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07. 11. 6. 23:54
 


『기후 창조자』, 팀 플래너리 지음, 이한중 옮김, 황금나침반, 2006.



올해 노벨평화상은 미국의 엘 고어와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를 공동 수상자로 받아들였다. 대통령에 출마하기 전 『위기의 지구』를 썼고, 떨어진 후 『불편한 진실』을 펴낸 엘 고어는 환경을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불편한 진실』 출간 이후 유권자인 시민들 앞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강연을 할 때, 미 공화당은 엘 고어를 불편해 했다. 그는 평균 미국인보다 20배나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면서.


엘 고어가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온갖 억압을 무릅쓰고 아프리카 사막에 나무를 심어온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에게 2004년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이래 국제사회가 본격적으로 환경과 기후변화를 평화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관련된 과학적, 기술적 사실에 대한 평가를 제공하고 국제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는 1990년부터 올 2월까지 지구온난화와 그에 의한 해수면 상승에 대한 실체적인 보고서를 4차례 펴낸 바 있다.


유럽 언론들은 오래 전부터 기후변화를 주목해왔는데, 우리는 어떠했던가. 기후변화 속도가 타 지역보다 두 배나 빠르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남의 일처럼 보도하는 우리는 북극해에 드러난 작은 육지가 어느 나라의 영토인가 흥미로워할 뿐, 녹는 북극의 경고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북극이 녹자 유럽행 항로가 가까워졌다는 걸 기뻐하며 위성사진으로 남북한의 밤하늘을 비교하는 도널드 럼스펠드 전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뿌듯해할지언정 질겁하지 않는다.


우주에서 인간은 어디에서나 살 수 있을까. 아니다. 과학기술을 앞세우는 한, 아무 곳에서도 스스로 살아가지 못한다. 팀 플래너리의 말처럼 자동온도 조절장치가 14도 정도로 맞추어진 지구에서 지난 1만년 동안 제 환경을 스스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10배 빨리 녹는 빙하를 보고 『기후 창조자』를 쓴 팀 플래너리는 100만 년 이래 최고로 농축된 지구의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70퍼센트 이상 줄여야 한다면서 독자들의 부족한 인식보다 특정 이해관계를 가진 자들의 방해공작을 걱정한다.


팀 플래너리가 언급한 특정 이해관계는 무엇일까. 엘 고어보다 부시에게 많은 정치자금을 제공한 석유자본의 이해가 아닐까. 지구온난화는 농축된 이산화탄소 때문만이 아니라며 과학기술 발전으로 매장된 석유를 더 끌어올릴 테니 소비를 만끽하라는 이른바 ‘회의주의자’들의 선동이 그 일환일 것이다. 한데 팀 플래너리는 낙관론자임에 틀림없다.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게 진행되기 전에 지구의 경고를 귀담아 듣자면서, 행동할 수단을 제시하며 우리를 부추긴다.


기후변화와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동시에 조명하는 팀 플래너리는 지구가 처한 기후변화의 전모를 주목한다. 제임스 러브록이 46억 살 된 생명체로 해석하는 지구의 생존 기반을 설명한 다음, 가장 늦게 나타난 사람의 교만으로 생존 기반이 위태로워진 지구의 실상을 둘러본다. 사람의 교만이 계속될 경우 심화될 지구의 고통을 그리며 반성하지 않는 사람의 태도를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지구를 위해 남은 지푸라기는 무엇인지 모색한다. 결국 독자의 행동을 독려하는 것이다.


