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4. 7. 9. 16:10


채식주의자까지 아니지만 여지가 있으면 피해온 지 만 10년이 훌쩍 넘었다. 물고기는 여전히 즐기고 가끔 낙농제품도 먹으며 김밥이나 짜장면에 들어간 고기를 골라내지 않으니 고기를 철저히 사양하는 건 아니다. 내색하기 싫어 고기집이나 설렁탕집에 어울릴 때 가끔 입으로 들어오는 고기가 있지만, 예전처럼 반기지 않는다.


무사 계급 이외에 고기를 먹지 못한 일본에 채식 위주로 메뉴가 많을 텐데, 의외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은 없다고 한다. 우리도 비슷하다. 채식주의자들이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식당 이외에서 완전한 채식 메뉴를 찾기 어렵다. 일본처럼 백성에게 고기를 금지하지 않았어도 평소 푸성귀 위주로 먹어왔던 우리에게 어느새 육식이 자유로워졌는데, 그 때문일까? 채식 고집하는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생겼다.


반면 고기를 많이 먹어온 서양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적지 않고, 웬만한 식당에 채식인을 위한 메뉴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고기 소비량이 많은 만큼 축산의 비윤리적이고 생태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이가 많다. 그러니 채식주의자도 많겠지. 고기를 편히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와 일본은 채식주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하지만 아직 참을만하다. 고기집이라도 곁들이는 채식 식단이 풍부하다. 과식도 피할 수 있다.


명절이나 생일 때 쇠고기를 겨우 맛보았던 우리는 가정의 식탁에 고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식구가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건 핑계로 보인다. 나물과 국을 위해 푸성귀 다듬고 양념하기 귀찮아하지 않은가. 그러니 수입고기의 양이 많은데, 광우병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미국산도 적지 않게 들어온다.


광우병 위험 요인이 많은 소의 도축 부산물을 돼지와 닭의 사료에 섞는 미국은 돼지와 닭 도축 부산물을 소에게 먹인다. 따라서 광우병 교차위험이 쇠고기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 64일 미국에서 4번째 광우병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언론이 밝혔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미국의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그보다 훨씬 많은 광우병 사망자가 치매로 진단돼 은폐되었을 거로 의심한다.


광우병은 생후 30개월이 훨씬 넘은 소에 특히 많다. 노쇠해 우유 생산이 준 젖소나 송아지를 낳다 기력을 잃은 소가 그렇다. 그런 소에서 얻는 고기는 부드럽지 않아 지방과 섞어 분쇄해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에 들어가는데, 양이 많은 만큼 무척 남는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게 그 고기를 수입하라고 오래 동안 압박해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가입을 우리에게 요구하는 미국은 30개월이 넘은 자국 쇠고기 수입을 그 조건으로 걸었다. 미국이 요구하면 응하기만 했던 우리 정부는 촛불집회를 기억하는지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결국 수입할지 모른다. 미국산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은 광우병 수입과 다르지 않다. 미국처럼 젊은이의 치매까지 늘어날 수 있다.


무시무시한 광우병을 피하려면 미국산 쇠고기를 외면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응하더라도 소비자가 현명하면 그뿐이다. 나아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육식을 줄일 것을 권한다. 성인병 거의 없던 조상이 증명하듯, 친지의 생일이나 명절에 먹는 정도로 만족하면 어떨까. 우리 몸은 송곳니와 어금니 비율 이상의 육식을 원하지 않으므로. (푸른두레생협 소식지, 20147월호)

잘난 채식주의자가 육식주의자 비난하는거 보기 불편하네요.
멋진 서양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별도 메뉴가 있다고 잘난척이지만
일인당 육류소비량은 한국을 압도하는게 현실이구만...
이면을 보지 못하고 생색내기용 채식은 보기 불편합니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욱원 기후.에너지교육 정말 좋았습니다. 네이버를 사용하다 보니 이제야 찾아보게 되었네요... 좋은 정보들 앞으로도 잘 읽고 느끼고 가겠습니다..^^
반성하세요

