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1. 3. 8. 15:19

 

유난스럽던 1월 한파가 2월에 누그러들더니 3월 꽃샘추위가 동장군의 아쉬움을 달랜다. 겨우내도 물이 고이는 산록의 계단 논에 아침저녁으로 살얼음이 끼는 계절이 돌아왔다. 북방산개구리가 우는 절기, 경칩이다. 계양산 북사면을 흐르는 작은 하천에도 북방산개구리가 울 테고, 까만 점이 점점이 박힌 수북한 알덩어리들이 흩어지겠지.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만끽할 때를 맞은 것이다. 달리 말하면, 만물이 이 봄에 소생하지 못하면 생태계의 건강은 불안해진다는 의미일 수 있겠다.

 

꽃샘추위가 닥친다고 경칩에 나온 북방산개구리가 모두 얼어죽는 건 아니다. 지구의 공전궤도는 이맘때 태양광선의 밀도를 따뜻하게 높일 테니 시베리아 한랭전선이 이따금 세력을 확장해도 바람이 잔잔한 대낮의 양지는 얼음을 녹일 게 틀림없다. 그런 땅 속에서 추위를 잠시 피하는 북방산개구리들은 한밤중 살얼음이 낀 무논에 나와 열심히 짝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무논이 없어지면? 개구리는 알 낳을 곳을 잃는다. 꽃샘추위가 자주 반복된다면 알 낳을 시기를 못 찾는 북방산개구리들이 늘어날 게고 꽃샘추위가 가끔 지독해져 알이 얼면 올챙이는 부화되지 못한다.

 

사실 십여 년 전부터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시기가 앞당겨졌다. 산골마다 계곡을 따라 무논이 계단처럼 이어지던 1980년대, 경칩에 울어 젖히는 북방산개구리는 드물었다. 봄볕이 완연한 3월 말부터 기지개를 폈는데 요즘은 2월 중순이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아직 볕이 약한 시기라서 종종 얼어죽곤 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경칩이 지나자마자 세상은 여름날을 맞이하니 부화한 올챙이들은 개구리로 변태하기도 전에 천적들에 쉽게 노출된다. 그뿐인가. 여름에 나올 다른 개구리와 만나 생식능력이 없는 잡종을 만들거나 불필요한 경쟁이 유발된다. 이래저래 북방산개구리는 전에 없던 위기를 만났다.

 

최근 미국 버클리대학교 연구팀은 지구 생태계에 6의 대멸종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500년 동안 포유류 80종을 없앤 멸종행진은 앞으로 300년에서 2200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으리라 점쳤다는데, 6500만 년 전 운석 충돌로 비롯된 제5의 대멸종과 달리 이번 대멸종은 순전히 인간의 개발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제까지 지구는 분포하던 생물종의 75퍼센트를 잃은 대멸종을 5차례 겪었는데, 원인은 걷잡을 수 없는 환경변화였다. 멸종 과정에서 대부분의 개체들이 죽어나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칩이 지났어도 눈에 거의 띄지 않는 북방산개구리와 시베리아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아무르표범은 아직 멸종되지 않았지만 개체의 대부분은 사라졌다는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사람이 분류한 190만 종류의 생물 중에서 3퍼센트뿐인 포유류를 대상으로 연구한 한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먹이사슬의 위쪽에 위치한 포유류의 멸종은 시사하는 바가 큰데, 사실 제6의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은 진부한 구석이 있다. 많은 생태학자는 진작 경고해왔고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위원회’(IPCC) 보고서를 평가한 기후학자 그룹은 10년 이내에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00년 이내에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할 온난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2007년에 우려한 바 있다. 벌써 5년 전이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북극해에 얼음이 한겨울에도 생기지 않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고위도 지역에 눈이 과다하게 내리고 한파가 몰아쳤는데 전문가들은 그런 이변은 심화될 거라 예고한다. 적도의 라니냐가 우리 동해안으로 밀어낸 고온다습한 태평양 고기압이 확장된 시베리아 한파와 부딪히자 눈폭탄이 내린 올해의 현상이 일시적일지 누구도 점치지 못한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땅의 생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건 불을 보듯 명확하다.

 

벌써부터 학자들은 양서류 멸종행진을 염려한다. 습지가 마르고 대기가 건조해지자 마른 피부에 치명적 곰팡이가 퍼지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 북방산개구리는 내내 안녕할 수 있을까. 경칩이 벌써 지났건만 꽃샘추위는 왜 이리 매서운 걸까. (기호일보, 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