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7. 18. 03:08

 

1990년대 중반, 장마철에 진행된 설악산 학술조사에서 물두꺼비를 보았다. 작은 산과 이어지는 농가에 어슬렁거리는 두꺼비와 달리 체구가 작고 동작이 빠른 물두꺼비는 숲이 울창한 계곡을 떠나지 않는데, 십이선녀탕 부근 계곡의 어두컴컴한 바위 아래에서 눈에 띄었다. 햇빛이 강한 여름의 낮 시간에 여간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 울울창창한 계곡에 비가 내려 어두워지자, 물살이 빨라진 바위 아래에서 먹이를 찾아 엉금엉금 기어 나왔는지 모른다. 넓적한 두꺼비와 달리 얼핏 무당개구리처럼 날렵하게 보이는 물두꺼비가 진한 갈색의 오돌토돌한 피부를 노출시킨 채, 굳이 조사자 눈앞에 나타난 까닭은 자신의 터전을 그대로 보전해달라고 우리에게 당부하려는 듯했다.

 

1990년대 초, 한 언론사에서 이곳만은 지키자!”는 기획의 일환으로 경기도 포천군 백운계곡 주변을 찾았을 때, 물두꺼비를 잡은 적 있다. 사진 기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눈앞의 실체였는데, 그날도 장맛비가 억수 같았다. 구름 사이에 햇살 비추자 비는 잠시 그쳤고, 평상이 뒤덮인 백운계곡을 벗어나 광덕산으로 오르자 과연 물두꺼비가 나타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광덕산을 이 잡듯 뒤지던 중 바위틈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오는 물두꺼비를 소중하게 잡아 사진기자의 카메라 앞에 내놓았는데, 더 그럴싸한 사진을 구상하는 기자. 그래서 주변의 벼메뚜기 서너 마리를 잡아 뒷다리를 떼어 물두꺼비 눈앞에 놓았더니, 역시! 두꺼비가 그렇듯, 슬그머니 다가서더니 순식간 긴 혀를 쑤욱 빼고 날름 잡아먹는 게 아닌가. 카메라 셔터보다 속도가 빨랐다고 기자는 푸념을 늘어놓았고.

 

그때 물두꺼비를 처음 만난 건 아니었다. 1980년대 중반 가을, 논문을 구상하던 대학원생은 백운계곡을 찾았다. 어느새 윗도리를 여며야 하는 가을철. 광덕산과 백운산 기슭을 적신 계류가 흘러드는 백운계곡에 무릎까지 빠지며 들어가 넓적한 돌을 들출 때마다, 어쩌면! 내년 봄에 알을 낳겠다며 짝짓기 자세를 단단하게 취한 물두꺼비가 한두 쌍 숨은 게 아닌가. 밝은 갈색의 암컷 등에 올라간 진한 갈색의 수컷이 작은 체구의 앞발 엄지로 암컷의 배를 결사적으로 끌어안은 모습, 포접(抱接)하고 있었다. 그때 물두꺼비를 처음 만났고, 보고서에 그리 썼는데, 보고서를 읽은 언론사 기자가 동행 조사를 요구했던 거다. 그래서 몇 년 후, 백운계곡과 이어진 광덕산에서 몇 마리 겨우 잡았던 물두꺼비를 설악산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1990년대 초에서 12년이 지난 2000대 초반의 깊은 가을날, “이곳만을 지키자, 그 후 12을 다시 기획한 언론사와 세 번째 찾은 광덕산. 1990년대 십이선녀탕에서 터전이 파괴될까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였던 물두꺼비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어 보였다. 겨울잠을 위해 계곡 아래의 바위 밑으로 벌써 포접 상태로 들어갔을 계절이었지만 백운계곡은 이미 제 모습을 잃고 있었던 거다. 넓었던 계곡을 좁다랗게 남기고 들어선 식당마다 대형 관광버스에서 연실 내리는 형형색색의 관광객에게 쇠갈비 팔기 바빴고, 백운계곡으로 이어진 하수구마다 불판 닦아 시커먼 물이 연실 보태지고 있었다. 15년 전 기억을 더듬으며 오염된 바위를 거푸 들춰내자 간신히 발견한 수컷 한 마리. 이후 10년 가까이 더 지난 지금, 그 자리에서 물두꺼비는 후대를 잇고 있을지.

