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5. 10. 19. 00:56
 

얼마 전 억새축제가 한창인 하늘공원을 다녀왔다. 10년 전 무너진 삼풍백화점 쓰레기를 마지막으로 매립한 난지쓰레기처리장이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개과천선한 하늘공원은 막 피어오른 억새와 억새만큼이나 물결치는 인파로 가득 차있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억새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 뒤로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옆으로 시야를 돌리니 쓰레기소각장 굴뚝 넘어 이웃하는 노을공원이 한가롭다.


하늘공원보다 넓은 노을공원도 쓰레기매립으로 생긴 봉우리다. 생활쓰레기를 매립한 후 30년 이상 안전과 생태계 회복을 모니터링하는 독일과 달리, 매탄가스 분출이 많은 쓰레기의 매립 종료 10년도 못돼 공원으로 개방하는 용감한 도시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저주받은 듯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매립장에 두툼한 고무판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억새를 심은 하늘공원은 찾아오는 인파로 발 딛을 틈 없지만, 같은 방식으로 만든 노을공원은 왜 한가로울까. 모두 세금으로 조성했던 아니던, 골프장은 원래 이용객이 가득차도 드문드문한 법이다.


서해안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한강에 물들면 노을공원의 내방객들은 넋을 잃을 정도로 황홀할 텐데, 퍼블릭을 강조하는 9홀 규모의 그 골프장은 고작 200명 시민에게 그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그런데도 세금으로 만든 골프장의 운영당국은 귀띔한다. 저렴한 이용료로 저소득계층도 이미 대중화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한다고. 골프장이 대중화되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저렴한 이용료? 서울시와 입장료를 놓고 다투는 현재 무료지만 아무나 가나? 골프 장비를 갖춘 고급 승용차에게 입장이 허용될 것이다. 물론 빌린 골프 장비를 들쳐매고 걸어올라가도 공식적으로는 입장이 가능하겠지만 그럴 저소득계층이 있을까.


일회 3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골프장 운영자와 2만 원 이하를 주장하는 서울시 당국은 저소득계층도 이용할 수 있다고 생색내는 모양이다. 2만 원을 저렴하다고 판단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어처구니없지만, 골프채를 휘두를 것으로 예상하는 한가한 저소득계층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참으로 용하다. 공평무사해야 할 세금을 그렇게 소비해도 되는 것일까. 파란 가을하늘 아래 한가롭게 꽉 찬 노을공원의 200여 내방객들은 와글와글한 하늘공원의 이용객들을 얼마나 불쌍히 여길지, 알 수 없다.


골프장에 가려면 골프연습장부터 출석해야한다. 값비싼 외국 잔디를 서툰 동작으로 뜯어내면 여간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골프연습장도 대부분 고급승용차로 입장한다. 골프연습장의 코치들은 초보자 티를 벗은 이용객에게 은근히 골프 장비를 구입을 유도하고 필드를 권유한다. 골프연습장은 위화감을 조장할지언정 녹지를 파고들지 않는 이상 생태계 파괴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위화감이 더한 골프장은 어떤가. 외국산 잔디의 생육에 필수적인 화학비료와 고독성농약만이 아니다. 4천 종이 넘는 자생식물을 뿌리째 걷어내고, 뿌리는 지하수는 인근 주민의 농업용수는 물론 마실 물까지 오염시키거나 고갈시킨다.


최근 대부분의 서울시민들은 노을공원을 가족공원으로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권리주장이다. 세금은 모름지기 다수 시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하므로. 그런데 만약 인천의 어떤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골프장 업자나 된 듯, ‘저렴한 이용료’와 저소득계층을 위한 ‘대중화된 골프’ 운운하며 위화감 조장하는 골프연습장을 개설한다면, 세금 내는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녹지가 부족한 인천에서 그럴 리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인천e뉴스, 200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