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2. 3. 26. 10:22

 

멀지 않았던 과거, 때까치는 우리네 삶과 친숙했다. 도시가 확장되지 않고 논밭이 더러 남았던 1980년대, 서울 시내의 대학 교정에서 작아도 날카로운 부리를 과시하는 때까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매부리처럼 구부러진 부리로 개구리를 잡아 철조망에 끼워두었던 때까치는 요즘 시골에 가도 통 보이지 않는다. 농약과 화학물질에 땅과 물이 오염되면서 먹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선행학습으로 몰라도 되는 지식을 짊어지고 사는 도시 어린이들은 경칩이 무슨 날인줄 알겠지만, 책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면 개구리를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극성스런 엄마 손잡고 서울대공원의 개구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관광버스를 대절해 생태기행을 떠나야 한다. 개구리가 많다면 때까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카메라는 엄마가 들 테니, 기왕이면 쌍안경까지 챙기면 더 좋겠지. 때까치와 개구리의 생태적 연관성을 이해한다면 아이의 교육을 위해 흔쾌히 희생하겠지.

 

개구리와 때까치가 서울 시내에 있다면? 1980년대 이전의 아이들이 그랬듯, 엄마 몰래 찾아가 자연을 만끽할지 모른다. 그 기억은 뇌리에 온전히 남아, 시나 소설을 쓰지 않더라도, 애인이나 아내, 또는 입대한 아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하다못해 직장에서 사업계획서를 만들 때라도 감성이 묻어날 것이다. 보는 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긍정적으로 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어떤 자연주의 학자는 권한다. 학교에 얽매이는 아이를 자연에 풀어놓으라고. 아이의 상상력이 달라진다면서.

 

1992‘LA폭동의 현장에서 한 리포터는 소년이 과시하는 솜씨에 절망한다. “소리만 들어도 무슨 총인지 단숨에 알죠!” 그 나이라면 소리만 들어도 무슨 새인지, 보기만 해도 어떤 꽃인지 알아야 하는 게 아닌지 고심하면서 그는 어긋나는 미국의 사회와 교육현실에 몸서리쳤는데, 초등학교부터 제 아이를 임시지옥에 가두는 우리는 어떤가. 북방산개구리와 참개구리, 때까치와 황조롱이를 구별할 수 있을까. 학교가방 내려놓기 무섭게 학원가방 들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에 관심 가질 여유가 허용될까.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던 주민들의 민원을 완충녹지로 해소하고자 1997년부터 매입해오던 땅이 서울에 있다. 김포공항 북서쪽의 강서구 오곡동과 부천시 고강동 일원 100만 제곱미터 가까운 면적의 땅으로, 오래 방치해두자 습지로 변화해갔고, 사람이 곁을 주지 않자 어느새 온갖 개구리들과 그 개구리들이 매개하는 생물들의 터전으로 변했다. 때까치가 찾아왔을 뿐이 아니다. 곤충이 많은지 청딱따구리가, 물고기가 많은지 도요새와 물떼새 무리와 해오라기가 왔다. 맹금류인 개구리매와 새홀리기와 황조롱이가 들어오자 큰말똥가리와 털발말똥가리가 덩달아 들어왔고, 밤에 잡을 먹이가 많은지 쇠부엉이와 칡부엉이까지 동참했다.

 

