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3. 6. 2. 16:01


 

 

완공 1년이 되자, 예상한 물동량의 8퍼센트에 그치는 아라뱃길혈세 먹는 애물단지라는 비판을 언론들이 쏟아낸다. 공식적으로 225백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서 반대를 무릅쓰고 호언장담 속에 완공했건만 화물운송은커녕 수상레저관광도 악취와 수질오염으로 기대 이하라고 아프게 지적했다. 인천항 가까이에 새로 생긴 북항과 남항이 있으므로 일부러 돈을 더 들이고, 시간을 낭비하면서 아라뱃길로 갈 화주가 있을 리 없다고 분석하는 언론은 결국 수 조원의 비용을 낭비한 거대한 수조, 그리고 세계 최대 자전거도로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맞는 말이다. 한데 그럴 가능성을 언론은 애초에는 몰랐던 걸까. 언론의 뒤늦은 지적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입과 연구 자료로 공사 이전부터 숱하게 제시되지 않았나. 완공 1년을 맞아 이제 아래뱃길로 치장된 경인운하의 다분히 의도한 신기루부터 벗겨야겠다. 생산적인 대안을 건강하게 모색할 수 있도록,

 

 

 

들어가는 글

 

아라뱃길이라. 그 이름 참 난데없다. 아라뱃길이라면 남한강의 정선 아리랑의 후렴구, “아리아리오에서 나왔을 텐데, 그 이름이 공모로 정해졌다니. 인천 사람은 누구 하나 경인운하의 이름을 공모한다는 소식, 듣지 못했는데, 인천에 만드는 운하의 이름을 도대체 누가 왜 인천 이외의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물었다는 건가. 강원도 정선에 가서 물었나. 청와대 지하에 있었다는 전 정권의 워룸에서 끼리끼리 모여 의논했나. 누가 그 공모에 참석한 걸까. 아리송하기 그지없다. 여기서는 그냥 경인운하라 한다.


경인운하는 오늘날 갑자기 구상된 게 아니라고? 고려조와 일제 강점기에도 계획했지만 기술과 돈이 없어 하지 못했을 뿐, 이제야 시작하게 된 일이었다고? 박수칠 일이라는 툰데, 조상님께 감사패 받겠군! 과거 이루지 못한 토목공사이므로 이 시점에서 양해 사항이라고 주장한다면 지금이 삼남 지방의 세곡을 배로 운반하는 시대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육상 수송이 변변하지 못했던 고려 때 강화와 김포 사이의 물살 거센 염하수로를 노 젓는 배로 다니기 어려웠으니 그런 구상을 했겠지만 도로가 잘 뚫린 지금 누가 쌀을 배에 싣고 서울로 향하나. 경인운하가 그런 짓을 매개해야 한다고? 지금은 쌀이 아니라 남쪽의 철강과 자동차를 인천항을 거쳐 서울로 운반할 거라고? 중국 물건을 실어올 거라고? 그럴까.


안면도는 원래 섬이 아니었다. 곶이었지만 세곡을 실은 배가 파도 거센 바다로 우회하지 않도록 조선 인조 때 삽으로 파내 섬이 되었다. 다리가 놓인 지금 다시 육지가 된 셈인데, 하루 종일 내려다보라. 안면도 다리 아래 어떤 배가 다니던가. 울산이나 광양에서 자동차와 철강을 싣거나 서울 한강에서 반도체를 실은 배가 한 척이라도 드나들던가. 세계에서 고속도로와 국도의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의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국내 물류를 배로 해결하려는 화주는 거의 없다. 삼면이 바다지만, 트럭을 활용할 따름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훨씬 더 들어 꺼린다. 앞으로 석유 가격이 정신없이 치솟은 뒤라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런 시절이 오더라도 만만치 않은 창고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K-water’가 내세우는 경인운하의 청사진을 들여다보기 전에 요즘 ‘4대강 사업때문에 자금이 쪼들린다는 ‘K-water’가 어디인지 독자들이 아리송할 수 있겠다. 생수 사업체는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토지공사주택공사가 지난 정권에서 합병해 이름을 바꾼 ‘LH공사와 같은 정부투자기관으로, 얼마 전까지 수자원공사라 했다. 여기서는 그 아리송한 ‘K-water’ 대신 수자원공사라 하기로 한다. 그 수자원공사가 내놓은 휘황찬란한 경인운하 그림은 무모하다. 그대로 만들어 운영한다면 파산을 면치 못할 우격다짐처럼 보이는데, 그런 허무맹랑한 그림을 숱하게 그렸던 ‘LH공사처럼 수자원공사도 빚에 쪼들린다. 결국 지방정부에 경인운하의 운영권을 떠넘기고 손을 털 공산이 클 듯하고, 실제로 그렇다.


이번 정부는 난데없이 핵재처리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이지만 지난 정권 만해도 일본통인 호주의 역사학자 개번 매코맥이 일본 허울뿐인 풍요에서 걱정한 1990년대의 토건국가 일본을 돌이키는 것 같았다. 토건자본과 정치와 행정이 끈끈한 토건족삼각동맹이 되어 국가 자본을 제멋대로 주무르다 부풀어 오른 거품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자 끝 모를 심연으로 나가떨어지게 된 일본의 사연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계에 다다른 우리의 현재 모습이 거품 터지기 전의 일본과 비슷하지 않은가. 한 국가에서 하나의 산업 비중이 3퍼센트를 넘지 않아야 건강하다던데 우리 토건산업의 비중은 20퍼센트에 가깝다고 한다. 현재 지방자치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몰린 이유가 투기를 조장하는 개발 거품에 정신을 판 결과일 테고, 현 정권이 미지근하게 감사하는 전 정권의 ‘4대강 사업이 토건족 배불리기의 본보기일 텐데, 경인운하는 아니 그랬던 걸까.


투자를 사칭해 투기를 조장하는 토건족과 거기에 기름을 부어 이권을 챙기는 중앙, 그리고 지방정부의 정책이 빚은 총체적 거품 잔치는 머지않아 우리에게 끝 모를 나락을 강요할 수밖에 없을 텐데, 4대강 사업에서 치명적으로 실패한 수자원공사는 여전히 밑도 끝도 없이 휘황찬란한 그림으로 우리를 속이려 든다. 4대강 사업에 이어 경인운하의 경제적 폐해는 투기의 막차를 탈 순진한 자에게 돌아가겠지만 거기에서 그칠 리 없다. 나아가 인천과 국가의 환경과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 시절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그린 그림을 보라. 운하란 모름지기 화물을 실은 배가 다니는 육지의 물길일 텐데, 그림은 운하라기보다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관광지다. 조용한 농촌마을이라도 그런 시설을 갖추면 관광객이 미어터진다는 경험적 자료는 제공하지 않았다. 물론 있을 리 없다.

