미고 중간에 녹지공간으로 구색 맞추는 정도로 부족하다. 일자리와 농촌을 연계해 자급률을 높이고 대중교통을 확보한다면 서울로 직행하는 넓은 도로는 불필요해질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는 기존의 간선도로를 없애고 그 자리에 자전거도로와 인도, 그리고 녹지를 조성했다. 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설계에 반영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자 주변의 시민들은 지역을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검단 일원의 대안이면 어떨까? (기호일보, 2015.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