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8. 1. 2. 15:35
 


웬만해서는 문학경기장에 가지 않는다. 축구나 야구 관람을 즐기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비중 있는 경기일수록 경기장에서 보는 즐거움이 텔레비전 시청보다 월등하다는 걸 모르지 않다. 하지만 문학경기장에 들어가는 건 꺼린다. 인천의 생태계를 허문 건축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학경기장을 전혀 가지 않은 건 아니다. 결혼식 하객으로, 시민단체 강연을 위해, 행사 마당을 찾은 적이 있고, 가끔 지나친다. 경기장 지하에는 시와 관계하는 각종 단체가 입주해 있다. 무료인지 약간의 실비를 받는지 알 수 없지만 공간 활용 차원에서 의미 있겠다. 한데 문학경기장은 적자운영이라고 한다. 유력인사 자제의 결혼식이라 그런지 축구장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결혼식 피로연장은 하객으로 붐볐건만 그 정도로 문학경기장의 수지를 맞출 수 없는 모양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맞아 전국 주요 도시마다 경기장을 신축했다. 한데 상암경기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적자라고 언론은 전한다. 상암경기장이 흑자인 것은 경기장 안에 복합영화관과 대형양판점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상암경기장 주변의 주차장은 항시 북적인다. 국가 대항 경기가 자주 열리는 상암과 달리 문학은 프로축구 정기리그 위주인데, 상암과 달리 문학은 관중석이 썰렁한 경우가 더 많다. 다른 도시의 사정은 어떨까.

 

엑스포 이후 대전의 사정은 어떤가. 1993년 8월부터 석 달 가까이 ‘새로운 도약의 길’이라는 주제와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의 조화’ 그리고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활용’이라는 부제를 걸고 당시 개발도상국으로 세계 최초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공인 박람회는 정부가 선언했듯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이후 행사장의 재활용은 잘 되던가. 지금도 구름관중이 미어지는가. 일부 과학공원을 썰렁하게 개장해놓은 대전엑스포는 유치 당시 큰 경제적 이익을 장담했지만 엑스포 이후 현재까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남았다.

 

인천은 2009년 개최를 예정으로 도시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그 방면에 과문해서 그런지 국제공인을 득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지만, 많은 이는 송도신도시의 찬란함을 알리는 계기를 대내외에 마련해 인천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헌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성공여부보다 도시엑스포의 실체와 진실이 무엇인지를. 나머지 인천시민들은 잘 알까. 2009년 인천에서 도시엑스포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라도 알고 있을까. 시민들의 발의와 성원을 배제하고 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규모와 관계없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인천 도시엑스포, 인사권자에 눈치 보는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2014년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된다. 유치가 확정된 2007년 4월 17일, 환호의 목소리가 인천에 요동치고 하늘에는 축포가 날았다. 6년 후의 아시안게임을 위해 인천시는 20개가 넘은 경기장을 신설하겠다는데, 걱정이다. 지금의 문학경기장도 적자인데 새롭게 세워질 각종 경기장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인천시는 인천에 경기장을 활용할 인적자원과 시민의 관심사는 충분하다고 여기는가. 담당자는 아시안게임 이후의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을까.

 

인천의 한 문화단체는 인천시가 ‘명품도시’ 운운하며 기획하는 ‘아트센터’에 문제를 제기한다. 담당과장은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문화기반”이라고 강조했다는데, 인천의 대학에는 음악 관련학과가 아예 없다. 인적 자원이 없는데 거액 들일 건축물은 과연 문화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가치는 둘째 치고, 시민의 관심과 호응이 없는 세계 수준의 공연은 누구를 위해 빛을 발할 것인가.

 

찬란한 구호나 청사진은 누구나 내세울 수 있다.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저지르는 행정은 매우 저급하다. 번듯한 국제행사보다 행사 이후의 환경과 경제와 문화 여건을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 기획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지 못할 사업이라면 차라리 벌이지 않는 게 내일을 위해 현명하다. 요즘 신문 보기 겁난다. 거대 국제행사와 행사장 규모가 보도될 적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요즘세상, 2008년 1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