 

 

신기루 하나

 

완공 1년이 지난 경인운하의 엉터리 청사진을 살펴보자. 조성된 굴포천 방수로 14.2킬로미터에 한강 쪽으로 3.8킬로미터를 이어보아도 18킬로미터에 불과한 그 운하는 인천 서구 경서동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까지 수로로 연결한다지만, 사실 별로 연결할 게 없다. 수로의 깊이는 6.3미터에 배가 오가는 수면의 폭이 80미터이므로 배 두 대 이상이 교차할 수 있는 규모라고 자랑하지만 컨테이너를 싣고 화물을 운송한 사례는 현재까지 목표치의 8퍼센트에 불과하다. 수자원공사에서 225백억 원 가까이 투입한 운하는 양 끝에 갑문과 터미널 그리고 넉넉한 배후단지를 가지고 있지만 텅텅 비었다. 아니 텅 빈 컨테이너를 장식품처럼 쌓아놓은 지 오래다. 수자원공사는 화물운송만 담당하지 않을 운하임을 자랑해왔다. 계양산 일원의 수해를 예방할 뿐 아니라 관광과 레저, 그리고 문화의 기능까지 떠맡겠다고 포부를 밝히는데, 물론 그 성공의 확신은 토건족의 의도적인 상상력에 근거한다. 앞으로는 달라질까.


살짝 그 휘황찬란한 그림을 들여다보자. 랜드마크가 될 시천교인 워터브론터, 두물머리 생태와 바람개비 공원, 리버사이드 파크, 전통공원인 향유원과 만경원, 그리고 요트장과 박물관과 인공해변과 생태공원 들이다. 더 있다. 아니 많다. 하나같이 밑도 끝도 없는 아리송한 용어를 빌려왔다. 고즈넉한 농촌 마을에 요란한 시설물을 늘어놓겠다는 건데, 스토리텔링으로 해외 관광객 2000천 만 명을 수용할 예정이고 했다. 그러므로 듣는 이, 특히 그 지역의 인천시민은 그저 가슴을 설레라고 강요했다. 스토리텔링이라. 라인 강변의 로렐라이 언덕비슷한 설화라도 창작해 세계 방방곡곡에 알리겠다는 겐가.


선착장과 수상택시까지 동원하겠다고 했는데, 수상택시는 홍보 포스터에만 동원되었을 뿐이다. 장했던 꿈은 해소될 일이 실로 아득하다. 유명무실했던 한강 수상택시도 결국 문을 닫았는데 과연 누가 수상택시를 이용할까. 우리의 기존 전통 정원과 고궁에 외국 관광객이 얼마나 찾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른 곳 다 놔두고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어지다 바다에 닿는 경인운하 주변의 인공 시설을 어떤 외국인이 구경하려 몰려올 것인가. 현재 개설돼 있는 관광 시설도 제대로 관리 운영하지 못하는 주제에 그런 식의 그림을 펼쳐놓다니, 무책임하다. 물론 그 그림대로 성과를 올리지 못해도 책임지는 자 없을 것이다. 커지는 거품은 죄가 없으니 계속 커지기만 한다. 그래야 그림에 취한 자들이 투자하겠다고 돈 싸들고 나서겠지. 나중에 속이 썩어 터질지언정.


한강과 서해를 큰 생태축으로 연결해 시민이 물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수변공간은 물론, 교통축을 통해 물길은 사람과 교류하게 된다.” 제법 근사했다. 그를 위해 경인운하와 용산, 그리고 강화를 잇는 크루즈 코스를 개발하고 주변에 9천여 가구와 25천 여 가구의 휴양용 주거타운을 지을 테니 그린벨트를 해제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6명의 사망자를 낸 용산은 이미 물 건너갔다. 그런 포부를 다시금 해석하자니, 결국 공사비 마련을 위해 그린벨트까지 허물며 투기꾼을 대환영하겠다는 마음 씀씀이라 걸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림으로 시민들 현혹해도 무방한 건가. 음식점을 하는 이,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들이 모여들길 기대하는 태도인데, 파산해도 모르겠다는 사기성 그림으로 보인다. 그림을 내세우며 관광 사업을 구상하는 이도 생겼다고 홍보했다. 완공까지 25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3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데 그 청사진 속에 주민에 대한 배려 따위의 계획은 빠졌다.


경제성도 대단한 것으로 자체 평가했다. 물론 그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다. 꼭꼭 숨긴 자료를 여태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운하 건설과 운영 방면에 선진 기술을 보유한다는 네덜란드의 ‘DHV’라는 회사에서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20061.76으로 평가했다고 수자원공사는 큰소리쳤다. 건설 관련 비용과 그로 인한 편익을 다양한 변수를 상정해 계산해서 1 이상의 수치가 나오면 경제성이 있다고 전문가는 평가하는데, 무려 1.76이라했다. 그렇다면 대단한 사업임에 틀림없다는 건데 이상했다. 0.1 이하로 평가한 시민단체는 자료를 꼼꼼히 제시했지만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네덜란드의 그 회사는 희한하게 수자원공사와 일찌감치 자문계약을 맺은 바 있다. 보답인가? 입막음은 아니었나? 수자원공사는 서양, 특히 네덜란드라고 해서 모두 믿을 건 못 된다는 교훈을 주었다. 그러면 그렇지. 경인운하 완공 1주년을 맞아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경제성 0.1은 다시 나왔다. 서울대학교 홍종호 교수는 경제성 0.1에 다시 방점을 찍었다. 예측이나 실제나 같다는 결론이다.


평가할 때 왜곡한 자료를 넣는 짓은 네덜란드의 전유는 아니었다. 우리 토건족의 막강한 싱크탱크인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20030.92에서 1.28, 2008년에선 1.065로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연이어 계산했다는 게 아닌가. 수 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경제성이 어찌 그리 들쭉날쭉하게 평가될 수 있었을까. 집히는 데가 없는 건 아니었다. 공사 원가에서 누락시킨 부분이 많다는 항간의 의혹을 살펴보면 수긍이 가는 일이었다. 환경단체는 경제성 평가가 1.0 이상 나오게 하려고 현 국토교통부의 전신인 당시 건설교통부가 KDI의 자료를 예닐곱 차례 수정하도록 반송했다는 의혹을 여태 지우지 못한다. 앞으로는 달라질까. 그럴만한 근거를 제발 찾고 싶다.

