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3. 29. 01:20

봄 날씨가 꽤 변덕스럽다. 산불을 걱정해야 할 만큼 건조한 게 이맘때의 특징인데 요즘처럼 눈과 비가 많았던 봄은 무척 드물었을 것 같다. 남쪽 지방은 맑은 날이 거의 없을 정도라던데, 아직도 아침저녁으로 늦겨울처럼 쌀쌀하니 예년이라면 벌써 만개했을 봄꽃들은 아직 망울도 터뜨리지 않았다. 꿀을 빠는 벌과 나비도, 봄에 물이 고인 논에 나와 우는 개구리도, 작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울며 짝을 찾는 산새들도 이 봄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짝짓기가 순조롭지 못하면 내일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유엔이 지정한 ‘생물다양성의 해’다. “생물다양성은 생명.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이라는 슬로건을 내민 정부는 국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기념행사와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을 밝히며 올해를 “생물다양성 증진과 국제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원년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표명했다. 그를 계기로 ‘국격’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2012년 유엔 생물다양성 11차 총회를 비무장지대에서 남북 공동으로 유치하기 위한 민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전한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중의 하나로 합의되었던 생물다양성 협약은 19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사람의 분별없는 생태계의 개발로 서식처를 잃은 생물종의 멸종 행진은 자연스러운 흐름의 천 배나 빠르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럴 추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50년 내에 현존하는 생물의 3분의1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한다. 결국 사람의 생존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생물의 목록이 줄어드는 까닭일 리 없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생태계의 한 종에 불과한 사람 역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생산하는 산소에 의존하는 사람은 생태계의 다른 생물종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에서 먹을거리와 안정된 삶터를 구하며 내일을 이어간다. 대형 슈퍼마켓의 선반에 올라온 많은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생태계의 산물이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솟아오른 아파트도 생태계에서 구한 물질로 만들었다. 다만 다른 것은 사람은 생태계의 순환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태계에서 자신을 위한 의식주를 일방적으로 챙기면서 생태계의 보존에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공기와 물과 대지와 우주공간에 순환을 방해하는 쓰레기를 버릴 뿐 아니라 자신의 이기적 목적으로 생태계를 단순하게 변형시킨다.

 

우리 생태계의 처지는 시방 어떤 모습인가. 오랜 세월 홍수와 가뭄을 해마다 반복하며 굽이치는 강은 모래와 자갈을 바닥과 가장자리에 남기면서 다채로운 생물에게 터전을 내주었지만 이제 강은 머지않아 흐름을 계단처럼 멈출지 모른다. 지구 어느 공간보다 다양하고 많은 생물종이 모여 있는 갯벌은 도시로, 공장으로, 비행장으로, 조력발전으로 매립되었거나 훼손될 예정이다. 국토의 65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은 수많은 골프장으로 긁혔을 뿐 아니라 격자형 고속도로로 연결이 차단당하고 있다.

 

요사이 뜬금없이 ‘국격’이라는 용어가 남발된다. 품격 있는 국가를 의미할 텐데, 유엔이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때, 자국의 생태 자원을 등한시하면서 국격을 논한다는 건 사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쓰레기매립장 근처에 생물자원관 하나 설치했을 뿐, 자국 생태계의 가치를 시민에게 알리고 그 보존을 연구하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아예 없다. 우리나라의 생태복지는 최하위권이라고 전문가들은 한탄하는데, 유엔 생물다양성 총회를 비무장지대에서 요란하게 개최하면 국격이 높아질 것인가.

 

불경인 유마경은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고 말한다. 삼라만상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데, 사람의 개발로 순환 고리를 잃는 생태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사막화, 신선한 강물이 차단되자 썩어가는 바다, 남획으로 사라지는 물고기만이 아니다. 다수확품종으로 획일화된 농업, 돈으로 재단된 문화, 영어로 잠식되는 언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양성을 잃는 생태계는 환경변화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변덕스러운 요즘 기후가 그래서 걱정이다. (기호일보, 20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