아직 생태계가 완벽할 리 없지만 무척 자연스럽다. 서울에서 습지로 자연스레 복원된 땅은 시방 없다. 무려 100만 제곱미터에 가까운 땅이 습지 생태계로 저절로 복원되다니! 예전 그 일원에 오래토록 터 잡았던 동식물에게 횡재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모이고 또 모여들면서 자연의 생명들은 해마다 생태적 향연을 더욱 활발하게 구가하게 되었다. 그러자 기억을 더듬는지, 철원평야에 내려앉던 천연기념물 재두루미가 왔고 희귀조 황오리가 따라왔다. 그뿐이랴. 텃새화를 위해 수백억의 예산을 쏟고 있는 천연기념물 황새도 찾아왔다. 올해 타진해보았으니 내년에는 더 많은 식구를 데리고 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해괴한 소린가. 저절로 복원된 생태계에 골프장이라니! 공영기업인 한국항공공사가 2014년 개장을 목표로 기업에게 골프장 사업을 위임한데는 게 아닌가. 지난해 3월 국토해양부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심의까지 통과시켜주었다고 한다. 도시계획위원회에 생태계의 가치를 인식하는 이가 그리 없다는 겐가. “"골프장 건설이 공사의 설립목적과 맞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는 재정경제부 덕분에 공사가 아직 착공되지 않고 있지만 국토해양부는 항공기 소음 및 이착륙 완충녹지 조성 등을 위해 골프장을 건설하는 만큼 재정부에서 법 해석을 적극적으로 해 주길재정경제부에 바란다는 소문이 언론을 타고 들린다.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골프장을 조성하는 행정, 과연 납득할만한가. 온갖 생물로 어우러지는 습지는 소음을 차단하지 못한다는 건가. 인간의 간섭 없이 생긴 습지를 반기는 생물들은 소음이 짜증스럽더라도 이게 어디냐며 찾아왔을 텐데, 습지가 태부족한 국제적 대도시에 법 해석을 왜곡하면서까지, 기껏 찾아온 생물들을 내쫓으면서 골프장을 반드시 지어야 한다는 겐가. 수익을 논하는 모양인데, 강원도 생태계를 41군데에서 더 파괴하는 골프장 고객의 상당수는 서울시민일 거라 기대한다. 서울 시내에 골프장을 만들면 강원도는 더 소외될 것이다. 궁할 게 없는 한국항공공사의 추가 이익을 위해 지금도 적자에 허덕이는 경기도의 무수한 골프장은 어떻게 될까.

 

서울시는 3년 전 불법으로 포획해 공연에 동원해왔던 서울대공원의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제국주의 유물인 동물원의 시대는 갔으므로 진정한 선진국, 품격 있는 사회를 성찰하는 기회로 제돌이라 이름붙인 돌고래를 제주도 남쪽 바다로 방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서울시는 적지 않은 예산을 편성해야 할 텐데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납득하고 있다. 억지 공연을 눈요기하기보다 제주도 남쪽이나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돌고래와 고래 떼를 바라보는 편이 훨씬 가슴 벅찬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기 때문이리라. 그 만큼 우리 시민사회는 성숙했다.

 

곳곳에 생태공원을 가꾸어온 서울시는 시민을 위해 규모가 큰 숲을 조성하느라 많은 예산을 쓴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국제도시의 위상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화려한 외관이나 내부의 첨단성보다 소음과 오염을 차단하는 녹지의 면적과 그 상태에서 매겨진다. 소득 규모에서 이제 세계 여느 도시보다 뒤지지 않는 서울시지만, 녹지 차원에서 내세울 게 아직 없다. 녹지를 더 조성할 필요가 큰데 녹지는 습지 없이 건강하지 못하다, 습지가 많으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는 풍수해에 완충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김포공항 주변의 저절로 생긴 습지는 서울시의 커다란 자산이다.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할 가치는 또 얼마나 높은가.

 

습지의 새가 비행기와 새가 부딪힐까 염려하는 이가 없지 않겠지만, 아니다. 오히려 숨고 쉴 습지가 없는 공항이 더 위험하다. 엽총으로 몰아내거나 죽이려 들지 않아도, 사람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새들은 비행기 길을 여간해서 접근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가와 정부는 저 저절로 생긴 습지를 보전할 필요가 충분하다. 인위적 간섭을 최소화하며 어린이와 청소년과 시민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고 동시에 풍수해를 완충하는 습지로 간직하면서 자연의 생물들을 보듬을 가치가 넘친다. 저절로 생긴 습지 생태계를 계기로, 콘크리트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서울시와 국가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로보고 싶다. (작은책, 20125월호)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10. 14. 12:07

 

백두산에서 비롯돼 낭림산과 금강산을 지나 설악산과 오대산을 거쳐 태백산에 이른 산줄기가 남서쪽 방향으로 구부러져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을 연하다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1400여 킬로미터의 백두대간은 1개의 정간과 13개의 정맥으로 분지된다. 백두대간의 서남쪽 방향으로 갈라져 대성산, 광덕산, 백운산과 국망봉을 지나 청계산, 죽엽산, 도봉산으로 이어지다 고양시의 견달산과 교하의 장명산에 이르는 한북정맥은 강원도와 함경남도의 경계인 추가령에서 기원한다. 백두대간을 누비는 동물이 신도시 공사가 한창인 파주시 교화읍까지 내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먼 거리 여행은 홀로 떠나기 두려운 법. 둘은 좋지만 넷은 적절하지 않다. 의견이 갈리면 쪼개지기 쉬우므로. 대화가 단조로워지는 둘은 다소 쓸쓸하니 아무래도 셋이 적당하다. 의견이 잠깐 나눠지더라도 금방 함께 할 테니. 백두대간에서 정간과 정맥들을 누비는 대륙목도리담비가 그렇다. 활엽수보다 침엽수가 우거진 숲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누빌 때 으레 둘 또는 세 마리가 일행이 된다. 천적을 살필 때도, 먹잇감을 찾을 때도 언제나 몸과 마음을 맞춘다.