 

 

신기루 둘

 

수자원공사는 경인운하에서 25천 개의 일자리 창출한다고 했다. 그랬던가. 현장은 달랐다. 시방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 이외에 무척 적막한 그 구간은 공사 기간에도 적막했다. 덤프트럭과 굴삭기 몇 대 말고 없는 채용한 인원은 거의 없어 보였다. 환경 피해는 계상하지 않았을 테니 예서 접고, 생태계 교란은 무시할 수 없었다. 김포터미널을 만들면 천연기념물 재두루미의 서식환경이 훼손될 것으로 생태 전문가들은 우려했는데, 묵묵부답이었다. 당연히 모니터링 결과는 없다. 보전을 위한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다. 김포 갑문으로 바닷물이 한강으로 스미거나 반대로 운하에 갇혔던 한강물이 인천 앞바다로 스며들 때 발생할 운하 내부와 해양 생태계의 교란 역시 조사되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5기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201077, 수자원공사는 한진해운과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하기로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맺었다고 전격 발표했다. 세계 9위 컨테이너 선사와 150500TEU 선박, 다시 말해 대략 6미터 길이의 컨테이너 150개와 500개를 실을 화물선을 내년 하반기 부두 개항과 동시에 운영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보도자료를 의기양양하게 뿌린 것인데, 양해각서는 말 그대로 서로 약속을 기억하자는 의미 이상은 아니다. 트럭 150대 또는 500대에 나눠 실을 물량을 화물선 한 척에 모아 실을 것이므로 녹색물류라고 자화자찬한 수자원공사는 환경 비용이 도로의 14분의1, 철도의 3분의1 수준이고 에너지 효율은 도로의 9, 철도의 2.5배 이상이라고 시작하기 전부터 치적을 자랑하기 바빴다.


지난 정권은 언어를 모독했다. 그중 하나가 녹색이다. 아무데나 녹색을 가져다 붙이니 개나 소나 녹색을 찾는 형국이 아니었나. 정부가 하자고 하니 눈치 보아야 기업에서 하는 척하려고 MOU란 걸 맺었겠지만 도무지 화물이 없다. 생각해보자. 18킬로미터에 불과한 경인운하를 배로 운송한다고 녹색이 될 수 있겠나. 화주에서 시간은 금인데, 트럭이면 20분이면 주파할 거리를 화물선에 의존하려면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물론 화물을 옮겨 싣는 시간, 부두에 대기하는 긴 시간은 제외했다. 하지만 녹색이라니 시간은 예서 더는 따지지 않기로 하고, 운하와 부두를 축조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철근시멘트, 그 철근시멘트를 만들고 운반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덤프트럭과 굴삭기가 움직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또 얼마나 들어갈 것인가. 그래도 그마저 둘째로 치자.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고 내린 뒤 화물선에 싣고, 다시 트럭에 옮기는데 들어가는 석유 에너지는 왜 생각하지 않는 건가. 참으로 편리한 녹색이 아닐 수 없다.


수자원공사와 정부는 경인운하를 이용할 화물선이 중국과 일본을 오고갈 듯 여전히 주장한다. 심지어 앞으로 지금과 같은 폐선 직전의 낡은 여객선을 치우고 호화 여객선을 띄우겠다고 호언하기도 한다. 한데 그런 그림은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금방 드러나게 마련이다. 운하를 왕복하는 배와 대양을 오고가는 배는 그 구조가 엄연히 다르다. 물 깊이가 낮은 운하에 바닥이 깊은 해양 용 선박을 띄울 수 없다. 그런 배를 띄우려 운하를 깊게 판다면 주변 경작지와 지하수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만 토목에 들어가는 비용도 감당할 수 없다. 경인운하를 깊게 팔 경우, 홍수 예방이라는 태생적 임무는 포기해야 한다. “홍수 예방운운하는 이야기는 뒤로 미루기로 하고, 운하를 왕복하는 바닥 편평한 배는 속도를 낼 수 없다. 속도를 내면 소비되는 연료가 크게 늘어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도 운하를 사용하는 독일은 시속 8킬로미터 이하의 속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느려터진 경인운하 18킬로미터를 이용할 컨테이너에 앞으로 무엇을 실을 수 있을까. 민원도 민원이지만, 시설도 수요도 없는 원목이나 석탄과 같은 벌크화물을 컨테이너에 실을 리 없으니 장담한 대로 완성품이어야 할 텐데, 시간을 다투는 화물일 리 없다. 안전을 요구하는 화물도 확률이 무척 떨어진다. 그 방면에 문외한이라도 상상은 가능하다. 인천항이나 평택항까지 가지고 갈 수출입 화물은 아닐 게 거의 틀림없으니 남는 건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경인운하의 부두 사이를 오고간 뒤 트럭에 옮겨 실어도 무리가 없어야 할 화물일 게다. 서울의 한강에서 싣고 느릿느릿 인천으로 보낼 화물이 도대체 뭘까. 서울은 소비도시다. 생산하는 완성품이 없으니 컨테이너에 무엇을 실어야 하나. 인천에서 무엇을 서울로 보내야 하나. 바다와 갯벌이 거의 개발돼 잡히는 물고기가 드물고 소금도 인천에서 나오지 않는데.


컨테이너 화물? 사실 그럴 가능성은 앞으로도 낮아 보인다. 유럽이나 미국의 운하용 선박 대부분은 컨테이너 화물을 싣지 않는다. 그저 원유와 석탄과 시멘트와 원목과 같은 벌크 화물을 취급한다. 그런데 원하는 사업체가 서울에 없으니 벌크 화물의 이동 가능성은 생략하자. 석유나 시멘트나 원목은 취급하는 항구가 따로 있으니 역시 제외해야 한다. 이제 남는 건 수도권 생활 쓰레기와 바닷모래다. 그렇다. 바로 그거다. 이미 수도권 매립지의 수명이 2016년으로 끝나가지 연장을 기정사실로 만들려고 하는 서울시는 경인운하로 쓰레기를 운반하겠다는 속셈을 슬며시 드러낸 바 있다.


새벽마다 동네 후미진 곳에 적치해두었던 생활 쓰레기를 트럭에 싣고 경서동의 매립지를 다녀오는 수고는 수도권의 도시마다 피하고 싶을 것이다. 앞으로 한강의 부두는 생활 쓰레기 부두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 생활 쓰레기를 싣고 인천에 내린 뒤 바로 가까운 경서동 매립장으로 가면 지금보다 편리하고 1000만 서울시민의 민원이 줄어들 수 있겠다. 또 한강 부두에 인천부두에 쌓아둔 바닷모래를 운반하면 얼씨구나 가지고 갈 건설업체가 많을 것 같다. 일거양득이로다. 때문에 인천 앞바다의 생태계는 절딴 나고 악취 나는 경인운하의 관광효과는 더욱 위축되게 생겼다.

