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0. 8. 13. 19:04

 

장마철이다. 맹꽁이들이 운다. 뙤약볕이 이따금 작열해도 작은 웅덩이의 물은 보름은 마르지 않겠지. 보름이면 충분하다. 암컷 꽁무니를 빠져나간 맹꽁이 알은 은단처럼 작은데, 빗물에 동동 터서 흐르다 웅덩이에 모여 부지런히 세포분열하다, 하루면 올챙이가 된다. 그렇다면 송도신도시 어떤 고등학교 마당에서 일주일 넘게 우는 맹꽁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갯벌 매립할 때 가져온 흙을 따라 왔나?

 

요즘 개발 현장마다 맹꽁이가 나타난다고 관계자들이 울상이다. 저렇게 많은데, 왜 멸종위기란 말인가. 보호 대상에서 빼야 하는 게 아니냐며 하소연한다. 그렇다고 개발을 취소하는 건 아니다. 그저 대체서식지로 옮길 뿐인데, 이후 잘 살아갈지 별 관심은 없다. 옮기는 과정이 귀찮을 따름인데, 예전 시골에서 장마철에 만나던 맹꽁이가 왜 도시 여기저기에 모습을 드러낼까? 진정 늘어난 걸까?

 

한여름 계곡에서 하품을 하면 입으로 들어갈 거처럼 많았던 무당개구리, 요즘 거의 볼 수 없다. 개발로 계곡이 오염되고, 수온이 오르자 마술처럼 사라졌는데, 맹꽁이는 농약을 사용하면서 신기하게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가 보다. 농약을 거부한 고집스러운 농민이 있었으므로.

 

그림: 쇠고기 1kg을 얻으려면 곡물사료를 그 16배 먹어야 하는데, 광활한 농토에 기계와 화학비료, 농약으로 그런 곡물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석유는 곡물에서 얻는 에너지의 10배에 달한다. 

 

오만가지 제초제와 살충제의 집합명사, 농약은 석유를 가공해서 만든다. 농약뿐인가? 화학비료도 석유로 가공한다. 어려서 기계화 위한 사각형 경작지가 선진형이라 배웠는데, 농기계도 석유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국가들 범접하지 못하게 석유를 소비하는 미국에서 농업 분야의 석유 소비량은 어마어마하다. 농기계가 크고 다양하기 때문인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확한 농작물을 운반해 저장하려면 석유가 필요하다. 폐기할 때 들어가는 석유도 무지막지하다. 먹는 농작물보다 버리는 농작물, 또 축산물의 무게가 훨씬 많다. 그걸 석유를 들여서 가공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버린다.

 

전 대통령 누군가가 질 좋고 맛있다 홍보한 미국 소의 99%는 옥수수를 18개월 먹고 죽는다. 그 살코기 1kg 얻으려면 옥수수 사료 16kg을 먹여야 하는데, 옥수수에서 얻는 칼로리의 10배 석유가 농업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쇠고기 1kg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석유인 셈인가? 우리는 이제까지 석유를 들이킨 꼴이 아닌가? 맞다. 이제껏 우리는 쇠고기가 아니라 석유를 마셔왔다. 그래서 지구는 심각하게 덥다. 우리나라 농업, 축산업도 사정이 비슷하다. 돼지도 닭도, 달걀도 우유도 비슷하다.

 

석유는 생산하는 게 아니다. 대략 45천만 년 전 매장된 부드러운 화석인데, 퍼올린 지 고작 100년이다. 그런데 고갈이 눈앞이다. 코로나19로 산업경제가 위축되니 남아도는 착시현상이 생기지만, 머지않아 고갈이라는 실상이 드러날 거라 전문가는 확신한다. 나 자신만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의 생존을 위해, 고기를 외면하거나 거의 줄이면 어떨까?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6. 6. 23:36

 

