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20. 4. 13. 22:39

 

올 경칩은 35일이었다. 3월은 영어로 March. 시작이라는 뜻이다. 한데 개구리는 이미 알을 낳았다. 북방산개구리다. 지리산 남녘은 한 달 전이리라. 작년 1년 평균 기온이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더웠다더니, 그래서 그랬을까? 올해는 유난히 빨리 알을 낳았다. 경칩 새벽에 물이 얼었는데, 괜찮을까?


얼어붙은 물이 녹기 시작할 때, 북방산개구리 수컷들이 리드미컬한 목청을 높이면 얼핏 비슷해도 작고 날씬한 한국산개구리가 슬그머니 경연장에 다가오는데, 인천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려면 관광버스로 2시간은 나가야 한다. 운 좋으면 산기슭에서 어슬렁어슬렁 방죽으로 내려오는 두꺼비들을 만날 수 있다. 두꺼비는 자신이 태어난 방죽을 찾는데, 방죽이 드물어지면서 두꺼비는 보호 대상이 되었다.



사진: 번식 시기에 포접한 상태로 나타나는 두꺼비 암수. (출처: 인터넷)


알을 바가지 크기의 덩어리로 낳는 북방산개구리나 조랑박 크기로 낳는 한국산개구리와 달리 염주처럼 수초 사이로 알을 길게 늘어놓은 두꺼비는 겁이 없다. 피부 독에 혼비백산한 뱀과 족제비도 외면할 것이므로. 떼로 몰려다니는 올챙이들도 천적의 인기척에 아랑곳하지 않지만 5월 중순 자동차 바퀴를 조심해야 한다. 엄지손톱 크기의 어린 성체들은 야심한 시간, 호수가 아스팔트에서 처참해질 가능성이 크다.


두꺼비를 잇는 청개구리는 덩치가 가장 작아도 목청은 우렁차다. 그런데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는 청개구리는 미국 개구리 소리를 낸다. 광고회사는 그런데 관심이 없다. 경칩을 맞은 인터넷에 마스크를 한 개구리가 등장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한국에 없는 개구리를 데뷔시켰는데, 올봄은 개구리보다 코로나19가 우리를 깨웠다.


코로나바이러스는 1930년대에 알려졌지만, 전염성이 강화되어 다시 나타났다. 유전자가 RNA라서 쉽게 변한다는데, 그건 예전에도 그랬겠지. 그간 독성이 약해 무시당했을까? 치료제가 없는데, 이번 바이러스는 독성도 갖췄다. 면역 떨어진 노인에게 치명적인데, 전염력이 여간 빠른 게 아니다.


색다른 종교적 신념이나 교주의 요구에 자신의 행동을 맡기는 이들의 일탈이 자제 또는 통제된다면 코로나19는 진정될 것이다. 의료진의 눈물겨운 헌신과 관련 공직자의 진정성 있는 노력, 그리고 막대한 예산과 시민 대다수의 성심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봄은 다시 열리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생태계의 오랜 질서, ‘생태적 다양성이 황폐해졌다. 다양한 동식물이 어우러지면 바이러스를 포함해 어떤 생물도 감히 창궐하지 못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변해 나타나면 능히 막아낼 수 있을까?


온난화된 지구에서 인간의 분별없는 개발이 망가트린 생태계는 재해를 완충하지 못한다. 개구리가 사라진 생태계는 바이러스 창궐에 무력한데, 자식 행복하길 바라는 우리는 어떤 내일을 준비해야 하나? 코로나19는 경제성장을 외치는 우리에게 어떤 묵시록을 전하려는 걸까? (갯벌과물떼새, 2020.4.5.)