 

 

신기루 셋

 

채무액이 마구 증가해 1년 전보다 75퍼센트 늘어나던 시절, 200911, 서울시는 한강에서 경인운하와 연결하는 이른바 서해비단뱃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빚이 16조 원이 넘는 서울시 투자 SH공사에서 어떻게 추진하려 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도 아니고 하필 홍콩에서 중국 상해와 홍콩 마카오, 일본 등을 국제적으로 연결하는 동북아 수상관광 거점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홍콩선언이라고 부하들은 요란을 떨었다. 그를 위해 승객 120명이 이용할 수 있는 5천 톤 급 국제 크루즈선을 도입해 중국과 일본의 주요 도시를 오가는 테마형 관광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발표했다.


서울이 여객, 관광, 크루즈가 한 번에 가능한 세계 수준의 동북아 중심 수상 관광도시로 도약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장담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이 대한민국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점쳤다. 한술 더 떠, 국내에 방문한 외국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로 활용할 2천에서 3천 톤 급 국내 크루즈선도 운항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서남해와 연안도서를 관광할 수 있는 여행상품으로 개발할 구상에 잠겼다는 것이었으니, 할렐루야! 시장이 바뀌지 않았다면 어찌 될 뻔했을까.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수자원공사는 2천만 명의 해외 방문자가 경인운하를 다녀갈 것이라 하고, 서울시는 외국인의 필수 관광코스를 개발한다고 장단을 맞췄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 무척 바쁠 뻔 했다. 당시 담당자는 이제와 그 계획은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고 장담하고 싶지만 모른다. 어떤 이가 시장이 되는가에 따라 디시 꺼낼지 모른다. 그때 서울시와 수자원공사가 서로 경쟁할지 상생할지 알 수 없겠으나, 여의도에서 르네상스운운하다 실패한 용산을 거쳐 여의도를 지나 크루즈선은 초일류를 가장할 것이다. 고작 120명을 태운 바닥 편평한 관광선을 선뜻 또는 덥석 받아들일 중국과 일본의 무모한 항구도시가 과연 존재할지 그때나 지금이나 확신하기 어렵다. 그런 위태로운 관광 상품을 해외에 팔 생각에 젖은 여행사가 어디 있을까. 만일 다시 추진하려 한다면 서울시는 든든한 생명보험회사와 동업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새로 출범한 서울시의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아리송한 서해비단뱃길 사업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벼렸는데, 타 도시에 관심이 적은 인천시민이라 그랬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모른다. 다만 책임지고 자리를 떠난 이가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일단 서울시의회는 행주대교와 양화대교의 교각 폭을 넓히고 상판을 아치로 바꾸려던 공사도 중단시켰다는 건 언론보도로 알았다. 새로 선출된 시장이 서해비단뱃길을 철회했다는 것도 알지만 왜 그런지 통 안심이 되지 않는다.


서해비단뱃길 계획을 세웠거나 지지한 전 시장과 시장 후보가 서울 소재의 대학에 교수로 임명되는 분위기가 불안을 줄이지 않는다. 전 시장이 구상한 중랑천과 안양천을 오고갈 뱃길도 현재 무산되었지만 토건족의 절치부심은 시간과 돈줄을 쥐고 있지 않은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토건족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방정부에서 일시적인 빚잔치는 일상일 뿐이다. 사업 중단의 명분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서해비단뱃길은 경인운하와 운명을 공유하려 할 것인데, 굴포천과 경인운하를 연결하려고 구상한 부천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수상택시와 수상버스를 위해 수천억 원을 들이 부을 예정이라던 부천시의 단체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뀌었으므로 중단했을 것으로 믿는다. 시민들의 의견을 편중되지 않게 듣는다는 평가가 있는 그는 신기루를 감지했을 테니까. 다음 정권에서 불안은 불식할 수 있을까.


20106월 고양시는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 7.49제곱킬로미터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자고 환경부에 제안했다. 정확한 명칭이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10람사르 총회200810월 창원에서 개최한 우리나라는 1997년 협약에 가입해 우포늪과 순천만을 비롯해 11개 습지를 등록한 바 있는데, 고양시에서 장항습지를 추가로 등록하자고 정부에 발의를 요청한 것이다. 환경부가 진정 환경을 생각하는 정부의 부처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마땅했지만 ‘4대강 사업에서 진작 태도를 짐작하게 했던 환경부는 애써 듣지 못하는 척 했다. 고양시는 서울의 서해비단뱃길이 다시 실현된다면 장항습지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한다. 5천 톤이 넘는 배를 운항하기 위해 한강의 신곡수중보를 14킬로미터 아래 하성대교 예정지로 옮긴다면 수위가 1.1미터 상승할 테고, 그러면 재두루미와 저어새, 그리고 국내 최대로 서식하는 말똥게와 고라니와 버드나무 군집은 온전할 수 없을 게 분명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는 한 술 더 떠, 10억 톤이 넘는 골재를 채취하겠다고 기대했는데, 다행히 서울시장은 바뀌었고, 장항습지는 아직 보전되고 있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고 한강의 모래사장이 복원되면 토건족들이 조용해지려나.


파격적인 개발을 제안한다면 경인운하의 사정이 바뀔 수 있겠다. 그를 감지한 걸까. 최근 경인운하의 텅 빈 유람선에서 해괴한 상황을 연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비키니를 입은 외국 무희들이 나이트클럽에 가야 볼 수 있는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를 벌이며 성인 남성 승객들을 술판을 유도한다는 게 아닌가.(아시아경제, 2013.5.20., 인터넷판) 그렇다면 한 가지 추가할 게 남겠다. 유람선에 슬롯머신과 같은 가벼운 도박장을 만들고, 경인운하 주변에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강원랜드와 같은 도박장을 설치해 관광객, 아니 도박꾼을 유도한다면 예상외의 돈벌이가 가능할지 모른다. 물론 내 쌈지의 돈이 남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도박꾼보다 수수료를 떼는 도박장에서 돈을 더 벌듯, 도박장의 운영 주체는 짭짤할 수 있겠다. 수도권에 근사한 명분으로 내외국인이 출입가능한 도박장을 그것도 그 춤판 유람선을 능가할 정도로 야릇하게 꾸민다면 라스베이거스 부럽지 않은 도박꾼들의 방문을 기대할 수 있겠다. 다만 강원랜드와 제주도의 카지노의 불같은 항의를 견뎌야 할 테고 우리네 정서가 걸림돌일 뿐이겠다. 이 글이 도박장을 권장하려는 목적이 아니니, 제발 오해말길 바란다.

