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8. 10. 19. 23:17

 

기상 관측 이래 최대라는 이상이변이 일상화되더니 10월 중순의 낮 기온이 무척 덥다. 그래도 가을은 왔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거리에 낙엽이 쌓이기 시작한 거다. 거리를 뒹구는 낙엽은 화려했던 여름을 기억한다. 헐벗는 가로수는 내년을 기약하는데, 온난화가 심화되는 오늘, 경제위기를 맞은 우리는 어떤 내일을 준비해야 할까.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특히 가혹한 우리는 환율이 형편없어졌다. 세계 경제 위축으로 원유가격이 60달러 선으로 물러앉았도 기름값은 금세 떨어지지 않는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는 석유회사가 인하를 미루기 때문일 테지만 달러로 결제하는 우리 통상무역의 처지에서 원화의 가치가 낮은 탓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원화의 가치가 유독 곤두박질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식견은 없지만, 수출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발생한 귀결은 아닌지.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고명한 경제학자들이 회의적으로 예상하지만,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에서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퍼부으면 경제는 잠시 호전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국제 석유가격은 다시 오를 게 분명하다.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누차 강조하듯 석유자원의 고갈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석유가격이 앙등하면 지구촌은 어떻게 변할까.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다소 완화되겠지만 값싼 석유가 견인해온 경제 질서는 요동칠 것이다. 자원 배분을 둘러싼 양극화는 심각한 갈등을 국내외적 유발할 것으로 추측한다.

 

석유는 운송과 난방용으로 소비하기에 아까운 자원이다. 각종 비료와 농약은 석유를 가공한다. 의복과 건축자재에 들어가는 석유자원도 상당하고 수많은 의약품과 문화상품도 석유가 없으면 지금처럼 가동될 수 없다. 옥수수나 유채와 같은 농산물로 대체하자는 제안이 있지만 실현될 수 없다. 그런 농산물은 석유 없이 재배가 아예 불가능하다. 값싼 석유공급이 끊어지면 농업과 제조업의 대량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이 치솟고, 실업자가 만연되면서 도시는 슬럼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간접자본이 와해되면서 산업문명은 끝장날 것으로 점치는 이도 있다.

 

최근 『빈곤의 카운트다운』을 쓴 한 경영인은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이하로 내려가고 물가가 10퍼센트 이상 오르며 성장률이 마이너스 7퍼센트로 곤두박질칠 것을 예상하면서, 내일을 위해 빈곤을 준비하자고 호소한다. 석유자원은 물론 식량마저 무기가 된 잔혹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대한민국이 지구촌에서 사라지지 않으려면 빈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그게 우리 아이의 내일을 위한 ‘마지막 나침반’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구온난화나 환경위기를 조명하지 않았지만, 자원전쟁이 빚을 혼돈의 사회를 그렇게 헤쳐나가야 한다며 아직도 흥청거리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촉구한다.

 

행복은 국민소득과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국민소득이 오를 때까지 대체로 비례하는 행복은 1만달러가 넘으면 정체되고, 4만달러가 넘으면 오히려 감소한다고 분석한다. 필요가 충족된 뒤 이어지는 경쟁과 탐욕적 과소비로 이웃을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흔히 빈곤을 절대적, 상대적, 자발적 빈곤으로 나눈다. 기초 의식주와 영양과 개인위생이 보장되지 않는 절대적 빈곤은 해소해야 한다. 박탈감을 초래하는 상대적 빈곤도 해결해야 옳다. 하지만 그보다 환경조건과 자존심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이웃과 자족하는 자발적 빈곤은 어떤가. 우정과 환대로 가꾸는 이른바 ‘공생공락의 사회’다.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자동차를 타지. 아들은 비행기를 탄다네. 아들의 손자는 아마 낙타를 다시 타야 할 거야.” 사우디아라비아의 속담이라고 한다. 다만 그때까지 낙타가 남아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생태적 지원 이상으로 호사를 누린다.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에너지와 식량과 같은 자원의 외부 지원은 영원할 수 없다. 살벌한 국제사회에서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 무기화될 것이다. 지금보다 빈곤했어도 자급자족했던 오래지 않은 과거, 우리는 절대 불행하지 않았다. 한데, 빈곤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게 걱정이다. (기호일보, 2008년 10월 31일?)

담아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