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1. 17. 08:30

 

애벌레 때 두툼한 참나무 줄기를 파먹고 자라는 장수풍뎅이는 농가에서 이어지는 울창한 자연림에서 간혹 볼 수 있었지만 마을 주변이 온통 개발된 요즘은 산림보다 분양받은 개인 집이나 곤충 전시회장에 가야 눈의 띈다. 애완곤충으로 인기가 높아지자 적극적으로 들여놓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장수풍뎅이만이 아니다. 사슴벌레나 왕귀뚜라미가 애완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육되고 있으며, 꽃가루 수정을 위한 꿀벌과 비단을 위한 누에는 물론, 최근에는 등딱지가 삼국시대 장식물에 부착되었던 비단벌레도 증식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가축의 범주에 오르지 않아 정부지원이 없지만, 자태가 독특하며 기르기 쉬운 곤충들은 인터넷을 발판으로 활발하게 판매된다. 그런 현상을 반영한 걸까. 연간 규모 1천억에서 해마다 성장해 2020년이면 1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곤충산업을 위해 정부가 조만간 육성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정부에서 법과 제도로 육성한다면 알음알음으로 확장되던 곤충산업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텐데, 왠지 걱정이 앞선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번식하지 못하는 기존 가축과 달리 곤충은 자연 생태계 속의 엄연한 생물이다. 따라서 부가가치에 현혹된 섣부른 산업화 논의보다 생태계 보존 차원의 신중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언론은 여왕벌 한 마리와 일벌 백 마리를 세트로 75천원에 판매하는 업체가 해마다 100퍼센트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은 솔깃하게 전했다. 그 소식은 꿀벌의 수가 갑자기 줄어 사업성을 잃은 양봉업자까지 동종업계로 유인할 가능성을 높일 텐데, 언론은 꿀벌 판매업자의 돈벌이를 강조했을 뿐, 예상되는 부작용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꿀벌이 활동하지 않는 겨울철에 벌을 풀어야 저렴한 꽃가루 수정이 가능한 비닐하우스의 근본 문제는 예서 따지지 말자. 일벌 100마리에 한 마리 씩 구색을 맞춘 여왕벌은 수컷도 없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후대를 이어갈 수 없다. 그저 일회용일 따름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진 꿀벌 집단붕괴현상이 벌어진 원인 중의 하나로 학자들은 꿀벌의 유전적 단순성을 지목한다. 꿀을 많이 받아오는 종류로 획일화하자 유전적 다양성이 위축되면서 면역력이 약해진 꿀벌들이 응애나 바이러스의 공격에 무력해졌다는 것인데, 돈벌이를 위한 착취가 치명타가 되었다고 덧붙인다. 중국에서 밀려들어오는 벌꿀 때문에 수입이 줄어든 양봉업자들이 꿀벌들을 트럭에 싣고 꽃가루 수정이 급한 전국의 과수원으로 수천 킬로미터 돌아다니자 질병이 급속하게 퍼졌다는 것이다.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전국의 꿀벌이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 탓이었다. 토종벌을 비롯해 우리 양봉도 집단붕괴를 의심하게 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해마다 100퍼센트 성장하는 우리의 일회용 벌 산업은 얼마나 든든할까. 정부의 육성안은 꿀벌 집단붕괴현상까지 대비하고 있을까. 혹시 언론에 보도된 그 업체, 겨울철 비닐하우스에 적합한 외국의 벌을 수입해 증식시키는 건 아닐까.