 

 

신기루 넷

 

경인운하 계획은 고려조가 아니라 굴포천 방수로에서 급조돼 나왔다. 부평의 만월산에서 발원해 부천시를 거쳐 김포시 고촌읍에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굴포천은 현재 한강의 홍수위보다 4미터 정도 낮아 상습 수해가 발생한다. 1987년 전국적인 큰비로 굴포천 일대에서 16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천만 평이 넘는 농경지가 침수하자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는 공약으로 부랴부랴 굴포천 주변에 고인 물을 서해로 빼내는 방수로를 발표했다. 1992년 그 사업을 시행했지만 기왕 만드는 방수로를 운하로 활용하자는 토건족의 기특한 발상으로 3년 후 운하로 변경, ‘경인운하주식회사를 설립해 민간사업으로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거듭 드러나는 환경문제에 대한 반대운동에 부딪혀 노무현 정부 초기에 사업이 중단되었고 2003년 감사원에서 사업 경제성이 과장되었다고 지적해 공식 반려된 사업이었다. 하지만 토건족의 집요한 공작에 힘입었는지 20091월 지난 정부에 의해 경인 아라뱃길로 개명된 뒤, 다시 추진된 것이다. 요는 수해가 발생하자 얼씨구나 추진한 눈물겨운 토건사업이었다.


한강 홍수위보다 굴포천 수위가 낮은 건 한양에 도읍을 정한 뒤 한강의 하상 관리가 자연스럽지 못했던 탓일 텐데, 그렇다고 굴포천이 홍수 피해를 늘 받은 건 아니었다. 피해가 상습적이었다면 호수나 범람원이 형성된다. 농경지와 마을로 개발돼 주민이 살 리 없다. 이따금 큰비가 내릴 때 피해가 작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잊을 만하면 사망자가 속출하고 무려 천만 평이 넘는 농경지가 침수되는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1987년의 홍수 피해는 어찌 보면 범람원 자리에 마을과 농경지가 조성된 탓도 있지만 워낙 큰비가 내린 데 원인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1987년 당시 홍수 대책의 일환으로 방수로가 선호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한데, 사실 드문 빈도로 내리는 거대한 홍수 피해를 방수로만으로 해결하는 건 무모했다. 생태호수 개념의 범람원을 조성하는 방법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주의 만봉천과 화순의 지석천, 그리고 담양의 영산강 상류가 홍수 조절용 생태호수를 조성해 상습 홍수 사태를 해결했다. 평상시 학생들의 생태 학습효과는 물론이고 산불진화용 물 공급도 기대할 수 있는 범람원을 넓게 만들어 비가 갠 뒤 모인 물을 비우는 방식이다. 굴포천은 피해 면적이 그 하천들보다 넓다면 방수로와 생태호수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었다. 평소 호수가 딸린 농경지로 활용하다 큰비가 내릴 경우 범람원으로 홍수를 완충하면서 방수로를 활용해 고인 물을 서해안으로 빼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 대안이 비용도 훨씬 적고 민원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효과가 높았을 것이다. 사업비는 경인운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그래서 기각된 게 아닐까? 그 수준의 예산으로 토건족의 막대한 먹성을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운하로 밀어붙였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억측인가.


그런데 한창 공사 중인 경인운하와 가까운 계양산 북측 저지대는 기후변화 시대에 두드러지는 최근의 잦은 홍수에 늘 피해를 입는다. 변고가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라 삭막한 도시화의 필연적 부작용이다. 공원 일원과 택지의 좁은 녹지를 제외하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철두철미하게 덮여 있는 도시는 사막이다. 내리는 비는 바닥을 흥건히 적시며 허겁지겁 어디론가 낮은 곳으로 사라지지만 전혀 지하로 스며들지 못한다. 녹지가 부족한 만큼 빗물을 완충하지 못한다. 1987년 대홍수 이후 지금의 중동과 상동 일원의 김포평야가 아파트단지로 개발되었다. 평야보다 높게 성토된 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칠갑을 한 것이다. 이후 굴포천은 자주 범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공출 명목으로 쌀을 빼앗아가려고 일제가 논으로 매립하기 전에 갯벌이었던 김포평야가 다시 매립돼 도시로 개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평야일 때 아주 드물었고 갯벌일 대 거의 없었던 홍수 피해가 요즘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건, 빗물을 완충할 수 없는 도시의 필연적 한계다.


굴포천이 인천 앞바다와 가까우니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의 한계를 방수로가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지만 굴포천 방수로 계획자와 경인운하 계획자는 진정한 대안인 범람원은 몰랐거나 외면했다. 휘황찬란한 시설을 꿈꾸는 경인운하는 앞으로 굴포천 일원의 홍수 피해를 막아줄 수 있을까. 예측하건데, 잦은 빈도의 홍수라면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일 경우 걱정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유난히 큰 인천 앞바다가 만수위일 때 빈도가 낮은 거센 홍수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 앞바다의 수위는 경인운하 수위보다 높다. 걷잡을 수 없게 큰비가 내릴 경우 경인운하의 내부 용량으로 저장할 수 없는 빗물은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소에 물을 빼낼 수 없는 운하의 약점이 그럴 텐데 수자원공사는 장마철에 물류를 제한하고 운하의 물을 빼내면 된다고 주장한다. 보름 정도면 충분하단다. 만일 그렇다면 화물선 탑재를 기다리는 수도권 2천만 명의 생활 쓰레기와 바닷모래는 부두에서 보름 동안 악취를 뿜어낼 수밖에 없을 건데, 민원이야 보름동안 달래면 그뿐인가. 문제는 슈퍼컴퓨터도 예보하지 못하는 국지성호우에 있다. 지구온난화로 최근 부쩍 늘어난 물풍선 같은 국지성호우는 예고가 없지 않은가. 강우량의 기록도 번번이 경신되기만 한다.

 

 

나가는 글

 

5기 지방정권으로 바뀐 인천시는 한강 유역 주변 11개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경인운하에 대한 재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동안 주민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으로 작성했을 뿐 아니라 자의적인 경제성 평가를 작성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인운하를 엄격하게 검증해 중앙정부에 대안을 건의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위원회는 사업성이 4배나 뻥튀기 되었다는 발표를 뒤로 공식 활동이 멎었다. 완공 1년이 지난 지금, 움직임이 없는 재검증위원회보다 경인운하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대안 모색이 중요하다. 경인운하가 실효성이 없으니 대안은 무엇이어야 할까.