 

그 대륙목도리담비가 파주의 한 숲에 잠시 제 모습을 드러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 바람이 을씨년스러운 초저녁, 인적이 없는 산길을 타고 낡아 허물어져가는 빈집 근처까지 내려왔다 그만 일단의 농부의 눈에 띄었고, 이내 산속으로 사라진 모양이다. 솔부엉이가 부슬부슬 우는 적막한 밤, 온기가 사라진 폐가의 툇마루에 모인 농부들은 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밤새 지키려고 했다. 골프장 공사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니 그 산을 파헤칠 골프장은 엄청난 지하수를 퍼올릴 거고 그래도 모자라면 저수지를 고갈시킬 태세인 게 아닌가. 지금도 물이 모자라 걸핏하면 농작물이 타들어갔는데, 골프장이라니. 대책위원회를 만든 농민들은 당번을 정해 빈집에 모인 것이다.

 

산길을 잰 걸음으로 내달리다 이내 멈칫거리며 주위를 살피고, 뒤로 몇 걸음 옮기다 이내 앞으로 내달리는 모습이 얼핏 족제비 같았지만 덩치가 수달만큼 커 범상치 않았는데, 하얀 목도리를 두른 듯 어두워지는 산속에서 목과 가슴 부위가 유난히 밝았다. 이런 산골에 수달도 아니고, 대체 어떤 동물일까. 저만치에서 한 마리가 다가오는가 싶더니 한 칠팔 미터 뒤? 한 마리가 더 나타나 눈길을 주고받는데, 그 뒤를 좀 작아 보이는 한 마리가 바싹 붙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다니는 게 아닌가. 아까부터 그 모습을 숨죽여 바라보던 농부가 서툰 솜씨로 비디오카메라를 잡고 초점을 맞추려는 찰라, 인기척을 느낀 녀석들은 산속으로 줄행랑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신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은 농부는 그 녀석들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대륙목도리담비라는 걸 알았다. 밤에도 시력이 빼어나고 후각이 예민한 만큼 사람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지만 오래 전 인적이 끊긴 빈집이고 그 툇마루에 스킨로션 바르지 않는 농부가 앉았기에 경계심을 풀었을 것이다. 거기는 얼마 전까지 목장이었다. 담비 무리 중에서 몸이 가장 크다고 해도 60센티미터 정도인데 제아무리 날쌔고 사나워도 송아지나 소를 잡아먹을 수 없는 일. 이제 소 배설물 냄새도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 등줄쥐는 남아 있을 터. 그래서 먹을 게 드물어진 겨울, 한북정맥을 타고 까마귀와 솔부엉이 우는 파주시 법원읍 상방리의 작은 산을 기웃거리게 되었을 것이다.

 

코를 꼭짓점으로 둔 역삼각형의 머리는 윤기가 흐르는 흑갈색이고 이등변 삼각형 좌우에 제법 커다란 귀는 사방의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쫑긋거린다, 암팡진 두 눈에 살기가 서렸는데, 코를 들썩이며 드러내는 이빨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엉덩이 아래부터 30센티미터에 가까운 꼬리까지, 그리고 짧은 다리도 온통 흑갈색인데 아래턱에서 가슴을 덮은 털은 유난히 희고 어깨의 환한 노란 색은 등과 허리로 이어지며 조금씩 짙어진다. 그런 대륙목도리담비의 가죽은 수달을 사라지게 만든 포수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텐데, 고맙게도 침엽수가 우거진 설악산이나 오대산, 지리산이나 월출산, 그리고 파주시의 한탄강과 영월군의 동강 일대의 숲에서 이따금 하얀 목도리를 휘날리는 모양이다.

