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9. 3. 31. 11:09


경칩이 지나자 언론은 개구리 울음소리를 전한다. 어느새 봄이 완연해졌다. 남녘에 핀 동백이 붉은 꽃봉오리를 떨어뜨린 지 오래고 근린공원의 매화 향기가 어느덧 은은해졌다. 산수유가 노란 꽃잎을 활짝 열었으니 머지않아 벚꽃도 만개하겠지. 3일 추운 뒤에 미세먼지가 나흘이나 하늘을 뒤덮는 삼한사미(三寒四微) 현상이 불거져도 겨울은 어김없이 봄에 자리를 넘긴다. 고맙지만, 일한칠미로 다가왔다. 이맘때 목청 돋우는 개구리. 괜찮을까? 농촌에 개구리는 드물어졌는데, 백마강의 물새는 지금도 울까?


1940년대 가요 <꿈꾸는 백마강>은 달밤에 물새가 운다고 노래했는데 밤에 우는 물새가 우리나라에 있나? 어떤 새였을까? 4대강사업은 금강의 흐름을 막았는데, 그 새는 요즘도 찾아올까? 봄이 무르익으면서 뚜렷해지는 녹조는 끈적끈적한 곤죽이 되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깊어져야 더께를 줄인다. 철새는 물론 텃새까지 진저리치는데, 허옇게 떠오른 물고기마저 자취를 감추는 금강에 큰빗이끼벌레가 나타났다. 물새의 외면은 당연한데, 썩어가는 비밀봉지처럼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는 큰빗이끼벌레 말고 어떤 생물이 금강에 있을까? 금색 또는 은색으로 반짝이던 모래밭이 사라진 자리를 메운 진창에 붉은 실지렁이가 꿈틀거린다지.


얼마나 고왔기에 조상은 금강(錦江)이라 이름 붙였을까? 금강 뿐 아니라 화강암 모래가 더불어 흐르기에 우리네 강물은 언제 어디나 맑고 고왔다. 누구나 떠서 바로 마실 수 있던 강물은 역사 이전부터 풍요로운 농사를 허락했는데, 금강은 그 정도가 더 찬란했나보다. 금강에서 잡는 종어(宗魚)는 고관대작이 즐기던 한강과 달리 진상품이었다고 한다. 길이 1미터가 넘게 성장하는 종어는 벌써 사라졌지만 중국에서 들여와 복원 중인데, 풀어줄 곳이 금강에 없다. 내수면자원연구소는 예전과 비슷한 터전을 찾지 못한다. 하굿둑으로 바다와 차단당한 강은 크고 작은 보와 댐으로 겹겹이 막혔다.



사진: 4대강 사업 이후 모래사장을 잃으면서 발생한 금강의 녹조. 금강 지킴이 김종술 선생이 그 실상을 전하고 있다.


대형 보? 아니다. 학생 앞에서 학자의 자세를 잃지 않는 저명한 과학자는 단연코 댐이라고 주장한다. 길이와 높이 뿐 아니라 담고 있는 물의 양으로 판단할 때, 보통이 아니라 대형 보로 분류해야 옳다고 덧붙인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과서가 건설회사 수장 출신의 대통령 한 마디로 내용을 바꾸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그는 댐을 모래사장 위에 세우는 공법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완공 뒤 큰 사고가 없다고? 없기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아 그렇지, 고인 물이 댐 바닥을 뚫고 아래로 스미면서 주변 콘크리트를 무너뜨리는 세굴현상이 반복되었다. 놔두었다면 4대강사업 댐들은 도미노처럼 무너져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안겼으리라.


지난 2월 환경부의 ‘4대강 조사ㆍ평가기획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비용ㆍ편익분석에 의거,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중에 3개를 해체하고 2개 보의 수문을 늘 열어두자고 제안했다. 공주보는 부분 해체로 결론지었다. 수질과 생태, 그리고 사람의 편익을 종합 검토했다지만 사실 그 평가에 금강 자신과 금강에 분포해온 동식물이 동의할까? 금강은 사람이 다가오기 훨씬 전부터 수많은 동식물의 생존 기반이었다. 농부의 터전이었으며 덕분에 주변 도시도 숨을 쉬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기다렸던 걸까? 국면전환 용으로 그만이라고 여겼는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환호작약했고 몇 언론은 대서특필하며 맞장구를 쳤다. 돌이킬 수 없게 파괴되는 4대강의 자연과 과정마다 희생된 노동자들을 주목하지 않은 언론이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며 밀어붙인 졸속 절차에 힘을 실어준 어떤 중진 의원은 정부 위원회의 결론을 국가 파괴행위로 규정하며 식수와 농업용수 공급 차질을 주장했다. 합리를 가장하며 소리를 높였지만 서툰 선동이었다. 과학적 근거는 물론, 정부 위원회 발표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반박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아마 불가능했겠지.


