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17. 9. 22. 14:40


인버터. 전기로 작동하는 작고 예쁜 주방기기인데 열선이 보이지 않아도 물을 금방 끓인다, 특이하게 용기와 인버터 사이에 끼워놓은 신문지가 타지 않는다. 전용 용기를 사용하면 그렇다는데, 인버터는 전기를 얼마나 소비할까? 열선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전기랜지보다 적을까? 억지로 들어간 해외의 한 쇼핑센터에서 상인의 호들갑스럽게 소개하는 상품을 보면서 효율이 궁금했는데, 기왕이면 디자인이 수려한 프랑스 제품보다 전기 소비 효율이 높은 독일 제품을 선택하라고 동료가 귀띔해주었다.


프랑스는 전기의 4분의3을 핵발전소에서 충당한다. 나치에 협조한 지식인 수만 명을 사형시킨 드골 대통령이 내놓은 핵발전소 도입 주장을 반대한 지식인은 당시 드물었을 텐데, 요즘 그 부적용이 심각하게 드러난다. 10년 사용한 자동차에 고장이 잦듯, 30년 넘게 쉼 없이 가동한 핵발전 설비도 고장이 난다. 부품도 교환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대용량의 전기는 공급이 중단된다. 핵발전소 운영하는 기관은 서둘러 수선해 가동하고 싶어도 그게 어렵다. 감시하는 기관의 허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더욱 철저해진 핵발전소 감시 기관은 프랑스의 핵발전소 운영 기관과 철저히 분리돼 있다. 자리를 수시로 교환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어려움을 서로 양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정과 부패가 끼어들 틈이 없고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낡은 핵발전소가 멈추면 한동안 재가동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고장이 거의 없던 핵발전소 초기, 남아도는 전기를 편안하게 소비하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진다. 산업과 건물의 조명은 물론이고 가정도 마찬가지다. 주방과 냉난방까지 도맡던 전기가 중단되다니.


체르노빌 사고로 목장 우유가 오염된 홍역을 앓은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결단을 내렸다.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자국 핵발전 설비 17기 중 오래된 9기를 즉각 폐로하고 나머지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끄기로 결정한 것이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산업국가다. 전기 사용량이 적지 않을 터이니 핵발전소를 대거 폐로한 만큼 프랑스에서 전력을 수입할 것으로 예견한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웬걸! 국경선을 공유하는 만큼 시시때때 크고 작은 전력을 주고받았지만 핵발전소 폐로 이후 특별히 늘어난 전력 수입은 없었다. 무슨 까닭일까?



사진: 에너지 자립 마을, 독일 프라이부르크 솔라콤플렉스.


세계적으로 태양의 도시그리고 환경수도라는 애칭을 가진 독일 남부의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초 중앙정부의 핵발전소 도입 계획을 처절한 시민운동으로 막아냈다. 이후 각성한 시민들은 자연에서 지속 가능하게 구할 수 있는 태양과 바람, 그리고 축산분뇨로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자급하는 마을이 늘어났다. 프라이부르크의 사례가 적극 확산된 지금, 독일 전역에서 지속 가능한 자연을 활용하는 전기 생산은 일상이 되었다. 도로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건물의 지붕마다 태양광 패널이 당연하다는 듯 덮였고 들판마다 풍차가 거대한 날개를 돌린다. 참고로 독일은 우리보다 바람이 거세지 않고 태양은 우리보다 강하지 않다.