 

산에서 이어지는 논에 물을 대려고 오래 전에 파놓은 방죽을 알 낳으려 찾는 두꺼비와 달리 어두운 계곡에 은둔하는 물두꺼비는 시방 위태롭다. 주택단지로 사라질 방죽을 두꺼비를 위해 행동해 힘겹게 보전한 시민단체는 청주에 있지만, 백두대간 서편의 계곡에 터전을 정한 물두꺼비를 거들떠보는 이는 거의 없다. 계곡을 멀리 벗어나지 않는 물두꺼비는 산허리를 이리저리 휘감는 임도(林道) 공사장에서 흘러나오는 토사로 제 터전을 맥없이 잃을 따름이다. 계곡의 바위에 토사가 쌓이면 산소동화작용 못하는 물이끼가 뿌리를 잃고 먼저 떨어져나갈 터. 물이끼를 뜯는 곤충의 애벌레도 차례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주로 밤에 나와 곤충과 거미, 그리고 애벌레를 즐겨먹는 물두꺼비는 오랜 터전을 잃는다.

 

두꺼비와 달리 물갈퀴가 있는 물두꺼비도 두꺼비처럼 염주 같이 길게 이어지는 알들을 두 줄 계곡의 돌에 감아 낳는다. 여름에 이르기 전, 계곡이 따뜻해질 무렵, 막 변태한 어른 손톱만한 물두꺼비들은 계곡 주변으로 흩어지는데, 그때 물두꺼비와 두꺼비는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호수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중간의 아스팔트에서 비 내리는 밤 필사적으로 이동하다 바퀴에 로드킬당하는 어린 두꺼비들을 물두꺼비로 착각하는 이가 많다. 계곡의 물두꺼비들도 오프로드 자동차와 산악 바이크에 변을 당하지만 워낙 드물어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데, 계곡에서 첨벙이다 음식 찌꺼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인파는 걱정거리다. 물두꺼비는 오염된 계곡에서 살지 못하는 까닭이다.

 

산개구리로 착각한 사람이 잡아먹고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가 가끔 나올 정도로 강력한 독을 피부에서 분비하는 물두꺼비는 인적 드문 계곡을 여전히 지배하지만 어느새 멸종위기가 되었다. 기온과 수온이 낮은 차갑고 깨끗한 계곡이 오염될 뿐 아니라 파괴되기 때문인데, 온실가스 증가는 심신산골마저 뜨뜻하게 만든다. 산허리를 휘젓는 임도만이 아니다. 흘러 들어오는 물을 화학물질로 오염시킬 뿐 아니라 햇볕으로 달구는 골프장이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울창했던 숲을 도려낸 41개로 모자랐나? 아스팔트로 계곡까지 끊는 골프장이 다시 41군데 더 들어선다고 아우성인데, 물두꺼비는 이제 달아날 곳이 없다. 9월이면 포접해 이듬해 이른 봄 알을 낳을 계곡을 도저히 찾을 수 없지 않은가.

 

자신이 사는 계곡의 상류가 오염되거나 파괴돼 터전을 잃는 물두꺼비는 앞으로 하류를 더 걱정해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바닥이 깊어진 강 본류는 지류의 침식을 가속시킬 태세인 탓인데, 알 낳을 곳, 먹이 찾을 곳이 점점 좁아지는 물두꺼비는 오직 우리나라에만 사는 특산종이다. 이렇듯 한국인이 돌보지 않는 한국특산종 물두꺼비는 겨울잠에 들 곳마저 찾지 못하는데, 우리 환경부는 보호할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조차 하지 않았다. 백운계곡이나 십이선녀탕에 가녀리게 남았을 물두꺼비는 멸종위기야생동물의 목록에서 해제된 두꺼비를 오히려 부러워할지 모른다. (전원생활, 2011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