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12. 17. 00:27

 

찬반 양측이 해수담수화한 수돗물을 마신 뒤, 반응을 내놓았다. 해수담수화를 찬성하는 이는 시원하다 했고 반대하는 이는 짜다며 상을 찡그렸는데, 정책결정자는 누구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까. 두 의견은 모두 의도를 갖고 접근했기 때문에 의미를 잃는다. 이때 이중맹검법이 유효하다. 내주는 이와 마시는 이 모두 어떤 물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의견을 묻는 일이다. 수돗물불소화가 안전하다는 주장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 추진측의 의지로 편집한 결과라면 합리적인 설득력이 없다.

 

김유성 인천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수돗물불소화에 대한 지상논의를 재개했다.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불소의 위험성이 속속 드러나므로 환영한다. 한데 얼굴을 마주보지 않더라도 논의에 교양과 예의를 갖춰야하건만 그는 논의 상대의 주장을 왜곡했다. 11.4ppm의 불소가 녹은 지하수를 2년 동안 마신 강릉시 한 마을의 모든 어린이의 이가 부스러지거나 구멍이 났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했고 추진측이 제안하는 0.8ppm의 불소화합물을 넣어도 불소가 몸에 축적되는 만큼, 오래 마시면 민감한 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외면하지 않아야 했다. 한데 그는 그 지적을 왜곡했다.

 

접촉하며 이를 단단하게 하는 불소는 마시면 몸에 독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과학적 안전이 확인된 만큼의 불소를 양치액에 섞는데 찬성하지 않지만 반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나 마시는 수돗물에 넣는 걸 특별히 반대하는 거다. 양이 작아도 민감한 체질에 치명일 수 있으므로. 불소화 기간이 길어지자 치명성을 밝히는 논문이 계속 발표되지 않은가. 임산부와 노약자, 뼈가 부드러워야 하는 어린이, 심지어 갓난아기까지 마시게 하는 일은 범죄행위에 가깝다. 도대체 어느 민주주의가 식수에 독극물을 강제로 넣는가.

 

김유성 처장은 불소의 안전성을 환경운동연합과 대한의사협회의가 주장했다는 문건을 금과옥조처럼 제시한다. 하지만 당시 문건은 이중맹검법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하지 않았다. 수돗물불소화를 주장하는 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민감할수록, 과학적 논의가 부딪힐수록, 이중맹검법으로 투명하게 조사해야 온당하고 그 결과를 공정하게 수용하는 게 과학의 민주주의다.

 

펜실베이니아 주 도노라 계곡 대기오염 사건의 미 정부 측 조사결과는 억압으로 왜곡되었다는 건 이미 상식이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는 그 지역의 에어컨에서 1,000ppm 이상의 불소를 발견하고 사망자 혈액에 일반 수준의 20배 가까운 불소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불소로 하룻밤에 1000명이 사망했다고 쓴 본지 127일자 문구는 성급한 기억을 차용한 실수라는 점을 독자에게 사과하면서, 당시 도노라 계곡의 마을에서 하루만에 20, 일주일 안에 50명 이상이 더 사망했고, 지역주민의 절반 이상이 불소로 인한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았다는 사실을 새삼 직시하고자 한다.

 

도노라 계곡과 비슷한 벨기에 뮤즈 계곡 사건은 명백하게 불소가 원인 중의 하나로 밝힌다. 미국과 유럽의 차이다. 인터넷에 인체불소를 입력해보라. 독립된 자료일수록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수돗물에 불소를 넣지 않는다. 수돗물불소화와 충치 발생의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으므로 거부한다. 독극물을 강요하지 않아도 충치를 예방할 안전한 대안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김유성 처장은 60개국에서 안전을 확인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국가의 많은 시민과 과학자들은 안전성을 심각하게 의심한다. 미국조차 거부하는 시민이 절반에 가깝고, 계속 늘어난다. 최근 자료를 다시 살펴보면 60개국이 아니라 세계 30개 국가 미만에서 불소화를 실시하고, 불소화하는 국가라 해도 일부만이 마시는 것으로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치명적인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포기한 거다.

 

불소화 반대측이 여론조사를 반대한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는 김유성 처장은 논의를 생략하고 시행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보채지만, 일방적인 문구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더 큰 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불소화 추진측에서 주도한 여론조사는 신빙성을 결여한다. 당시 문구를 공개하면 통계학자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공정한 논의가 합리적으로 반영된 여론조사를 환영하면서, 수돗물은 가장 깨끗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강조한다. 정 원하는 이가 있다면 그가 불소를 섞어 마실 수 있도록. (인천신문, 2010.12.?)