나라 혼란 일으키는 광우병 사태 논란

유머, 그리고 거짓선동으로 된 광우병
민주당의 정치 수단으로 가져간 나라혼란 광우병

제발 간첩새기들 꺼지시길

글삭하세요, 부끄러운줄알아야지 사람이

대한민국 사람아니시죠?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4. 3. 00:08

 

1

 

이른 3월 눈 덮인 산하에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복수초는 봄을 기약하고 늦은 3월 산기슭을 노랗게 수채화처럼 물들이는 산수유는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알린다면 4월 중순 흐드러진 하얀 벚꽃은 봄이 무르익었다는 걸 선언한다. 추위를 무릅쓰고 복수초와 산수유를 기웃거리던 꿀벌들이 분봉을 앞두고 열심히 꿀을 모을 즈음인데, 웬걸! 길게 이어지는 벚나무 주위에서 꿀벌 한 마리 알현하기 어렵다. 떠들썩한 상춘객 때문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꿀벌집단붕괴현상이 나타났다는데, 우리의 꿀벌에도 무슨 변고가 생긴 게 분명하다.

 

원고를 쓰는 야심한 밤에 출출하다고 아내를 깨울 수 없으니 얼마 남지 않은 땅콩을 한 움큼 집어든다. 시중에서 파는 중국산 땅콩이 꺼림칙해 유기농 국산을 찾는데 생활협동조합에 가도 없을 때가 많으니 이따금 가까운 양판점에서 아몬드를 구입하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80퍼센트를 책임진다니 이 밤중, 인천의 한 방구석에서 깨물어먹는 아몬드 역시 캘리포니아 산임에 틀림없을 텐데, 바로 이 아몬드는 미국의 꿀벌집단붕괴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어떤 과학평론가는 주장했다.

 

과육을 먹는 살구와 비슷한 종류인 아몬드는 씨를 먹는다. 따라서 실한 열매를 위해 가는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피는 꽃을 상당히 떼어내는 살구와 달리 아몬드는 그 꽃들이 모두 꽃가루에 수정되어야 하는데, 꿀벌이 그 역할을 맡는다. 거듭된 품종개량으로 많은 꽃이 같은 계절에 한꺼번에 피는 아몬드나무들이 한 지역에 집중돼 있지만 그때 그 지역의 양봉업자가 모든 꽃의 수정을 책임질 수 없다. 그래서 전 미국에서 벌통이 모여든다. 미국 벌통으로 모자라 캐나다와 멕시코의 벌통이 모이고 중남미는 물론 유럽의 벌통도 대환영이다. 그렇게 한 보름동안 집중적으로 꽃가루 수정을 받는데, 그 아몬드나무들의 유전적 다양성은 폭이 아주 좁다. 열매를 많이 맺는 품종끼리 거듭 근친교배하자 조상의 다양성 대부분을 잃고 말았다.

 

벌꿀을 남보다 많이 빨리 채취하고 싶은 양봉업자도 꿀벌의 유전적 다양성의 폭을 크게 좁혔다. 유전적 다양성의 폭이 협애하면 어느 생물이나 환경변화에 이겨낼 능력이 떨어진다. 그런 개체들이 밀집돼 있을 경우, 천적에게 쉽게 희생될 수 있고 뜻하지 않은 질병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퍼질 수밖에 없다. 꿀벌이 그랬다. 손실을 막아보고 싶은 양봉업자는 천적을 막을 살충제와 병균을 차단하는 항생제를 남발했고 꿀벌의 면역력은 그만큼 약화됐는데, 천지사방의 꿀벌이 모여드는 캘리포니아 아몬드농장은 짧은 기간에 꿀벌의 질병을 유럽과 북중미로 퍼뜨리는 진앙이 되고 말았다.

