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0. 12. 6. 15:45

 

이름도 긴 ‘경인아라뱃길재검증위원회’는 지난달 29일 100일 넘는 활동 보고서를 채택 했다. 정부의 몇 차례 수치마저 들쭉날쭉했던 경제성 분석을 면밀하게 재검증할 결과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점, 홍수 피해를 줄이겠다던 사업의 성격이 운하로 둔갑하자 불투명해진 점들을 들어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재검증위원회는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데 공사가 이미 절반 가까이 진행된 현실을 감안, 갈등을 최소화하며 사회 통합을 만들어가기 위해 사업자와 주민은 물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협의체를 제안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많은 문제를 안고 출발한 사업인 만큼 공사 진행을 감안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사실 이번에 도출된 재검증위원회의 의견은 새로운 게 아니다. 시민사회에서 진작 제기된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난 거로 보아도 그리 틀리지 않다. 출범부터 불거졌던 문제를 감추거나 자료를 왜곡하며 밀어붙인 사태의 결과를 이번에 확인한 것이다. 인천의 지방정권이 바뀌자 빛을 본 재검증위원회는 주민이 참여했기에 가치가 컸다. 추진세력이 내민 장밋빛 청사진의 실체를 파악한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한 재검증위원회가 없었다면 ‘아라’로 치장된 운하는 두고두고 인천의 환경과 경제와 문화와 생활의 짐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사업 주체가 재검증위원회의 요구를 즉각 받아들인 건 아니다. 얼마나 떳떳하지 못한지, 사업 주체인 수자원공사는 재검증위원회가 요구한 자료를 여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사업을 접거나 변경할 의사가 아직 없는지 모르지만 부당성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만큼 사업 자체나 그 내용을 전면 변경하지 않을 수 없으리. 만일 재검증된 부당함을 다시 무시하며 사업을 진행할 경우, 장차 수자원공사는 공사 도중과 그 이후에 발생한 모든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운하 주변의 유권자들은 민의를 수렴하지 않는 권력자의 행태가 빚은 사태를 잊지 않을 게 틀림없다.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재검증위원회는 운하의 가치가 거의 없는 만큼 인천과 김포의 터미널 부지에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할 것을 권하면서 법률적 검토를 거쳐 공사부터 전면 중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공사가 50퍼센트 진행되었더라도 협의체의 논의를 바탕으로 대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한다. 운하 부지를 복개해 방수로로 환원하되 복개한 지면은 관광용지로 활용하는 안, 방수로와 소하천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평소 수변 공간으로 활용하는 안, 그리고 막무가내 공사를 중단한 뒤 지적 사항들을 보완하자는 안까지 두루 제시했다고 한다. 검토위원회의 취지에 부합하는 불편부당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이어져야 할 텐데, 재검토에 앞서, 막대한 토목사업으로 사회갈등과 환경파괴를 유발하고 시민경제에 큰 손실을 초래하는 관행에 주권자인 시민이 제동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국가의 산업이 외부 여건의 변화에도 안정적이려면 특정 산업의 비중이 3퍼센트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는 산업 편중이 아주 심한 국가라고 걱정한다. 반도체 산업이 그렇지만 무엇보다 토목건축 관련 산업이 지나치게 비대하다고 지적한다. 2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게 아닌가. “잃어버린 10년”을 탄식하는 일본은 거품을 키울 대로 키운 토목자본에 그 원인을 지목한다. 풍선처럼 비대해진 사업을 유지해야 돌아가는 경제는 온갖 비리를 낳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터져버린 거품으로 인한 시민경제의 손실은 정권이 교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풀이한다. 그런데 많은 학자는 우리나라의 현재 토목 관련 산업의 비중이 거품이 터진 일본보다 나을 게 없다고 주장한다.

 

엉뚱한 이름으로 치장된 ‘경인아라뱃길’은 거품으로 비대해진 자신의 몸을 지탱하려는 자본과 그 자본에 기생하는 권력의 야합이 빚은 사업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토건사업의 피해는 시민과 그 후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재검증위원회의 발표를 분수령 삼아, 시민들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재검증위원회가 제안한 협의체의 역할일 수 있겠다. (기호일보, 201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