안녕하세요? 본문 중간에 삽입하신 두꺼비 사진은 제가 찍은 것입니다. 이 사진을 비롯하여 비슷한 사진이 여러 장인데, 제가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것도 있고, (사)두꺼비친구들 측에 제공하였기 때문에 더 많이 공개되어 있을 것입니다. 2007년 2월 25일 청주 산남동 산남한내들(당시는 유승한내들) 아파트와 구룡산 사이의 통로입니다. http://www.slrclub.com/bbs/vx2.php?id=theme_gallery&no=452408 필요하시다면 비슷한 사진을 드릴 수 있습니다.
허락도 없이 사진을 사용해 송구합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나중 출판에 사용할 일이 있으면 사전에 문의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자료의 출처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할 경우 양해를 구하고 사용하겠습니다.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3. 8. 15:19

 

유난스럽던 1월 한파가 2월에 누그러들더니 3월 꽃샘추위가 동장군의 아쉬움을 달랜다. 겨우내도 물이 고이는 산록의 계단 논에 아침저녁으로 살얼음이 끼는 계절이 돌아왔다. 북방산개구리가 우는 절기, 경칩이다. 계양산 북사면을 흐르는 작은 하천에도 북방산개구리가 울 테고, 까만 점이 점점이 박힌 수북한 알덩어리들이 흩어지겠지.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만끽할 때를 맞은 것이다. 달리 말하면, 만물이 이 봄에 소생하지 못하면 생태계의 건강은 불안해진다는 의미일 수 있겠다.

 

꽃샘추위가 닥친다고 경칩에 나온 북방산개구리가 모두 얼어죽는 건 아니다. 지구의 공전궤도는 이맘때 태양광선의 밀도를 따뜻하게 높일 테니 시베리아 한랭전선이 이따금 세력을 확장해도 바람이 잔잔한 대낮의 양지는 얼음을 녹일 게 틀림없다. 그런 땅 속에서 추위를 잠시 피하는 북방산개구리들은 한밤중 살얼음이 낀 무논에 나와 열심히 짝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무논이 없어지면? 개구리는 알 낳을 곳을 잃는다. 꽃샘추위가 자주 반복된다면 알 낳을 시기를 못 찾는 북방산개구리들이 늘어날 게고 꽃샘추위가 가끔 지독해져 알이 얼면 올챙이는 부화되지 못한다.

 

사실 십여 년 전부터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시기가 앞당겨졌다. 산골마다 계곡을 따라 무논이 계단처럼 이어지던 1980년대, 경칩에 울어 젖히는 북방산개구리는 드물었다. 봄볕이 완연한 3월 말부터 기지개를 폈는데 요즘은 2월 중순이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아직 볕이 약한 시기라서 종종 얼어죽곤 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경칩이 지나자마자 세상은 여름날을 맞이하니 부화한 올챙이들은 개구리로 변태하기도 전에 천적들에 쉽게 노출된다. 그뿐인가. 여름에 나올 다른 개구리와 만나 생식능력이 없는 잡종을 만들거나 불필요한 경쟁이 유발된다. 이래저래 북방산개구리는 전에 없던 위기를 만났다.

 

최근 미국 버클리대학교 연구팀은 지구 생태계에 6의 대멸종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500년 동안 포유류 80종을 없앤 멸종행진은 앞으로 300년에서 2200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으리라 점쳤다는데, 6500만 년 전 운석 충돌로 비롯된 제5의 대멸종과 달리 이번 대멸종은 순전히 인간의 개발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제까지 지구는 분포하던 생물종의 75퍼센트를 잃은 대멸종을 5차례 겪었는데, 원인은 걷잡을 수 없는 환경변화였다. 멸종 과정에서 대부분의 개체들이 죽어나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칩이 지났어도 눈에 거의 띄지 않는 북방산개구리와 시베리아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아무르표범은 아직 멸종되지 않았지만 개체의 대부분은 사라졌다는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사람이 분류한 190만 종류의 생물 중에서 3퍼센트뿐인 포유류를 대상으로 연구한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먹이사슬의 위쪽에 위치한 포유류의 멸종은 시사하는 바가 큰데, 사실 제6의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은 진부한 구석이 있다. 많은 생태학자는 진작 경고해왔고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위원회’(IPCC) 보고서를 평가한 기후학자 그룹은 10년 이내에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00년 이내에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할 온난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2007년에 우려한 바 있다. 벌써 5년 전이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북극해에 얼음이 한겨울에도 생기지 않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고위도 지역에 눈이 과다하게 내리고 한파가 몰아쳤는데 전문가들은 그런 이변은 심화될 거라 예고한다. 적도의 라니냐가 우리 동해안으로 밀어낸 고온다습한 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된 시베리아 한파와 부딪히자 눈폭탄이 내린 올해의 현상이 일시적일지 누구도 점치지 못한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땅의 생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건 불을 보듯 명확하다.