 

벌과 나비가 없는 꽃에서 향기를 느낄 수 없다고 허난설헌이 말했다던가. 4월 중순 여의도 윤중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향기가 없는 건 아닐 텐데, 벚나무 아래 어깨를 부딪치는 인파는 꿀벌 한 마리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생물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집단붕괴현상이 꿀벌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태학자들의 경고가 신문과 방송에 무게 있게 보도되지 않는 실상에서 경각심을 가질 리 없다.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은 4년을 견딜 수 없다고 아인슈타인이 경고했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을까.

 

 

2

 

심각에서 경계로 한 단계 낮춰서 그런지 전국의 구제역 방역 초소들이 일제히 철수했고, 텅 비었던 축사들이 다시 활발해졌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창궐할 때마다 주춤하긴 해도 고기를 즐기는 소비자층이 두터운 만큼 수익을 보장되므로 축산업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다. 문을 닫지 않은 식당들도 그리 믿을 텐데, “가족 같은 가축들을 매몰하는 농부의 안타까움을 강조한 언론들은 생매장되는 현장을 고발하는 동영상에 왜 어린 돼지가 없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진정 가족 같이 여겼다면 태어나는 돼지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붙이고 애지중지 키웠을 텐데, 눈물짓는 농부가 왜 살처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을까. 가족 같다면 어미와 새끼가 어울려야 맞는데, 굴삭기 삽날에 밀려 10미터 아래 구덩이에 떨어진 돼지들은 왜 덩치가 한결같았을까. 이상하지 않은가.

 

내다 팔 목적만으로 가축 서너 마리를 키우는 농가도 가축 한 마리 한 마리에 함부로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이름이 붙은 녀석을 도축장에 넘길 때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수백 수천의 가축을 키우는 산업축산은 이름을 붙일 리 없다. 가족? 어림없다. 이름 대신 쇠귀에 인식표를 달거나 돼지는 아예 귀를 톱니처럼 잘라 표시할 따름이다. 그런 가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정 규모를 가진 개별 축사에 가축을 공급하는 종축장에서 죽어라고 새끼만 낳는 암컷 일부와 죽을 때까지 정액만 쏟아내야 하는 수컷 극소수, 그리고 분양된 축사에서 부지런히 살을 키워 성숙하기 전에 일제히 도살될 운명을 지닌 나머지 대부분의 개체들이다. 예외도 있다. 아주 어려 거세되는 살코기용 돼지나 소와 달리 산란용 병아리의 수컷은 부화되자마자 쓰레기가 되고 젖소 수컷은 고기용으로 냉큼 전환된다. 가축의 본성은커녕 최소한의 복지도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은 어느 경우나 같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에서 볼 수 있는 목장은 대개 일정 규모 이상을 차지하고 종축장에서 동일한 시기에 태어난 어린 가축을 한꺼번에 가져와 획일적으로 사육한다. 발정기를 맞은 암컷을 마을의 든든한 수컷과 만나게 해 임신시키는 일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서 구제역에 감염된 종축장이 아니라면 살처분 현장에 어린 돼지와 소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린 가축들을 공장처럼 쉼 없이 생산하는 종축장에서 사육하는 다수의 암컷은 유전자가 거의 유사하다. 수컷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태어나는 가축의 유전자가 일정할 것이고, 그런 가축을 예정된 기간 동안 획일적인 조건으로 사육하면 예측 가능한 살코기를 갖는 비슷한 크기의 가축을 집단으로 도살장에 넘길 수 있다. 가축들이 도살장 기계의 오차범위 내에 들어가야 기계가 고장 나지 않으니 많은 수익을 노리는 축산업자는 들쭉날쭉 자라는 가축을 기피한다.