2009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경인운하 사업 방향의 수정을 요구했다. 운하와 대양을 오고갈 수 있는 화물선과 여객선으로 중국과 무역에 나서고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당시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호언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불가능하니 재조정하라고 권고한 것인데, 사실 전부터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에서 주장한 내용의 반영이었다. 바뀐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시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새겨들어야 한다. 고즈넉한 농촌에 휘황찬란한 시설을 즉각 유치해 당장 큰돈을 벌어들일 것처럼 그림 그리며 주민들을 선동하거나 현혹시키는 일은 정부의 몫이 아니다.


범람원 개념의 생태호수라는 대안을 찾아내길 강하게 희망하면서 동시에 방수로로 환원될 현 경인운하의 재활용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강 하구의 오염된 물이 정체돼 악취를 풍기는 운하가 아니라 평소에 지역주민과 인천시민, 그리고 내외국인의 휴식과 휴양 장소가 되는 아름답고 쾌적한 녹지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운하 안의 물을 대부분 빼내고 그 자리를 녹지로 바꾸는 상상은 가능하다. 그리 된다면 운하로 생활권이 차단되므로 다리를 더 건설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던 주민들도 반가워할 게 틀림없다. 생활권이 녹색으로 연결될 게 아닌가. 터전을 잃을 뻔한 김포시 고촌면 전호리 평야지대의 재두루미도, 장항습지의 저어새와 고라니와 말똥게도 예전처럼 보전될 것이다. 토건족 수중에 들어가기 직전의 막대한 예산이 소외되었던 복지와 문화와 교육으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굴포천 일원에 홍수가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빗물을 완충할 수 있는 비오톱(biotop)을 도심 곳곳에 조성해야 한다. 공원에 나무와 풀을 넉넉하게 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하수와 이어질 수 있는 호소를 곳곳에 마련하는 일이다. 빗물이 침투할 수 있도록 적어도 공공건물의 구조를 우선 개선하고 새로 짓는 건물은 유럽의 많은 도시가 현실화하듯 반드시 빗물을 재활용하거나 완충해 지하로 스밀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비오톱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시는 깨끗해지고 그만큼 열섬화현상도 줄어든다. 복중의 열대야현상도 크게 완화될 게 틀림없다.


경인운하가 수자원공사의 그림대로 개발될 리 없지만 자금을 계속 퍼부으며 진행된다면 숱한 경험에서 증명되었듯, 주민들은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 시민사회는 더는 어설프게 속지 않을 것이다. 홍수 피해를 해결해 줄 듯 거룩한 표정으로 다가와 거품 같은 그림을 앞세우며 터전에서 내쫓는 행위는 시민사회는 물론 주민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토건사회의 폐해를 진저리치게 겪은 시민들을 설득하고 지역의 경제와 환경을 안정시키려면 경인운하는 반드시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숱하게 문제를 제기해왔던 환경단체, 사회단체, 그리고 주민들과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


거기에 하나 더. 이미 경인운하는 운하보다 기네스북에 너끈히 등재될 정도의 세계 초특급 자전거도로를 갖추고 있지만, 경인운하 옆에 왕복 4차선 도로와 자전거 길을 내어 교통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도 거두어야 한다. 실패한 운하는 대안을 찾아야 옳고, 교통문제는 별도의 사안으로 논의해야 한다. 통행료를 미끼로 경인운하의 운영을 도모하려는 시도 역시 정부의 몫과 거리가 멀다. 공사 전부터 실패가 예정된 경인운하의 완공 1년을 맞아 국회에서 공개 토론회를 실시했다면 이제 허심탄회하고 민주적인 논의를 해야 수순에 적합하다. 경제성 0.1에 대응할 수 있는 향후 대안을 관심을 가진 시민과 정의롭게 실시할 것을 새로운 정부와 수자원공사에 제안하고 싶다.(지금여기, 2013년 5월 24, 28, 31, 6월 5일, 4회 연재) 

좋은글 고맙습니다...공유합니다.

 
 
 

도시·인천

디딤돌 2010. 7. 2. 20:56

 

모처럼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집 근처에서 맹꽁이도 운다. 인천만이 아니라 전국이 마찬가지인지 프로야구 4게임이 전부 취소되었다는데, 이런 비, 참 오랜만이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장마다운 장맛비가 아니던가. 작년인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기상청에서 ‘장맛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장마전선이 오르내리기는 하는데 예년과 달리 언제부턴가 마른 장마철이 계속되다 느닷없이 몇 시간 집중호우가 쏟아지곤 했다. 며칠을 두고 지루할 정도로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사라졌기에 ‘장맛비’라기보다 장마철에 오는 ‘국지성 집중호우’라고 기상청은 수정하고자 했다는 것이었다.

 

방학을 맞은 큰애, 그리고 기말고사를 마치고 일찍 들어온 막내와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 점심 먹으러 다녀왔다.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넓은 우산을 쓰고 걸으며 다녀오니 후텁지근했던 몸이 모처럼 상쾌해졌다. 아파트단지의 녹지와 가로수, 근린공원의 크고 작은 나무들과 그 안에 숨죽인 직박구리와 장마철이 지나길 땅 속에서 기다리는 매미 유충, 그리고 사람까지, 이 땅의 생명들은 이맘때 흥건하게 비를 맞아야 약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데, 잠깐! 이 정도 비가 몇 시간 계속된다면 ‘4대강 사업’의 현장은 어떻게 될까. 또한 경인운하는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관동대학교 토목학과의 박창근 교수는 “작은 재앙이 큰 재앙을 막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홍수는 대개 제방 정비가 완전하지 않는 지류와 작은 하천에서 발생했다. 기록을 경신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정비가 거의 완벽한 4대강 본류에서 수해가 발생한 사례가 드물건만, 현 정권은 ‘살리기’라는 용어를 참칭하며 강물의 흐름을 좁히고 차단하며 강 한가운데 콘크리트를 들이붓고 있다. 그 상황에서 큰비가 내리면 공사장 인근에 재앙이 발생하겠지만 그 규모는 아직 작을 것이다.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가 4대강의 흐름을 16군데에서 막은 뒤 지역주민과 후손에게 발생할 재앙에 비한다면 애교에 불과할지 모른다.

 

4대강과 거리가 멀고 강물의 흐름과 연관도 없는 인천은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이 시점에 눈여겨볼 곳이 따로 있다. 이른바 ‘아라뱃길’로, 그 이름이 붙기 전에 ‘경인운하’라 한 곳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더라도 아직까지 내린 비라면 너끈히 애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계양산 주변으로 한꺼번에 몰려드는 빗물을 바다로 빼내는 역할을 말한다. 바로 방수로의 기능이지만 운하로 완공된다면 사정이 바뀔지 모른다. 화물선이 오고갈 수 있는 물높이를 유지한 상태에서 국지성호우가 걷잡을 수 없이 몰려들 때 서해안이 만수위라면, 수해는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의견을 참고했는지 모르지만, 강원도 정선과 거리가 꽤 먼 인천에 뜬금없이 들어선 ‘아라뱃길’은 공연한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거다.

