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0. 9. 23. 17:58

 추석을 앞둔 요즘, 짙어지는 파란 하늘은 하얀 구름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감과 밤이 익어가며 가을이 무르익는다. 곧 기러기들이 찾아오겠지. 유난히 길었던 올 장마가 그쳤어도 빗방울은 멈추지 않지만, 계절의 변화가 분명하니 고맙기 짝이 없다. 다가올 겨울에 어떤 이변을 벌어질지 불안하더라도 가을은 일단 편안하다. 고층빌딩 숲으로 비좁아진 도시의 하늘 아래에서 가을을 반긴다.

 

사실 인천 하늘이 아무리 맑아도 가장자리는 불그죽죽하다. 코로나19로 번잡했던 인천공항은 크게 진정되었다. 산업단지의 공장 가동도 주춤했지만, 인천의 바닷가를 차지한 거대한 석탄화력발전소와 간선도로를 메우는 자동차들은 여전히 배기가스를 내뿜는다.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내연기관이 멈추지 않았으니 대도시의 하늘과 저녁노을은 명징하지 않다. 이맘때 가평 유명산은 파란 물이 뚝뚝 덜어지는 하늘을 보여주겠지? 흑산도는 수평선 불태우며 내려앉는 석양을 선보이리라.

 

지난 97푸른하늘의 날을 맞아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임기 내에 추가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푸른하늘의 날?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개최한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한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대통령이 20199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다시 제안해서 12월 공식 채택된 기념일이라고 한다. 정식 명칭은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으로, 1주년을 맞아 발표한 대통령의 약속으로 미세먼지를 상당히 배출해온 낡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머지않아 사라지겠지.

 

나아가 대통령은 2034년까지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폐쇄하고, 대신 2025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전기를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약속이 실현되면 발전소가 원인인 미세먼지는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태우는 자동차를 줄이지 않는다면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폐쇄되는 만큼 설비를 개선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다면 미세먼지 개선 효과는 무너질 것이다. 게다가 굴뚝으로 배출되는 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는 설비를 개선해도 걸러낼 수 없다.

 

푸른하늘의 날 1주년 기념사에서 대통령은 기후변화도 언급했다. 코로나19와 연거푸 3차례나 닥친 태풍을 기후변화가 초래한 재난의 사례로 들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해야 할 필요를 강조한 것이다. 다행인데, 석탄화력발전소 30기의 폐쇄로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아쉽게 석탄화력발전소 신축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안전한 에너지를 언급했지만, 핵발전소의 폐쇄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번 태풍으로 우리 핵발전소 6곳이 멈췄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전에 없는 기상이변을 일상화하는데, 내년에 어떤 태풍이 얼마나 다가올까? 그 대책도 시급하다.

 

사진: 제주도 남쪽 해안의 풍력단지.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환경단체는 한국을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한다. 그도 그럴 게, 자국에 짓는 것으로 모자라는지 다른 나라까지 가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세우지 않는가? 기후위기를 넘어 인류와 생태계의 멸종을 염려하는 해외 환경단체는 우리 대통령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선언을 어떻게 바라볼까? 유럽 국가 대부분은 내연기관 가진 자동차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자국 자동차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는 우리나라를 미덥게 여길까?

 

우리나라의 재생 가능한 전기 생산량은 3% 내외에 불과하다. 풍력이나 태양광 전기를 3배 이상 늘려도 50%를 넘나드는 다른 국가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량에 비교할 처지가 못 된다. 푸른하늘의 날을 제안한 국가답지 않다. 대통령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분야에서 66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풍력이나 태양광 일자리는 화력이나 핵발전 분야보다 3배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환경단체는 주장한다. 그것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핵발전소 규모로 새만금 일원에 태양광 발전을 집중하기보다 동네 지붕과 아파트 베란다마다 태양광 패널을 붙인다면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환경단체는 정부에 그린뉴딜을 촉구하는데,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로 화답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3배 확대에서 그칠 수 없다. 낡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그칠 게 아니다. 멀쩡한 석탄화력발전소도 폐쇄하고 모든 핵발전소를 서둘러 폐로하면서 동시에 재생 가능한 전기 생산을 30배 이상 늘릴 수 있어야 옳다. 바람직한 일자리의 획기적 창출은 물론이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뿐인가? 핵발전으로 인한 방사능 확산 위험성과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인다. 전문가는 우리의 햇빛과 바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요구한다. 생태계의 안정을 해치는 파국적 개발을 멈추고 생존을 위해 훼손된 자연을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이후에 다시 엄습할 제2 3의 코로나를 예방하려면, 우리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위주의 사용에서 그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낭비를 현저히 줄여야 한다. 핵발전소 6기가 한꺼번에 멈춰도 남아도는 전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 산업 설비와 가전제품의 효율화에서 더 나아가 절약으로 전환해야 한다. 많이 불편해도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수도권의 하늘은 전국, 세계의 하늘과 연결돼 있다. 하늘이 푸른하늘을 기념하는 날 하루만 맑을 수 없다. 요즘의 맑은 하늘이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겨울과 여름으로 이어져야 한다면 우리는 코로나19와 기상이변을 부른 우리 삶을 반성하며 돌이켜야 한다. 멀지 않은 후손의 생명이 달린 일이다. (지금여기, 2020.9.21.)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20. 7. 17. 23:29