 

벌써부터 학자들은 양서류 멸종행진을 염려한다. 습지가 마르고 대기가 건조해지자 마른 피부에 치명적 곰팡이가 퍼지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 북방산개구리는 내내 안녕할 수 있을까. 경칩이 벌써 지났건만 꽃샘추위는 왜 이리 매서운 걸까. (기호일보, 2011.3.?)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2. 9. 11:12

 

포천군 소흘읍 직동리 일원에 걸쳐 있는 광릉숲은 201062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멸종되기 전 크낙새가 살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의정부에서 남양주시 진접읍을 왕래하는 21번 버스는 그 숲을 가로지르는 광를내길을 달리며 해방 직후 춘원 이광수가 잠시 몸을 숨겼던 봉선사를 스친다. 1980년대 4월 초순, 아직 광릉내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기 전, 21번 버스는 덜컹덜컹 직동리의 계단식 너른 논을 바라보며 봉선사를 향했다. 비포장도로에서 덜컹거릴 때마다 낡은 버스의 스프링들은 저마다 리드미컬한 비명을 질러댔는데, 마지막 버스가 떠나고 별이 총총해지자 버스에서 듣던 리드미컬한 소리가 논에서 다시 울려나왔다. 북방산개구리가 일제히 번식에 든 것이다.

 

광릉내길을 따라 포천에서 남양주로 이어지는 계곡의 들판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내려가고 그 옆에 흐르는 봉선사천은 진접읍에서 왕숙천으로 이어져 한강으로 흘러든다. 함흥차사를 일으키며 등청을 거부하던 태조가 8일 밤을 묵었다는 왕숙천은 지금 다가가기 싫게 오염되었지만 1980년대 만 해도 눈부시게 맑았다. 새벽이면 살얼음을 남기는 봉선사천의 4, 시리도록 맑은 하천 바닥의 크고 작은 바위와 돌 아래에서 동면하던 북방산개구리들은 벌써 물이 고인 논으로 나갔다. 직동리 아이들이 겨우내 썰매 지치던 얼음이 녹자 그 자리에 모여들어 경쟁적으로 짝을 찾는다. 사실 경칩에 모든 개구리가 나오는 건 아니다. 얼어붙은 얼음이 2월 쩍쩍 갈라지다 가장자리에 틈을 보이며 녹을 때가 경칩이고, 골짜기의 북방산개구리부터 고개를 내민다.

 

2010년 경칩에 발족한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는 경칩 이전부터 북방산개구리를 찾아나선다. 번식시기를 모니터링하는 거다. 35일 전후가 경칩이건만 2, 아니 1월부터 하천을 낀 산 아래 논들을 돌아다니는 건 예년과 달리 경칩이면 늦는 까닭이다. 30년 전, 오대산의 북방산개구리를 채집하려 3월 중순 월정사를 찾았다 두꺼운 얼음만 보고 돌아온 적 있는데, 지금은 2월부터 서둘러하다니. 한반도를 닥친 지구온난화가 그만큼 심각해진 모양이다. 사람의 탐욕이 빚은 결과일 텐데, 4월 중순 직동리 무논에서 양턱을 한껏 부풀리며 리드미컬하게 울어젖히던 북방산개구리들도 사라진지 오래다. 부자들을 위한 전원주택 단지와 국적 불명의 문화의 거리로 직동리 계곡의 들판마저 개발되었다.

 

직동리의 운 좋은 북방산개구리는 나중에 화석으로 발견될 테지만 다른 산 아래의 수컷 북방산개구리들은 이맘때 여전히 한밤의 세레나데를 리드미컬하게 부를 것인데, 요즘은 하루하루가 두렵고 혼란스러울 게 틀림없다. 겨울 끄트머리의 기상이변은 하루하루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얼마 남지 않은 무논은 올챙이로 부화되기도 전에 툭하면 얼어붙지 않던가. 지구온난화로 한겨울 북극해의 얼음이 녹자 시베리아에 눈 덮인 냉기를 퍼붓고, 그 여파로 우리 겨울은 삼한사온을 잃었다. 설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풀린 날씨는 동면중인 북방산개구리들을 서두르라 깨울 텐데, 무논에 흩어질 북방산개구리의 알들은 모내기 끝날 즈음 온전히 개구리로 변태돼 산으로 오를 수 있을까.