인천시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정한 이름이지만, 그리 정했다니 일단 쓰기로 하자. ‘아라뱃길’은 운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운송할 것인가. 대양은 물론이고 황해를 건너며 중국을 오고가는 수출입화물은 타지 못할 것이다. 아라뱃길은 기껏해야 5천 톤 급 화물선이 다닐 텐데 그 크기에 값비싸거나 무거운 자동차나 철강 따위를 실을 수 없지만, 실으려는 수출입과 국내 물류의 화주도 없을 거로 본다. 해양을 오고가는 배는 육지 내의 물길을 다니는 배와 바닥이 다른 게 보통이다. 바닥이 뾰족하게 깊어 저항을 줄이며 바다를 달리는 대형 화물선과 달리 운하를 다니는 바닥이 편평한 배는 풍랑을 만나면 쉽게 뒤집히고, 막대한 기름의 과소비 없이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런 배를 환영하는 수출입 항구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없다.

 

철광석은 제철소와 가까운 항구로 직접 갈 일이고, 철강과 자동차는 주말이나 명절 이외에 그리 막히지 않는 도로를 활용하는 편이 시간도 절약되고 안전하며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지방과 수도권을 다니는 화물은 면적 비례로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속도로를 활용할 것이다. 굳이 화물차에서 선박으로 몇 차례 옮겨 실으며 고작 18킬로미터에 불과한 ‘아라뱃길’을 이용할 리 없다. 화물은 옮기는데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도난과 안전에 문제도 발생할 수 있지 않던가. 하지만 ‘아라뱃길’을 선호할 수도권 화물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생활쓰레기와 바닷모래가 그것일 가능성이다. 지방정부들은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으로 향하는 트럭의 수를 줄일 수 있을 테고, 건설업체는 다량의 모래를 쉽게 확보하니 좋을 텐데, 고작 그 이유로 거약의 예산을 들여 육상 생태계를 끊고 해양 생태계를 교란해야 한다는 건가.

‘아라뱃길’에는 하루 몇 차례 오고가지 않는 배를 위해 한강 하구의 오염된 물을 늘 채워야 하므로 악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 물이 배가 갑문을 통과할 때마다 일정 양의 물이 바다로 빠져나갈 테니 인천 앞바다의 지속적 오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이는 ‘아라뱃길’을 한강에서 서해안으로 나가는 요트에게 내줄 수 있다고, 마치 훌륭한 관광자원이라도 되는 듯 주장하는데, 얼어붙은 현 정권이 아니라, 남북한 화해 이후 대폭 늘어날 한강의 요트는 직접 풍광 좋은 하구로 나가는 게 훨씬 낫다. 깎아지른 절벽 말고 볼거리가 전혀 없는 ‘아라뱃길’에서 악취를 참으며 천천히 지나갈 정신 나간 요트가 과연 몇 대나 있을 것인가.

 

토목학자들은 내심 ‘4대강 사업’을 운하로 규정한다. 운하가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것인데, 21세기의 화물을 텅 비는 고속도로 대신 느려터진 내륙의 운하를 이용할 화주는 없을 거라고 물류학자들은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요사이 인기 있는 화물은 특히 시급을 요하는 ‘경박단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가볍고 얇으며 크기가 작고 취급하는 화물의 수가 적은 전자나 디지털 제품 위주가 아닌가. 그런 화물은 비행기를 이용하지 배에 싣지 않는다는 것이다. 느려터진 운하는 어처구니없고, 위험천만한 운하용 선박으로 오대양육대주를 다닐 어처구니없는 화주는 이 세상에 없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현재 공사가 하염없이 진행되는 ‘4대강 사업’과 ‘아래뱃길’은 어찌 해야 하나.

 

새롭게 취임한 현 인천시장은 ‘아라뱃길’의 홍수피해 방지 기능은 살리되 운송기능은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언론이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초 ‘굴포천 방수로’로 계획되었던 기능으로 환원하자는 의지다. 그를 위해 ‘아라뱃길’의 폭을 늘리고 깊게 바닥을 파낼 하등의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름도 애초의 방수로로 돌아가야 취지에 맞을 것이다. 방수로로 환원된다면 한강의 오염된 물이 차지 않을 테니, 평상시에 녹지로 유지하다 큰물이 들 때 방수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내릴 큰비를 대비해, 유럽의 라인강 유역에서 볼 수 있는 범람원을 방수로 주위에 조성하는 대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수위가 낮은 생태호수로 관리하다 방수로가 감당할 수 없는 큰물을 잠시 모아두는 기능이다. 그런 호수는 주변 녹지의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생태학을 위한 교육 효과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공사비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한 진지한 논의가 투명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제 와서 중동과 상동 아파트단지를 위해 김포평야를 성토해 매립한 행위가 계양산 주변의 홍수피해를 빈발하게 한 원인이라는데 초점을 맞출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없을 테니까. 하지만 다시 멀쩡했던 지역에 홍수피해가 집중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아직도 농토를 계속 성토 매립하는 신도시 개발정책에 일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택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어선 마당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주택을 더 지어야하는지 당장 검토해야 하지만, 만일 대단위 개발이 필요하거나 어느 규모 이상 재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면, 일정 면적 이상의 ‘비오톱’(biotop)을 그 단지에 조성해야 한다는 걸 상기하자는 것이다. 홍수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지하수위를 보전하려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일찍부터 펼친 행정으로, 그들은 새로운 개발부지는 물론이고 기존 도시의 곳곳에도 ‘비오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빗물을 완충하고 지하수와 연결할 수 있도록 일정 면적 이상의 녹지를 확보하고 그 녹지에 호수를 조성하는 일이다.

 

‘장맛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할 정도로 국지성 호우가 빈발하고, 슈퍼컴퓨터로 그 예후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는 이때, 도시의 녹지와 습지는 더없이 중요하다. 녹지가 태부족해 도심의 열섬화가 타 도시에 비해 현저히 심한 인천은 머지않아 도시 곳곳에 ‘비오톱’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늦기 전에 ‘아라뱃길’부터 사업의 성격을 환원시켜야 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국지성 집중호우’로 사나워지기 전에. (인천in, 2010.7.?)