며칠 전 한 텔레비전 뉴스는 5천만 원 상당의 전기차 소유주가 소화전의 공용전기로 충전하는 모습을 취재했다. 열악한 전국 전기 충전소 현황도 보도하며 친환경차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비판했는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를 친환경으로 규정했다.

 

형태가 비슷한 전기차는 가솔린차보다 무거울까? 모르겠지만, 한 차례 충전으로 가솔린차만큼 긴 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모델이 나왔단다. 그렇다면 소비 전력의 총합이 일반 자동차의 휘발유 열량보다 많을 텐데, 충전 비용이 주유 요금보다 현저히 적다. 소화전 전기를 슬쩍한 전기차 소유주는 전혀 가난하지 않을 텐데, 죄의식이 알뜰하기보다 사회의식이 천박한 건지 모른다.

 

<사진> 전기차 충전 모습. 주로 도시의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는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최소화된다고 주장하지만 도시에 한정한다. 연료를 채굴 제조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도시 이외로 전가할 뿐 아니라 차체와 부품, 소모품의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아스팔트 도로에 의한 문제도 축소되지 않지만, 관련 자본은 정부에 보조금과 더불어 친환경이라는 명칭을 요구하고 생각 짧은 언론은 그에 호응한다. (사진은 인터넷 자료)

 

이상하다. 석탄 같은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전기를 적지 않게 소비하는 자동차의 충전 비용이 어떻게 휘발유보다 저렴할 수 있는가? 털실보다 스웨터의 가격이 저렴한 형국이 아닌가? 전기차에 공급하는 전력요금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보조금이 있기 때문일 텐데, 그 보조금은 세금일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구입할 때 정부는 보조금을 제공한다. 그만큼 온실가스 발생이 줄어든다면 보조금에 담긴 세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럴까? 내연기관이 없는 전기차는 도로에 온실가스를 내놓지 않지만. 화력발전소의 거대한 내연기관에서 막대하게 토해내는 온실가스의 발생을 그만큼 늘리고 기후위기를 부추긴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라면 모를까, 대체로 전기치는 온실가스 부담을 화력발전소 주변에 전가한다.

 

전기차의 차체는 철판이고 실내는 화학섬유로 가득하다. 철광석이든 고철이든, 자동차에 사용하는 철판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물은 얼마나 될까? 배터리는 희귀한 금속이 주요 재료다. 채굴할 때 막대한 에너지를 동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2천만 대에 가깝다는데, 연료를 화석에서 모두 전기로 바꿔도 도시의 대기가 겉보기 깨끗해지는 효과 이외의 긍정적 측면은 없다.

 

유럽의 여러 국가가 적어도 2040년까지 화석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을 퇴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화력발전소도 퇴출 대상인데, 우리는 화력발전소를 계속 늘리므로 기후악당국가라는 비아냥을 받는다. 태양이나 바람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우리도 서둘러 기후악당국가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자동차는 어떡하나?

 

전기나 수소차가 아니다. 대중교통망 확충보다 훨씬 좋은 방법은 자동차를 없애는 것인데, 불가능할 거라고? 그렇다면 최대로 줄이자. 이동할 필요가 없는 도시와 마을이 대안이다. 간디는 70만 개의 마을로 구성된 인도를 생각했다. 마을에서 음식, 에너지, 교육과 돌봄까지 최대로 자급한다면 자동차는 거의 불필요하겠지. (갯벌과물떼새, 2020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