후손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만이 아니다.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걷잡을 수 없게 배출하는 화력발전도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독일인은 후손에게 책임 있는 전기소비에 앞장선다.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해마다 마을 단위로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전기는 찾는다. 물론 재생 가능한 태양과 바람이라는데 동의하고 실천에 동참한지 오래다. 지붕에 앉힌 태양광 패널은 마을에 전기를 공급한다. 어느 한 지붕에서 고장이 나면 팔 걷어붙인 주민이 모여 같이 수선하고 최신 제품으로 교체한다. 그런 과정에서 주민들의 우의는 단단해지고 기술력은 높아진다.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전기 사용을 줄이다 아예 회피하려면 마을 전기만으로 모자란다. 그러자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에너지제로하우스를 제안했다. 단열이 최적인 건축자재로 외부에 들여와야 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자 90%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현재 보편적으로 보급된 결과 제로하우스 건축비는 대폭 낮아졌다. 정부와 기업은 산업기기와 전력 체계의 효율화에 적극 나섰고 소비자는 효율이 낮은 가전제품을 외면했다. 그뿐인가?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독일은 겨울이면 입김이 나오는 집안에서 외투를 입는다. 독일인들은 내의 차림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는 우리나라를 이해하지 못한다.


태양광으로 지역마다 전기를 자급하면 전력 생산은 분산된다. 막대한 전기가 갑자기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거대한 권력과 자본이 전기 생산과 분배를 독점하는 세력이 나올 수 없다. 우리와 달리 전기 생산자들은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독일이 프랑스 전력을 수입하지 않는 이유의 설명인데, 낡은 핵발전소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어떤가? 시급히 독일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태양광만으로 전기를 자급하는 날이 해마다 늘어나는 독일에서 소비자들은 디자인보다 효율로 인버터를 선택할 게 틀림없다.


햇볕은 여름철의 뙤약볕보다 봄가을이 발전에 적합하다고 한다. 이맘때 우리 하늘이 딱 그럴 텐데, 우리의 가을하늘, 참 아깝다. 농토에서 농작물을 익히는 햇볕과 산에서 나무와 풀들을 건강하게 뿌리내리게 하는 햇볕과 달리 도시에 쏟아지는 햇살은 사람들을 그늘로 피하게 하는데, 그 햇볕을 독일처럼 전기 생산으로 이끌 수 없는 것일까? 아파트 베란다에 자그마하게 펼치는 패널은 한 장만으로 누진 전기료 폭탄을 예방한다고 한다. 두 세장이면 전기료 절감으로 이끌 것인데, 최근 블라인드 페널도 등장했다고 하니 잘 활용하면 아파트도 전기를 자급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세계적으로 태양광 패널 개발과 보급 경쟁은 치열하다. 사활을 걸 정도라는데, 다행인가? 우리나라의 태양광 패널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중앙과 지방정부의의지가 부족할 따름일 텐데, 요즘 수준의 기술로 국토의 5% 이내의 면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가정은 물론 산업을 포함해 국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태양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가 나온다. 우리나라 도시와 도로의 절반 이하로 충분할 텐데, 고속도로에서 보는 아파트 베란다는 물론이고 건물의 지붕 대부분은 태양광 패널을 달지 않았다. 도로에서 터널로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벽도 전혀 활용되지 않아 아깝다.


태양광 패널은 초기 설치비용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적어도 가정에서 설치하기 부담스럽다는데, 그때 정부부처나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의 설치비용보다 현저하게 저렴하지 않은가?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시민들이 입는 건강 피해는 관련 기업이나 정부가 전혀 배상하지 않지만 태양광은 피해와 거의 무관하다. 그 비용을 산정한다면 시민들에게 태양광 패널 비용을 지원하는 건 분명히 타당한 일이 아닌가? 회피할 수 없는 핵폐기물로 인한 비용을 따진다면 핵발전소를 몽땅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바꾸는 게 시민과 후손을 위해 시급하고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의 전력예비율은 OECD에 속한 국가들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넘친다. 일본은 3%인데 우리는 20%가 규정이지만 실제 30%가 넘는다. 그렇다면 핵발전소 신규 건설은 전혀 불필요하다. 짓던 시설도 멈춰야 한다. 멈춘 핵발전소가 가장 안전하기 때문인데, 독일처럼 수명을 앞당겨서 폐로하는 게 옳다.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막대한 화력도 대폭 줄이거나 회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청구서를 내밀지 않는 태양에서 전기를 충당하는 노력에 우리도 독일처럼 나서야 한다. 이 가을, 도시에 내리쬐는 태양이 더는 아깝지 않도록. (인천in, 2017.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