 

낙엽과 구별 안 되는 피부색을 가진 등 길이 8센티미터 내외의 북방산개구리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하천에서 동면하다 깨어나면 2000개 전후의 알을 덩어리로 낳고, 봄볕 받는 물에서 보름 정도 지나 부화하는 올챙이들은 이끼나 물벼룩들을 먹으며 무럭무럭 성장해 모내기 전후 꼬리를 감추곤 비 내리는 밤을 기다린다. 도마뱀과 유혈목이는 비를 피해 풀숲을 벗어나고 새들은 잠에 빠졌다. 알 낳자마자 무논을 떠난 부모를 따라 일제히 산으로 오르는 것인데, 그때 어린 북방산개구리들은 감당할 수 없는 천적을 거푸 만나 속수무책으로 스러지고 만다. 논과 산 사이에 새로 놓인 아스팔트에서 그만 무참해지는 것이다. 예전에 없던 일이다.

 

경칩 전후, 하천의 얇아진 얼음을 해머로 깬 산마을 청년들이 지렛대로 바위를 들썩이며 양동이로 잡아들일 때 북방산개구리는 산골의 보양식이었지만, 공장식 축산업으로 불고기와 삼겹살이 어디나 지천인 요즘은 아니다. 허우대가 멀쩡한 사내들이 구워먹자며 하천을 뒤집는 행위는 자제해야 옳건만 아직도 일부 지역의 북방산개구리는 한겨울부터 수난이다. 굴삭기를 동원해 가마니로 잡아들인 북방산개구리를 내 고장 명물 개구리 탕의 반열에 올리기 때문인데, 이제 그마저 애교가 되고 말았다. 뚝배기마다 한 마리 씩 들어가는 북방산개구리의 맛과 영양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뚝배기에 둥둥 뜨는 개구리보다 훨씬 타이어 아래 깔리는 수가 많다는 점이다. 변태하자마자 산으로 오르는 작은 개구리만이 아니다. 알을 낳으려 무논으로 기어가다 타이어 아래 밟히는 성체도 부지기수다.

 

아스팔트만이 아니다. 경지정리로 골짜기의 무논이 사라지니 알 낳을 곳을 찾지 못해 사방을 헤매는 북방산개구리들은 산허리를 감싸며 들어선 아파트 단지로, 산비탈과 주변 골짜기를 넓게 차지하는 골프장에 터전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래도 인천의 진산 계양산의 한 자락에 터 잡은 북방산개구리는 드디어 한숨 쉬게 되었다. 지역 환경단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골프장 개발을 호시탐탐 노리는 재벌의 손아귀에서 풀릴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날씨도 풀렸으니 곧 제 존재를 과시하겠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아래 매립될 뻔했던 서울 은평뉴타운의 극히 일부 북방산개구리도 남겨진 습지에 알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교보환경대상을 받은 한 환경단체의 노력 덕분이다.

 

청계산 한 기슭의 북방산개구리들은 한때 호강했다. 이른 봄부터 양동이를 든 회원들과 밤을 새우는 환경운동가 덕분에 아스팔트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이가 청계산을 떠났으니 걱정이다. 떠나기 전에 그는 동면에서 풀린 북방산개구리가 안전하게 무논으로 건너갈 생태통로를 만들었지만 모든 개구리가 그 통로를 이용하는 건 아닌 까닭이다. 어떤 나라는 거북이 알 낳을 때 통로를 가로지르는 아스팔트에 경고판을 세우고 경고판을 본 사람들은 최대한 서행하다 이동하는 거북을 손으로 옮겨준다던데, 우리는 아직 그 수준이 이르지 못했다. 이래저래 이 땅의 북방산개구리들은 경칩 전부터 세상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사이언스타임즈, 2011.2.9)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