 

나타난다는 사실만으로 생태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을 웅변하게 만드는 대륙목도리담비는 표범과 늑대가 사라진 우리 산하에서 어느새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두세 마리가 힘을 합쳐 노루와 고라니를 습격하는 녀석들의 공격성은 너구리와 오소리, 심지어 삵까지 잡아먹을 정도라니 그 포악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데, 가을철 잣나무를 기웃거리는 청설모는 대륙목도리담비가 없어 잣농가들을 울상지게 만드는지 모른다. 1960년대만 해도 시베리아와 북만주 헤이룽강 일대에서 백두대간을 타고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분포했던 대륙목도리담비가 드물어진 것을 전문가는 대대적인 쥐약 살포와 무관하지 않을 거라 추론하지만 사람 냄새를 극도로 혐오하는 녀석들을 요사이 가로막는 건 다름 아닌 아스팔트와 골프장이 아닐까.

 

가족으로 추정되는 대륙목도리담비가 나타난 작은 산은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느라고 시방 한창 파헤쳐지고 있다. 이제 대륙목도리담비는 다신 그 산줄기를 찾지 않을 텐데, 이미 골프장은 그 산의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번뜻한 자동차로 하루 수백의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한북정맥은 이제 대륙목도리담비를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세 마리가 힘을 합치면 호랑이도 물리친다는 대륙목도리담비는 이제 밭작물을 해치는 고라니와 노루, 잣나무를 터는 청설모와 다람쥐, 한타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등줄쥐를 처치하지 못한다. 온난화로 침엽수림이 올라가면서 대한민국의 산하를 외면하겠지. 그저 백두대간 너머 대륙을 떠나지 않으려 할지 모른다.

 

어둑해지는 저녁에서 어스름 밝아지려는 새벽녘, 소박한 인가 근처까지 하얀 목도리를 펄럭이며 내려오던 대륙목도리담비를 더 보고 싶다면 백두대간, 그리고 백두대관과 이어지는 정맥과 정간을 보존해야 한다. 적어도 놀이를 위해 자연의 이웃을 위협하는 태도는 정말이지 그만두어야 한다. (전원생활, 2010년 12월호)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3. 15. 20:48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상방리에는 현재 27홀 규모의 골프장이 추진되고 있다. 어떤 학교법인에서 목장을 운영했던 곳으로 17년 전에도 골프장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포기한 바 있던 곳이기도 하다.

 

줄기차게 들어오려는 골프장의 문제를 지적하던 환경단체가 지친 사이에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특별한 동물상이 없고 식물상도 보전가치가 높지 않다고 평가했지만 전문학자의 도움을 받은 주민과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녹지자연 7등급을 주장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달리 골프장이 불가능한 8등급이었고 17년 전에도 많았던 꼬리치례도롱뇽을 비롯하여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가 조사되었으며 주민들은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되는 대륙목도리담비 또는 무산쇠족제비의 출현을 증언했다.

 

백두대간에서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 지점에 위치한 그 골프장 부지는 17년 전에도 보전되었으므로 녹지자연도 8등급에 해당하는 20에서 50년 이상의 자연림으로 천이된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했어도 전문학자들이 가장 위험한 우리나라 대표 야생동물로 여기는 꼬리치례도롱뇽이 계곡마다 무리지어 관찰된다면 충실하게 보존된 지역이라는 걸 웅변한다. 적어도 골프장으로 훼손시킬 생태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구체적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번식기를 맞은 솔부엉이와 수리부엉이가 서식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둥지를 틀어 새끼들을 키울 만큼 주변 생태계가 보존되었다는 의미한다. 매우 희귀해진 대륙목도리담비이거나 무산쇠족제비가 출현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겠다. 생태계를 끊는 도로와 골프장이 넘치는 경기도 일원에서 그 지역은 백두대간에서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보전되었다는 걸 증명하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한 이도 학자이고 환경단체와 함께 조사한 이도 학자라면 누구의 주장을 믿어야 할까. 양측이 모두 양심을 가졌다면 미처 관찰하지 못해 빠진 부분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재조사에 나서는 게 옳다. 양호한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번복할 생각이 없는 학교법인이라면 양측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독립적으로 실시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지하수가 부족해 농사짓는데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졸인다. 뿌리를 잃는 것이다. 뿌리 뽑힌 사람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이웃에 관심과 우의를 갖지 못한다. 도시에 범죄가 들끓는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장 파산이 이어지는데 지역주민을 내쫓으며 넘치는 골프장을 추가해야 할까.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대안을 찾는 게 학교법인답지 않을까.

 

그동안 잘 보전한 생태계를 교육에 활용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당부하고 싶다. 중부권 식물원은 어떨까. 골프장보다 훨씬 어울리는 기후변화 시대의 대안이라 믿는다. (경향신문, 20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