 

어떤 사료를 어떻게 먹여야 살코기가 가장 빨리 불어나는지 축산과학은 진작 밝혀냈다. 같은 사료를 똑같이 먹여도 빨리 자라는 개체가 있고 그렇지 않은 개체도 있었지만 축산과학은 천천히 자라도 온순한 개체들은 도태시켰다. 빨리 자라는 개체들끼리 거듭 교배시켜 유전적 다양성을 잃는 개체들만을 종축장에 공급했다. 한데 그런 가축들은 환경변화에 취약하고 그만큼 사육조건이 까다롭다. 그래서 살코기 생산 공장처럼 많은 가축을 예측 가능하게 사육하려는 업자는 큰돈을 투자해야 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보다 빨리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비좁은 공간에 많은 가축을 동시에 밀어넣은 공장식 축산은 가축 한 마리 한 마리에 신경을 쓸 시간도 마음도 없다. 어서 몸집이 불어나기만 바랄 따름이므로 성장호르몬을 주입하고, 질병이 돌지 않도록 항생제를 미리 투여할 따름이다. 덕분에 감당할 수 없게 불어나는 몸집은 생존에 부담을 줄 정도지만 도살장에 넘길 때까지 살아 있다면 그뿐이다. 고기 생산기계인 가축은 정붙일 생명체가 아니다. 한없이 키울 이유가 없다. 사료 먹는 양에 비해 살코기가 불어나는 속도가 쳐지는 순간, 넓은 축사에 움직일 틈이 없는 축사에서 시간이 갈수록 부대끼던 가축들은 일제히 도살장으로 향할 것이다. 사람 나이로 뼈가 아직 약한 7살 전후에 불과하지만 덩치는 청소년기에 육박한다.

 

발굽이 달린 가축은 들판을 뛰어 돌아다녀야 건강하지만 성장호르몬을 처리한 가축에게 체질에 맞지 않는 유전자조작 곡물 사료만 집중적으로 먹이는 공장식 축산은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과학축산이 권장하는 사육조건에 뛰어다닐 공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종축장에서 사온 어린 가축은 넓은 공간을 잠시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허락된 시간은 짧다. 무럭무럭 자라 앞뒤와 좌우에 다른 개체들로 꽉 차 옴짝달싹 못할 지경이 되면, 만원버스에 이리저리 밀리는 러시아워의 승객들처럼 스트레스를 받는다. 답답한 돼지는 앞 돼지의 꼬리를 물고 닭은 쫀다. 그래서 입는 상처가 깊으면 진작 처방한 항생제도 소용없이 감염될 수 있고, 질병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 공장식 축산은 돼지의 꼬리를 미리 자르고 닭의 부리를 뭉툭하게 자르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든다. 그런다고 감염이나 스트레스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어린 가축의 일부가 죽지만 약간의 손실은 어쩔 수 없다. 그뿐인가. 제때 치워지지 않는 배설물로 인한 암모니아 가스가 폐를 파괴하지만 도살장에 넘길 때까지 대부분 살아남을 것이다. 영악한 과학축산은 일찌감치 그리 계산했다.

 

 

3

 

조류독감을 철새가 전파한다고? 그런데 철새는 왜 떼로 죽어 자빠지지 않는 걸까. 지극히 일부의 철새가 죽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 다양성을 집단 내에 확보하고 있는 철새와 우리 강산의 텃새들은 사람이 그렇듯, 독감 따위에 쉽게 제 생명을 놓는 건 아닌 모양인데, 삼계탕용으로, 통닭용으로 도살장에 일제히 넘겨야 하는 닭, 아니 병아리에게 대개의 독감은 치명적이다. 유전적 다양성을 결여한 개체들로 빼곡하니 양계장에 바이러스가 스며드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퍼질 테니까. 한번 스며든 조류독감이 양계장의 닭을 모조리 죽이는 건 아니다. 더러 끄떡없이 살아 널브러진 사체 사이를 겅중겅중 뛰며 카메라를 피하는 대견한 녀석의 모습이 뉴스 화면이 이따금 방영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먼저 생각하는 공장식 축산은 안전반경을 정해 그 이내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를 남김없이 살처분한다. 그렇게 면역력을 가질 기회를 차단당한 가금류들은 이듬해 창궐하는 같은 바이러스에 여전히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조류독감이 이따금 사람을 공격하지만 양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들의 몸을 감염시킨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못한다. 종 특이성이 있기 때문인데, 만일 돼지가 그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매개할 경우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돼지의 독감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사람과 닭의 독감 바이러스까지 수용할 수 있는 돼지의 몸에 들어간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돼지에서 사람으로 옮겨간 뒤 사람에서 사람 사이로 퍼져나갈 수 있는 까닭이다. 조상의 유전적 다양성을 충실하게 간직한 멧돼지에게 구제역이 쉽게 전파되지 않듯, 돼지독감도 멧돼지를 위협하지 못하는데, 축사 안의 돼지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가금류와 달리 감염되어도 증세가 금방 드러나지 않고 독감의 종류에 따라 증세가 미약할 수 있지만 주변의 사람과 가금류를 쉽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조류독감이 돌면 안전반경 이내의 돼지들도 불문곡직 죽인다. 재작년 멕시코 베라크루스 주의 한 농장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진 신종플루가 그랬을 것이다. 미국계 다국적 축산기업, ‘스미스필드푸드에서 공장식으로 돼지 수백만 마리를 사육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비극이었다.