 
 
 

도시·인천

디딤돌 2010. 11. 30. 15:20

 

2006년 12월 18일,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의 한 농촌마을 아이들이 집단으로 불소중독증에 걸려 충격을 주었다고 MBC 뉴스데스크는 보도했다. 마을의 모든 어린이 치아가 노랗게 변색되더니 내려앉고, 구멍나면서 부서져 치료가 불가능했다는 것으로, 11.4ppm 농도의 불소가 녹은 지하수에 원인이 있었다. 태풍 매미가 휩쓴 뒤 급격히 불소 농도가 늘어난 지하수를 2년 넘게 마신 것이다. 당시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는 불소가 뼈에 침착되면 잘 깨질 수 있다고 증언했다.

 

11.4ppm이라면 수돗물에 넣겠다는 불소 농도의 15배가 못된다. 불소는 몸에 축적되므로 불소화된 수돗물을 30년 이상 마시면 민감한 시민의 경우 이가 부서지고 뼈가 깨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돗물이 불소화된 지역의 노인에게 골절이 발생하고, 불소로 약해지고 딱딱해진 노인의 뼈는 수술로도 붙지 않아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간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소화의 치명적 부작용이 속속 드러난 것이다.

 

주기율표 17족의 할로겐 원소인 불소는 반응성이 가장 커 화합물 상태로 존재하는데 수돗물에 넣는 불소화합물은 알루미늄제련공장이나 인산비료공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다. 그 화합물은 지하수에 들어 있는 불소보다 훨씬 불안정해 물에 닿으면 격렬한 반응을 보이므로 몸을 위험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제철공장에서 도노라 계곡으로 불소화합물이 배출되자 하루 사이에 천여 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훨씬 많은 시민이 평생 불구로 지낸 사건은 낮은 농도의 불소도 얼마나 위험한지 잘 웅변한다.

 

지난 달 말, 인천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유성은 <건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수돗물불소화’>라는 글을 본지에 기고했다. 같은 달 23일 필자가 본지에 기고한 <건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돗물불소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김유성은 인천에서 16년 동안 수돗물 불소화 사업이 제기되었고 60여개 시민단체가 ‘인천불소시민모임’을 만들어 인천시와 시의회에 청원하며 알릴만큼 알렸으니 이제 여론조사를 거쳐 수돗물 불소화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소수 때문에 대다수 의견이 묵살되면 민주주의가 아니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58개 국가 3억6천만 명이 불소화된 수돗물을 마신다고 주장했다.

 

김유성은 필자에 지상 논쟁을 제안한 것으로 본다. 공개된 논쟁은 바람직하다. 논의가 충분했고 대다수 시민들이 수돗물 불소화를 찬성한다고 김유성은 주장했지만 안타깝게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65년 동안 세계에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진행했지만 반대 논의도 그 역사를 가진다. 주둔 미군을 제외하고, 58개 국가 중 시민 대다수가 불소화된 수돗물을 마시는 국가는 얼마나 되나. 수돗물을 공급하는 국가 중 고작 3억6천만 명이 수돗물로 불소를 마시지만 불소의 실상을 나중에 안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왔다. 그 결과 불소화 사업이 곳곳에서 취소되지 않은가.

 

불소의 치명적 위험성 때문에 수돗물 불소화를 반대하는 거다. 스치며 이를 단단하게 하는 독극물을 왜 굳이 마셔야하는가. 사람에 따라 0.8ppm 농도라도 위험할 수 있다는 논문은 무시하면 안 된다. 논문은 양보다 질이다. 김유성은 미 보건당국은 수돗물 불소화 반대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으며 양심 있는 과학자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는 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장담하지만 불소의 위험성을 명명백백하게 밝힌 뒤 투명한 논의를 민주적으로 진행하고 결정한다면 미국의 수돗물 불소화 사업도 속속 취소될 것이다.

 

민감한 사항일수록 불편부당하며 투명한 논의를 충실하게 펼친 후 참여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결정해야 올바른 민주주의다. 이제까지 수돗물 불소화 과정은 전혀 투명하지 않았다. 여론조사도 왜곡된 문구로 일방적으로 실시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시 여론조사 문구를 공개해야 한다. 시민단체 대표답게 김유성은 민주주의를 언급했는데, 민주주의는 전체주의가 아니다.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하는 다수결이 아니다. 수돗물 불소화 찬성 단체를 압도하는 시민의 의견을 소수로 몰 수 없다.

 

수돗물 불소화 논의는 다시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 일방적인 여론조사로 수돗물에 독극물을 넣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반하므로 공개적인 논의를 제안한다. 따라서 인천시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예산을 서둘러 책정하면 안 된다. 유권자가 두렵다면 자식을 키우는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논의를 위한 예산부터 마련하라. (인천신문, 20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