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8. 7. 7. 10:21
 

1960년대에서 1970년대, 내수면의 자원 확대를 위해 북미 원산의 블루길과 배스가 우리 하천과 저수지에 도입되었다. 그러자 우리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게 교란되었다. 이후 외래 동물을 유입하는 사례는 줄었지만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블루길과 배스는 파랑볼우럭이나 큰입우럭으로 불릴 정도로 친숙해졌다. 어느새 토착화된 것이다. 블루길과 배스는 싫든 좋든 우리 생태계의 일원으로 간주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짧은 시간 안에 블루길과 배스가 우리의 하천을 지배하게 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는 이미 파괴된 생태계에서 빈자리를 쉽게 차지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안정된 생태계였다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토종과 벌이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주장이다. 블루길과 배스는 대개 댐이나 농사용 보의 건설로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호수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쏘가리나 가물치가 터 잡기 전이었다. 쏘가리가 선점한 강 중류와 가물치가 터줏대감인 방죽에 블루길이나 배스는 세력을 펴지 못한다.

 

다른 설명도 끼어든다. 수십만 년 이상 고립되어 조화를 이루던 생태계에 갑자기 새로운 생물이 들어와 기존 지위의 생물을 밀어낼 경우, 생태계의 균형이 새로워지기까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동안 황소개구리가 그랬다. 이제 황소개구리는 사람의 제거 노력과 관계없이 전처럼 퍼져나가지 않는다. 아니, 황소개구리를 잡아먹는 포식자가 나타난 이후 조금씩 줄어든다. 난데없던 황소개구리를 기피하던 너구리가 마음을 바꿔 포식하기 시작했고 백로와 왜가리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푸짐하게 집어먹는다.

 

블루길과 배스도 이제 확산속도를 줄였다. 고립된 생태계에 굴러들어와 장악한 블루길과 배스의 어린 개체들을 쏘가리와 가물치가 잡아먹으며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기보다 생태계의 균형이 그렇게 정착했다고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앞으로 수달이 다 자란 블루길과 배스를 잡아먹을지 모른다. 그러면 최고 포식자의 지위를 차지한 수달이 생태계 균형을 새롭게 요구할 것이다. 희망사항일까. 우리가 수달을 보호해준다면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행히 수달은 아직 멸종되지 않았으므로.

 

“토종 불청객 ‘끄리’ 설쳐 몸살 앓는 낙동강.” 얼마 전, 한 일간지의 기사 제목이다. 낙동강의 한 지류에서 끄리가 나타났다는 거다. 그것도 피라미 다음으로 많게. 피라미와 끄리는 원래 낙동강에 없었던 물고기다. 서해와 남해안으로 빠지는 하천에 분포하던 피라미가 전국에 퍼진 것은 하천교란이나 사람이 옮겼기 때문이다. 한강이나 금강 중상류의 물길이 도로공사로 파헤쳐져 잠깐이라도 이어졌을 때 일부 개체가 옮겨가 퍼졌거나 사람이 옮겨 낙동강에서 월등한 지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면, 중하류에 사는 끄리는 어떻게 낙동강으로 갔을까. 하천교란보다 사람이 옮겼기 때문일 텐데, 문제는 끄리가 낙동강이 몸살을 앓아야 할 정도로 고유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점이다.

 

끄리는 피라미, 갈겨니와 참갈겨니, 왜몰개, 그리고 눈불개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피라미아과의 일원이다. 갈겨니 종류를 제외하면 모두 낙동강에 살지 않았건만 지금은 왜몰개마저 낙동강에 흘러들어갔다. 송사리보다 조금 큰 왜몰개는 사람의 관심이 적고 사는 곳도 낙동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무시할만하다. 법정 보호종인 눈불개는 워낙 드물어 논외다. 결국 낙동강의 생태계를 교란한 녀석은 피라미와 끄리인데, 이미 정착된 피라미는 더는 논란거리가 못된다. 언론이 지적했듯,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는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육식성 끄리가 요사이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중국을 포함하여 압록강에서 섬진강에 이르기까지, 큰 강에 분포하는 끄리는 20에서 30센티미터의 유선형 몸매를 가진 은백색 어류로 육식성 어류답게 다문 입술이 앙칼지며 눈매가 매섭다. 흐름이 빠른 여울을 좋아하지만 호수를 종횡으로 누비며 물고기를 먹어치워 루어 낚시꾼들이 반기는 어종이다. 강바닥을 호령하는 쏘가리와 달리 하천 표층을 빠르게 이동하는 끄리는 힘도 좋지만 가짜 물고기가 매달린 낚싯줄이 바위에 걸리지 않아 매력이다. 5월 물살이 빠른 금강과 한강의 주요 여울은 끄리 루어 낚시인으로 몰린다. 하지만 고기의 맛이 없어 양식업자가 선호하지 않는데 왜 낙동강까지 옮겨진 걸까. 손맛? 낙동강에도 손맛이 진한 물고기는 많다.

 

1992년 안동 동쪽의 낙동강 수계인 반변천을 틀어막은 임하댐에 양식을 목적으로 유입시키지 않았을 테지만, 동자개를 옮길 때 딸려왔을 것으로 학자들은 짐작하는데, 1996년 임하댐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끄리. 겨우 12년이 지났는데 낙동강을 지배할 줄이야. 한강에 많아야 5퍼센트 이하로 분포하던 끄리가 낙동강으로 진출하더니 15퍼센트 이상 늘어난 게 아닌가. 무려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하천도 있다고 하니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하지만 태극기를 꽂아야 할까. 우리의 토종, 끄리가 미국의 블루길과 배스를 밀어냈다니. 아니다. 비록 토종이라 해도 끄리는 낙동강에서 외래종이나 마찬가지다. 낙동강의 생태계는 한동안 요동칠 게 분명하다. 학자들은 낙동강의 생태계가 단순해질까 걱정이 많다.

 

사정이 이런데, 한강과 낙동강을 이을 경부운하와 팔도강산의 수계를 뒤섞을 한반도 대운하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환경공학이 전공인 한 학자는 지질연대로 볼 때 대부분 같은 어종이므로 “걱정 말라!” 장담하고, 식물생태학 전공의 한 학자는 신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호언한다. 그럴까. 그건 권력자의 입맛에 맞춘 비전공자의 아첨이다. 양심 저버린 학자의 근거 없는 교만이다. 지질연대 이후 발생한 한반도 수계의 생물다양성을 토목 관점으로 재단할 수 있다는 건가. 생태계에 공학적 예측가능성이 가능하다는 건가. 200만년 이상 고립돼 고유종으로 분화한 담수 어류의 멸종 행렬이 걱정인 어류학자의 얼굴은 어둡다. 명맥을 유지하는 한강의 어름치, 꾸구리, 돌상어, 배가사리……, 낙동강의 흰수마자, 여울마자, 얼룩새코미꾸리……. 그들의 내일은 사람의 내일을 반영할 텐데.

 

낙동강에 갓 진출해 천방지축 설치는 끄리. 새로운 균형이 형성되면 조용해지겠지만 그때까지 진화의 역사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혼나게 생겼다. 하지만 그게 어디 끄리의 책임인가. 앞으로 무분별한 어종 도입을 자제해야겠지만, 논의가 중단된 경부운하와 한반도대운하의 무모한 계획은 명확하게 취소되어야 한다. 끄리가 시방 그 위험성을 증언한다. (물푸레골에서, 2008년 9월호)