 

바이러스 외부의 항원이 다양하고 내부 8개 가닥의 RNA 유전자가 환경변화에 따라 현란하게 서열구조를 바꾸는 독감 바이러스는 사람의 첨단의학을 비웃는다. 거듭 개발하는 항생제나 치료제를 차례로 무력화시킨다. DNA 유전자로 구성된 일반 바이러스보다 100만 배나 빨리 변화하는 까닭에 많은 연구자의 노력으로 어렵사리 개발한 백신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소용이 없다. 그 사이 유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다만 가축의 면역이 강하다면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처럼 웬만한 독감을 견디거나 끄떡없을 수 있다. 과거 농촌에 조류독감으로 가금류와 돼지가 떼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없었던 이유의 설명이기도 한데, 공장식 축산을 개발해서 확산시킨 자본은 문제의 근본을 헤아리길 거부한다.

 

공장식 축산이 소비하는 사료의 양은 실로 막대하다. 내장이나 뼈와 같은 도축 부산물도 엄청나다. 공업용으로 값싸게 팔리는 내장과 뼈를 갈아 사료로 준다면 목장주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초식동물인 소는 건강이 악화될 수 있지만 도살할 때까지 살아 있으면 그만이다. 그 결과 광우병이 발생했다. 때늦은 후회로 소 도축 부산물을 소에 주는 행위는 제한되었지만 미국은 잡식동물인 돼지와 닭에게 소 도축 부산물을 준다. 문제는 돼지와 닭 도축 부산물을 초식동물인 소에 준다는 거다.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남는다. 수백 명의 사람과 수백만 마리의 소가 희생된 이후 어떤 도축 부산물도 소에 먹이지 않은 유럽은 소 광우병 발생을 성공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미국의 축사와 도축장의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쇠고기는 어떨까. 우린 여전히 정보가 부족하다.

 

아무리 숨긴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개를 먹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법으로 차단하자니 음성화될 터. 이참에 도축을 합법화하자는 목소리가 집요하다. 개 사육은 불법이 아니다. 어떤 법적 규제나 지침이 없으니 도축은 분명히 불법이 아니다. 만일 제도로 합법화한다면 개도 당장 품종개량해 공장식으로 사육하고 도축할 게 틀림없다. 그리 벼르는 이가 있다. 돼지는 꼬리를, 닭은 부리를 미리 자르는데, 늑대의 후손답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는 어떻게 사육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을까. 스트레스 받으면 주위의 약한 개를 다짜고짜 물어 죽이는 개는 요즘 도시 변두리의 사육장에서 자행하듯 고막만 뚫는다고 얌전해지지 않을 텐데. 공장식 축산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는 개에 만연하게 될 질병의 목록 중에 사람도 끔찍하게 감염시키는 광견병이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텐데, 도축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는 국제적 망신 따위에 주눅들지 말자고 소비자와 권력자들을 설득하느라 여념이 없다.