 
 
 

도시·인천

디딤돌 2006. 5. 11. 13:22
 

어떤 원예 전문가는 비닐하우스는 사막농법이라고 단정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는 농작물로 떨어지지 못한 채 어디론가 사라지고, 비닐하우스 안은 지하수를 퍼올려 적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으로, 도시는 사막이다. 내리는 빗물은 땅 속으로 스미지 못하고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따라 낮은 곳으로, 도시를 더럽혔던 오염물질을 싣고 몰려나간다. 논을 메워 조성한 아파트 단지를 생각해보자. 비 내릴 때 바닥을 뒤덮던 수분이 비 그치자마자 사라지는, 전에 없던 마술을 선보인다.


중동과 상동 신시가지, 그리고 삼산동 아파트 단지는 얼마 전까지 드넓은 논이었다. 광활했던 김포평야의 끝자락으로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상당량 포집해 도심의 열섬화를 예방했고, 무엇보다 빗물을 머금어 홍수 피해를 크게 완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지역은 빗물을 머금지 못할 뿐 아니라 열섬화를 크게 부추긴다. 논을 평균 2미터 이상 성토한 곳에 철근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깔았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오염물질을 내뿜는 온갖 자동차들이 밤낮없이 질주한다.


계양구 아파트 단지와 김포 신도시까지, 추가 개발되었거나 개발 예정인 김포평야는 일찍이 갯벌이었다. 수도권의 조상들은 갯가에서 수많은 먹을거리를 충당했을 거고, 육지와 바다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갯벌인 까닭에 홍수 피해는 물론, 영양분의 상당량을 바다에 의존했을 터이니 가뭄 피해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갯벌이 있으면 해일 피해도 없다. 몇 해 전 마산의 해일은 매립이 원인이었다. 작년 초 동남아시아 쓰나미도 해안의 습지를 매립한 데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한 바 있다.


수천 년 이어왔던 갯벌이 일제에 의해 평야지대로 바뀌었을 때에만 해도 수해를 몰랐는데, 당대에 와서 아파트 단지로 차례로 뒤바뀌자 비만 내리면 낮은 지역은 빗물이 고이는 상습 피해지역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도심의 대기와 아스팔트의 떼를 벗긴 흙탕물이 순식간에 밀려들어 해마다 몸살을 앓아야 했던 계양산 기슭의 농민들은 더는 참을 수 없어 민원을 제기했고, 범람하는 한강으로 빗물을 퍼올리는데 한계를 느끼던 당국은 서해안까지 방수로를 파기로 약속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홍수의 원인을 제공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기획하고 실행한 공사 주체들이 배상은커녕 일체의 사과도 하지 않았지만 지역의 민원을 들어준 자세는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방수로에 의한 환경 문제와 생활문화권의 단절을 고려하며 어느 규모로 어떻게 방수로를 건설해야 옳은지 주민, 건설 관계자, 그리고 환경과 문화인류학 전문가들이 사전에 충분히 논의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그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주민을 속이기까지 했다. 폭이 좁아도 가능하건만 운하로 넓혀야 수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80년대 말 농사용으로 매립한 인천 경서동 매립지를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한 정부는 복토를 위해 막대한 흙이 필요했고, 이해가 맞은 관계당국은 주민들을 속이고, 환경단체와 이간질하며 운하를 홍수방지용으로 치장했다. 하지만 폭 20미터의 방수로로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에 침묵한다. 게다가 운하는 당시 재정이 어려운 건설회사에 이윤을 보전하려는 눈물겨운 배려로 기획되었건만, 그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은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못마땅하게 여겨 실력행사도 불사했다. 결국 폭 40미터로 환경단체와 합의하고 이후의 확장여부는 다시 논의한다는 약속마저 파기하려는 당국은 폭 100미터인 운하를 ‘경인운하’로 이름 붙이곤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장마를 앞두고 신선한 소식이 들려 주목된다. 전라남도는 전국 최초로 강진천과 준전천이 만나는 강진읍에 홍수 조절용 생태호수를 60억 원의 예산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태풍과 집중호우로 둑이 무너지고 주변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강이나 하천 옆에 대규모 인공호수를” 확보하겠다는 당국자는 평소에는 갑문을 통해 들고 나가 일정량의 물이 고이는 저수지를 유지해 주변에 산책로와 꽃밭들을 갖춘 호수공원으로 활용할 것이며, 홍수 때 갑문을 열어 하류의 범람을 막겠다고 그 계획을 지난 4월 소개했다. 이를 위해 1만5천 평에서 2만 평에 달하는 평균 수심 2미터의 호수를 조성한다고 전한다.


나아가 나주 만봉천, 화순 지석천, 담양 영산강 상류도 1800억 원의 예산으로 10여만 평 규모의 홍수조절용 생태호수도 계획하고 있는 전라남도는 주민들의 휴식 공간은 물론 홍수조절과 산불진화용 물 공급과 같이, 1석3조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도시 지역과 가까운 도내 10여개 강과 하천에도 같은 호수를 더 만들 포부를 밝히는데, 전라남도보다 예산 규모가 큰 인천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기만과 협잡으로 경인운하를 계획하는 중앙정부와 관련 건설업체에 밀려 감히 헛기침도 자제하는 방관자의 태도가 아니던가.


부산항 수출입 화물이 실려 오갈 것처럼 그림 그리며 밀어붙이는 경인운하의 원죄는 따지지 않겠다. 폭 40미터의 방수로라면 김포평야를 메워 생긴 수해를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을 것이지만, 더 많은 비, 폭우, 태풍이 몰아칠 경우를 대비해, 상습 피해지역 주변에 전라남도처럼 홍수조절용 생태호수를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온갖 새들과 물고기가 노니는 생태호수가 생기면 수도권에 관광객이 답지하는 소중한 학습장소를 얻게 되고 주민들은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의 자부심으로 승화될 수 있다.


상습 피해지역은 주민과 합의하여 사전에 보상하는 것을 전제로 생태호수를 조성하고, 간혹 범람하는 곳은 발생한 피해를 그때마다 보상하면서 농사를 짓도록 유도하면 좋을 것이다. 주민이 원하면 집이나 도로를 안전한 곳으로 이전하거나 높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홍수피해와 예산도 줄이며 환경문제, 생활문화권 단절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갯벌이 사라져 깃들 곳 찾지 못하는 귀환 생명가치들을 반갑게 만날 수 있어, 생태계를 위해,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더 없이 반가울 게 아닌가. 민원을 개발의 빌미로 삼는 구태에서 벗어나 내일을 생각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길,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과 지방행정당국에게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환경미디어, 2006년 6월호)

어디 한두가지라야...
논 농사의 포기가 가져 올 후폭풍을 생각하면...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