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11. 27. 00:31

 

어느새 12월이다. 백화점들은 출입구와 벽면을 울긋불긋하게 치장하며 연말연시라고 소리를 치지만 12월 초순이라 그런지, 호주머니 사정이 마땅하지 못해 그런지, 시민들은 차분하기만 하다. 매듭이 없는 게 시간이지만, 한 달이 지나면 송구영신. 우리는 어김없이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을 것이다. 거실은 곧 두툼한 새 달력을 맞을 테지.

 

기축(己丑)년 소는 벌써 지쳤다. 경인(庚寅)년 호랑이가 바통을 이어 받을 텐데, 설레면서 걱정이다. 백두대간을 내달리는 호랑이가 4대강이 흐트러지는 꼴을 넘겨준 소의 뒤치다꺼리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지친 기축년을 보내는 가슴이 먹먹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기축년에 소처럼 과묵했던 시민사회는 경인년에 펄펄 뛸지 두고 볼 일이다.

 

올해 시민사회는 여느 해와 달리 과묵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전국을 휘감는 선거 열풍도 없었지만 내 주머니 사정이 서글퍼 다른 이의 희로애락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고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내년엔 다른 국가보다 경기가 더 호전될 거라고 정부가 장담하니, 비로소 이웃을 챙기게 될 겐가. 경기회복이 된다고 일자리가 당장 늘어나는 건 아니라던데, 그래도 희망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나쁘지 않겠지. 한데, “경제성장!” 마패 앞에서 전에 없이 위태로워진 이 땅의 생명가치들은 어떻게 될까.

 

시민단체와 집권당 이외의 정당으로 구성된 ‘4대강사업 위헌, 위법심판을 국민소송단’이 ‘4대강 정비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행정소송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을 비롯한 전국 4개 법원에 동시에 점수했다고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국민 70퍼센트 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정비 사업을 법치주의 근간을 파괴하며 밀어붙이는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겠다고 천명한 국민소송단은 시민들의 의지를 확인한 이상,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로 ‘4대강 살리기’가 아닌 ‘죽이기’ 사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는 거다. 국민소송단은 필요한 경비를 모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다짐한다.

 

비단 4대강 사업만이 아닐 것이다.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투명한 논의 없이 수뇌부가 정책의 성격을 규정하면 다수를 점한 집권당이 합창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만일 수뇌부 이외에서 4대강을 이야기했다면 집권당의 똑똑한 선량들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정치와 권력이 밀고나가자 다수의 주류 언론이 침묵 또는 왜곡하고 공권력이 기축년의 시민행동을 차단했는데, 많은 이는 독재의 필요충분조건이 무르익었음을 감지했다.

 

온대산림을 호령하는 호랑이는 자연의 흐름에 순응해야 힘을 가진다. 백두대간에서 비롯되는 강이 산을 넘지 않고 산이 강을 가로막지 않아야 삼라만상이 흥하고, 그래야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자연이 살아야 민이 살고, 민이 살아야 국가에 탈이 없다. 곧 기축년 달력이 떨어진다. 지방선거가 있는 경인년의 달력이 걸릴 거다. (경향신문, 2009.12.2)

저번에 작은책 필자모임에서 만났던 최금희입니다. 그날 만나뵙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교수님의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하여 아쉬운마음을 안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자주 찾아와 생명에대한 귀한 글 읽겠습니다. ^^
그래요. 반가워요. 많은 이야기 나누면 좋겠지만, 이 가상공간에서라도 자주 뵈면 좋겠군요. 최금희 씨의 생각 깊은 이야기가 참 좋았으니까요.
어제 경향신문에서 반가운 글을 접했습니다. 션찮은 조중동 편집인들도 박박사님의 글을 읽기를 바랍니다 ^^*

 
 
 

도시·인천

디딤돌 2009. 1. 4. 22:20

 

기축년이 밝았다. 한 겨울이라 공기가 시리도록 차갑지만 오염물질이 적은 시베리아에서 부는 바람에 먼지가 없어 그런지, 새해의 파란 하늘은 2008년에 응어리진 가슴을 탁 트게 한다. 내년 이맘때도 같은 마음일 테지만 새날은 밝았다.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서 황사가 실려오지 않는 한, 새날의 하늘은 당분간 맑고 시민의 가슴은 시원하리라.