금강의 보 해체를 반대하는 농부들을 앞세우고 보 해체를 몸으로 막겠다! 던 의원들은 자신의 주장이 얼마나 어리석고 일관성 없는지 모를 리 없다. 대단한 영재가 아니라면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을 나와 법조인을 역임하지 않았나.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엄포를 놓은 그 정당의 원내대표는 법 절차를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의 섣부른 선동이 나중에 금강 주변의 주민, 그리고 지역구 유권자에게 지탄받을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겠지만 언론 카메라 앞에 짐짓 당당했다. 국면이 불리해지면 말을 바꿀 테지.


땅의 생명을 생태적으로 이어주는 강은 인간만을 위한 수로일 수 없다. 상류와 하류, 좌우 생태계, 지하를 이어줄 뿐 아니라 세월을 연결한다. 계절에 따라 홍수와 가뭄을 반복하는 생태계의 순환을 태곳적부터 다채롭게 이어주었기에 생물은 진화해왔고 나중에 동참한 사람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탐욕은 제 발등을 찍었다. 생태계의 흐름을 방해하는 수로를 만들어 물을 독점했던 인류의 문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본과 과학기술을 앞세우는 인류의 탐욕은 산업화되어 후손을 재앙으로 안내한다. 철근콘크리트 운하로 배를 띄우는 지역은 걷잡을 수 없는 자연재해에 휩싸인다. 당장 해체하지 못해 제한된 목적으로 운하를 유지하는 유럽 일부 국가는 더는 견딜 수 없다. 원형에 가깝게 강을 복원하거나 복원 계획을 서두른다. 가중되는 안전 관리 비용이 버겁지만, 빈발하는 재해를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주보를 지역구에 둔 의원은 보 처리 문제의 최우선 결정권은 물을 사용하는 현지 주민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생각이 짧았다. 게다가 배석한 주민들이 현지 농부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금강 복원을 위해 6년 이상 현장을 떠나지 않은 활동가의 생각은 달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목한 지역에 가뭄이 없다는 걸 증언하고 지역의 농부가 그 사실을 뒷받침한 것이다.


충청도를 우롱한다고 따진 의원도 있지만 금강과 영산강 뿐 아니라 낙동강의 8, 한강의 3개 결국 해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닥칠 재해를 먼저 줄이거나 예방하려는 노력이 어찌 우롱이라는 겐가? 지역주민의 안전과 건강에서 그칠 수 없다. 문제의 대형 보, 아니 댐이 흐름을 차단하는 지역에서 삶을 기대야 할 후손을 생각해야 한다. 4대강 조사ㆍ평가기획위원회는 다른 지역의 연구를 더욱 서둘러야 한다.


<꿈꾸는 백마강>은 달밤에 우는 물새가 듣는 이를 애달게 한다고 노래한다. 그때가 초여름이라면 소쩍새가 왔겠지. 백마강은 너른 논밭과 생태계를 품었을 테니까. 고란사에서 물결에 깨지는 달을 바라보며 사무쳐한 가수는 어떤 상념에 잠겼을까? 멸망하는 백제와 운명을 같이한 궁녀들의 영혼이 깃든 백마강은 해방 전후는 물론, 4대강사업 이전까지 화강암 모래와 더불어 흘렀다. 흐름을 멈춘 요사이 백마강은 깨지지 않은 달을 비추겠지만, 악취를 내뿜을 것이다. 댐 해체를 계기로 금강은 예전처럼 건강해지겠지.


완전하지 않아도 배수갑문을 조금 열자 공주보 근처 금강 자장자리에 깨끗한 모래톱과 자갈이 나타났다. 얼마나 간절했을까? 참새보다 조금 큰 흰목물떼새가 둥지를 쳤다는 소식이 들린다. 눈을 크게 떠야 타원형 알 3개를 겨우 식별할 텐데, 공주보 주변이 생태계를 회복한다면 소쩍새도 찾겠지. 공주보 이전의 금강에 농촌이 있었다. 흐르는 물에 삶을 기대던 농촌이 예전의 활력을 찾으며 잊었던 이야기를 되살린다면 낙동강과 한강도 금강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리라. (작은책, 2019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