 

구제역은 정부의 주장처럼 진정 사람을 감염시키지 못할까. 그 방면 전문가는 회의적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감염되지 않겠지만 드물게 감염돼 가벼운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공장식 축산으로 전에 없이 늘어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주목한다. 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 그리고 광우병이나 광견병만이 아니다. 페스트와 에이즈도 동물에서 왔다. 환경변화에 적응해 다시 나타나는 질병이 전에 없이 강력해지는 현상도 걱정한다. 공장식 축산이 몰고올 인수공통전염병의 병원균을 사람의 의료과학이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이라 확신할 수 없지 않은가. 만일 유전자를 조작하는 생명공학으로 인수공통질병을 막겠다고 호언한다면? 우리는 가축을 매개로 사람에게 퍼져나갈 조작된 유전자까지 걱정해야 하는 비극을 추가해야 할지 모른다.

 

 

4

 

구제역 발생이 소강상태로 들어가면서 방역체계의 획기적 개편과 체계적인 예방접종 계획을 밝힌 정부는 허가제를 주축으로 하는 축산업 선진화 기반 구축을 천명했다. 2012년부터 실시할 예정의 허가제는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교육을 마친 대규모 농가에 우선 허가를 내주겠다는 것, 그리고 소규모 농가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축산업 등록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아울러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지칭한 대규모 농가는 농가라기보다 사실상 축산자본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결국 지금보다 규모가 큰 축산자본에게 축산업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제까지 검토한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어찌될 것인가. 근본문제를 방치하기보다 부추기는 만큼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킬 수밖에 없을 텐데.

 

적정한 축사 면적을 위해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고 청결 유지를 위해 소독시설과 축산폐수 배출시설을 두어야 하는 우리 축산업 등록제는 위반하면 징역과 상응하는 벌금을 여지없이 부과한다. 따라서 우리 축산업 등록제는 사실상 허가제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수의학 관련 전문가는 허울뿐인 허가제 전환이 아니라, 축산업의 대규모화 및 집중화를 완화하고 지역의 다양한 농장들을 지원함으로써 동물의 건강과 식량안보 및 식품안전을 증진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옳은 지적인데, 공장식 축산으로 그 전문가의 조언이 실현될 리 없다. 분명한 것은 허가제든 등록제든, 제도가 불필요했던 시절에는 구제역도 조류독감도 살처분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위가 왔을 때 씨암탉 잡고 모내기 마치고 돼지 잡으며 마을 잔치 때 소 잡던 시절, 다시 말해 공장식 축산이 없었던 시절에는 요즘과 같은 가축의 질병 창궐과 그에 이은 살처분 같은 불경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본대책을 세우기 전에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벌어진 구제역 사태는 매뉴얼이나 농민의 탓이 아니라 무능한 정부에 있었다는 한 전문가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 지금과 같은 공장식 축산이 아무 반성 없이 이어진다면, 숱한 경험을 미루어볼 때,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뿐 아니라 광우병 이상 긴장하게 만들 인수공통전염병이 거듭 창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대안은 더욱 큰 자본을 끌어들이는 공장식 축산일 수 없다. 다시 숱한 경험을 상기해보자. 공장식 축산과 도살이 빚는 추악한 탐욕과 불결한 위생은 가축의 본성을 보장하는 유기축산으로 크게 완화할 수 있다는 거,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모색하는 허가제는 문제를 오히려 증폭시킬 게 틀림없다. 예전처럼 농촌에 살면서 외양간에서 한두 마리 키우는 농가를 적극 지원하지 않는 한,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반복되는 우리 축산업의 문제의 해결에 접근조차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구제역과 광우병 따위로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채식에 자신이 없는 이가 많은 이상, 현실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가축으로 인한 대부분의 질병이 사육하는 이와 고기를 먹는 이가 분리되면서 발생했지만 그렇다고 대안으로 소비자가 직접 가축을 사육하자고 제안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가축을 건강하게 키우는 농가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지만 2012년부터 추진하려는 정부의 허가제나 강화된 등록제일 수 없다.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신뢰로 거래하는 협동조합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겠다.