 

해가 바꿀 때마다 정부 부처는 그해에 펼칠 주요 업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언론은 보도한다. 예상한 대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을 앞세우는 만큼, 올해의 정부 업무는 개발이 대세다. 운하를 위한 기반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국민에게 성실하게 해명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착공부터 서두른 4대강 정비가 그 대표일 텐데, 4대 강에 유람선이 뜨고 둔치에 자전거길이 만들어지면 대통령의 장담처럼 시민들이 만족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먼지가 문제 중의 하나다. 공사 중에는 물론이고 개발이 종료된 이후에도 먼지가 발생할 수 있다. 물이 스며들지 않는 한강 둔치가 현재 그렇다.

 

한국형 뉴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중앙정부의 개발만이 아니다. 인천도 숱한 개발계획으로 기축년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독립적인 학자의 분석을 요리조리 뜯어보아도, 경제성이 있을 법하지 않은 경인운하도 곧 착공할 태세일 뿐더러 예정된 재개발과 재건축은 백여 곳이 넘는다. 당초 인천시민과 약속한 2기를 넘어 곧 4기가 본격 가동될 영흥도의 석탄화력발전소도 2기를 추가하겠다고 하니 먼지는 그만큼 늘어난다. 송도신도시 추가매립과 조력발전까지 본격화된다면 인천시는 바다에서 육지 곳곳까지 이는 먼지로 뒤덮일 거고, 그 먼지는 시민의 폐 속에 깊이 가라앉을 개연성이 아주 높겠다.

 

PM10으로 정의하는 환경규제 물질이 있다. 100만분의10미터 이하의 먼지를 말하는 것으로, 입자가 작아 코나 기관지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 PM10이 허파에 축적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환경부는 하루 평균 1세제곱미터에 150마이크로그램, 1년 평균 70마이크로그램 이하를 기준치로 정해 규제하는데, 관련 연구자는 PM10이 1입방미터 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하면 30대 이상 성인의 수명이 1년 이상 단축되고 호흡기 질환이 3퍼센트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성인이 그 정도이니 어린이나 노인은 그 이상일 것이다.

 

도시에서 PM10은 공장 굴뚝과 경유 자동차에서 많이 배출된다. 그래서 시당국은 집진기와 저감장치를 달아 발생을 최소화하고 버스는 천연가스 사용을 적극 권유하지만 토목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억제하기 어렵고 석탄화력발전소가 누적될수록 발생하는 먼지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공장과 대형트럭이 유난히 많은 인천은 PM10의 기준이 초과될 가능성이 높을 텐데, 전문가는 공사현장에서 반경 2킬로미터 이내는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그렇다면 기축년에 든 인천시민은 어디로 피신할 수 있을까. 인천을 벗어난다고 안전하기는 한 건가.

 

때를 같이하여 한국형 뉴딜정책을 전광석화처럼 시작해 질풍노도처럼 펼치려는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대기질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천명했다. “미세먼지 총량관리제 실시 보류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총량제 적용대상 사업장 기준 재조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9년 경제운용 방향’을 지난해 12월 내놓은 기획재정부는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미세먼지 할당을 유보하고, 내년 7월부터 3종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한 배출총량제 적용사업장의 기준을 완화하는 쪽으로 재조정할 방침”을 세웠다는 거다. 정부는 기존 규정을 따를 경우 사업장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그 때문에 늘어나는 소비자의 의료비는 누가 부담하고 줄어드는 시민의 수명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먼지가 이는 환경에서 진화하지 않은 사람의 호흡기관은 PM10과 같은 미세먼지의 축적을 견뎌내지 못한다. 몸이 건강해야 소비도 건강한 법이거늘, 돈벌이를 위해 건강을 희생하라는 우리 정부는 시대에 역행한다. 기축년의 정부 정책에 발맞추자면, 인천시민의 폐는 특히 더 튼튼해야 한다. (인천e뉴스, 2009년 1월 8일)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9. 1. 3. 00:03