 

개발한 업체가 학습이나 애완용으로 인터넷으로 예약 판매하는 왕귀뚜라미는 토종일까. 실내에서 인공으로 산란시켜 사육하는 방법에 특허를 가진 업체는 토종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분양받으려는 자에게 상업적 사용을 금지한다고 선포하는데, 정부의 육성안이 발효된 이후 자연에서 왕귀뚜라미를 수집해 키우며 이웃과 나누면 합법일까 불법일까. 그 업체에서 독점으로 판매하는 왕귀뚜라미는 전체 집단의 일부로 증식했으니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할 텐데, 키우다 싫증나 자연에 풀어주면 생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혹시 경쟁업체가 나타나 더 아름답게 우는 왕귀뚜라미를 개발했다거나 수입했다고 광고하며 대대적으로 판매한다면 장차 생태계에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거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돈이 되는 곤충을 흥미롭다는 듯 보도한 언론은 사과며 닭, 생선까지 닥치는 대로 분해해버려 하루만 지나면 껍질과 뼈만 남기고 모조리 해치운다는 동애등에 유충도 진귀한 듯 소개했다. 음식 쓰레기를 먹어치워 양질의 퇴비로 변화시킬 뿐 아니라 유충과 번데기는 별도의 활용이 가능하며 성충이 사람에게 해를 준 사례가 없다는 장점을 소개한 언론도 있다. 그 언론은 어느 정도 자란 유충은 낚시미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란용 닭에 주면 양질의 계란을 얻을 수 있고 번데기에서 추출한 기름은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상찬했다. 한마디로 돈이 된다는 건데, 알려지길 원하는 측에서 작성한 자료에 언론이 충실할 경우, 뉴스에 놓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다.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등애등에를 음식쓰레기의 자연순환을 위해 활용하려고 많은 국가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지만 현재의 연구결과만으로 실용화에 흔쾌할 수는 없어 보인다. 안전과 효과가 검증되었을 뿐 아니라 음식쓰레기 자연순환에 오래 전부터 이용하고 있는 지렁이와 그 효과를 상세하게 비교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우면서 걱정도 남는다. 사람에게 해가 없다고 생태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 아니지 않은가. 실내에서 유생을 키운다지만 밀도가 대단히 높은데, 일부가 자연으로 빠져나가면 어찌될 것인지, 실용화 전에 면밀하게 검토해야 했다. 종이 같다고 해도 다른 국가의 동애등에와 유전자 구성이 다를 테니, 수입하면 유전자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 거기에 근본적인 고민이 없다. 안정된 생태계를 지탱하는 자연의 생명을 금전적 이익을 위해 증식해도 무방한 것일까.

 

거의 자취를 감춘 비단벌레를 2년 전 선운사 도립공원에서 발견했다는데, 현재 거제시는 일본 학자와 협력하고 곡성군은 우리 학자가 앞장서서 증식과 복원을 각각 연구하고 있다고 언론을 전한다. 그 비단벌레는 일본산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자연에서 채집한 걸까. 우리나라에서 거의 사라진 상황이므로 유전적으로 가까울 일본산으로 연구한다 해도 문제제기할 생각은 별로 없지만, 비단벌레가 방생될 생태계의 복원은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실내에서 획일적으로 증식하고 만다면 복원 소식에 가슴벅차하는 고미술품 복원 관계자를 기쁘게 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서 그칠 수 없는 일이다. 생태계 복귀를 생각한다면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하여 복원해야 바람직하다.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겠지만 곤충이 사라지면 인간은 몇 달 못 가 멸종할 것이라 말했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존 로지 교수는 곤충의 활동을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연간 570억 달러라고 바이오사이언스지 20084월호에서 주장했다. 그는 곤충산업의 채산성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생태계에서 제 역할을 다 할 때, 결과적으로 사람에게 그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는 해석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애완이나 교육, 농업과 공업용으로 여러 곤충을 이미 산업화했다. 우리 축산법은 꿀벌을 제외한 어떤 유용한 곤충도 가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삼는 전문가가 있지만, 곤충의 산업화는 신중해야 한다. 생태계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돈벌이를 위해 획일적 증식부터 서두른다면 나중에 집단붕괴현상을 자초할 수 있지만, 그보다 자칫 소나무재선충처럼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사이언스타임즈, 2011.1.17)

공부 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