 

한층 더 근본적인 대안은 송곳니가 어금니보다 작은 만큼 고기를 자제하는 식습관이다. 가축의 복지와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는 유기농 계란과 우유, 지나치게 어린 개체를 제외한 물고기, 남획과 거리가 먼 조개와 오징어 같은 해산 무척추동물까지 포함하는 육식이 채식의 4분의1이 넘지 않는다면 가축과 사람, 그리고 생태계까지 지금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사료로 전용하는 미국산 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감자의 수입도 크게 줄어들어 우리 농촌과 도시의 경제도 그만큼 건강해질 것이다. (, 3, 20126)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 31. 00:09

 

작년 말 50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게 만든 구제역은 설을 눈앞에 둔 131일 현재 300만 마리를 땅 속에 매몰할 태세다. 한달 만에 250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구제역에 감염된 축사와 가까운 데 있었다는 이유로 추가로 죽어야 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가정은 차례상에 쇠고기를 올릴 것이다. 모처럼 모인 친척과 삼겹살도 구울 것이다. 전국에 사육하는 소의 95퍼센트와 돼지의 85퍼센트는 아직 안전지대에 있어 수급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우리의 한 시인은 소를 숨 쉬는 햄버거라 했는데 마이클 폴란이라는 미국의 작가는 옥수수라고 했다. 전적으로 옥수수 사료로 사육했기 때문인데, 나아가 그는 미국인을 움직이는 콘칩이라고 했다. 옥수수 사료에서 변형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고기 들을 배불리 먹는 미국인의 몸에 옥수수가 갖는 탄소원소가 유난히 많다는 뜻으로, 그 정도는 옥수수가 주식인 멕시코 인을 가볍게 넘어선다고 한다. 그런 옥수수는 석유 없이 생산할 수 없다. 옥수수에서 얻는 칼로리의 10배 이상의 석유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650만 마리의 가축들을 죽인 우리는 사료용 옥수수를 미국에서 막대하게 수입한다.

 

계란 하나 올려놓은 도시락을 부러워하던 시절, 우리는 고기를 차례상이나 식구의 생일상에서 맛보아야 했지만 역대 어느 황재 부럽지 않은 밥상을 받는 요즘 고기는 도처에 넘친다. 구이와 볶음, 찌개와 국은 물론이고 이제 나물에도 고기를 넣으려 한다. 미국인처럼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상에 올린 그 고기들 한결같이 옥수수고 석유다. 그런 고기를 조상은 맛본 적 없다. 아무리 상에 올린 음식을 식구들이 먹는다 해도, 지역의 오랜 음식문화를 반영하는 차례상에 조상이 구경조차 하지 않은 고기를 올려놓는 건 결례가 아닐까.

 