 

기축년 소가 바통을 이었다. 무자년 쥐가 그랬듯, 연말이 되면 만신창이가 된 채 경인년 호랑이에 넘기겠지. 어찌되었든, 투명한 하늘 아래 허파를 시원하게 씻는 공기로 출발한 새해는 아직상쾌하다.

 

기축년의 화두도 여전히 경제다. 전국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을 한국형 녹색 뉴딜정책이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이 시작돼 질풍노도(疾風怒濤)처럼 강행될 태세다. 때를 같이하여 ‘2009년 경제운용방향’을 내놓은 기획재정부는 미세먼지 총량 관리제 실시를 보류하겠다고 전했다. 사업장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건데, 질풍에 휩쓸릴 먼지는 노도와 같이 일어 현재와 미래의 유권자와 우리 강산의 모든 생명체에 견디기 어려운 부담을 안길 게 틀림없겠다.

 

얼마 전, 방콕에서 6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한 나이트클럽 화재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화재가 그렇듯, 사망자는 시커먼 연기에 질식해 쓰러진 이후 화마에 휘감겼을 거고, 부상자도 화상보다 질식이 심각했을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먼지가 호흡을 곤란하게 했을 텐데, 화재로 인한 시커먼 먼지는 누구나 피하려 노력한다. 많은 사람은 탈출해 사고를 면할 수 있지만 생활권의 보이지 않는 먼지는 그렇지 못하다. 모르는 사이에 폐에 쌓여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기축년은 다른 해보다 ‘PM10’, 다시 말해, 1밀리미터의 100분의 1정도의 먼지가 건강을 걱정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운하를 염두에 두었다는 세간의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않고 전광석화처럼 벌일 4대강 정비사업 지역에서 특히 극성이겠지만, 전국이 공통일 게다. 경제 소생을 핑계로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때다 싶게 멀쩡한 건물을 때려 부수고 녹지를 훼손할 준비를 마친 상태가 아닌가. 기축년의 전국 대기가 PM10으로 뒤덮일 징후는 바야흐로 농후하다.

 

PM10처럼 작은 먼지는 코와 목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고 폐에 들어가는데, 폐는 그처럼 작은 먼지에 적응된 구조와 기능을 갖지 못했다. 오염된 환경에서 진화되지 않은 관계로 작은 먼지는 허파꽈리와 뭉쳐 축적되며 호흡을 방해한다. 탄광 노동자의 진폐증을 생각하면 좋겠지만 생활권의 PM10은 진폐증과 달리 이렇다 할 증상이 없이 수명을 단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입방미터 당 10마이크로그램이 증가할 경우 성인의 수명이 1년 이상 단축하고 호흡기 사망률이 3퍼센트 이상 증가한다고 전문가는 주장한다.

 

인구가 드문 지역에 거대한 토목공사를 벌인 뉴딜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지만 그건 1930년대 미국이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발굴하거나 낡은 사회간접시설을 개보수하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코드가 맞을 거로 기대하는 우리 대통령과 달리 반대의견을 묵살하며 전광석화니 질풍노도 따위로 유권자에게 으름장 놓지 않았다. 그래서 상쾌하게 출발한 기축년이 걱정이다. PM10이 수명을 단축할 농도로 퍼질 반경에 인구가 조밀한 까닭이다. (경향신문, 2009.1.21)

뉴딜정책중에 일부분이 토목공사였지요. 건설현장 출신의 대통령눈에는 토목공사만 보이는 게지요. 걱정이 태산입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