태양계에서 지구만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일하게 가지는데, 그렇게 된 일련의 우연은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수 억 년 전 교묘하게 만들어진 화석연료도 그중 하나이건만 본격적으로 사용한 지 수 백년 만에 그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석유가 사라지면 우리는 어떤 수단을 강구할 수 있을까. 바이오에너지? 그러자면 곡물의 생산량을 50퍼센트 이상 늘여야하지만 수많은 자료를 검토한 팀 플래너리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1992년 세계 정상은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에서 기후와 생물종 다양성을 보전하자고 결의했는데, 기후변화는 생물종 다양성을 위축시킨다. 생물이 없어진다고 사람의 삶에 무슨 변고가 발생할까. 물론이다. 생태계의 산물인 사람은 생태계의 안전성이 아직 견딜만하기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생물종은 급격히 자취를 감춘다. 팀 플래너리는 아마존의 황금두꺼비를 주요한 예로 들지만 그 목록은 길다. 바다 생물의 기반인 산호와 플랑크톤의 감소와 변화는 결국 그 환경에 적응된 사람의 생존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지표면에 생물이 사라지면 백화현상이 생기고, 백화현상으로 햇살이 늘어나는 지구는 더욱 더워진다. 악순환이다. 이런 현상은 남반구에 가뭄과 북반구에 홍수를 빈발하게 하는데, 올해 우리에게 유난히 비가 많았다. 댐이 마르거나 넘치면 마실 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섭씨 13.7도에서 안정되던 기온이 100년 이후 6도 이상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그래프는 하키스틱처럼 보인다. 100년 전보다 0.6도 상승한 지구의 요사이 기상이변도 참기 어려운데, 앞으로 닥칠 후손의 삶은 어떨까. 팀 플래너리는 이런 추세로 2050년이면 천재지변은 없고 사람 때문에 발생할 재앙만 있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도처의 생태자원이 소멸하는데 우리가 자랑하던 생태와 문화유산은 남아날 수 있을까. 멕시코만 난류가 약화되거나 중단된다면? 영국은 불모지가 될 것이다. 아마존 우림이 사라지고 심해저와 시베리아 땅 밑에 저장된 탄소가 일시에 배출된다면? 감히 생각하기 싫은 사태를 빚을 것이다. 지구의 절반을 감싼 과거 빙하의 높이를 상상해보라. 그런데도 사람은 좀처럼 에어컨을 끄지 않는다. 집 시원하자고 지구를 익히는 꼴이라며 팀 플래너리는 고개를 흔든다.


오존층을 파괴해 자신의 백내장을 증가시킨 ‘온실 속의 사람’은 몬트리올 의정서와 교토 의정서를 작성하며 세계인에게 약속을 다짐하지만 구속력은커녕 설득력조차 없다. 어이없게도 방사선 내뿜는 핵을 주장하거나 허상에 불과한 수소에너지를 들먹이는데 그친다. 우주에 커튼을 설치하자고 황당하게 제안한다. 무책임하다. 하지만 모든 대안이 멍청한 건 아니다. 팀 플래너리의 제안은 자연스러움이다. 수 만년 이상 사용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면서 효율화된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행동이다. 한데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아파트단지가 지역난방으로 바뀌자 실내가 작년 겨울처럼 덥지 않다. 한 세대 전, 자리끼가 어는 겨울에도 끄떡없었던 우리는 요즘 사시사철 감기를 달고 산다. 덥고 오염된 대기에 감싸인 후손이 내내 건강하려면 우리는 행동해야 하고, 그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기후 창조자』가 그 당위성을 안내한다. (출판저널, 2007년 12월호)

<기후 창조자> 이 책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배울 내용이 많네요.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를 읽으면서도 많이 생각했습니다.
자주 오겠습니다.
울 막내는 온난화에 대한 두려움을 아주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편한 진실>에서 나온 가열되는 컵 속의 개구리가
바로 우리의 모습. 정신 차려야 하는데요...
담아가요.
어제 숲연구소에서 선생님 강의를 잘 들었습니다.
정말 ‘불편한 진실’들을 언제까지 책에서나 강의실 안에서 불편하게 자각만 하고 있어야 하는지 늘 답답하기만 합니다.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더디고 파급효과가 미미해서 성급한 저는 정치하는 사람(엘 고어 같은)의 의식이 먼저 바뀌기를 기대해 봅니다만...
선생님의 건필에 이나마 의식이 열려져 가는 사람들 있다는 거, 위로가 되시길...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