원인 모를 폐렴으로 임산부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더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진 장출혈성 슈퍼박테리아가 창궐해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독일 정부는 애먼 스페인의 유기농 오이에 혐의를 두어 해당 지역의 농산물 수출이 일거에 차단되었으나 다시 조사한 뒤 번복해 스페인 당국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분노한 스페인 당국은 보복조치를 암시했는데, 독일 산 새싹에서 문제의 박테리아가 검출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스페인 채소를 급히 수입 금지한 국가들은 독일 채소까지 금지목록에 서둘러 포함했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평소 고기를 굽거나 감자 따위를 푹 익혀서 먹는 유럽인들은 샐러드 용 채소를 날 것으로 먹는데, 주로 유기농산물을 선택한다.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20명에 육박하자 놀란 독일은 오염된 가축의 배설물을 유기질 비료로 사용한 채소들을 의심하면서 되도록 익히거나 먹기 전에 흐르는 물에 잘 씻을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러는 사이, 사망자는 스웨덴으로 이어지더니 공포를 동반하는 슈퍼박테리아는 영국과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뿐 아니라 채소에서 검출된 박테리아와 다른 슈퍼박테리아가 영국의 우유에서 검출돼 검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안심해도 좋다고 장담했다. 우리나라 병의원의 항생제 사용이 유럽보다 많다는데, 우리의 면역력이 유럽인보다 높은 걸까.

 

의사의 넥타이와 가운의 소매로 병균이 퍼지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 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가 이따금 발견되지만 아직 별 탈이 없었단다. 조사된 2000여 명의 감염자 중에 20여 명이 사망한 유럽과 달리 해마다 40명 정도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사망자는 없다는데,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진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일까. 그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감염자의 수가 유럽처럼 늘어나면 사정이 바뀔지 모른다. 하루 수백 명의 유럽인이 찾아오고 그와 비슷한 수의 내국인이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현실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스페인이나 독일이든, 오이든 새싹이든, 질병 관련 전문가들은 문제의 발단을 유기농 채소로 좁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유기농업은 퇴비를 활용할 뿐, 석유를 가공한 화학비료나 농약이나 제초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석유자원을 절약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유기농업은 세균을 박멸하기 위해 방사선을 쪼이지 않는다. 방사선 조사로 농산물이 변성돼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섭취될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하는 건데, 그 때문에 유기농 채소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포함될 여지는 남을 수 있다.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가축의 배설물이 유기질 비료에 섞일 경우, 그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슈퍼박테리아는 당연히 항생제를 개발해서 남용하기 전에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환경이 불리하면 이웃하는 박테리아와 유전자의 일부를 교환해 적응력을 높이는 박테리아의 특성상, 항생제 내성을 강화하는 일은 일상이다. 한 세대의 길이가 매우 짧을 뿐 아니라 순식간에 많은 개체로 분열하는 까닭에 박테리아는 사람이 더욱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하는 시간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내성을 갱신하게 된다. 심지어 몸에 들어온 항생제가 배설되는 시간이면 충분히 내성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을 정도다.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만이 아니다. 한세대의 길이가 사람보다 짧은 곤충과 풀도 새로 개발한 살충제나 제초제를 뿌린지 얼마 되지 않아 내성을 나타낸다. 사람의 과학기술을 간단하게 우롱하면서.

 

모든 생물이 다 그렇듯, 사람도 면역을 타고나지만 손쉽게 항생제를 남용하면서 병원균을 막아낼 면역력이 약화되고 말았다. 약한 내성을 가진 병원균은 기다렸다는 듯 강력한 항생제를 투입해 해결했지만, 이제 그 한계에 부딪혔다. 이제 현재까지 개발한 어떤 항생제에도 끄떡없는 슈퍼박테리아가 창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데 이상하다 그런 병원균은 병원에서 퍼지는 게 일반적인데, 왜 유럽은 유기농 채소를 거쳐 사람을 공격한 걸까. 어떤 테러집단이 병원의 슈퍼박테리아를 채소로 옮겼을 리 없다. 가축 역시 거듭 강화된 항생제로 손쉽게 치료한 까닭이다. ‘공장식 축산일수록 그 정도는 심할 게 틀림없다. 가축 배설물을 충분히 발효해 조금씩 사용했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유기농업은 땅과 후손, 생산자와 소비자를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생명의 농업이다. 충분히 발효되지 않은 가축의 배설물을 넓은 면적에 한꺼번에 뿌리는 공장식 농업은 아무리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기피했더라도 진정한 유기농업으로 볼 수 없다. 면역력이 약화된 공장식 축산에서 구하는 가축의 배설물은 전혀 유기적이지 않다. 따라서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이번 슈퍼박테리아는 사람의 탐욕이 이끈 병리현상일 뿐, 유기농업과 아무 관계가 없다. (푸른생협 소식지, 2011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