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5. 11. 5. 09:40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돈 내고도 볼 일이라 했다던가. ‘기무치’라는 상표로 약삭빠르게 종주국이 될 뻔 했던 일본은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다는 양국의 발표가 빚은 한국과 중국의 김치 교역 갈등을 재미있다는 듯 구경하고 있다. ‘김치전쟁’이라고 명명하고서.


문제가 된 중국의 한국 수출용 김치공장은 우리 기술로 김치를 담갔고 대부분 한국 자본이 전액 또는 합작 투자했다. 그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다고 호기 있게 발표한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이후 식약청)은 이번에도 대박을 터뜨렸다고 내심 뿌듯해 했을지 모른다. 한국에서 잇따르는 중국산 농수산물 농약 오염 뉴스로 심기가 몹시 불편한 중국 당국이 발끈해 하는 것과 관계없이, 국내외의 소비자들이 “역시 중국의 식품 위생은 미개해!” 하며 식양청의 위생관리 수준을 자랑스레 여기리라 기대했을지 모른다.


한국산 김치에도 기생충 알이 있다고 중국이 역공할 때만 해도 식양청과 식품회사들은 기고만장했다. 인분을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에 수출한 적도 없다며 떳떳해하면서, 중국 당국이 증거로 내세운 김치의 상표가 위조된 것으로 보아 ‘짝퉁’일 거라며 오만한 자세를 취했다. 우리 언론도 동조했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의 김치를 조사하니, 이런! 기생충 알이 나왔다. 망신이다. 망신은 ‘이쁜짓’에 재미 붙이려다 넘어진 식약청에 국한하는 건 아니다. 일본의 기무치와 일전을 벌인 후 옥스퍼드 사전에 당당히 올랐다고 자랑스러워했던 시민들과 ‘김치’의 대망신이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대기업 제품은 아니란다. 그리고 안심하란다. 기생충 알이 미성숙 상태이므로 인체에 무해하단다. 중국산 김치에서 나온 기생충 알의 위험성을 비장하게 환기시키더니, 슬그머니 중국 기생충 알도 별 게 아니란다. 감염될 가능성도 없지만 감염이 정 걱정스러우면 구충제 사먹으면 된단다. 어떤 시민단체는 식약청 정문에서 아까운 김치를 내던지는 퍼포먼스를 감행했지만 이제 식약청의 권위는 나뒹구는 김치 쪼가리보다 형편없게 내동댕이쳐졌다.


김치를 우리보다 많이 수출하는 중국이나 종주국을 자처하는 우리나, 세계 시장에 김치를 내다팔기 어려워졌을지 모른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르는 초등학생의 김치 소비량은 아직 큰 변화가 없다고 급식 담당자는 이야기하지만 일반 식당에 앉은 시민들의 반응은 다르다. 이제 집에서 담근 김치만 먹겠다는데, 장 담그는 법을 알지 못하는 주부들이 김치를 제대로 담글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김치 원료인 배추와 파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던데, 집에서 담근들 안심할 수 있을지. 역시 모를 일이다.


식약청은 이번 파동에서 검출된 기생충 알은 가축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축산분뇨를 사용했거나 끈 풀린 개가 배추밭에 똥을 누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 그럴까. 인건비도 비싼데 기생충 알 있는 축산분뇨를 뿌리는 농가가 여태 있을까. 요즘 가축은 유전자조작 곡물사료만 먹는다던데. 개회충에 감염된 그렇게 많은 개들이 배추밭을 제 변소로 삼았을까. 식약청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지만, 그 사실여부보다 두려운 것이 있다. 이러다가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는 건 아닐까. 겨우 싹트는 유기농업이 고사되는 건 아닐까.


선생님께 제출해야 했던 채변봉투가 초등학교에서 사라진 이후, 우리나라의 기생충은 가축에게 한정되는 줄 알았다. 야생동물과 민물고기를 날로 먹거나 개 대변을 치우지 않는 이웃으로 인해 재수 없이 감염되는 줄 알았다. 그 기생충이 우리 김치에도 있다는 소식은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준 모양인데, 사실, 알의 성숙 여부를 떠나, 기생충은 그리 무서운 존재는 아니다. 아토피가 더 무섭다. 치료가 막막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요즘 태어나는 아기의 약 80퍼센트에서 증세가 나타난다는 아토피는 원인도 분명하지 않으면서 이렇다 할 치료방법마저 없다. 새 건물과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유기화학제품이나 진드기와 미세먼지들을 원인으로 짐작하지만 살충제와 제초제에 오염된 농산물도 주요 원인의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들은 그런 물질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다. 엄마의 배속에서 전해졌을 것이다. 앞으로 농약 사용량이 증가하면 아픈 아이들은 더욱 늘어날 텐데, 어쩌나.


유기농업이 사라진 요즘, 도시든 농촌이든, 경작지로 가던 인분은 전부 바다로 투기된다. 수돗물과 섞여 분뇨처리장에 잠시 대기하다 공해상에 버려지는 막대한 인분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그 물고기의 일부는 우리가 먹지만 바다는 오염을 피할 수 없다. 적조 발생에 기여할 뿐 아니라 어족자원도 크게 줄일 것이다. 인분을 충분히 발효시켜 거름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똥 살리기 땅 살리기』를 쓴 유쾌한 농부 조셉 젠킨스는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한 동북아시아를 부러워한다. 숙성과정을 거치면 기생충과 미생물이 사라진 인분으로 훌륭한 유기질 퇴비를 만들 수 있다며 그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평화로 인도하는 대안이다. 인분은 물론 축산분뇨까지 잘 활용하면 아토피 환자도 줄이고 농부와 땅의 건강도 되찾게 될 수 있을 것이다.


30여 년 전 우리 정부는 돼지 분뇨에서 매탄가스를 뽑아 농가의 취사에 사용하고, 분뇨를 유기질비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성공적으로 연구한 적 있다. 어마어마한 축산분뇨와 함께 전 국민이 날마다 배설하는 인분을 잘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남은 퇴비를 농가에 무상이나 실비로 제공하는 방법을 연구해 낼 수 없을까. 그러면 아토피 환자도 줄어들고 기생충 알이 묻는 배추도 사라질 텐데. 김치전쟁이 더는 발발하지 않을 텐데.


일본이 재미있어 하는 것과 관계없이 이번 갈등은 무난히 해결될 것이다. 걱정은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의 증가다. 자연계의 모든 짐승들은 기생충과 공생해왔다. 얼마 전까지 우리도 그랬다. 자연에 없는 물질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아토피는 최근 증상이 더욱 고약해졌고 환자도 급격히 늘어난다. 반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드물어진 기생충은 구충제로 간단히 해결된단다. 그 말이 옳다면 기생충과 아토피를 한 번에 줄이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환경미디어, 2005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