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은 최근 7년 동안 치매환자가 4.5배 증가했다고 지난 130일에 발표했다. 200248천명에서 2009216천명으로 증가해 치료비도 11배나 급증했다는 건데, 고령화와 적극적인 건강진단에 원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데 의문이 남는다. 건강검진이 요즘처럼 보편화되기 이전에 치매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병원에 입원 치료하지 않거나 모르고 지나갔을 수 있다. 연구원은 보험료를 청구한 병원기록을 조사해 기록된 환자가 늘었다고 해석일 텐데, 그렇다고 5년 만에 4.5배가 늘어날 수 있는 겐가. 증세가 가벼운 환자까지 포함하게 된 결과라고 분석한다지만 증가세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65세 이후 치매에 걸릴 확률이 5년마다 2배로 증가하고 85세가 넘은 노인의 30퍼센트가 치매라지만 그렇다고 5년 만에 급작스레 늘어난 사실은 연장되는 평균수명 이외의 요인이 있을 것 같다. 2009년의 7년 뒤인 2015년에 조사했을 때 다시 4.5배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데, 콤 켈러허라는 미국 의사는 소에 소 도축 부산물을 먹인 이후 미국에서 치매로 사망한 환자가 8900퍼센트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24년 동안 89배 늘어난 미국의 치매 추세는 의미심장하다. 치매예방을 위해 독서와 편지쓰기와 같은 대뇌운동을 권하는 전문가는 걷기와 수영과 같은 유산소운동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기름기 많은 음식을 줄이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노력을 당부했는데, 우리가 먹는 요즘의 음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도축부산물을 소에 먹이지 않는다. 광우병으로 시민이 희생되는 일이 발생한 이후 미국도 소 도축부산물을 직접 소에 주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 도축부산물을 돼지와 닭 사료에 넣고 돼지와 닭 도축부산물을 소에 먹이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에서 교차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한다. 소 도축부산물에 있는 광우병 유발물질이 돼지와 닭에 옮겨갔다 다시 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우병으로 가장 많은 시민이 사망하고 수십만 마리의 소를 소각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소에 어떤 도축부산물도 주지 않자 비로소 광우병 걸리는 소가 사라지는 결과를 얻었는데, 미국은 여전히 초식동물인 소에 도축부산물을 먹인다. 그 미국산 쇠고기를 우리가 먹었다. 최근 더 많이 먹는다.

 

미국의 소나 우리의 한우나 아주 어린 나이에 도축한다. 사람으로 치면 7살에 불과할 때 도축하므로 치매 유발물질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일 가능성이 높다. 콤 켈러허는 그 점을 지적했다. 면역이 강하고 체력이 커 웬만한 병에 쉽게 회복하는 젊은이를 희생시키는 광우병이야 의료진의 눈에 띄고 언론에 노출되지만, 어디 노인에게 나타나는 치매를 주목하겠는가. 그런데 24년 만에 치매가 8900퍼센트 증가한 미국의 결과는 가볍게 넘어갈 남의 현상이 아니다. 수명연장이나 일상화된 건강검진으로 해석할 수 없지 않은가. 7년 만에 치매가 4.5배 늘어난 우리의 현상도 마찬가지다. 도축부산물 제공 여부에서 그칠 수 없다. 미국이나 우리나 고기의 양을 늘리기 위해 몸에 맞지 않는 옥수수 사료를 주고, 그것도 모자라 육질 사료와 항생제와 호르몬을 마구 주입하는 공장식 축산을 포기할 생각이 없지 않은가.

 

가축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삶을 강요하는 공장식 축산업이 계속되는 한. 살처분으로 구제역을 통제할 수 없다. 빠른 시간에 많은 가축을 성장시키려는 공장식 축산은 가축의 면역력을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환경변화에 이겨낼 힘을 갖게 하는 유전적 다양성의 폭을 극도로 좁혔다. 컴퓨터로 제어하며 고기나 우유나 계란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면역력이 약하고 유전자가 단순한 가축을 밀집시켜 사육하는 한, 내 나라든 남의 나라든, 가축들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그보다 더욱 무서워질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고기들을 게걸스레 먹는 사람도 안전할 수 없다. 지구는 더욱 뜨거워지고 식량 위기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조상의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공장식 축산과 관계없는 고기가 없는 건 아니다. 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해 주문하거나 가까운 매장에 가면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상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기는 차례상에 놓지 않을 수 있다. 차례상은 그렇다 치고, 평소에 먹는 고기의 질과 양도 돌이킬 필요가 있다. 시골 외양간에서 한두 마리 키우는 가축으로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없다면 밥상에 올려놓는 고기의 양을 대폭 줄이면 좋다. 고기를 아예 끊어도 좋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게 틀림없다. 구제역 때문에 뒤숭숭한 설을 맞았으니, 모처럼 모인 식구들이 이제까지 별 생각 없이 먹어온 고기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하면 어떨까. (함석헌평화포럼, 201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